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는 더욱더 움직일 수 없었다.갑작스럽게 눈이 보이지 않아 더욱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박시준 씨한테 말하지 않았어?" 위정 역시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하지 않은 거야? 이렇게 되더라도 그 사람을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더 잘 돌봐줄 거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알잖아. 시은이가 괜찮아질 때까지 시은이 곁을 떠나지 않았잖아.""말했어요." 진아연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Y국으로 떠났어요. 김영아 씨가 죽었데요. 둘 사이의 아이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가봐야한데요.""아마도 네 병은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현이라는 그 아이를 찾지 않는다면 죽을 수도 있어." 위정은 박시준의 입장에 서서 그녀에게 말했다. "우선 나랑 같이 검사 받으러 가자! 우선 박시준 씨가 Y국에 돌아온 뒤에 말해도 늦지 않아.""위정 선배, 그가 먼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공허해지는 마음을 붙잡으며 말했다. "내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때... 그는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Y국에 반드시 가야한다며... 날 위로해 주지 않았어요.""현이 그 아이의 일이 더 급하니깐.""네... 급해 보였어요. 덕분에 그의 진심을 알 수 있었죠." 진아연은 위정의 부축임을 받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아연아, 너무 비관하지마. 박시준이 당신을 어떻게 대하든 마이크랑 나, 그리고 네 아이들은 항상 네 편이니깐. 우선 눈부터 치료한 뒤 이야기 하자. 완치가 먼저야." 위정은 그녀의 상태가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그녀를 도와야만 했다.진아연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 스스로 제대로 감정을 추스릴 힘이 없었다.여태 많은 악몽을 꿨지만 지금 그녀가 경험하고 있는 것만큼 끔찍하지 않았다."아연아, 여기서 기다려. 내가 가서 휠체어를 가져올게." 위정은 그녀가 정말 하나도
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아이들이 자신의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안다면 많이 슬퍼할 것이다."진아연, 두려워 하지마! 내가 반드시 최고의 의사를 찾아서 치료해 줄게!" 마이크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A국에서 치료가 안 된다면 전세계를 뒤져서라도 고쳐줄게."진아연은 가볍게 대답을 한 뒤, 위정에게 말했다. "위정 선배, 이제 가봐도 돼요! 저 괜찮아요.""마이크가 남도 아니고요." 위정은 그녀의 괜찮다는 말을 어찌 다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마이크에게 말했다. "박시준 씨는 Y국에 갔어요. 김영아 씨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현이라는 아이의 생사는 알 수 없다고 하고요. 박시준 씨도 아연이가 실명을 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Y국에 가야만 한다고 했다더군요. 음, 마이크. 아연이를 좀 보고 있어요. 전 주치의를 다시 만나봐야겠어요."마이크의 표정은 매우 슬퍼보였다.진아연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박시준은 그 아이를 찾기 위해 Y국으로 향했다고 한다! 쓰레기 자식에 위선자라고 생각했다!위정이 자리를 떠난 뒤, 마이크는 진아연 곁에 다가가 앉았다."아연아, 설마 박시준 씨가 널 뭐 포기하고 그런 거 아닌 거지?" 마이크는 그녀의 초췌하고 공허한 표정을 바라보며 그의 질문이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물어보았다."모르겠어. 그의 생각이 어떤지. 나 역시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을 뿐이야." 진아연은 차갑게 말했다. "그냥... 지금은 내 눈을 치료하고 싶을 뿐이야.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돌볼 수 없으니깐... 너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아.""무슨 말이야? 누가 누구에게 짐이라는 거야?!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 마이크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의 말이 너무나도 슬펐다. "아연아, 우리 외국으로 나가자... 여기 있으면 너만 힘들어...!"박시준이 이렇게 잔인한 사람인 줄을 몰랐었다. Y국에서 그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진아연은 얼마나 슬
박시준이 창백해진 얼굴로 그의 얇은 입술을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영아를 제외한 나머지 김씨 일가의 하인들 편에 사람을 보내, 그들 친인척에게 지금 상황을 알렸어. 시신은 이미 가족들이 옮겼을 거야." 산이 형이 말했다. "현장 수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테니, 어서 가 봐!"박시준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봉민은요?"산이 형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봉민은 김형문의 수양아들이야. 그는 김형문을 대신해 수많은 사람을 죽였어... 그만큼 수많은 사람의 원한을 샀지. 그러니 이번 일을 포함해, 많은 사람의 원수인 셈이야."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박시준은 그의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산이 형의 말은, 봉민 역시 살해당했다는 뜻이었다."둘째 형과 넷째 모두 급히 돌아왔어. 김형문에게 복수하기는 어려워졌으니, 김형문의 재산을 도모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산이 형이 말을 이었다. "너도 올 거라는 말을 했더니, 두 사람도 조금은 솔직해지더군. 지금 현이가 어디에 있든, 김씨 가문의 재산은 그 아이의 것이야."현이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한, 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김씨 가문의 재산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요." 박시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김씨 가문의 재산은 모두 기부해버린 셈이니, 누구도 넘볼 수 없게 되었죠.""네 마음 이해해. 현이를 건드린 건, 곧 너를 건드린 셈이지. 그렇지만 외부인의 소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형제들끼리는 경거망동해선 안 돼." 산이 형이 그에게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두 사람이 탄 차가 김형문의 집으로 향했다.지난 며칠 동안, 김씨 일가가 몰살당한 사건이 Y국 뉴스의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한때 Y국에서 가장 잘나갔던 김씨 가문이 1년 만에 몰락해버리다니, 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김형문에게 자식이 더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라며, 모두가 입을 모아 탄식했다.하지만 김형
그런 산이 형의 말에도, 박시준은 여전히 현이가 아직 죽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을 버릴 수 없었다.일말의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갓 태어난 갓난아기를 해칠 수 있겠는가?더구나 현이가 그의 친딸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런 현이를, 그 살인자가 어찌 감히 함부로 해칠 수 있을까?그는 이 비극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했다!그날 오후, 김영아의 시신이 다른 곳으로 이송되었다.산이 형은 김형문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소독하게 했다.오늘 밤 박시준이 이곳에서 묵을 예정이기 때문이다.저녁이 되자, 둘째 형과 넷째가 찾아왔다. 네 형제는 함께 거실에 둘러앉아 이번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우리 모두 이번 일은 독수리의 소행일 거로 의심하지 않았습니까? 오후에 독수리가 저한테 영상 통화를 했습니다. 절대로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더군요." 넷째가 휴대폰에서 한 장의 사진을 열어 보였다. "독수리 말로는 지난 2년 동안 투자에 실패했답니다. 그래서 지금 그의 상황은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일 뿐, 실상은 빚더미에 앉아있는 신세라고 하더군요. 그런 국제적인 킬러를 고용할 돈도 없답니다. 이건 독수리가 저에게 보내온 그의 자산 지표예요."둘째와 셋째가 먼저 사진을 확인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이 사진을 확인한 다음 물었다: "독수리 외에 또 김형문이 원한을 살 만한 인물은 누가 있습니까?"넷째가 그의 휴대폰을 돌려받으며, 박시준의 말에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김형문이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야 차고 넘치지! 더구나 Y국에만 있지도 않을걸. 김형문이 Y국의 권력가들과 온전한 한 편이었을 것 같지? 사실, 그들도 속으로는 그를 탐탁지 않아 했어. 하지만 그와 함께 돈을 벌고 싶으니 참고 있었을 뿐이야.""하지만 김형문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김영아를 죽일 이유가 있나요? 김영아를 없애면, 김씨 일가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걸까요?" 박시준이 물었다.둘째, 셋째, 그리고 넷째는 그
그건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마땅히 해야 할 보호이자, 책임이었다.A국.고통스러운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진아연이 잠에서 깨어 눈을 떴다.그녀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뒤엉켜 그저 괴로운 느낌만 느껴질 뿐,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병실 안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고 나서야, 그녀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병실 안의 모든 것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눈앞에서 흔들었다. 정말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앞이 보였다.그녀는 곧바로 이불을 걷어내고 급히 침대에서 내려왔다.그 소리에, 옆에서 자고 있던 마이크가 곧바로 잠에서 깨었다.그는 오늘 아침 6시에 문득 잠에서 깨어 잠깐 휴대폰을 하다가, 그대로 그녀 병상 옆의 탁자에 엎드린 채 잠이 들었다.그래서 그녀의 움직임에 그도 놀라 덩달아 잠에서 깨었다."아연아, 왜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온 거야?"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를 보자마자 마이크는 곧바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마이크! 나 이제 앞이 보여! 앞이 보인다고!" 진아연의 두 뺨이 흥분으로 붉게 물들었다. "난 이제 가망이 없을 줄 알았는데...""너무 잘 됐다! 그래도 어제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던 건, 지금 네 병세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뜻이야. 어제밤에 네가 잠든 후에 위정 씨를 찾아갔었어. 위정 씨 말로는 지금 네 증상은 아주 복잡해서, 어쩌면 해외에서 치료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마이크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되면, 내가 언제든 너와 함께 갈 테니 걱정하지 마." 진아연의 표정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자기 눈이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 하게 될 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지금 다시 앞이 보인다고 해서,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또다시 지난번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반드시 자신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우선 시준 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시준 씨가 돌아오면, 먼저 그 사람이랑 이혼부터 할 거야." 진아연이 자신의 계획을
"회사는 포기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없잖아!" 마이크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말했다. "보아하니 두 사람, 이혼하기는 그른 것 같네."진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아이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세 아이 중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박시준과 계속 함께할 수도 없었다.더구나, 지금 그녀의 눈은 치료가 필요했다. 그러니 당분간은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지금 아이들의 양육권 문제로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대답 없는 그녀를 향해 마이크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침 식사를 좀 사 올게. 병실에서 꼼짝 말고 기다려. 간호사를 불러올 테니."마이크는 말을 마친 후 성큼성큼 병실을 나섰다.잠시 후, 간호사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진 아가씨, 주치의는 8시에 출근하셔서요. 출근하시면 곧바로 확인하러 오시라고 할게요." 간호사가 말했다."네.""또 갑자기 앞이 안 보이실지도 모르니, 병상에 계속 누워 계시는 게 좋아요.""알겠어요."진아연은 등을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병상의 침대 머리를 높게 조절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가 아침 식사를 사 들고 돌아왔다."마이크, 내 병에 관해서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아줘." 그녀는 우유 잔을 들어 천천히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그렇지만 위정 씨한텐 꼭 얘기해야 해. 내가 또 누구한테 얘기하겠어. 박시준도 네 병에 관심이 없다며. 그러니 지운 씨한테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마이크는 화가 치밀었다."내가 치료받는 동안 네가 나와 함께 해외로 나가면, 지운 씨는 어떻게 해?""알아서 하라 그래! 난 완전히 네 편이고, 지운 씨는 완전히 박시준 씨 편이니, 너와 박시준 씨가 갈라서면, 나와 지운 씨도 서로 적이 되어 갈라서겠지." 마이크는 이미 어젯밤 그 부분에 관한 생각을 마쳤다. "내 걱정은 하지 마. 너만 건강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진아연이 물었다. "나중에 네 병이 재발할까 봐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스타팰리스 별장.그날 저녁.차를 몰고 도착한 조지운이 세 아이에게 가져온 선물을 각각 나누어 주었다."조 아저씨, 마이크 아저씨는 왜 같이 안 왔어요?" 라엘이가 고개를 쭉 빼고는 그의 뒤를 확인하더니 물었다. "마이크 아저씨를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아요!"조지운이 고개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마이크 아저씨, 여기 있는 것 아니었니?"한이가 대답했다. "아니요! 아저씨네에 있는 것 아니었어요?""벌써 이틀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 조지운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여기에서 며칠 지낸다며 나간 뒤로 연락이 없어.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네."라엘이가 뾰로통하게 말했다. "마이크 아저씨가 거짓말한 거예요! 아저씨는 우리 집에 온 적 없어요!""이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조지운이 휴대폰을 꺼내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왜 자꾸 전화를 받지 않는 거야!""그럼,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 보세요! 엄마한테 바꿔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라엘이가 조지운에게 말했다. "마이크 아저씨는 우리 엄마를 제일 무서워해요."조지운은 라엘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곧바로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병실 안에 있던 마이크가 진아연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발견했다. 조지운에게서 온 전화였다. 마이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벨 소리를 꺼버렸다."지운 씨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은 거면, 나라도 받게 해줘! 지운 씨와 약속했어. 시준 씨와 헤어지더라도, 우린 계속 친구 사이로 남기로." 진아연이 마이크에게서 휴대폰을 가져오려 손을 뻗었다.마이크가 그녀의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아까 나한테도 전화했었는데, 내가 받지 않았어. 지금도 분명 나를 찾는 전화일 거야."이 말을 끝으로, 마이크가 그녀의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는 병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조지운이 그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
지금 Y국은 새벽 5시였다.전화벨 소리에 박시준이 잠에서 깨었다. 조지운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보자마자 박시준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그곳 상황은 좀 어떤가요? 현이의 행방은 찾으셨어요?" 조지운이 물었다.고작 이런 걸 물으려고 이 시간에 전화했다니. 박시준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지금 여기가 몇 시인 줄은 아는 거야?""알아요. 저 때문에 깨신 거예요?" 조지운의 말투는 자책하는듯했지만, 어쩐지 미안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 스타팰리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예요."박시준이 미간을 문지르며 일어나 앉았다.새벽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창밖은 이미 동이 트고 있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돌리지 말고 말해." 그가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진아연 씨와 헤어지셨어요? 마이크 말로는, 진아연 씨가 대표님과 이혼하길 원한다고 하시던데요." 조지운이 결국 바로 본론을 꺼냈다. "Y국가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셨으면, 얼른 돌아오세요! 뒷일은 성빈 형님에게 부탁하셔도 되잖아요.""뒷일을 처리해? 아직 현이를 찾지도 못했어! 그런데 무슨 뒷일을 처리한단 말이야!" 박시준의 목소리가 한층 격앙되었다. "마이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마이크가 김영아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지. 어쩌면 이번 일을 꾸민 게 마이크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조지운: "..."조지운은 마이크를 대신해 그를 변호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일전에 마이크가 그에게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설마 이번 일을 꾸민 게 정말 마이크인 걸까?"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박시준이 그에게 따져 물었다. "뭔가 아는 거라도 있는 거야?""저도 몰라요. 대표님, 마이크는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대표님께 이런 전화를 드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조지운은 마음이 복잡했다. 머릿속도 여러 가지 생각이 뒤죽박죽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마이크는 지난 이틀 동안 진아연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