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그녀가 일부러 시험을 망쳤기 때문이다.앞으로 시험을 제대로만 본다면 성적이 오르는 건 문제없었다."선생님이 그러는데 선생님 집이 부자래. 한 달 용돈이 몇 천만 원이지만 너에게 과외를 해주는 건 단지 퇴근하고 나서 심심해서 그런다는데... 라엘아, 너 이 말을 믿을 수 있어?” 경호원이 물었다.라엘은 잠시 멍해 있다가 대답했다. “이 선생님이 돈이 많다는 생각은 했어요.”"난 왜 그렇게 안 보이지?” 경호원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하늘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제 느낌 상 그래요. 이 선생님은 강민과는 달리 스타일이 너무 좋아요.” 라엘은 아직 아이라 거리낌 없이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선생님의 사촌 언니를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이하늘은 얼굴이 빨갛게 된 채 대답했다. “알아. 사촌 언니가 말해준 적이 있어.”"그런데도 저한테 과외를 해주고 싶어요?” 라엘은 이하늘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 몰랐다."내가 언니랑 있는 시간이 너랑 있는 시간보다 훨씬 짧아.” 이하늘은 그들과 함께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내가 너의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연인데 너랑 사촌 언니 사이가 안 좋은 것 때문에 네가 날 안좋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제가 선생님을 어떻게 안좋게 본다고 그래요?” 라엘이 물었다."넌 똑똑해서 조금만 말해도 알아들어. 그리고 예쁘장하고 예의도 바르잖아. 너 같은 아이는 사람들이 좋아하기 마련이야.”그녀의 칭찬에 라엘은 쑥스러워졌다. “이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 집 경호원 아저씨를 어떻게 생각하세요?”이하늘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 “조금 무섭긴 한데 이해할 수 있어. 직업 특성상 사나워야 나쁜 사람이 접근하지 않을 거잖아. 일에 대한 책임심이 강하니 좋은 경호원인 것 같아.”라엘은 경호원을 몰래 훔쳐보았다. 경호원은 어색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한 시간 후.경호원이 라엘을 집에 대려다 주었다.“기성 삼촌, 아직 싱글이죠?” 라엘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이 선생님 어떠세요?
그녀는 망설임 없이 왕은지의 전화를 받았다."진아연, 말해봐. 빌리라고 하는 그 로봇은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왕은지가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러댔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멀리 가져갔다."진아연, 말해봐, 말해보라니까!” 왕은지는 진아연의 대답을 듣지 못한 듯 발광했다.진아연은 왕은지와 대화를 하다가 감정이 폭발할 것 같아서 휴대폰을 손에 들고 걸어나갔다."왕은지 씨,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알아듣게 말해요.” 진아연이 대답했다."못 알아듣는다고? 시침 떼기는!” 왕은지는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넌 드림메이커 그룹을 알고 있잖아! 그룹 내 사람들도 알고 있지? 진아연, 내가 널 너무 깔봤네. 오늘 네 아빠의 사진을 보지 않았더라면 난 네가 아주 비참하게 살고 있는 줄 알고 있었어!”"아버지 사진 봤어요? 어디서 봤는데요? "진아연은 모르는 척 담담하게 물었다."R 국에 사람을 보내 빌리를 조사해 봤는데 드림메이커 대표님이 빌리 로봇일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내가 보낸 그 사람은 로봇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너의 아빠 젊은 시절 모습이랑 똑같았어. 그리고 빌리의 풀 네임이 복수래. 너희들 복수하려는 거야? 누구한테? 나한테?”왕은지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기절할 뻔했다. 그 로봇이 진준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이 로봇을 연구 개발한 사람은 분명 진준을 알고 있을 것이다.진준은 이미 몇 년 전에 죽었는데 누가 그를 기억한단 말인가? 진아연이거나 진아연 신변의 사람일 것이다.드림메이커 그룹 배후에 있는 대표님이 정말 빌리 로봇이라면 드림메이커 그룹의 진짜 대표님은 진아연과 진아연 신변의 사람일 것이다.이런 생각에 왕은지는 누군가에게 목을 졸린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왕은지 씨, 사진을 저한테 보여줄 수 없어요? 오랫동안 아빠 사진을 보지 못해서 그래요.” 진아연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저의 아빠가 살아돌아온 건 아닐까요?”"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너의 아빠는 오래전에 죽었어! 시신
"두 사람 그렇게 날 보지 말아요. 긴장하면 틀려요.” 라엘이 그들에게 말했다."알았어... 기성 씨, 따라와요.” 이하늘이 경호원에게 말했다."누가 내 이름을 부르라고 했어요?” 최기성은 어색했다."라엘이 기성 아저씨라고 부르던데요. 기성 씨 아니세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 이하늘이 서재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여기에 간식이 많아요. 다 먹지 못해서 그러는데 좀 있다 가져가실래요? 절 도와주는 거라 생각하시면 돼요.”"돈이 너무 많아 쓸데가 없어요? 못 먹으면 이렇게 많이 안 사면 되잖아요?” 경호원은 어제저녁 라엘이 자신에게 준 과자가 떠올랐다. 맛있긴 했지만 남자가 간식을 먹는다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혼자 심심해서 나가서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물건을 사고 있더라고요... 매일 조금씩 샀더니 집에 이렇게나 많이 쌓였네요.” 이하늘은 말하면서 간식 두 주머니를 경호원 앞에 꺼냈다. “이거 가져가요.”경호원: "...""참, 라엘이 아빠는 찾았어요? 라엘이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 같네요.” 이하늘은 그에게 물 한 컵을 따라주고 나서 소파에 앉아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촌 언니가 정보를 알아오라고 시켰어요?” 경호원이 그녀를 노려봤다."... 학생의 부모님을 걱정하는 거지 사촌 언니랑 상관이 없어요. 맹세해요.”"당신 사촌 언니처럼 저희 대표님을 유혹하려는 거예요?”이하늘: “... 사실 전 당신 같은 사람이 더 좋아요.”경호원: "???"이하늘: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 부잣집 따님과 경호원이 함께하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경호원은 뒷걸음질 치며 이 여자에게 점점 빠져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신이 계속 악의적으로 절 넘겨짚지만 않으면 놀리지 않을게요.” 이하늘은 그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는 걸 보고 휴대폰을 거두고 변명했다. “전 다른 사람의 장기말이 되지 않을 거예요. 사촌 언니가 날 이용하고 싶다고 해도 제가 거절할 거예요. 저도 저만의 매력이 있어요. 부모님의 말도 안 듣는 제가 왜 다른 사람의 말
"왜 고기 먹으면 안 돼요? 우린 매일 고기를 먹잖아요.” 라엘은 어리둥절한 채 이모님의 눈빛을 따라 밖을 내다보았다."오늘은 외할머니 기일이야. 엄마가 오늘은 할머니를 생각하며 채식하자고 하셨어.” 이모님이 설명했다. “라엘아. 외할머니를 기억해?”"전... 당연히 외할머니를 기억하죠.” 라엘은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 외할머니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너무 오래됐고그때 라엘은 너무 어렸다.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슬퍼서 울긴 했지만 시간이 모든 아픔을 무뎌지게 했다."오늘 고기반찬은 없지만 반찬에 설탕을 넣었으니 먹어봐.” 이모님이 달랬다. “내일 아침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에요.” 말을 마친 라엘은 수저를 들었다. “고기를 안 먹어도 돼요.”"그래, 기성 씨가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하는데 저렇게 신비하게 행동하는 거야?” 이모님이 낮은 소리로 라엘에게 물었다."나도 몰라요. 아무것도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 전 오늘 이 선생님댁 서재에서 숙제를 했고 기성 아저씨는 선생님이랑 거실에 있었어요. 두 사람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던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요.” 라엘이 밥을 한술 뜨고 말했다."기성 씨와 이 선생님 대화가 잘 통하나 봐?”"이 선생님이 오늘 간식을 두 봉지나 기성 아저씨한테 줬어요... 이모님, 이 선생님이 기성 아저씨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이모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럴지도 몰라. 기성 씨는 잘 생겼잖아. 피부가 조금 검긴 하지만... 이 선생님 사람 보는 눈이 있네.”"저도 기성 아저씨가 잘 생겼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성 아저씨는 이 선생님이 별로 안 좋은가 봐요. 이 선생님이 강민의 사촌 동생이라 기성 삼촌이 싫어해요.”"기성 씨 생각도 맞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이 선생님이 정말 나쁜 마음이라도 품고 있는 거면 어떻게 해?” 이모님이 말했다. “라엘아, 아빠는 사고가 안날 수 있었어. 이 일을 교훈으로 삼고 앞으로 가족이 아닌 사람은 그 누구도 함부
지금의 왕은지는 안절부절못한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고마치 머리 위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진아연은 드림메이커의 대표는 아니지만 드림메이커와 남다른 인연이 있었고왕은지는 진아연이 박시준이라는 빽을 잃으면 힘든 나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드림메이커라는 거물과 엮기게 될 줄 몰랐다.그리고 지금의 그녀가 제일 두려운 건 바로 진아연의 복수였다.이는 마치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총구를 그녀의 머리에 겨눈 듯한 느낌이었고그녀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안전한 곳 하나 없다고 느꼈다.왕은지는 재빨리 창가로 다가가 창문과 방문을 닫았고 이 정도로 부족한지 안전장치마저 걸어뒀다.방문과 창문의 확인을 마친 뒤,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그녀는 너무 긴장한 탓에 급히 물컵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지만아무리 갈증을 해소해도 등에는 땀이 멈추지 않았다.이에 왕은지는 물컵을 내려놓고 에어컨 리모컨으로 온도를 최저로 낮춘 후, 침실로 돌아가 옷장에서 깨끗한 잠옷을 꺼내 욕실로 향했다.한 시간 후, 샤워를 마친 왕은지는 그제야 조금 진정되었고지금 당장 유언장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지만, 유일한 딸은 이미 오래전에 살해되었고 만약 목숨을 잃게 된다면 재산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뺏길 거라는 생각에 생전에 재산을 분배할 생각이었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빨간 롱스커트를 갈아입고 금고에서 권총을 꺼내 가방에 챙기고서야 감히 집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 지하 차고로 향했고차고에는 평범한 고급 자동차 한 대와 드림메이커 브랜드의 새 자동차가 있었다.하지만 진아연이 드림메이커와의 관계를 알게 된 이상 드림메이커의 자동차에 손을 댈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드림메이커의 자동차는 온라인 네트워킹이 설치되어 드림메이커 제어를 받았고 만약 드림메이커의 누군가가 그녀의 죽음을 원한다면 자동차를 강 속에 몰아넣거나 다른 자동차와 충돌해 충분히 사고를 일으킬 수 있었다.이에 왕은지는 다른 자동차를
왕은지는 휴대폰 화면의 번호를 확인하자 순간 핏물이라도 고인 듯 눈동자가 빨개졌다.복수... 진아연의 복수가 드디어 왔구나!지금의 그녀는 경호원이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이지만, 평소 행사나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만 경호원을 불러 마땅히 부를 사람조차 없었다.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고 싶지만, 손은 이미 자기도 모르게 수락 버튼을 눌렀고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바로 끊고 싶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린 상태였다.왜냐면 전화 저편에는 익숙한 진준의 목소리가 전해졌기 때문이다."희원아, 오늘은 우리가 결혼하는 날이야. 그리고 우리의 연애 5주년 기념일이기도 하지. 난 지금 너무 행복해! 넌 행복하지 않아?" 진준의 목소리는 휴대폰 스피커를 뚫고 왕은지의 귓가에 전해졌고이에 왕은지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경규야, 나도 너무 행복해." 이때 장희원의 행복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우리에게 있어 첫 5주년 기념일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5주년이 남았어.”"희원아, 고마워! 아무것도 없는 내 곁에서 지금까지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워! 내가 제일 힘들고 우울할 때, 네가 옆에서 위로해 주고 챙겨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야. 만약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 또한 없었을 거야. 지금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너한테 약속할게. 나 진준이 세상 모든 사람을 저버릴지라도 절대 너를 저버리지 않을게! 만약 내가 약속을 어긴다면 하늘이 날 벌해도 괜찮아!"...이는 진준이 장희원과의 결혼 당일 모든 사람 앞에서 맹세한 내용이었다.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말인가!진준은 장희원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왕은지와 바람이 났고왕은지의 딸은 진아연보다 몇 살 어리지도 않았다.이에 하늘도 노하셨는지 진준은 중년에 들자 병 때문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왕은지는 이들의 목소리에그녀가 진준을 어떻게 유혹했는지, 결혼하기도 전에 어떻게 임신했는지, 그리고 배 속의 아이로 진준이 장희원과 이혼해 자기와 결혼할 수 있게 위협한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진씨 집안
한이는 예상에 도달하지 못한 소식 때문인지 입맛이 별로 없었다."더 먹지 그래? 왕은지는 어차피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너무 걱정하지 마..." 마이크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한이를 보면서 타일렀다.“저는 그냥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엄마와 저는 행복했을 거예요.” 한이는 할머니 생각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그래도 할머니는 기억하고 있구나? 난 네가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당연히 기억하죠. 할머니는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는 분 중 한 명이에요." 한이는 그래도 라엘보다 일찍 철이 들어아이들을 이뻐하고 편애하는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엄마가 일 때문에 바쁜 탓에 할머니가 매일 집에서 그와 라엘을 챙겼고한이와 라엘의 성격은 다른 아이들과 남달라 유치원에 갈 수도 없었다.할머니는 매일 집에서 아이들에게 맛나는 음식을 해주고 함께 놀아줬었고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아라 여기지 않았다."그래도 넌 삼촌보다 운이 좋아. 너희들은 사랑해 주는 엄마와 할머니가 있겠지만, 삼촌은 어릴 적 제일 친한 친구가 누런 멍멍이었어. 그리고 멍멍이가 유기견이었었지..." 마이크는 어릴 적의 추억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입맛이 없네.""할머니는 항상 저를 칭찬했어요.""우리 멍멍이도 매번 나를 보면 너무 기쁜지 꼬리를 흔들며 반겼지.""어떻게 강아지와 할머니를 비교할 수 있는 거죠?" 한이는 마이크를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비교하지 않았어! 그리고 세상 모든 생명은 자기만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법이지. 우리는 이번 생에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다음 생에 강아지로 태어날 수 있잖아. 그러니까 강아지를 업신여기면 안 돼."한이: "..."3시간 후, 병원에서 왕은지가 사망한 소식이 전해졌고마이크는 소식을 접하자 바로 진아연에게 연락해 알렸다.이에 진아연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경호원과 함께 묘지로 향했다.몇 년 동안 오늘만을 기다려 온 그녀는어머니에게 직접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박시준의 저택.마당에 자동차 여러 대가 세워졌고진아연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소정과 시은이가 다가왔고이들을 본 진아연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진아연은 요즘 기분이 안 좋아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도 않았고 이들도 진아연의 기분을 고려해 찾아오지 않았다.절친들 사이의 캐미는 가끔 연인 사이의 캐미보다 훨씬 잘 맞았다."아연아, 엄마 만나러 갔지?" 여소정은 그녀에게 다가가 환한 미소를 보였다. "왕은지가 죽었다고 들었어. 이건 축하할 만한 좋은 소식이잖아.""그래. 그런데 두 사람은 언제 왔어? 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 진아연은 여소정과 시은이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향했다."마이크 씨가 단톡에 왕은지가 죽었다고 말해서 너도 오늘 기분이 조금 괜찮을 것 같아 시은 씨와 함께 찾아왔지." 여소정은 진아연을 끌고 소파에 자리했고이모님은 바로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그녀에게 건넸다. "일단 잠시 쉬고 계세요. 점심은 거의 준비되어 가요.""국 먹을래? 이모님이 끓인 국이 진짜 끝내줘..." 진아연은 국이 담긴 그릇을 들고 이들에게 물었다."이모님이 만나자마자 국 한 그릇을 줬어. 이미 먹었으니까 너 먹어!" 여소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이크 씨의 말대로는 왕은지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말했는데, 듣자마자 이건 진짜 모두 그와 한이의 덕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왕은지도 말이야. 지옥에 가도 충분할 사람이란 말이지!""과거의 왕은지는 세력도 세력이지만 갑자기 상대하면 힘들까 봐 지금까지 기다렸어." 진아연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왜 힘들 거라 생각해? 박시준 씨도 있는데, 네가 왕은지를 자기 손으로 죽여도 아무 일 없었을 텐데 말이야." 여소정은 부주의 탓에 진아연의 앞에서 박시준을 언급했고이에 진아연의 낯빛은 바로 어두워졌다.말을 잘못했다는 걸 자각한 여소정은 만회하고 싶었지만, 진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이건 내 문제야. 만약 내가 박시준 씨한테 조금이라도 착하게 굴었다면 다투지도 않았을 거고 서로 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