A국.성빈은 귀국한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 쉬지 않았다.그가 휴대폰을 켜자, 조지운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 성빈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지운으로부터 상황 설명을 들은 후, 성빈은 곧바로 기사에게 진명 그룹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다급한 성빈의 모습에, 강민은 조금 의외라고 느꼈다."재무부장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강민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사무실 책상에서 일어나 나왔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됐어요." 성빈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강민 씨, 내가 왜 당신을 만나러 왔는지 압니까?"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는 걸 보자, 강민은 모르는 척을 해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얼추 짐작은 됩니다." 강민이 그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어젯밤의 일과 관련된 거겠죠?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그래요. 설명해 봐요." 성빈이 소파에 여유롭게 걸터앉아 강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강민이 눈을 내리깔고 몇 초간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제 사촌 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일자리를 찾아 A국에 왔었어요. 이모께서 동생을 잘 부탁한다며 저에게 신신당부하셨었죠. 동생이 라엘이의 담임이 된 걸 알자마자, 전 동생한테 주의를 줬어요. 라엘이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 그 일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요. 그런데 동생은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일부러 라엘이에게 접근해 라엘이의 보충 수업을 도와주겠다고 나서기까지 했죠.""당신은 당신이고, 당신 사촌 동생은 사촌 동생이죠. 라엘이가 당신만큼 당신 사촌을 싫어하진 않았으니, 두 사람의 일에는 당신이 관여할 게 아니에요.""재무부장님께서 모르시는 것이 있어요. 제 사촌 동생의 상황은 좀 복잡해요. 동생이 라엘이에게 보충 수업을 해 주는 것까진 괜찮아요. 하지만 동생이 라엘이와 박씨 가문의 경호원을 자기 집으로 끌어들이는 건 문제가 있죠. 저희 이모께서 이미 동생의 혼처를 정해두시기도 하셨고요." 강민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제
그녀는 더는 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사촌 동생을 보고 싶지 않았다!...진아연은 약속한 식당에 도착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강훈을 만났다.그녀는 예전에도 그와 그다지 가깝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오늘 그를 보자, 어쩐지 계속 자신과 그가 서로 동창이 아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어쩐지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 낯선 느낌에, 진아연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표정이 그래? 설마 내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강훈이 휴대폰을 꺼내어 휴대폰 화면에 자기의 얼굴을 비춰보더니 말했다. "잘생기기만 했는데 뭘!""그런 게 아니라, 어쩐지 우리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네가 내가 생각한 그 동창이 맞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 진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풉'하는 소리와 함께 강훈은 오늘 아침에 먹은 아침 식사를 뿜을 뻔했다."진아연, 그 말은 너무 모욕적인데? 나 이래 봬도 내로라하는 강씨 가문의 차남 강훈이야. 이런 날 못 알아보다니!""너희 강씨 가문의 미화 제약은 너희 아버지와 두 삼촌, 이렇게 세 분이 함께 설립하셨지. 그래서 난 너희 아버지가 어떻게 생기셨는지 알고 있어. 너희 두 삼촌도 마찬가지고. 너도 네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널 알아보든 말든 더는 신경 쓰이지 않게 될 거야." 진아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한 거야?"강훈은 방금 그녀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녀가 진아연이 아니었다면 강훈은 이미 화를 내고도 남았을 것이다."진아연, 너의 그 성질머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예전에도 나를 그렇게 무시하더니, 지금도 여전히 나를 무시하는구나. 오늘은 그저 함께 식사나 하려고 보자고 한 거야. 동창끼리 식사나 함께하자고..."강훈의 말에 진아연이 벌떡 일어나 떠날 태세를 보였다.진아연은 강훈과 잘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동창이라는 이유로 더 나눌 이야기도 없었다. 그가 이
"내가 정말 진지하게 분석해 봤어." 행여나 그녀가 자기 말을 믿지 않을까, 강훈이 목소리를 낮추어 비밀스럽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께선 올해 일흔이 넘으셨어. 그런데 얼마 전에도 또 새로운 여자 친구를 사귀셨더라고. 두 분이 날마다 집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시는데... 지금 우리 아버지의 눈에는 새로 만나신 그 여사님뿐이야. Y국에 가실 때도 그분과 함께 가실 정도였어."진아연은 그의 말을 끊지 않고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꼼꼼하게 들었다."우리 아버지께서 워낙 여색을 밝히시거든. 물론 일에 대한 열정 있으시긴 하지만, 미화 제약의 기초는 모두 우리 두 삼촌께서 닦으셨어. 우리 아버지께서 지금 이렇게 정정하신 건, 그동안 별 고생 없이 지내셨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두 삼촌은 모두 몸이 많이 상하셨거든." 강훈이 맛깔나게 말을 이었다. "지금 이건 너한테만 하는 말이야. 절대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진아연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지금 한 말들은 나에게 전혀 쓸모가 없어.""어째서? 나는 지금 너한테 소거법을 제시해 주는 거야. 우리 아버지는 절대 박시준 씨를 납치하지 않았어. 우리 아버지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하신다니까." 강훈은 자기가 제공한 정보가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다.진아연은 강훈의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너희 아버지께선 남자를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 거야?""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태어날 때부터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 반대로 남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아마 별다른 이유도 없을 거야." 강훈이 말했다."그게 너희 집에서 남자라고는 너와 너희 큰 형, 두 사람만 살아남은 이유야?" 진아연의 말에 강훈이 소스라치게 놀랐다."진아연, 너 도대체 우리 가족에 대해 어디까지 조사한 거야?" 강훈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아연이 엄지와 검지를 들어 손짓하며 말했다: "지금 나한테 있는 문서만 이만큼이야. 난 그중 1/5밖에 보지 못했고.""우리 집에 죽은 사람이 많긴
주변에 있던 몇몇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몇몇 대담한 학생들은 옆에 서서 소란스러운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이하늘의 고개가 획 돌아가는 것을 본 라엘이가 고민도 하지 않고 이하늘을 향해 달려갔다.그런 라엘이를 본 경호원이 곧바로 라엘이를 끌어당기고는, 라엘이보다 한 걸음 앞서 걸어갔다."당장 일 그만둬! 그만두고 나랑 같이 돌아가!" 이하늘의 어머니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딸에게 소리쳤다.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네가 방탕하게 지내는 걸 더 내버려 두었다가는, 네가 네 지위도 잊어버릴 것 같구나!"이하늘이 한 손으로 화끈거리고 얼얼한 뺨을 가린 채, 곁눈질로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학교 교사로서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지위는 무슨 지위요?" 이하늘이 눈물을 글썽이며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전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에요.""이하늘,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이하늘의 어머니는 자기 말을 따를 생각이 없어 보이는 딸의 모습에 매우 실망했다. "자, 여기 보는 눈도 많으니 한번 얘기해 봐! 지금 나랑 어디 한번 해보겠다 이거야?!"그녀의 고함에, 주변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경호원은 원래 이하늘의 가정사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이하늘의 얼굴을 보자,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이하늘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그녀를 강하게 저지했다."이곳은 학교입니다. 이렇게 난동을 부리시면, 미친 사람과 다를 게 뭡니까?! 가정 교육을 하시려거든 댁에 가셔서 문 닫고 조용히 하세요!" 경호원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당신 뭐야?!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이하늘의 어머니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호원을 훑어보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당신이 그 박씨 가문의 경호원인가 보지? 바로 당신이었군! 순진한 내 딸을 꼬드긴 게!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박씨 가문에서 일한다고, 박씨 가문의 일원
"선생님은 어머니가 아니라, 집안의 돈이 아쉬워서 그러는 거예요." 경호원이 라엘이의 곁으로 돌아갔다.이하늘이 시선을 들어 경호원을 노려본 다음, 서둘러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기성 삼촌, 방금은 말씀이 너무 지나쳤어요." 라엘이가 이 말을 끝으로 이하늘을 따라 걸어갔다. "우리가 선생님을 집까지 모셔다드려요!""라엘 아가씨, 다른 사람의 일에 더는 상관하지 마세요. 괜히 우리가 따라갔다가, 선생님이 어머니와 화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잖아요." 경호원은 방금 이하늘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또다시 화가 치밀었다. "그 여자는 완전히 미쳤어요. 입버릇도 고약하고요. 그 여자를 다시 만나면, 제가 또 참지 못할 것 같아요."라엘: "알았어요! 선생님께서 우시는 걸 보니 저도 너무 속상해서 그래요. 만약 제가 엄마한테 얻어맞는다면...""아가씨 어머니께서 어떻게 아가씨한테 손을 대시겠어요? 그 여자와 아가씨의 어머니랑 비교할 필요 없어요. 사람은 다 다르니까요." 경호원이 라엘이를 데리고 학교에서 나와 차에 태웠다."기성 삼촌, 저를 집까지 데려다준 다음에 선생님께 좀 가 보세요! 그게 싫으면, 선생님께 전화라도 해보면 안 될까요?"경호원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하는 것보다는, 아가씨가 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아가씨는 그분의 학생이잖아요. 전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그렇지만 선생님은 삼촌을 좋아하시는걸요!"경호원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가씨, 끼리끼리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예전에 선생님이 말했던 한 달 용돈의 액수가 사실이라면, 저 같은 사람은 선생님한테 가당치도 않아요. 아까 그분 어머니가 저한테 개라고 부르는 거 못 들으셨어요? 저더러 주제도 모른다잖아요...""기성 삼촌, 그 마귀 할망구가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라엘이가 기성을 격려했다. "삼촌은 잘생기고, 돈도 잘 벌고, 몸도 좋잖아요... 제가 선생님이었다면 저도 삼촌을 좋아했을 거예요."기성: "..."라엘
"진아연을 다른 여자와 비교하지 마! 진아연이 얼마나 대단한지 넌 모르겠지만, 난 알고 있다고. 어쩌면 우리 큰형의 병을 진아연이 고칠 수 있을지도 몰라." 강훈이 성큼성큼 차에 올라타자, 비서가 그의 뒤를 뒤따랐다."진아연 씨가 큰형님의 병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강 회장님께선 왜 진 아가씨한테 부탁하지 않으신 거죠? 강 회장님께선 줄곧 큰형님을 편애하셨잖아요." 비서가 의심스러워하며 말했다.강훈은 입꼬리를 올려 말없이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진아연은 집에 돌아오면 침실로 돌아가 낮잠을 잘 생각이었다.그런데 방에 들어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강씨 가문의 자료들을 보자마자 곧바로 기력이 돌아왔다.그녀는 자료들을 창가로 가져가서는, 의자에 앉아 창밖의 밝은 햇살 아래에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오늘 강훈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강씨 가문에 대한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켰다.강훈은 강도평이 남자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박시준을 납치했을 리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진아연은 그런 강훈의 말을 믿을지 말지는, 모든 자료를 검토한 다음에 결정하기로 했다.저녁.마이크와 한이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도우미는 이미 저녁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아연이는요?" 진아연이 보이지 않자, 마이크가 의아해하며 도우미에게 물었다.도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진 아가씨는 오후에 돌아오시자마자 방에 들어가셨어요. 그 뒤로는 줄곧 나오지 않으셨고요. 쉬고 계신 건지, 다른 일을 하고 계신 건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저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거든요."마이크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진아연의 침실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린 다음 방문을 열었다.그녀의 방 창가에 그가 그녀에게 인쇄해 준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보아하니, 그녀는 오후 내내 방에서 자료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아연아, 저녁 먹으러 나와!" 마이크가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그녀는 노트북을 보고 있었는데,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오... 좋아!
"이거 박시준 아니야?!" 마이크가 침을 꼴깍 삼킨 다음, 곧바로 사진을 진아연에게 건넸다.순식간에 진아연의 눈가가 붉고 촉촉해졌다. 그녀는 사진을 받아 들자마자,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박시준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의 두 눈은 꼭 감겨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혈색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는 수많은 튜브가 꽂혀 있었고, 병상 옆의 심전도 모니터에는 굵은 선 하나가 선명히 직선을 그리고 있었다…그건, 그의 심장이 멈췄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심장이 멈추었다는 건, 곧 그가 사망했다는 걸 의미했다.사진을 든 진아연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두 번째 사진을 꼭 쥔 채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다.두 번째 사진은 바로...어깨를 위아래로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는, 마이크가 곧바로 그녀의 손에서 사진을 낚아챘다."그만 봐!" 마이크는 그녀가 계속 이렇게 울어 젖히다가는, 오늘 밤 저녁도 먹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돌려줘... 사진 돌려줘!" 그녀의 두 눈은 빨갛게 물들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녀가 마이크의 손에 들린 사진을 죽일 듯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소리쳤다.마이크는 그녀의 고함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곧바로 사진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사진을 돌려받은 그녀는 재빨리 두 장의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첫 번째 사진은 박시준의 심장이 멈추고, 그가 의학적으로 사망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두 번째 사진은 화장을 하던 중에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화장을 마친 백골이 있었다.이 두 장의 사진은 진아연에게 박시준은 사망했으며, 이미 화장까지 마쳤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예전에, TV에서 남녀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당신이 죽어서 재가 된다 해도, 난 당신을 알아볼 수 있다’라는 식의 말을 하는 걸 종종 들었다. 그런데 현실은 사람이 정말 백골만 남으면, 아무리 골격 차이가 크지 않을지라도 맨눈으로는 누구인지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사진을 너무 세게 꽉 쥔 탓에,
마이크는 식당으로 걸어가 바닥에 놓여있는 택배봉투를 집어 들고 보낸 사람의 정보를 확인했다."어떻게 된 거지? 쓰레기장에서 보낸 거라고 되어있는데?"한이는 마이크 옆으로 다가가 택배봉투를 흘끗 보았다: "우리 엄마한테 사진 보낸 사람이 본인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나 봐요.""하지만 B국에서 사진을 보냈다는 건 알 수 있지. 누군가가 너희 아버지 데리고 B국에 갔을 수도 있고." 마이크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강씨 집안에서 한 짓이 아닐까? 근데 강씨 집안에서 왜 너희 아버지를 데려갔을까? 지금 너희 아빠가 죽었으니까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엄마한테 결과를 알리는 거 아닐까?"한이: "글쎄요. 제가 장담할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엄마한테 사진을 보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 뿐이에요. 정말로 박시준을 화장했다면 왜 골회는 같이 안 보냈겠어요?"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너희 아버지 골회를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골회라도 찾으면 신원도 확인할 수 있겠지?""네.""우선 밥 먹자!" 마이크는 입맛은 없었지만 배가 조금 고팠다, 배불리 먹지 않으면 박시준의 유골을 찾을 힘이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 유골 찾고 신원이 확인되기 전까지 우선 조용히 지내자. 우리는 밝은 곳에 있고 적은 어둠 속에 있어,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이 사진도 어쩌면 가짜일 수도 있잖아?"한이는 다시 한 번 사진을 보았다.진아연이 이 두 장의 사진을 보고 자극을 받은 이유는 사진에서 합성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A국.경호원은 라엘이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이하늘의 오피스텔로 향했다.경호원은 차에서 내리며 강민의 차를 보았다.그래서 그는 다시 차안으로 돌아가 다른 곳에 주차했다.오피스텔.이하늘은 소파 한쪽에 앉아있었고 강민과 이하늘의 어머니는 다른 쪽에 앉아있었다."하늘아, 어머니랑 같이 B국으로 돌아가는 건 어때?" 모녀가 침묵을 유지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