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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0장

"왜 고기 먹으면 안 돼요? 우린 매일 고기를 먹잖아요.” 라엘은 어리둥절한 채 이모님의 눈빛을 따라 밖을 내다보았다.

"오늘은 외할머니 기일이야. 엄마가 오늘은 할머니를 생각하며 채식하자고 하셨어.” 이모님이 설명했다. “라엘아. 외할머니를 기억해?”

"전... 당연히 외할머니를 기억하죠.” 라엘은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 외할머니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너무 오래됐고

그때 라엘은 너무 어렸다.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슬퍼서 울긴 했지만 시간이 모든 아픔을 무뎌지게 했다.

"오늘 고기반찬은 없지만 반찬에 설탕을 넣었으니 먹어봐.” 이모님이 달랬다. “내일 아침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에요.” 말을 마친 라엘은 수저를 들었다. “고기를 안 먹어도 돼요.”

"그래, 기성 씨가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하는데 저렇게 신비하게 행동하는 거야?” 이모님이 낮은 소리로 라엘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요. 아무것도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요. 전 오늘 이 선생님댁 서재에서 숙제를 했고 기성 아저씨는 선생님이랑 거실에 있었어요. 두 사람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던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요.” 라엘이 밥을 한술 뜨고 말했다.

"기성 씨와 이 선생님 대화가 잘 통하나 봐?”

"이 선생님이 오늘 간식을 두 봉지나 기성 아저씨한테 줬어요... 이모님, 이 선생님이 기성 아저씨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이모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럴지도 몰라. 기성 씨는 잘 생겼잖아. 피부가 조금 검긴 하지만... 이 선생님 사람 보는 눈이 있네.”

"저도 기성 아저씨가 잘 생겼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성 아저씨는 이 선생님이 별로 안 좋은가 봐요. 이 선생님이 강민의 사촌 동생이라 기성 삼촌이 싫어해요.”

"기성 씨 생각도 맞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이 선생님이 정말 나쁜 마음이라도 품고 있는 거면 어떻게 해?” 이모님이 말했다. “라엘아, 아빠는 사고가 안날 수 있었어. 이 일을 교훈으로 삼고 앞으로 가족이 아닌 사람은 그 누구도 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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