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B 국을 잘 알아. 그리고 넌 내 동창이기도 해서 너한테 먼저 물어본 거야.” 진아연이 대답했다. “다른 전용기에 대해서도 다 물어볼 거야.”"그래? 넌 박시준이랑 이혼한 거 아니었어? 박시준이 실종된 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왜 그렇게 초조하게 찾아다니는 거야? 설마 아직도 박시준을 좋아하는 거야?” 강훈은 로봇처럼 끊임없이 물어왔다. “아직도 좋아하는 거면 이혼은 왜 한 거야?”"이혼해도 여전히 내 전 남편이고 내 아이의 아빠야. 사고가 났으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방관할 수는 없어.” 잔뜩 흥분한 진아연의 언성은 자기도 몰래 높아졌다."참 의리 있는 여자네. 그럼 언제 B 국에 올 거야? 밥 사줄게.”"필요 없어." 진아연이 거절했다.그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니 계속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의리 있다고 칭찬했더니 이러기야?” 강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아빠가 인맥이 넓은 건 맞아. 네가 박시준을 돕는 데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네가 유용한 단서를 제공할 때 고맙다는 인사를 할게.”"너무 현실적으로 굴지 마! 아무리 그래도 우린 동창이잖아...”"유치원도 3년을 다녔는데 너랑은 겨우 1년 동창이야.” 진아연은 ‘동창’이라는 칭호에 반박했다. “정말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진심으로 고마워할 거야.”"인사만 할 거야? 다른 요구도 말하면 들어줄 수 있어?” 강훈이 호기심에 물었다.진아연은 그의 질문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박시준을 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당연하지, 박시준만 찾아준다면 뭐든 들어줄 수 있어.” 진아연이 대답했다."진아연, 넌 정말 바보구나, 남자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약속은 반드시 지켜, 너 방금 대답했다? 나 녹음까지 했어.” 강훈은 거들먹거리며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박시준을 찾고나서 후회하지 마.”"박시준을 찾고 나서 다시 얘기해. 난 뱉은 말에 후회하지 않아.”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집안에 형이 한 분 계시지?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진아연이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는 항상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랐는데 제가 일부러 아빠 화나게 할려고 열심히 하지 않았고 시험마다 다 망쳤어요...” 말을 하던 라엘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빠가 영원히 내 옆에 있을 줄 알았어요. 내가 아무리 화나게 해도 날 떠나지 않을 줄 알았어요... 후회돼요.”"라엘아, 울지 마. 아빠는 네가 마음속으로 아빠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리고 아빠는 너도 지성이도 한이도 모두 사랑해.”"알아요... 아빠는 우리한테 한 번도 화낸 적 없어요. 난 정말 아빠를 좋아하는데... 예전에 내가 아빠를 좋아한다는 걸 아빠가 아는 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흑흑흑!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정말 너무 보고 싶어요.” 라엘은 엄마의 품에 안겨 흐느껴 울었다.진아연은 국그릇을 이모님에게 건네고 딸의 등을 다정하게 다독였다."라엘아. 엄마가 약속할게. 엄마는 아빠를 꼭 찾아올 거야. 죽었든 살아있든 반드시 우리 옆으로 데려올 거야.”"아빠가 죽으면 안 돼요. 살아서 돌아와야 해요. 아빠가 없으면 안 돼요. 난 아빠를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아빠는 좋은 아빠라고... 아직 아빠한테 말하지 못했다고요.” 라엘이 울먹이며 말했다."그래, 엄마도 그래. 아빠가 돌아오면 엄마도 칭찬해 줄게."지성이는 엄마가 누나를 안고 있자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나도 안아줘요.”진아연은 손을 내밀어 아들도 품에 안았다. “우리 모두 힘을 내자. 아빠는 우리가 씩씩하게 난관을 헤쳐나가길 바랄 테니까... 아빠는 지금 우리 옆에 돌아오려고 방법을 생각하고 계실 거야...”주말이 훌쩍 지나갔다.월요일 아침, 진아연은 지성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 라엘을 학교에 데려다줬다.이하늘은 진아연이 오늘 직접 라엘을 학교에 데려다 주리라 생각지 못했다.두 사람이 마주치자 진아연이 먼저 이하늘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라엘의 엄마 진아연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진아연이 경호원에게 말했다. “매일 저녁 라엘을 픽업할 때 이 선생님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못 느꼈어요?”경호원: "느꼈어요. 라엘에게 너무 잘해줘요. 라엘이 성적이 좋지 않다면 돈을 주고 개인 교사를 모시면 되는데 하필이면 공짜로 라엘에게 과외를 해준다고 해요.”경호원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생각에 잠겼다.방금 이하늘과의 만남에서 그녀는 이 여자가 너무 순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가 거리끼는 것이 있다면 방금 그렇게 빨리 진아연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강민이 그녀의 사촌 언니였기에 예전에 사이가 어떠했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사촌 언니를 배신하진 않을 것이다."나중에 라엘에게 과외해 줄 때 옆에서 지켜봐요. 라엘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주지 마세요.” 진아연이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알아요. 라엘이 과외수업을 받는 동안 계속 옆에서 지켜봤어요. 아직까진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는데 감히 라엘에 무슨 이상행동이라도 한다면 제가 바로...” 경호원은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진아연은 깜짝 놀란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눈에 틔게는 하지 말아요. 괜히 눈치채면 안 되니까요. 이 선생님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의 행동이 이 선생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어요.”경호원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전 라엘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라엘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누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상관없어요.”진아연은 반박하지 않았다.경호원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B 국.왕은지는 두 번째 녹화에 참가하러 방송국에 갔다.그녀는 이번 기회에 더 핫하게 뜨고 싶다는 마음에 더 큰 화제를 가지고 왔다."여러분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말하려 해요... 드림메이커 배후에 있는 대표가 누군지 알아냈어요.” 왕은지가 무대에 앉아서 게스트와 관객의 주목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이 정보를 손에 넣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아직 저의 짐작이 맞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여기서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나중
잠들기 전 한이는 왕은지의 동영상을 보았다.왕은지가 이렇게 빨리 알아내리라 예상치 못했다.하지만 왕은지가 건방 떨 날이 별로 남지 않았다.외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그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다.다음 날 아침.왕은지는 정보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그는 빌리·하드제트를 연구 개발한 사람을 알아냈다고 했다."왕은지 씨, 이성택이라고 하는 B 국 사람이 로봇을 개발했다고 해요. B 국의 어느 대학교 교수인데 B 국에서 조금만 조사해 보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어요.”"이성택?” 왕은지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오늘 만나러 가야겠군.”"그 로봇의 모습에 관해선 아직 조사 중인데... 오늘 저녁 전에 로봇의 자세한 정보를 보내드릴게요.”"알았어요." 왕은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시네요.”"돈을 효율적으로 주시니 저도 효율적으로 일하는 거죠. 여전히 그 로봇이 바로 드림메이커의 대표님이라 생각하는 거예요?”"로봇일 뿐인데 어떻게 드림메이커의 대표가 될 수 있겠어요? 드림메이커의 대표는 아마 그 로봇의 뒤에 있는 누군가겠죠. 로봇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에요. 로봇 뒤에 있는 그 사람이 아마 사람들 앞에 설 수 없는 그런 사람일지도 몰라요. 그런 게 아니라면 왜 로봇을 회사의 대표로 만들겠어요?”"왕은지 씨의 의심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더 자세한 정보는 아직 캐내지 못했어요. 왕은지 씨도 너무 깊게 파헤치려 하지 말아요. 그런 사람에게 밉보여서 얻는 게 뭐가 있겠어요? 괜히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잖아요.” 정보원이 귀띔했다."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 배후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알아낸다고 해도 정말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공유하지는 않을 거예요.”아침 식사 후 왕은지는 한껏 멋 내고 이성택을 찾아갔다.두 사람은 대학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이성택을 본 왕은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이성택이 창업을 할 수 있는 기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
이성택은 커피숍에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왕은지가 너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잠시 후, 지나가던 행인이 구급차를 불렀다.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구급차에 타는 걸 거절하더니 옆에 있는 주차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녀가 차를 몰고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이성택은 휴대폰을 꺼내 한이의 번호를 눌렀다."방금 왕은지 씨랑 만났는데 로봇에 관한 일을 물었어요.”"왜 만나러 갔어요?” 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에게서 그녀의 악행에 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 만나보니 당신의 판단이 맞더군요.” 이성택은 커피를 마시고 나서 계산하러 갔다."그녀가 저지른 일에 대해 며칠 밤낮으로 얘기해도 다 못하지만 그중 저의 외할머니에 관한 죽음이 가장 악랄해요.”"그래요, 그럼 언제 복수할 건가요?”"얼마 안 남았어요.”...A 국.제일 초등학교.경호원이 라엘을 픽업하러 왔다.경호원은 라엘의 교실로 가지 않고 멍하니 학교 대문 앞에서 기다렸다.경호원을 발견한 이한늘이 웃으면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라엘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앞으로 매일 저녁 40분씩 과외를 부탁하더라고요.”"저의 대표님의 돈을 벌고 싶은 거예요? 라엘에게 과외를 해주면 다른 곳에서 받는 과외비보다 훨씬 많죠?” 경호원이 말했다. “단지 저희 대표님 돈을 벌고 싶은 거라면 할 말 없지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 잘 생각해 보고 행동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를 테니깐요.”이하늘은 경호원의 말에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었다."전... 다만 학생의 공부를 도와주려는 것뿐이에요... 과외비를 따로 달라고 한 적도 없어요.” 이하늘은 자신을 위해 변호했다. “라엘의 어머님에게 물어봐요. 우린 돈 얘기를 안 했어요.”"대표님이 알아서 돈을 주기를 바라는 거죠?”"아니에요. 알아서 돈을 주신다고 해도 받지 않을 거예요. 학교에서 선물을 받을 수 없도록 했어요. 돈도 안돼요. 그
라엘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그녀가 일부러 시험을 망쳤기 때문이다.앞으로 시험을 제대로만 본다면 성적이 오르는 건 문제없었다."선생님이 그러는데 선생님 집이 부자래. 한 달 용돈이 몇 천만 원이지만 너에게 과외를 해주는 건 단지 퇴근하고 나서 심심해서 그런다는데... 라엘아, 너 이 말을 믿을 수 있어?” 경호원이 물었다.라엘은 잠시 멍해 있다가 대답했다. “이 선생님이 돈이 많다는 생각은 했어요.”"난 왜 그렇게 안 보이지?” 경호원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하늘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제 느낌 상 그래요. 이 선생님은 강민과는 달리 스타일이 너무 좋아요.” 라엘은 아직 아이라 거리낌 없이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선생님의 사촌 언니를 싫어한다는 걸 알아요?”이하늘은 얼굴이 빨갛게 된 채 대답했다. “알아. 사촌 언니가 말해준 적이 있어.”"그런데도 저한테 과외를 해주고 싶어요?” 라엘은 이하늘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 몰랐다."내가 언니랑 있는 시간이 너랑 있는 시간보다 훨씬 짧아.” 이하늘은 그들과 함께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내가 너의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연인데 너랑 사촌 언니 사이가 안 좋은 것 때문에 네가 날 안좋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제가 선생님을 어떻게 안좋게 본다고 그래요?” 라엘이 물었다."넌 똑똑해서 조금만 말해도 알아들어. 그리고 예쁘장하고 예의도 바르잖아. 너 같은 아이는 사람들이 좋아하기 마련이야.”그녀의 칭찬에 라엘은 쑥스러워졌다. “이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 집 경호원 아저씨를 어떻게 생각하세요?”이하늘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 “조금 무섭긴 한데 이해할 수 있어. 직업 특성상 사나워야 나쁜 사람이 접근하지 않을 거잖아. 일에 대한 책임심이 강하니 좋은 경호원인 것 같아.”라엘은 경호원을 몰래 훔쳐보았다. 경호원은 어색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한 시간 후.경호원이 라엘을 집에 대려다 주었다.“기성 삼촌, 아직 싱글이죠?” 라엘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이 선생님 어떠세요?
그녀는 망설임 없이 왕은지의 전화를 받았다."진아연, 말해봐. 빌리라고 하는 그 로봇은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왕은지가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러댔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멀리 가져갔다."진아연, 말해봐, 말해보라니까!” 왕은지는 진아연의 대답을 듣지 못한 듯 발광했다.진아연은 왕은지와 대화를 하다가 감정이 폭발할 것 같아서 휴대폰을 손에 들고 걸어나갔다."왕은지 씨,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알아듣게 말해요.” 진아연이 대답했다."못 알아듣는다고? 시침 떼기는!” 왕은지는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넌 드림메이커 그룹을 알고 있잖아! 그룹 내 사람들도 알고 있지? 진아연, 내가 널 너무 깔봤네. 오늘 네 아빠의 사진을 보지 않았더라면 난 네가 아주 비참하게 살고 있는 줄 알고 있었어!”"아버지 사진 봤어요? 어디서 봤는데요? "진아연은 모르는 척 담담하게 물었다."R 국에 사람을 보내 빌리를 조사해 봤는데 드림메이커 대표님이 빌리 로봇일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내가 보낸 그 사람은 로봇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너의 아빠 젊은 시절 모습이랑 똑같았어. 그리고 빌리의 풀 네임이 복수래. 너희들 복수하려는 거야? 누구한테? 나한테?”왕은지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기절할 뻔했다. 그 로봇이 진준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이 로봇을 연구 개발한 사람은 분명 진준을 알고 있을 것이다.진준은 이미 몇 년 전에 죽었는데 누가 그를 기억한단 말인가? 진아연이거나 진아연 신변의 사람일 것이다.드림메이커 그룹 배후에 있는 대표님이 정말 빌리 로봇이라면 드림메이커 그룹의 진짜 대표님은 진아연과 진아연 신변의 사람일 것이다.이런 생각에 왕은지는 누군가에게 목을 졸린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왕은지 씨, 사진을 저한테 보여줄 수 없어요? 오랫동안 아빠 사진을 보지 못해서 그래요.” 진아연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저의 아빠가 살아돌아온 건 아닐까요?”"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너의 아빠는 오래전에 죽었어! 시신
"두 사람 그렇게 날 보지 말아요. 긴장하면 틀려요.” 라엘이 그들에게 말했다."알았어... 기성 씨, 따라와요.” 이하늘이 경호원에게 말했다."누가 내 이름을 부르라고 했어요?” 최기성은 어색했다."라엘이 기성 아저씨라고 부르던데요. 기성 씨 아니세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 이하늘이 서재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여기에 간식이 많아요. 다 먹지 못해서 그러는데 좀 있다 가져가실래요? 절 도와주는 거라 생각하시면 돼요.”"돈이 너무 많아 쓸데가 없어요? 못 먹으면 이렇게 많이 안 사면 되잖아요?” 경호원은 어제저녁 라엘이 자신에게 준 과자가 떠올랐다. 맛있긴 했지만 남자가 간식을 먹는다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혼자 심심해서 나가서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물건을 사고 있더라고요... 매일 조금씩 샀더니 집에 이렇게나 많이 쌓였네요.” 이하늘은 말하면서 간식 두 주머니를 경호원 앞에 꺼냈다. “이거 가져가요.”경호원: "...""참, 라엘이 아빠는 찾았어요? 라엘이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 같네요.” 이하늘은 그에게 물 한 컵을 따라주고 나서 소파에 앉아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촌 언니가 정보를 알아오라고 시켰어요?” 경호원이 그녀를 노려봤다."... 학생의 부모님을 걱정하는 거지 사촌 언니랑 상관이 없어요. 맹세해요.”"당신 사촌 언니처럼 저희 대표님을 유혹하려는 거예요?”이하늘: “... 사실 전 당신 같은 사람이 더 좋아요.”경호원: "???"이하늘: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 부잣집 따님과 경호원이 함께하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경호원은 뒷걸음질 치며 이 여자에게 점점 빠져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신이 계속 악의적으로 절 넘겨짚지만 않으면 놀리지 않을게요.” 이하늘은 그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는 걸 보고 휴대폰을 거두고 변명했다. “전 다른 사람의 장기말이 되지 않을 거예요. 사촌 언니가 날 이용하고 싶다고 해도 제가 거절할 거예요. 저도 저만의 매력이 있어요. 부모님의 말도 안 듣는 제가 왜 다른 사람의 말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