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검사만 받으셨는데...""정서훈은 어디 있어?""모르겠습니다! 아마 결과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요!" 경호원은 정서훈이 시키는대로 하는 로봇에 불과했다."밥은 먹었어?" 박시준이 물었다.경호원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대표님을 지키고 있었습니다!""그럼 밥 먹고 와!" 박시준이 말했다. "내가 여기서 지키고 있을게.""네! 식사 하셨습니까? 포장해 올까요?""먹었어. 아연이꺼 포장해 와.""알겠습니다." 경호원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병실을 나갔다.박시준은 병원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잠들어있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니 그녀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그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큰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감쌌다.그녀의 손은 약간 차가웠지만 그가 그녀의 손을 잡자 그녀의 손가락은 약간 움직였다.그녀는 아직 살아 있다.이를 확인한 후 그는 마음이 좀 놓였다.그는 손을 거두고 침대 옆 탁자를 흘끗 보았다.탁자 위에 그녀의 가방과 과일이 놓여있었다.어째서인지 그녀의 가방을 본 순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갑자기 마음이 조여왔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가방을 가져다 열어보았다.안에는 티슈, 알콜 소독제, 면봉이 들어있었다...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달랐다, 가방 안에는 어떤 화장품도 없었다.그녀의 가방을 닫으려 할 때 갑자기 가방의 중간막에서 무언가 잡혔다.그는 칸막이를 열고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종이를 펼치자 그의 손글씨가 적혀있었다.그의 각종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그는 이 쪽지를 보며 목이 메어왔다.그가 그녀에게 써 준 것이다.만약에 그녀를 사랑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녀에게 모든 사적인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문득 그녀가 얼마 전 자신의 각종 계정 비밀번호를 메모장에 적어놓은 게 떠올랐고, 알고 보니 자신도 전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던 것이였다.그가 멍하니 있을 때 베개 옆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라엘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엄마, 숙제 얘기 그만 해요! 진작에 다 썼어요, 맞게 썼는지는 모르겠어요.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숙제 검사해 주는 사람도 없어요.""엄마가 과외선생님 찾아줬잖아? 엄마가 좀이따 전화해서 숙제 검사하라고 할게.""네..." 라엘이는 두 달동안 놀아서 많이 산만해졌다, 숙제 얘기는 하고싶지 않았다.진아연은 딸의 소침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라엘아, 아빠 보고싶어?"그녀는 곁눈으로 박시준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다.그는 틀림없이 라엘이를 보고싶을 것이다.라엘이는 '아빠'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놀란 고양이마냥 펄쩍 뛰었다: "전 아빠 보고싶지 않아요!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 제일 나빠요! 아빠가 아니었으면 엄마도 안 떠났을 거고 저도 이렇게 기분 나쁘지 않을 거에요!"진아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엄마, 갑자기 왜 아빠 보고싶냐고 하는 거에요? 혹시 아빠 옆에 있어요?" 라엘이는 박시준을 한참 꾸짖다 물었다."그래! 네 아빠 지금 바로 옆에 있어!" 진아연은 말하면서 카메라를 박시준을 향해 돌렸다.박시준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몸도 얼어붙었다.영상 건너편에 있는 라엘이도 스톱 버튼을 누른 것마냥 얼어붙었다."둘이 왜 얘기 안 해?" 진아연은 박시준 옆으로 걸어가 함께 딸을 바라봤다. "라엘아, 아빠도 라엘이 많이 그리워해, 동생도 많이 보고싶어 하고. 곧 집에 돌아갈 거야."박시준은 우선 정신을 붙잡고 쉰 목소리로 사과했다: "라엘아, 아빠가 미안해. 아빠 용서 안 해줘도 되니까 그만 화 풀어, 아빠가 마음이 아파.""흥!" 라엘이는 큰 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휴대폰을 들고 이모님을 찾으러 달려갔다. "이모님, 저희 엄마 아빠랑 같이 있어요, 동생은 일어났어요?"지성이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라엘이의 고함소리를 듣고 번쩍 눈을 떴다.이모님은 라엘이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박시준을 보고 격동하며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 아연 씨가 선생님을 찾으실 줄 알았습니다. 여기는 다 잘 지내고 있어
진아연은 체크리스트를 들고 결과를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전에 계획 변경해야 할 거 같네.""맞아. 이 말 하려고 왔어." 정서훈이 말했다. "네 상태 지금 너무 빨리 악화되고 있어. 가능한 빨리 수술해야 해."진아연은 베란다를 흘끗 본 다음 체크리스트를 치웠다: "밤에 얘기 해.""그래. 밥은 먹었어?""아직. 경호원이 사러 갔어."정서훈은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해서 내 아침도 좀 부탁해야 겠어."진아연은 박시준과 아이의 대화를 듣고 싶어 베란다로 걸어갔다.그녀가 막 베란다에 이르렀을 때 베란다의 문이 열렸다.박시준은 영상통화를 마친 후 그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딸이랑 무슨 얘기 했어요?" 그녀는 휴대폰을 건네받고 물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약간 붉어졌다: "딸한테 물어봐! 나 이제 그만 올라가 볼게.""이따 밤에 또 올거에요?" 그녀는 머뭇거리며 물었다.그의 얼굴은 다시 빨개졌다: "상황 보고. 이따 문자 할게.""알았어요." 그녀는 그를 병실 밖으로 바래다줬다.그가 떠난 후 그녀는 병실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정서훈은 진아연을 놀렸다: "둘이 지금 병원에서 데이트하니? 너처럼 이렇게 여유만만한 환자는 처음이야.""내가 너의 실력을 충분히 믿고있다는 거지. 네가 꼭 잘 치료해 줄거라 믿어, 그래서 데이트 할 여유도 있는 거고.""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진 거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 정서훈은 옆에 의자에 앉았다. "네가 그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는데 그래도 여기 남겠다고 하면 너한테 너무 불공평해.""공평하고 말고 그런 거 없어. 다 내가 원해서 한 거야. 그를 다시 되돌릴 수 없어도 원망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정서훈, 나한테 전신마취는 왜 한거야? 그냥 검사 받는 건데... 그리고 나 수술할 때 전신마취 또 해야되잖아."마취를 많이 해도 몸에 좋지 않다.정서훈도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 전신마취를 해야 그녀 몰래 몸속에서 태아를 빼낼 수 있었다."사실 전신마취까진 아니
"집에서 치료하시게요?""응, 의사가 심각하지 않다고 했어.""알겠어요, 그럼 내일 모시러 오겠습니다." 박시준은 말을 마친 후 봉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오늘 밤 수고해줘요."봉민이는 침묵을 지켰다.박시준이 떠난 후 김형문은 봉민을 바라보았다."그가 영아를 빼앗아 가서 속상한 거 안다, 네 능력이 그보다 못하니 어쩔 수 없잖니?" 김형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정할 수 없다면 겸손히 배워라, 언젠가 네가 그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를 대신할 수 있어.""양아버지, 알겠습니다.""영아 어디 아프니?" 김형문이 물었다."저한테 자세히 말해주진 않았습니다. 요며칠 찾아뵈러 못 올거라고만 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제일 먼저 아버님께 말씀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봉민이 말했다. "뭔가 계획이 있는 거 같아요.""영아 어려보여도 절대 생각없진 않아." 김형문은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눈빛은 맑고 강했다. "영아가 김가의 이익을 우선순위에만 둔다면 아무 걱정 없겠는데. 그저...""영아는 이미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녀는 이미 박시준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문자로 알려줬어요."김형문은 이마를 찌푸리며 봉민에게 말했다: "네가 가끔씩 일깨워줘라!""양아버지, 알겠습니다!"별장 안.김영아는 가정부가 만든 수프를 마시며 기분이 매우 좋았다.지금 그녀의 뱃속에 작은 생명이 있다.이 작은 생명이 순조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희망은 있다."이 아이가 진아연의 아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해요." 김영아는 수프를 마시며 가정부와 수다를 떨었다. "지금 제 뱃속에 있으니 제 아이예요."가정부는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말했다: "아가씨, 사람을 찾아서 정서훈을 죽이는 게 어때요? 정서훈만 사라지면 진실은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겁니다."김영아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정서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정서훈이 큰 장애물인 건 맞았다.그가 진실을 말하면 그녀의 뱃속의 아이는 진아연에게 빼앗길 것이다.
진아연은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를 쓰고 박시준을 따라서 조용히 병원을 떠났다. 병원에서 나온 그녀는 즉시 그의 팔을 잡았다."근처 가까운 호텔로 가요! 정서훈이랑 경호원이 오늘 밤 당신이랑 호텔 간 거 알면 엄청 놀릴 거예요.""그래." 그는 대답한 뒤 입을 열었다. "호텔에 가는 건 샤워하기가 더 편해서야.""네, 호텔에서 샤워하기가 더 편하긴 하죠.""넌 지금 환자고 나도 그렇게 늑대는 아니야." 그는 자신을 위해 변호했다.그녀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뭐 저한테 변명까지 하고 그래요! 당신이 늑대인지 아닌지는 제 마음속에 답 있어요.""무슨 답?" 그는 그녀의 빨개진 얼굴을 바라보았다."때로는 늑대고 때로는 군자에요." 그녀는 대답하는 동시에 질문했다. "시준 씨, 당신이 저에 대한 인상은 어때요?""네가 나에 대한 평가랑 같아." 그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네가 먼저 날 유혹했어.""하! 김영아도 분명 당신을 유혹했을 거예요." 그녀는 그의 큰 손을 꽉 잡았다. "넘어갔어요?""나 이미 당신한테 빠져 넘어갔잖아?""양다리 걸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진짜?" 그는 애꿎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의 경박한 반문에 화가 났다.그녀는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그는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앞을 보며 눈빛을 보냈다: "그냥 앞에 있는 호텔로 가자!""네."두 사람은 손깍지를 끼고 앞에 있는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그들 뒤에선 봉민이 어두운 눈빛으로 그들이 호텔에 들어가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봉민은 김영아의 전화를 받고 김형문의 병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박시준과 진아연이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들 눈에는 서로만 보였고 봉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김영아는 박시준과 진아연이 옛 정이 되살아나 알콩달콩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지만 봉민은 견딜 수 없었다.박시준의 행동은 김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게다가 김영아가 아무리 말로는 괜찮다고 해도 어떻게
"제 경호원이나, 정서훈 씨한테 전화 좀 해 줘요. 제가 의식을 회복하고 나면 와 달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수술은 별문제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당신이 이곳에서 무사히 떠나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안심이 될 것 같아.""전 당연히 무사히 이곳을 떠날 거예요.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그녀는 옷을 갈아입은 뒤 휴대폰을 집어 들며 말했다. "전 이만 가볼게요.""그래. 조심히 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알았어요."그녀는 호텔에서 나와 병원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녀는 10분도 되지 않아 병실에 도착했다.다행히 정서훈과 경호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그녀는 세수하러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병실 침대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했다.정서훈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오늘 새벽 4시에 온 메시지였다.네 수술을 해줄 수 없게 되었어. 여자친구가 얼른 귀국하라고 난리야. 먼저 가야 할 것 같아. 정말 미안해!이 메시지를 본 진아연은 매우 놀랐다.그녀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함께 식사할 때, 그가 얘기한 적 있었다.그때, 경호원이 아침 식사를 손에 들고는 병실 문을 열면서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곧바로 휴대폰을 내려놓았지만, 그녀의 표정까지 곧바로 숨길 수는 없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경호원이 아침 식사를 탁자에 올려두었다. "아침에 정서훈 씨를 부르러 갔었는데, 문 앞에 방해하지 말라는 팻말을 걸어두셨더라고요. 정말 이상해요.""그가 떠났어요." 진아연이 말했다. "새벽 4시에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제 수술을 해줄 수 없게 되었다고요.""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 분 혹시 싸우셨어요?" 경호원이 깜짝 놀라 물었다.오늘이 바로 수술 당일인데, 주치의가 떠나버렸다니! 그럼 도대체 어떻게 수술한단 말인가?"여자친구가 얼른 돌아오라고 화냈나 봐요. 그래서 먼저 떠났대요." 진아연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른 의사를 찾으면 되죠. 수술이 그
B국.위정이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정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정서훈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오늘은 진아연의 수술일이다. 그는 수술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고 싶었다.그가 Y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확인하며 Y국으로 갈 계획을 세우던 찰나, 진아연에게서 전화가 왔다."위정 선배, 배터리를 충전하느라 휴대폰은 병실에 두고 잠깐 나갔다 오는 길이예요." 진아연은 의사와 수술 방법에 관한 논의를 마친 후, 지금에서야 병실로 돌아왔다."오늘 수술이지?""네." 그녀는 잠시 망설임 끝에, 그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서훈 씨가 일이 생겨서 귀국했어요. 그래서 이 병원의 다른 의사에게 수술받기로 했어요."위정이 깜짝 놀랐다. "뭐라고?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생겼길래? 수술 후에 귀국해도 되잖아? 언제 떠났어?""오늘 새벽 4시에 저한테 메시지를 남겼더라고요. 아마 그때 떠났겠죠!" 진아연의 기분은 이미 평정을 되찾았다."왜 수술을 끝내고 가지 않은 거야?" 위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서?""급한 일이 있었겠죠! 그렇게 큰 수술도 아닌 걸요, 뭘...""뇌외과 수술이야, 그게 큰 수술이 아니면, 뭐가 큰 수술이야?! 정서훈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수술해 주겠다고 말이나 하지 말던가! 어떻게 수술 전날 이렇게 말을 바꿀 수가 있어!" 위정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따 내가 정서훈 씨한테 전화해볼게!""위정 선배, 그러지 말아요. 서훈이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진아연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수술이 끝난 후에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거기 의사는 괜찮아?""김형문이 아플 때마다 이 병원을 찾는다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진아연이 화제를 돌렸다. "시은 씨랑 운석 씨는 어때요?""다 잘 지내." 위정은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박시준과 진아연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시은 씨는 많이 좋아졌어. 최운석 씨가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고 있거든.""다들
가정부가 삼계탕 한 그릇을 가져와 김영아에게 건넸다. "아가씨, 보셨죠. 박시준 씨의 마음은 이 집에 있지 않아요. 진아연 씨가 여기 없다면 저러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김영아는 삼계탕을 가져와 한 숟갈 뜨고는 말했다. "이따 아버지께 말씀을 좀 드려봐야겠어요. 하지만 오늘은 진아연의 수술일이니, 떠나더라도 병원에서 며칠은 더 지낸 후에야 떠날 수 있겠죠. 진아연이 떠나면, 시준 씨도, 시준 씨의 마음도 집으로 돌아올 거예요.""맞아요. 여긴 김씨 가문의 구역이에요. 박시준 씨가 이전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든, 진아연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든, 둘 다 이곳에선 어쩔 도리가 없어요. 박시준 씨는 성실하게 남편 노릇을 해야 해요. 진아연도 반드시 이곳을 떠나야 하고요."가정부의 말에, 김영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삼계탕을 다 먹은 후, 그녀는 가정부와 함께 김형문의 집으로 향했다."아빠, 오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김영아가 김형문의 손을 잡고 물었다.김형문은 딸을 바라보며 반문했다. "어제는 뭐 했니?""제 뱃속에 시준 씨의 아이가 있어요." 김영아가 대답했다. "아빠, 진아연을 여기서 멀리 보내버려요! 진아연이 떠나면, 시준 씨도 마음 편히 이곳에 머물 수 있을 거예요.""아이라니?" 김형문이 깜짝 놀랐다.김영아가 상황을 설명하자, 김형문은 눈살을 찌푸리며 언짢아했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이 아이의 역할은 시준 씨를 이곳에 붙잡아 두는 거예요. 일단 시준 씨가 여기 남으면, 아이 낳는 거야 뭐 그리 대수겠어요?"김영아의 말에 김형문이 인상을 풀었다. "그래, 영아야, 넌 시준이가 여기에 남도록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진아연이 한 것처럼 시준이의 마음도 꽉 붙잡아야 해. 시준이는 진아연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야. 너도 시준이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해." 김영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빠. 그렇게 할게요."병원.모든 수술 준비가 끝나고, 진아연이 수술실로 보내졌다.경호원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