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 배웅은 안 할게." 위정은 이 말을 남기고 관찰실로 들어갔다.일주일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관찰실의 문이 열리고 진아연이 안에서 나왔다.위정은 그녀의 짐을 들고 뒤를 따랐다.문 밖에 서있던 박시준은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긴 팔의 뻗어 위정으로부터 그녀의 짐을 받았다."아이는 어때?" 그는 진아연에게 물었다."모두 정상이에요." 진아연은 차분하게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박시준은 한 손으로 짐을,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병원에서 나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박시준은 몇 번이나 그녀를 몰래 쳐다보았다."왜 자꾸 저 쳐다보시는 거에요? 하고싶은 말 있으면 직접 하세요." 그녀는 정적을 깨뜨렸다."아연아, 미안해." 그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오랫동안 생각해봤지만 그 아이가 왜 라엘이랑 그렇게 닮았는지 모르겠어. 그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멍해질 때가 많아, 자꾸 그 아이가 어쩌면 우리 둘 사이의 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그 아이에게 정이 생긴다 해도 당신이랑 라엘이 때문이야, 절대 김영아 때문은 아니야.""네." 그녀는 가볍게 대답했다. "저도 요 며칠 이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계속 이대로 싸우면 우리 사이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요..."그는 마음을 졸이며 그녀의 다음 얘기를 기다렸다."당신 만약에 아이 보러 Y국에 가고 싶으면 가세요! 시준 씨, 더 이상 당신 말리지 않을게요, 대신 앞으로 다시는 그 아이에 대한 어떤 얘기도 듣고 싶지 않아요. 제발 저 모르게 해줘요, 네?" 그녀는 한발 물러서서 타협했다.’찌익’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급정거 하면서 지면과 마찰이 생기며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진아연은 양손으로 안전벨트를 꽉 잡았다. 차가 멈춘 후 그녀는 넋을 잃은 채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아연아, 내가 Y국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
지성이는 멍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아빠가 엄마를 끌어당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엄마..." 지성이는 진아연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키며 입을 삐죽 내밀고 이모님에게 말했다. "엄마랑 놀고 싶어요...""엄마 며칠 동안 밖에서 힘들어서 좀 쉬어야 해, 우리 먼저 엄마 쉬는 거 방해하지 말자." 이모님은 지성이를 데리고 거실로 향했다. "엄마 한 숨 푹 자고나면 내려와서 지성이랑 놀거야."침실.평온을 되찾은 후, 진아연은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는 지난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다.박시준과의 문제 외에도 시은이의 아이가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되서 그녀는 계속 잠을 이루지 못했다.아이를 인공 자궁에 이식하자고 제안한 것은 그녀인 만큼, 만약에 잘못된다면 그녀는 자책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박시준은 잠이 오지 않아 눈을 뜨고 있었다.진아연이 이미 그를 용서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 수만 있다면 그녀는 다시 그와 다투지 않을 것이다.다만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쉬기가 벅차며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그는 왜 이런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다음날.여소정은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시은이의 아이를 보러 병원에 가려고 했다.진아연은 여소정의 집으로 운전해 여소정을 태우고 성심병원 제3병원으로 향했다.여소정은 배가 점점 불러와서 운전할 수 없었다.평소 즐겨 놀던 그녀도 어느덧 임신 말기가 되었으니 여소정의 어머니는 24시간 그녀를 지켜보며 될수록 외출을 자제시켰다.여소정은 진아연의 차에 탄 후 투덜댔다: "우리 엄마 진짜 못말려. 임신 초기에도 이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았는데...""어머님 임신 초기에도 엄청나게 긴장하셨어. 처음 3개월 내내 거의 집에 누워서 쉬었던 거 잊었니?" 진아연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여소정은 ‘응’하고 대답했다: "그때는 배가 안 나와서 침대에 편히 누울 수 있었지. 지금은 진짜 못 견디겠어! 가만히 있기만 하면 온몸이 찝찝해...
"아연아,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으면 내 딸이 미인이길 기도해 줘. 준기 씨 그릇이 어떤지는 내가 잘 알아! 다음 생의 운을 당겨쓴다고 해도 너희 남편을 따라잡을 리는 없어!" 여소정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나도 딸이 생겼으니 전처럼 준기 씨한테 집착 안 해.""잘됐네. 준기 씨한테도 너무 부담 주지 말고.""음... 사실 며칠 전부터 시은이 아이 보러 가고 싶었어. 근데 엄마가 못가게 했어. 우리 엄마는 인공 자궁이 안 될 거라고. 시은이 아기 이식하고 일주일 이상 못 버틸거라고..." 여소정은 투덜거렸다. "우리 엄마 너무 옛날 사람인 거 같아, 생각이 너무 구식이야.""어머님의 걱정도 틀린 말은 아니지, 우리도 확신은 없어. 단지 직접 아이를 지우는 것보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붙잡아 본 거지.""응. 너 병원에서 일주일 동안이나 있었는데 시준 씨 뭐라고 안 해?" 여소정이 물었다.진아연은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뭐라고 하겠어, 내가 뭐 잠수 타고 논 것도 아니고.""다른 사람들만 속이면 그만이지, 나까지 속일 수 있을 거 같아? 근데 지금 보니까 둘이 다시 화해했나 보네."두 사람이 내내 웃고 수다를 떠는 사이에 차는 곧 성심병원 제3병원에 도착했다.ST그룹.박시준이 몇몇 임원들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때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성빈이 모두의 눈앞에 나타났다.임원들은 성빈을 본 후 생각도 하지 않고 일제히 일어나 밖으로 물러났다.성빈의 표정이 많이 당황스럽고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다.뭔가 큰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박시준도 참지 못하고 걸어가서 사무실 문을 닫았다."시준아, 김영아에게 큰 일이 생긴 거 같아!" 성빈은 휴대폰을 꽉 쥐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을 했다. "방금 나한테 연락와서 살려달라고 했어... 전화 너머로 총소리가 들렸어!"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고 몸이 갑자기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총소리 들은 거 확실해?""확실하진 않아! 근데 총소리 들은 거 같아, 뭔가 부딪히는 소리일수도
성빈의 말은 박시준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그 역시도 현이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김영아가 현이의 친모인 만큼 현이를 잘 돌봐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이번에 김영아가 현이를 이용해 판을 짠 것이라면 박시준은 온갖 수를 써서라도 현이를 Y국에서 데려올 것이다.하지만 김영아가 죽은 거라면...그는 감히 그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김영아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현이는 안된다!"시준아, 통화 녹음 들어볼래?" 성빈은 계속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 "사람 찾아서 방금 김영아와 통화내용 녹음 유출해 볼려고. 방금 들은 소리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서 불안하네."박시준은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해봐!""그래." 성빈은 구석으로 가서 전화 한 통을 걸었다.박시준은 시간을 보았다.산이 형 집에서 김영아가 사는 곳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하지만 이제 겨우 5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성빈은 통화를 마친 후 물컵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사무실 분위기는 조용하고 으스스해졌다.그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약 10분 후 성빈이는 답장을 받았다.김영아와의 통화내용 녹음은 현재 그의 휴대폰으로 전송됐다.그는 박시준과 함께 듣기 위해 박시준 옆으로 걸어갔다.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김영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빈 오빠, 도와주세요... 저 좀 살려줘요!김영아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처참했다,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다른 외침소리도 있었다."지금이야! 이제 곧 소리가 날 거야!" 성빈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박시준에게 얘기했다.그의 말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쾅'하는 소리가 났다.이것은 총소리였다."총소리야! 시준아! 들었어? 진짜 총 쏘는 소리야!" 성빈의 몸은 후덜거렸다. "이거 연기 아닌 거 같아! 비명소리 엄청 처참해 보이는데... 만약에 연기라면, 그럼 배우 해도 되겠어!"성빈의 말이 끝나자 김영아의 무겁고 거친 숨소리가 전해왔다... 아기의 울음소리와 함
도대체 지금 김형문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네 전화도 안 받는 거 보면... 불길해." 성빈은 불길한 예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기다려봐! 산이 형한테서 곧 연락 올거야."10분 후 산이 형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시준아, 방금 사람 보내서 확인했는데 김형문의 집 대문은 닫혀있고 별 이상 없다는데." 산이 형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우리 여기 지금 몇 시인지 아니, 어떻게 이 시간에 전화했어? 지금 다들 자고 있어!"박시준: "형님, 방금 한 시간 전쯤에 김영아한테서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았어요. 통화내용 녹음 빼내서 확인해 봤는데 총소리가 들렸어요."배태준은 즉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보낸 사람 방금 돌아왔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데. 너도 알다싶이 김형문의 집에 늘 경호원이 있잖니, 내 경호원도 제멋대로 들어갈 수 없어, 내가 직접 가지 않는 한.""그럼 형님이 한 번 직접 가봐 주시겠어요!" 박시준이 말했다. "전 분명 총소리를 들었어요, 확실해요!""내일 아침에 가볼게! 나 지금 밖이야. 오늘 밤 회식 때 많이 마셔서 지금 두통이 심해." 배태준은 안심의 말을 건넸다. "만약에 김영아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면 나한테도 소식 전해질 거야. 무슨 소식 들리면 바로 알려줄게."배태준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박시준도 어쩔 수 없었다.현이는 배태준의 딸이 아니므로 배태준은 당연히 서두를리 없었다.박시준은 지금 당장 Y국으로 날아가고 싶었다!"산이 형이 뭐라셔?" 성빈은 그의 옆에서 통화내용을 정확히 듣지 못했다."지금 밖이라 김형문의 집에 갈 수 없대." 박시준은 안색이 어두웠다. "기다려봐! 몇 시간 지나면 소식 있을 거야.""기다릴 수밖에 없지! 우리가 지금 거리로 간다고 해도 몇 시간이나 걸리는데." 성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아의 자작극이었으면 좋겠다."성심병원 제3병원.진아연은 여소정을 관찰실로 데려갔다, 여소정은 한참 동안 인공 자궁을 바라보며 때때로 한숨을 내쉬었다."아연아, 왜 진작에 이
여소정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아연아, 너랑 이야기 하는 게 더 재밌어.""심심하면 너도 와. 너랑 같이 쇼핑을 할 수는 없지만 지루함은 달래줄 수 있어." 진아연은 과일 바구니를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잘라줄게.""고혈당이 좀 있다고 과일도 먹지 말라고 했어." 여소정이 말했다. "아연아, 정말 넌 내가 뚱뚱하지 않다고 생각해? 임신한 뒤로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아지는 건지... 고혈당에 고혈압까지. 뱃속에 아이가 너무 작고, 발육도 좋지 않데. 저번에 산전검사 했을 때는 또 탯줄이 목에 걸려있다고 하질 않나. 출산할 때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할텐데."진아연: "괜찮아. 그런 건 아무 문제도 아니야. 제왕 절개 수술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이한테 문제가 있다면 의사가 입원을 하라고 했을 거야.""아... 그렇겠지. 자꾸 걱정돼서.""저번에 내가 추천한 책 읽어봤어?" 진아연은 바나나 껍질을 벗겨낸 뒤, 한 입 베어물었다. "나도 첫 임신을 했을 때, 엄청 겁이 났어. 그럴 때마다 책을 읽으며 두려움을 덜었지.""샀는데 아직 안 읽었어. 나중에 읽어볼게. 몇 년 동안 책을 읽지 않아서 말이야." 여소정은 주위를 둘러본 뒤 화장실로 걸어갔다."소정아, 좀 부축해 줄까?" 진아연은 바로 바나나를 마저 입에 넣고는 여소정을 향해 걸어갔다."아니, 아니. 아직 혼자 할 수 있거든! 너도 너무 긴장하지마." 여소정은 웃으며 화장실 문을 닫았다.진아연은 방으로 들어와 휴대폰을 들어 점심에 뭘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 피드 하나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바로 여소정이 화장실에서 나왔다."아연아, 여기서 어떻게 씻은 거야?" 여소정은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너무 작아서 씻을 때 벽에 부딪힐 거 같아!""일반 병동이라 그래. 위정 씨도 일반 휴게실에 가서 샤워했어.""너무 불편해." 여소정은 불평을 했다. "집에 이런 걸 두면 좋지 않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구할 방법이 없으니깐.""응.
그녀는 차를 몰고는 여소정의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점심에 연구실에서 본 뉴스가 생각났다.한 중년 여성이 길에서 우연히 어린 소녀를 본 뒤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었고, 그 뒤에 밝혀진 바로는 정말로 자신의 딸이었다!뉴스에는 모녀가 따로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 중년 여성은 딸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그 뉴스를 본 순간 그녀는 현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며칠 전 현이의 사진을 보며 그녀의 아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다.머릿 속은 하나의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현이가 정말 그녀의 아이일까?정말로 현이가 그녀의 아이라면 그녀와 박시준 사이의 오해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하지만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그녀는 아무런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멈출 수 없었다.Y국에 직접 가서 아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그녀는 반드시 현이와의 친자검사까지 할 생각이었다.뉴스 속 중년 여성처럼 길에서 자신과 많이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누구라도 친자확인 검사를 할 것이다.정말 꾸며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하지만 김영아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친자검사를 할 수 있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다시 차를 몰아 병원 실험실로 돌아왔다.그녀는 현이의 사진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박시준에게 다시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마이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현이 사진 본 적 있어?"마이크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응, 본 적 있어!"약간 머뭇거렸다. "어떻게 본 거야? 누가 보여줬어?"마이크: "뭐야... 갑자기 이런 질문은... 현이 사진은 비공개로 유포되었어! 지운 씨가 보여줬어. 성빈 씨가 Y국에 갔다 오면서 찍어서 보낸 거 같아!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너도 현이 사진 봤잖아? 근데 확실히 라엘이랑 참 많이 닮았어!"진아연:
마이크의 답장을 보고는 그녀의 불안한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 했다.의심이 생긴다면 확인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의 생각이 맞든 아니든 확인한 후에 걱정해도 된다.하지만 지금은 시은이의 아이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Y국에 바로 갈 수 없었다.시은이의 아이가 태어난 뒤,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깊게 생각에 빠져 버려 머리가 아파왔다.그녀는 걸어가 1인용 침대에 잠시 눈을 붙힐 생각이었다.ST그룹.성빈은 아침부터 김영아의 전화를 받았고, 그 뒤로 김영아에게 전화를 계속 걸었다.왜냐하면 김영아 휴대폰은 신호가 계속 갔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휴대폰에 걸려오는 전화를 보면 받거나 거절한다.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면 바로 수신차단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하지만 김영아는 수신차단도 하지 않은 채, 김영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설마 보지 못한 것일까?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전화를 받은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그는 김영아가 도움을 요청한 뒤, 아무렇지 않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시간이 지난 뒤, 성빈은 김영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시준아, 김영아 휴대폰이 꺼졌어." 성빈은 다시 김영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음성이 들리자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해!"박시준 역시 성빈과 같은 생각이었다.김영아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기 때문에 그 역시 속으로 생각했다.Y국은 곧 아침이 될 것이다.산이 형이 날이 밝으면 정확한 소식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시준아, 김영아가 정말 잘못 됐다면 누가 그랬을 거라 생각해?" 성빈은 떠오르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글쎄. 모르겠어." 박시준은 마음에 무거운 돌이 올라간 것처럼 불안했고 현이가 걱정됐다. "둘째 형이 킹문 그룹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어.""글쎄.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킬까. 킹문 그룹을 가지고 싶다면 약속을 지킬 수 없을 텐데." 성빈은 김영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