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났어." 진아연은 말을 마친 후 즉시 마이크를 끌고 밖으로 뛰쳐나갔다.같은 층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속속 방에서 나왔다.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모두가 비상계단을 통해 건물을 빠져나왔다.다행히 서로 밀치거나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모두가 질서 있게 1층으로 내려오자 매캐한 탄내가 났다."1층에 불이 났어." 진아연은 마이크를 호텔 밖으로 끌고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어젯밤 우리가 식사했던 그 식당인 것 같아." 마이크는 숨이 막혀 기침해댔다. “우리가 밥 먹을 때 불이 안 나서 다행이야. 와, 소름 끼쳐!”진아연: "이렇게 큰 화재가 인위적인 게 아니라면 호텔의 화재 예방에 큰 문제가 있는 거야.""아침부터 이게 다 뭐야. 아까는 졸려 죽을 뻔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깼어." 마이크는 진아연을 훑어보았다. "이거 어젯밤에 입었던 옷 아니야? 어제 샤워 안 했어?"진아연은 얼굴을 붉혔다. "어젯밤에 너무 졸려서 아침에 일어나서 씻을 생각이었어.""차라리 다른 호텔로 옮기자!" 마이크는 다른 호텔에 가서 잠을 보충하고 싶었다."근데 짐이 아직 이 호텔에 있잖아. 불이 꺼지면 먼저 짐부터 가져오자!""그래! 먼저 아침 먹으러 가자!" 마이크는 그녀를 끌고 다른 식당으로 향했다.호텔 밖은 주변에서 모여온 구경꾼들과 호텔에서 탈출한 손님들로 가득했다.그들은 겨우 빠져나왔다.호텔 근처에서 아침에도 영업하는 식당을 찾은 후 자리에 앉았다.진아연은 덥고 답답했고 호텔 화재가 걱정되어 식욕이 없었습니다.마이크는 빵과 우유를 들고 와 그녀 앞에 놓았다."아침 먹으러 온 사람이 많아서 가게에 남은 게 별로 없어." 마이크는 다행이라는 말투였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아서 빵과 우유는 먹을 수 있어. 더 늦게 온 손님들은 아무것도 없을 거야."진아연은 빵을 먹기 시작했다.옆 테이블의 손님들은 호텔 화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내가 알아본 바로는 호텔에서 식당 직원 한 명을 해고하려
그녀는 재빨리 호텔을 향해 뛰어갔다.마이크는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실패했다.그녀는 너무 빨리 뛰었다!마이크가 호텔까지 달려갔을 때 진아연이 구급차에 타는 것을 보았다!경호원이 마이크 뒤에서 물었다. "따라갈까요?""어떻게 따라갈 건데? 아무리 구급차라지만 두 다리로 따라갈 수 있겠어?" 마이크는 돌아서서 식당으로 걸어갔다. “구급차에는 의사도 있고 경찰도 있으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 하려던 일을 끝내면 돌아오겠지.”“대표님 점점 독단적이시네요.” 경호원이 말했다. “무슨 육상 선수인 줄 알았어요. 아침 식사도 안 하셨는데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현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생각에 저러는 거지. 빨리 아이를 찾아내고 싶으니까." 마이크가 물었다. "네 생각에는 아이가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거 같아?""당연히 없죠!" 경호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확인된 게 아니니까 모르죠. 제가 뭐든 다 맞출 수 있으면 경호원이 아니라 회장이 됐겠죠.”마이크: "난 사실 그 아이가 아직 살아있었으면 해. 그 아이가 아직 살아 있다면 작은 라엘이겠지. 아이가 4명이면 한쪽에 두 명씩, 공평하네."경호원: "무슨 재산 나누는 것도 아니고 공평하고 불공평하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누가 키운 아이면 누가 데리고 가는 게 마땅하죠. 라엘이는 대표님이 키웠으니까 대표님이 데리고 가는 게 맞아요. 박시준이 양아치나 마찬가지라니까요!"마이크는 그를 흘겨보았다. "말 잘하네. 왜 박시준을 찾아가서 따지지 않았어?"경호원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제가 어찌 감히...”병원.진아연은 구급차를 따라 응급실로 간 후 곧 경찰을 통해 방화범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응급 처치 끝에 범인은 병실로 보내졌다.약 2시간 후 범인이 깨어났다.진아연은 주치의와 함께 병실에 들어갔다."진아연 씨, 물어볼 게 있으면 빨리 물어보세요. 나중에 경찰이 오면 묻기 어려울 겁니다." 주치의가 진아연에게 말했다."고마워요." 진아연은 인사한 뒤 침대 옆으로 걸어가 얼굴이 거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게요." 그녀는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 말해주세요. 제 딸 현이는 어디에 팔렸나요?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계신다면 더 좋고요.""자세한 정보는 저도 모르겠어요." 여자는 바로 대답했다. “그냥 그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박시준의 딸이라고... 바로 당신이 얘기한 그 아이 맞죠?”"네! 그 아이 맞아요." 진아연이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 물었다. "어디로 팔렸나요?"주치의는 병상에 누운 방화범이 입을 열어 진아연에게 답하는 것을 보았다.대답을 들은 진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듯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주치의를 향해 걸어왔다.두 사람은 병실에서 나왔다.주치의가 묻기도 전에 진아연이 먼저 말했다. "이쪽에서 안락사는 합법인가요?"주치의는 잠시 멍해졌다.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시는 거죠? 방화범이 안락사를 원하던가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며 고통 없이 죽고 싶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안락사는 불법인데, Y국의 상황은 잘 모르겠네요...""현재 Y국도 합법이 아닙니다. 의식이 있고 위독한 환자만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방화범의 경우 신청 조건에 부합되지 않죠."주치의가 말했다. “알고 싶은 걸 알아냈다면 그냥 내버려 두지 그래요."진아연은 매우 갈등했다.합법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로 불법적인 일은 할 생각이 없었다."소량의 수면제를 줘서 푹 자게 해주세요!"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도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B국에 오시면 식사라도 대접해 드릴게요.""Y국을 떠나려고 하시는 건가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병원에 온 건 비밀로 해주세요. 아이를 찾기 전까지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요.""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요."진아연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주치의는 수면제를 준비하러 갔다.진아연은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그녀는 아침에 급히 나오면서 휴대폰을 들고 오지 않
"마이크, 누구든 현이를 내 앞에 안전하게 데려올 수만 있다면, 양육권을 박시준에게 줘도 난 불만이 없어." 진아연의 첫 번째 관심사는 현이의 안전이지 자녀의 양육권 문제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박시준과 같이 찾아도 되잖아!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수월하니까." 마이크가 제안했다. "A국은 박시준의 손안에 있으니까.""박시준도 A국에서 찾았을 거야. 그 아이에 대한 관심이 크니까." 진아연은 프런트에서 환불받은 보증금을 지갑에 넣은 뒤돌아서 호텔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먼저 A국에 돌아가고 나서 얘기해. 나중에 그가 도울 일이 생긴 뒤에 찾아가도 늦지 않아.”병원.진아연의 요청에 따라 의사는 방화범에게 소량의 수면제를 주사했다.방화범은 금세 잠들었다.저녁때 방화범은 잠에서 깬 뒤 병실을 보고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죽지 않았나? 어떻게 다시 살아난 거지?그녀는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에 화상을 입은 곳이 심하게 아팠다.꿈이 아니다! 그녀는 정말로 죽지 않았다!진아연이 그녀를 속였다!잠시 후 간호사가 체온과 혈압을 확인하러 들어왔다. 간호사를 보자마자 그녀는 꽥꽥 소리쳤다. "진아연 어딨어?! 당장 여기로 불러와!""소리치지 마세요. 밖에 경찰이 있어요!" 간호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실 밖을 지키던 경찰이 들어왔다.방화범은 즉시 입술을 오므리고 더는 고함을 치지 않았다."진아연 씨는 우리 병원의 의사가 아닙니다. 이미 떠난 지 오래예요." 그녀가 진정한 것을 본 간호사는 그녀에게 알려주었다."점심때 왔던 그 의사는 어디 있어요? 아직 병원에 있어요?" 방화범은 자신이 왜 죽지 않았는지 알고 싶었다.그녀는 오직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이번 화재에서 그녀는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그녀는 흉터로 가득한 얼굴뿐만 아니라 끔찍한 감옥살이도 해야 했다. 그런 결과를 마주해야 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었다."의사가 아직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더는 소리치지 마세요!" 간호사가 그녀에게 말한 뒤 나갔다.약 5분 후 주치의가 병
그의 모든 자녀 중 지성이만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고 그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겨울 방학 때 라엘이는 지성이를 데리고 B국에 있는 진아연에게 가려 했지만 지성이가 거부했다.지성이는 집에서 아빠 옆에 있는 걸 더 좋아했다.“지성아, 아빠는 매일 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박시준이 아들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앞으로 며칠 동안 잠시 집을 비울 거야. 아빠가 좀 먼 곳에 다녀와야 하거든...”"싫어요!” 지성이는 아무 생각 없이 눈살을 찌푸리고 화냈다. “아빠 가지 말아요!”박시준은 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그래서 갖고 온 선물을 꺼냈다."이 로봇 좀 봐, 다리 하나가 없네."지성이는 곧 로봇에 빠졌다."아빠가 먼 곳에 가서 로봇의 없어진 다리를 가져와야 하거든. 아빠가 로봇 다리를 찾으면 집에 돌아올 거야. 어때?” 박시준이 조용히 지성이를 달랬다.지성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아들의 허락을 받고 난 박시준은 그제야 티켓을 예매했다.지성이는 다리 하나가 사라진 로봇을 가지고 혼자 놀기 시작했다.이모님이 다가와서 물었다. “대표님, 어디 가시는 거예요? 며칠이나 걸릴까요?”“아직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어요. 곧 돌아올 거예요.” 박시준은 그날 밤 티켓을 예매하고 방에 돌아가 짐을 싸려 했다. “Y국에 갈 거예요."“아... 알았어요. 안전 조심하고요. 지성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돌볼게요.”"네."박시준은 짐을 다 싸고 자그마한 캐리어를 들고 침실에서 나왔다.기사는 마당에서 대기하며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돼 있었다.박시준은 집을 나서기 전에 아들에게 출장 가는 이유를 다시 한번 말해줬다. 그러고 나서 일찍 돌아올 거라고 약속까지 했다.순조롭게 집을 나온 후, 차는 공항을 향해 달렸다.같은 시각, 진아연은 Y국 A 공항 로비에서 티켓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이곳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마이크가 그녀의 옆에 서서 껌을 씹으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우린 VIP 라운지에 들어가면 안 되
배태준은 박시준이 올 거라는 말을 듣지 못했기에 진아연이 떠났다는 말을 미리 해주지 않았다.박시준은 자신이 Y국에 온 것이 진아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표정을 잘 숨길 수 없었다."현이 찾으러 온다고 하지 않았어? 안 찾는대요?”"모르지. 떠날 때 그런 말을 안 했어. 내가 밥을 사주려고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 그래서 이미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에 공항에 전화해서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떠난 뒤였어.” 배태준은 진아연이 현이를 어디까지 찾았는지 몰랐다."여기까지 왔으니 휴가 겸 며칠 묵다 가.” 배태준은 열성스레 박시준을 소파로 이끌었다. “진아연 때문에 온 거야? 아니면 현이 일 때문에 온 거야?”"진아연이 왜 갑자기 현이가 자기 딸이라고 의심하는지 궁금합니다.” 박시준은 표정이 담담했다. “3년 전 현이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이제서야 보게 된 게 아니라고요.”"아... 그렇다면 나한테 사실대로 말한 게 아니군, 나랑 친하지도 않고 현이 찾으러 온 사실을 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거야.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거든. 찾아가서 물어봐도 아마 알려주지 않을 거야.”"직접 찾아가서 물어볼 생각은 없어요.” 박시준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2년 전, 진아연이 그를 블랙리스트에 넣고 그와 대화하는 걸 거부한 뒤로부터 그는 그들이 앞으로 낯선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 여기까진 무슨 일이야? 진아연이 떠나지 않았다면 둘이 마주쳤을 거잖아?” 배태준이 실눈을 뜨고 물었다. “네가 이렇게 왔다는 건 진아연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잖아. 그러면 귀국하고 나서 다시 찾아가본가 해.”"A국으로 돌아갔습니까?” 박시준은 산이 형의 말에서 이런 결론을 추측했다."그래, A국으로 돌아갔어. 어디에서 무슨 소식을 들었고, 그래서 현이가 A국에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 배태준이 추측했다. “너도 A국에서 찾아보지 않았어?”"못 찾았어요.” 박시준이 우울하게 말했다. “현이가 살아
마이크: 알아맞혀 봐요.조지운은 맞추지 않고 그냥 전화를 걸었다.마이크는 그의 성질이 점점 더 까칠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한이랑 같이 왔어요?” 마이크가 전화를 받자 조지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이는 아직 학교 다니는데 어떻게 나랑 같이 돌아와요?”"그렇군요...... 진아연 씨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귀국한 거예요?” 조지운이 안경을 콧등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밀면서 말했다."언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어요?” 마이크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출근 전이죠? 그냥 오늘 휴가 내고...”"안 돼요. 오늘은 휴가를 낼 수 없어요. 대표님이 어젯밤 메일로 며칠 동안 일이 있어서 회사에 나가지 못한다고 하셨거든요.” 조지운이 말했다. ”대표님이 갑자기 이러시는 게 진아연 씨의 귀국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요?”"당신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아무튼 우린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고 갑작스레 귀국한 거예요.”"그렇군요. 그럼 우연인가 보네요. 참. 진아연 씨는 이번에 귀국해서 며칠 머무른대요? 왜 귀국하기로 한 거예요?” 조지운이 시계를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지금 나올 수 있어요? 아침 사줄게요.”지금 A국은 아침 7시도 되지 않았다."지금 자고 있어요. 난 나가도 되는데 조금 피곤하니 당신이 여기에 와요. 내가 아침밥을 살게요.””"그래요.”약 30분 후 조지운이 스타팰리스 별장 부근에 있는 조식 가게에 도착했다.마이크는 아침 식사를 주문했다."오는 길에 성빈이 형에게 물었는데 대표님이 해외에 계시다네요.” 조지운이 말했다. “아연 씨가 지성이를 보고 싶어 한다면 오늘이 좋은 기회일 것 같아요.”"조지운, 당신 간첩이에요?” 마이크가 웃어버렸다. “예전에는 대표님에게 충심을 다하더니 왜 이렇게 변했어요? 당신 대표님이 당신이 지금 이러는 걸 알면 해고해버릴 수도 있다고요.”조지운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난 진아연 씨와 친구거든요. 진아연 씨의
“무슨 소리예요. 성빈이 형이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게다가 사람도 얼마나 좋은데요.”“그럼요. 대표님도 당신 눈엔 좋은 사람이겠죠.” 마이크가 조롱하며 최은서의 번호를 눌렀다. “잠시만 조용히 해봐요. 은서 씨에게 전화부터 하고요.”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은 세 시간가량 자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깨어났다.그녀는 잘 때 커튼을 닫는 것을 깜박했다.창밖에서 햇살이 금가루처럼 쏟아져 눈이 부셨다.그녀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지성아, 아빠한테 내가 오늘 널 데리고 엄마 보러 왔다는 말을 절대 하면 안 돼.” 성빈이가 불안한 마음으로 지성이를 안고 진아연 집에 왔다.성빈이는 평소에 지성이 보러 자주 갔기 때문에 지성이는 성빈이와 친했다.그래서 지성이를 데리고 놀러 간다고 했을 때 지성이도 순순히 따라나섰다.‘엄마’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지성이의 얼굴에 부자연스럽고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사실 지성이는 늘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곤 했다.가끔 라엘이가 진아연과 영상통화를 할 때 지성이를 부르곤 했었다.하지만 지성이는 쉽게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고 진아연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현실에서 함께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낯설기만 했다."집에 가고 싶어요." 지성이가 성빈이를 바라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성빈이 삼촌, 저 집에 갈래요.”“방금 나왔잖아. 조금 있다가 돌아가자. 맛있는 걸 줄게.” 성빈이는 말을 하며 이모님이 준 가방에서 아기 간식을 꺼냈다.간식을 본 지성이는 그제야 돌아가자고 떼쓰지 않았다.침실에서 나온 진아연은 훌쩍 커버린 지성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지성이가 여기에 나타날 줄 생각지도 못했다.“지성아!” 너무 기쁜 나머지 성큼성큼 지성이에게 걸어갔다.성빈과 지성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성빈이 곧 몸을 숙이고 지성이에게 말했다. “지성아, 저기 봐, 엄마야. 엄마가 참 예쁘다. 그렇지? 누나처럼 너무 예뻐.”지성이는 깜짝 놀라며 성빈의 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