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아, 난 이제 꽤 실력 있는 모델이야. 프로 모델이 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최은서가 한껏 잘난 체하며 그에게 말했다. "언젠간 나도 평범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의 아내로 살고 싶어."최운석의 얼굴이 ‘확’ 하고 붉어졌다.이런 문제는 그에겐 대답하기 난처한 문제였다."최은서, 역시 넌 정말 재미있단 말이야." 성빈이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아직도 안 가고 뭐 해요?" 성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최은서가 그에게 물었다. "자러 가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잠은 여기서도 잘 수 있어. 이따가 저녁 먹고 갈 거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그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졌다.잠시 후, 박시준이 위층에서 내려왔다."시준아, 네 여동생이 선물 사 왔어." 성빈이 소파에 앉아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최은서가 그를 흘끗 보더니 캐리어 안에서 그에게 주려고 사 온 선물을 꺼냈다.그녀가 선물을 사는 동안, 성빈은 줄곧 옆에서 그녀가 선물을 고르는 것을 도왔다.이를테면, 최운석에게 선물한 드로잉 태블릿은 바로 성빈의 아이디어였다.하지만 박시준의 선물을 고를 때만큼은, 성빈은 어떤 아이디어도 내놓지 않았다.그녀가 무엇을 선물하던 박시준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빈은 그저 아무것이나 고르라고 귀띔했다.박시준은 부족한 것이 없었고, 그가 가진 물건은 모두 최고급이었다. 하지만 최은서의 자금 상태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박시준이 만족할만한 비싼 선물을 사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최은서의 캐리어를 둘러싼 세 아이를 보고는, 박시준이 최은서의 앞에 다가갔다.최은서가 그에게 선물을 건네며 조금 전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그녀가 건넨 선물을 흘끗 보고는 박시준이 대답했다: "고마워."최은서가 그에게 준 선물에는 한 잘생긴 만화 캐릭터가 ‘좋은 남편이 갖추어야 할 24가지 덕목’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정말 아이러니했다.그는 막 진아연의 화를 돋우었다.
오후 4시, 진아연이 잠에서 깼다.그녀가 내려오자 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어쩐지 조금 당황스러웠다."왜 다들 나만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그녀가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막 잠에서 깬 탓에, 그녀의 얼굴은 약간 발그레했다.오후 동안 단잠을 잔 덕에 그녀는 컨디션은 괜찮아졌다. 그래서 아까보다 기분도 많이 풀어진 상태였다.아무튼 그녀는 오늘 하루도 계속 이어가야 했다.게다가 이렇게 많은 친구가 집에 온 것을 보자 그녀는 더욱 기분이 좋았다."아연 씨! 제가 아연 씨한테 줄 선물을 가져왔어요!" 최은서가 자기가 사 온 선물을 진아연 앞에 내밀었다. "이번 예선전의 결과가 좋아서, 매니저가 제게 보너스를 줬거든요! 공항 근처의 보석 가게에서 샀어요."진아연이 상자를 열자,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팔찌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팔찌에는 각기 다른 색깔의 구슬이 달려 있었다.팔찌는 손목에 착용하니 더욱 아름다웠다."정말 고마워요, 은서 씨. 마음에 꼭 들어요." 진아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박시준, 성빈 그리고 한이가 함께 나란히 그녀 얼굴의 미소를 바라보았다."오늘 밤, 우리 다 같이 한잔하시죠!" 마이크가 다가와 박시준의 옆에 서더니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물었다. "저랑 한잔해도 괜찮겠어요?"박시준은 마이크가 자기에게 술을 권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진아연을 대신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조금만 마셔. 다 같이 취해버리면 곤란해. 이 많은 사람이 묵기엔 공간이 좁으니까." 진아연은 그를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시준 씨네 기사님이 있잖아? 우리가 취하면 기사님께 데려다 달라고 하면 그만이지!""지금은 설 연휴라 기사님은 한 분만 출근하셨어.""아, 알았어, 조금만 마실게!" 마이크가 박시준을 끌고 주방으로 향했다.이 모습을 본 성빈이 곧바로 따라나섰다. "술자리에 어떻게 나를 빼놓을 수 있어!"성빈이 도와주러 가지 않았다면, 박시준은 틀림없이 마이크가 주는 술에 초주검이 되었을 것이다.진아연과
"아연 씨, 이제 제가 아연 씨를 새언니라고 불러야 할까요?" 최은서가 귤 한 알을 들고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새언니라는 말은 어쩐지 아연 씨를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가 같이 쇼핑을 하러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제가 언니고, 아연 씨를 동생이라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진아연: "그냥 아연 씨라고 불러요! 그게 더 가깝게 느껴져요.""좋아요! 역시, 아연 씨라고 불러도 개의치 않을 줄 알았어요. 성빈 씨가 이번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연 씨를 새언니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거든요." 최은서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 사람은 자기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저보다 경험한 것도, 아는 것도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저한테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든다니까요.""성빈 씨는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거예요. 저를 새언니라고 부르면, 둘째 오빠가 은서 씨를 더 빨리 받아들일지도 모르죠." 진아연이 성빈의 마음을 대변했다."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그 사람처럼 그렇게 번지르르하고 교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아연 씨를 아연 씨라고 부르길 좋아하는 건, 우리가 친하면 호칭이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박시준 씨한테 저를 받아들이려거든 받아들이고, 그게 싫으면 말라고 해요. 저도 곧 저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최은서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성빈 씨가 말을 좀 번지르르하게 하는 편이긴 하지만, 교활한 사람은 아니에요. 성빈 씨가 들으면 속상해할 거예요.""그 사람, 요즘 정신력이 많이 강해졌어요. B국에서 저랑 같이 지내면서 매일 밤 말다툼을 했거든요." 그 순간이 떠오른 최은서가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띠었다.진아연은 가십거리를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 동거했어요?"최은서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각자 다른 방에서 지냈어요. 그저 한집에서 지내기만 했을 뿐이니, 동거라고 할 순 없죠. 전 아직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할지조차 결정하지
이모님의 말에 진아연은 주방으로 향했다."됐어, 이제 그만 마셔." 그녀의 말은 마이크를 향한 것이었다. "너도 이제 그만 돌아가."성빈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기사가 한 명뿐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부터 좀 데려다 달라고 해줘요! 졸려 죽겠어요, 얼른 집에 가야겠어요!"성빈이 술상에서 내려와 거실을 향해 뛰쳐나갔다.붉게 충혈된 눈의 마이크가 성큼성큼 그를 따라 나갔다."저부터 갈 거예요! 여기서 자기 싫다고요! 여긴 아연이네 집도 아니잖아요!""선착순 몰라요? 제가 먼저 말했으니 제가 먼저예요!" 성빈이 마이크를 밀쳐내며 말했다.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마이크는 머리가 지끈거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이리저리 비틀거렸다.진아연이 다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이리 와. 넌 내가 데려다줄게.""아연아, 역시 네가 최고야." 마이크가 감동의 손길을 뻗어 진아연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박시준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박시준은 술을 가장 적게 마셨음에도, 주량이 가장 약해, 마이크와 성빈보다 훨씬 더 거하게 취한 상태였다.진아연이 마이크를 부축해 집을 나서려던 순간, 그가 성큼성큼 걸어와 진아연의 팔을 힘껏 잡아끌었다."당신은 집에서 나나 보살펴 줘!"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무척 괴로웠다. 하지만 진아연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세 아이가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지금, 그녀는 더 이상 그를 향한 분노와 불만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어젯밤 일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분명 오늘 그가 이렇게 술을 마시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취한 그를 내버려 두고 마이크를 데려다주는 일은 더욱 없었을 것이다.진아연은 팔이 부러질 듯 아팠다.이 광경을 본 홍 아줌마가 곧바로 다가와 그들을 중재했다: "아연 씨, 마이크 씨는 경호원에게 모셔다 달라고 하죠. 아연 씨는 대표님을 살펴주세요."진아연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 "경호원이 데려다줄 거야.""난 네
"두 분이 싸우시려거든 밖에 나가서 싸우세요! 엄마는 내버려 두시고요!" 한이가 진아연을 부축해 안방으로 걸어갔다.홍 아줌마는 곧바로 경호원을 불러 마이크를 돌려보냈다.마이크가 떠난 후, 박시준은 술이 완전히 깨버렸다.그는 차마 침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우두커니 문 앞에 서 있었다.진아연이 침대 옆에 앉자, 한이는 그녀가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엄마는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한 거뿐이야." 어린 아들이 걱정할까 봐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 "오늘 두 사람이 술을 많이 마셔서 조금 다툰 것뿐이야.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제가 그 두 사람 걱정을 왜 해요!" 한이가 차가운 얼굴로 화가 나 말했다. "엄마, 내일 집으로 돌아가요. 더 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요.""그래, 그러자." 진아연은 두말하지 않고 한이의 말에 동의했다.박시준의 마이크를 향한 주먹에 그녀는 좌측 머리를 얻어맞았다.얼굴에는 상처가 없었고, 맞은 곳은 머리카락에 가려 다른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라엘이도 일어났니?" 그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뇨. 라엘이는 깊이 잠들었어요." 한이가 대답했다."너도 가서 자렴! 오늘 하루 종일 놀아서 피곤할 텐데." 진아연은 몸을 일으켜 한이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저 혼자 갈 수 있어요." 한이가 그녀를 앉히며 그녀를 말렸다. "엄마, 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꼭 말씀해 주셔야 해요."한이는 엄마가 박시준의 주먹에 얻어맞는 것은 보지 못하고,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는 장면만 목격했다.그러나 두 남자가 술을 많이 마신 걸로 봐서, 자칫 잘못해 어머니를 다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알았어, 난 정말 괜찮아." 그녀는 기어코 침대에서 일어나 한이를 방까지 배웅했다.그녀는 박시준이 다가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한이가 방으로 돌아간 후 그녀가 몸을 돌리자, 그의 깊고 불처럼 타오르는 눈이 그의 눈과 마주쳤다.그녀는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술을 먹고 싶어지면 술을 먹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싶어지면 바로 만나러 가는 사람이다.그녀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아연아, 우리 이러지 말자." 그가 인상을 쓰며 그녀가 방금 한 말에 불만을 나타냈다."우선 가서 좀 씻어요. 할 말이 있으면 내일 다시 하고요." 그녀는 더 이상 그와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두통이 몰려왔다. 더구나 지금 그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지금은 술이 좀 깼다고는 하지만, 맨정신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지금은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미 눈을 감아버린 그녀를 보자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오늘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정신은 조금 차렸지만, 몸은 여전히 술에 지배당한 상태였다.그는 머리가 몹시 어지러웠다.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고르게 되자,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녀의 옆에 몸을 뉘었다.눕고 난 다음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아,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진아연은 이미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세게 끌어안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잠을 깨울 뿐만 아니라, 그녀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그녀는 눈을 뜨고 창가에 비친 흐릿한 노란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뒤에서 그의 잠꼬대 소리가 들려왔다. "아연아... 날 떠나지 마... 제발 가지 마..."그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그의 몸이 너무나 뜨거워, 그녀는 몸이 곧바로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허리에서 그의 팔을 떼어내려고 했다.그가 그녀를 이렇게 꼭 끌어안고 있는 탓에 그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다행히 오후에 잠을 낮잠을 조금 잔 덕에, 머리에 전해지는 잔잔한 통
그녀는 여소정과 담소를 나눈 후 조지운과의 대화 창을 열었다. 지운 씨, 마이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 언제쯤 돌아갈 생각이에요?조지운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답장했다. 저 내일 아침에 돌아갈 겁니다. 보통 많이 마시면 바로 자는 편이어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진아연: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조지운은 그녀가 보낸 축복 메시지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답장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보낼 수 없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한테 답장했다. 아연 씨, 대표님과 이혼하는 건 아니죠? 이런 시기에 이런 말 하는 건 미안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아연 씨는 절대 괴로움을 꾹 참는 성격이 아니라서요.진아연: 저 아직 잘 모르겠어요.조지운: 그럼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 진짜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만약 이혼을 원하신다면 아이들의 양육권을 포기하셔야 하며 아연 씨의 회사도... 요.조지운은 그녀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선의로 그녀에게 알려준 것뿐이다.진아연: 신중하게 고려해 볼게요.조지운: 아연 씨, 대표님과 어떤 결과를 이루든, 저희는 영원히 친구라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아요. 알고 있죠?진아연: 물론이죠. 그리고 그와 무조건 이혼할 거라고 결정한 것도 아니에요. 오늘 저한테 그 아이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사과했는데, 며칠 후 다시 그와 얘기해 보려고요.조지운은 그녀의 답장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아연은 머리가 너무 아파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후 휴식을 취했다.박시준이 숙면을 취하자 그녀는 허리를 감고 있는 그의 손을 떼고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다.진아연은 머리가 너무 아파 상처를 처리하려 했고만약 내일도 아프면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아무래도 너무 세게 맞은 듯했다.그녀는 약 상자를 찾아 상처를 처리한 후 약 상자를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순간 마음이 울적해진그녀는 아픈 게 아닐까 싶었다. 혹시 다른 병에 걸린 건지, 전에 받은 수술이 잘못돼서 합병증이 생긴 건지 의심이 생겼다.그리고 머리뿐만 아니
"알고 있어요. 알고 있지만, 당신이 앞으로 변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일단 앞으로의 일들은 생각하지 말고 오늘부터 넘기고 봐요." 진아연은머리가 너무 아파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위층으로 올라가던 박시준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한테 물었다."혹시 시은이 본 적 없어?" 박시준은 말하면서 그녀의 팔을 놔줬다.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네."진아연: "저녁에 연락오지 않았어요?"그녀는 시은이가 박시준에게 연락하고 집에 돌아오지 않은 줄 알았다."아니." 박시준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 휴대폰은 어딨지?"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을 찾았지만아무리 방을 샅샅이 뒤져도 휴대폰을 찾을 수 없었다."제가 전화해 볼게요." 진아연은 자기 휴대폰으로 전화했지만방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휴대폰이 방에 없는 게 분명했다.이들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고진아연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결국 휴대폰은 소파 밑에서 발견되었고이는 아마 마이크와 싸울 때 떨어진 듯했다.다만 이들은 서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시준은 휴대폰을 켜 시은이가 연락했는지 확인했지만, 시은이는 그한테 전화도 아니고 달랑 메시지 한 통만 보냈었다.——오빠, 아줌마가 오늘 밤 집에서 자라고 해서 오늘 밤은 위정 씨 집에서 잘게!문자를 확인한 박시준의 낯빛은 순간 어두워졌다."시은이가 위정 씨 집에서 하룻밤을 묵겠다고 문자 남겼어." 그의 믿을 수 없다는 말투와반대로 진아연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시은 씨는 당신의 애완동물이 아니에요. 언젠가는 자기 집을 마련해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현실은 일찍 받아들이는 게 좋죠."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박시준 씨, 지금 새벽 3시에요. 졸리지 않으면 혼자 잠깐 쉬고 있어요. 저는 너무 피곤해요." 진아연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간을 확인한 후 한숨을 내쉬며 그한테 말했다."가서 자! 난 객실에서 잘게." 그는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