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가 모두를 삼킬까 두려웠다."오늘 진아연을 만났다며? 왜 그렇게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거야?" 김형문이 화제를 돌렸다. "내가 사람을 보내 내쫓을까? 널 귀찮게 하지 않게 말이야.""예전에 산이 형에게 병을 치료해 준 적이 있어요. 만약 산이 형이 우리 편에 서준다면 우리에겐 좋은 일이에요." 박시준은 그녀를 건드리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꽤 설득력이 있는 말을 뱉었다."알았어! 그럼 산이의 얼굴을 봐서라도 내가 참지. 계속 널 찾아오는 게 네 기억을 회복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김형문이 귀띔했다. "난 이미 내 딸을 너에게 줬어. 너도 잘 보살펴 준다고 나한테 약속했고, 그러니 기억이 돌아와도 내 딸을 실망하게 하면 안 돼.""안 그래요." 박시준은 잔에 든 술을 원샷하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김영아의 조그마한 손을 꼭 잡았다. "영아는 착한 여자예요. 이런 여자만이 내 아내가 될 수 있어요."김형문은 크게 소리 내 웃었다. "내 딸이 착하긴 하지. 너한테 살갑게 대하라고 내가 가르쳐 줬거든. 나중에 널 화나게 하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대신 혼내줄게.""아빠, 시준 씨 앞에서 말 좀 가려서 할래요?" 김영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시준 씨는 내 남편이에요. 그러니 제가 당연히 살갑게 대하는 거죠. 저 말 잘 들어요. 걱정하지 말아요."저녁 식사 후, 기사는 박시준과 김영아를 신혼집으로 데려갔다.그들의 신혼집은 박시준이 예전에 살던 별장이었다.그 별장은 김형문의 별장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있었다.몇 분 후, 차가 신혼집에 도착했다.김영아가 먼저 차에서 내리더니 박시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술을 마신 그는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시준 씨, 의사 선생님께서 2주 동안은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했어요. 아빤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에게 술을 권했네요." 김영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방에 돌아가 샤워해요. 도우미에게 해장국을 끓이라고 할게요."박시준은 침실로
진아연은 그에게 김영아와 합방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김영아와 합방하고 싶었다.그는 자신이 이미 과거의 박시준이 아니라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시준 씨, 떨려서 그러는 데 좀 있다... 부드럽게 할래요?"김영아는 부끄러운 듯 말을 하며 그의 잠옷을 풀었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향수 뿌렸어?""네, 좋은 냄새 나죠?" 김영아는 고개를 들고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오늘 밤 그녀는 남자들이 다 좋아한다는 향수를 뿌렸다."냄새가 안 좋아." 박시준은 잠옷을 다시 입었다. "씻고 와.""네... 사실 저도 이 냄새가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김영아는 살며시 웃으며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강렬한 향기 탓인지 그는 갑자기 김영아에게 흥미를 잃었다.그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아직 이른 시간이었다.그는 성큼성큼 침실을 나와 도우미에게 해장국을 끓여달라고 부탁했다.약 15분 후 샤워를 마친 김영아가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하지만 침실에서 박시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재빨리 잠옷을 입고 방에서 나오다가 해장국을 들고 올라오는 도우미와 마주쳤다."시준 씨 못 봤어요?" 김영아가 물었다."저한테 해장국을 끓여 서재로 갖다 달라고 하셨어요." 도우미가 말했다. "아가씨가 가져다 드리는 건 어때요?"도우미는 오랜 시간 동안 김영아를 돌봐왔기 때문에 그녀의 입장을 잘 생각했다."왜 서재에 간 거지?" 김영아는 중얼거리며 국을 받아들고 서재로 걸어갔다.서재 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이 켜져 있었고 박시준은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걸 보았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본 박시준은 곧 전화를 끊었다."할 일이 있으니 당신 먼저 자.""알았어요." 김영아는 해장국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해장국 드시는 거 잊지 말아요. 전 침실에 돌아가...""게스트 룸에 가서 자." 그가 그녀의 말을 끊
"아가씨, 대표님이랑 함께 있는 거 아니었어요?""지금 바빠요, 내 도움이 필요 없대요." 김영아는 소파에 앉아 묵묵히 과일을 먹었다. "나한테 별 흥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덜 예쁜 건가요? 지난번에 전처를 봤었는데 내가 전처보다 훨씬 예쁜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난 전처보다 더 젊은데."도우미가 그녀를 칭찬했다. "아가씨가 당연히 전처보다 훨씬 예쁘죠. 안 그러면 대표님이 왜 그렇게 쉽게 아가씨랑 결혼했겠어요?""하지만 방금 옷을 벗겼는데 그 사람이 도로 입었어요." 김영아는 나지막이 추측했다. "몸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아가씨, 대표님은 방금 수술을 마쳤으니 몸이 아직 약할 거예요. 한 달 뒤면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도우미가 그를 위로했다. "몸매도 훤칠하고 진아연이랑 아이를 셋이나 낳았으니 문제없을 거예요."김영아는 그제야 걱정을 내려놓았다.다음 날 아침.박시준은 병원에 갔다.부원장은 그의 몸 상태를 물은 후 뇌 CT를 촬영하라고 했다."박 대표님, 이건 귀띔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박 대표님께서 오늘 검진받으러 온다는 걸 전처분께서 어떻게 아셨어요. 박 대표님께서 오시기 전에 저한테 찾아와 박 대표님이 왔냐고 묻더라고요."박시준은 갑자기 그녀가 어제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가 기억을 되찾기 전까지 그녀는 매일 그를 찾아올 것이라 했다.그는 진단서를 받아들고 부 원장실에서 나오다가진아연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진아연은 검은색 노트를 그의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 "당신의 노트예요. 당신이 수술받기 전에 적어놓은 내용이 있는데 당신이 이걸 받으면 지금 당장 갈게요."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손에서 노트를 받아들었다.그가 노트를 받아들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진받으러 왔죠? CT실은 6층에 있어요. 가보세요.""진아연, 내가 기억을 되찾으면 널 다시 사랑할 거라 생각하는 거야?" 그는 오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잊긴 했지만 난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돼.
지나가던 간호사가 정서훈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휠체어를 가져왔다.진아연은 정서훈을 밀고 응급실로 향했다.응급실에 도착한 정서훈은 차츰 정신을 되찾았다.그는 여전히 가슴이 아파왔고 진아연이 왜 이렇게 폭력적인 박시준을 좋아하는지 마음이 아팠다."진아연, 박시준이 조금만 힘을 더 줬더라면 나 B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을 거야... 언젠가 미쳐 널 죽일까 두렵지도 않아?" 그는 지금 진아연의 운명이 걱정되었다.박시준은 지금 진아연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진아연은 그를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녀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는 건 박시준에게 천국일지도 몰랐다."미안해! 정서훈, 누군가 기습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다음번엔 마주 보며 인사하면 돼." 진아연이 설명했다."다음번이 또 있어? 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 정서훈은 어이없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아. 입원해야 할지도 몰라."그의 말대로 CT를 찍어본 결과 그의 갈비뼈에 가벼운 골절이 보였다.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A국.라엘은 오늘 휴식하는 날이었고 김세연은 라엘을 스타팰리스 별장으로 데려다주었다.라엘이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이모님이 박시준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말해줬다."오빠가 말해줬어요!" 라엘은 억지로 웃어보려 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오빠가 그러는데 아빠한테 새 아내가 생겼대요."이모님도 이 일을 알고 있었지만 무슨 오해가 생긴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지금 대놓고 박시준을 위해 변명할 수 없었다.이 일은 너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엘아, 너의 고모가 지금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 너의 아빠의 친동생 말이야." 이모님이 화제를 바꿨다."오빠가 그러는데 이 고모가 성빈 삼촌의 애를 임신했다고 했어요." 라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겨우 며칠 집에 없었는데 너무 많은 일이 생겼어요. 힘들어요."라엘은 기분이 언짢아 소파에 누웠다.아빠가 다른 나라에 있고 새 아내가 생겼는데 엄마
"그래."두 사람은 마치 친한 친구처럼 말이 아주 잘 통했다.성빈은 문 앞에서 신발을 갈아신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마음이 상했다."최은서, 우리 얘기 좀 해." 성빈은 최은서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 일은 우리끼리 해결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성빈 삼촌, 은서 고모는 내 고모인데 왜 괴롭혀요?" 라엘은 화가 난 눈초리로 성빈을 노려보며 최은서를 두둔해 나섰다."라엘아, 난 은서를 괴롭힌 적이 없어." 성빈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거야. 걱정하지 말아. 절대 은서를 괴롭히지 않을 거니까.""그래요? 그럼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 라엘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우리 아빠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할 건가요?"성빈은 충격을 받았다."그럼 내가 네 고모랑 결혼하면 책임지는 거야?"라엘: "그건 고모가 삼촌이랑 결혼해줄지 봐야 알죠. 삼촌이 결혼하고 싶다고 고모가 결혼해준다는 보장은 없어요."성빈: "...""고모는 젊고 예쁜데 삼촌은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더 많죠?" 라엘의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세연이 삼촌이 그러는데 나이 든 남자들은 똑똑하고 현실적이고 오만하고 민감하다고 했어요. 그래도 젊은 남자가 더 좋다고요."성빈이 김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하고 어이없는 생각을 라엘이한테 심어주는 거예요? 당신이 젊어서 그래요?"김세연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럼요."성빈: "...""최은서, 나랑 단독으로 얘기하기 싫다면 여기서 얘기해." 성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너 진아연 씨 집에서 계속 산다는 건 말이 안 돼. 우리 집이 마음에 든다고 하지 않았어? 너 내집에서 살아.""그럼 당신은요?" 최은서가 물었다."혼자 사는 게 무섭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같이 살아줄게. 이제 배가 불러올 텐데 급한 일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 성빈은 밤새 잠을 설치며 고민한 결과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결정했다.결혼하든 안 하든 먼저 아이를 순조롭게 낳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비밀이라기보다는 프라이버시였다.진아연은 모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부 적어놓았다.하지만 그는 관심이 없었다.그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노트를 한 장씩 넘기다가 그녀가 붙여놓은 사진을 보았다.그들이 예전에 찍었던 다정한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그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심지어 카메라 앞에서 그는 그녀의 얼굴에 뽀뽀하고 있었다.그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변했으며 체온도 급상승했다.그는 손가락으로 빠르게 노트를 넘겼다... 뒷부분은 전부 그와 그녀의 사진이었다.거실, 주방, 침실에서 찍은 사진들이었고 레스토랑, 거리, 해변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그는 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의 과거는 이미 실패로 판정이 났고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노트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박시준 씨, CT 결과가 나왔습니다." 방사선과 전문의는 인쇄된 보고서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회복은 잘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머리를 너무 쓰지 말고 격렬한 운동도 하면 안 돼요. 휴식을 많이 취하시고요.""고마워요." 그는 진단서를 손에 들고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눈길을 옮겼다.그가 꿈쩍도 하지 않자 의사가 입을 열었다. "진단서를 유 부원장님에게 보여주세요.""좀 있다가 갈게요.""또 다른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의사는 그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물었다."아니에요 .계속 일 보세요." 그가 대답했다.의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서서 CT실로 들어갔다.CT 실 문이 닫히자 박시준은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검은색 노트를 집어 들었다.노트를 펼치고 첫 장을 찢더니 노트를 다시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는 사진을 보고 싶지 않았고 노트를 간직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진아연의 프라이버시는 폭로할 수 없었다.그는 찢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병원에서 나오자 기사가 그를 보고 차 문을 열어 주었다
그 검은색 뷰익은 그들의 뒤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박시준이 전방의 도로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좀 세우지.""알겠습니다."기사는 곧바로 속도를 높여,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가로 차를 몰았다.경호원도 그 뒤를 따라 방향을 바꾸었다.그 결과, 차의 방향을 바꾼 순간, 길 한편에 멈춰 서 있는 박시준의 차가 보였다.경호원이 브레이크를 밟아 급히 차를 멈춰 세웠다. 박시준이 차에서 내려 경호원의 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경호원이 낮은 목소리로 욕을 읊조리며 차창을 내렸다.박시준은 그의 얼굴을 보고는, 놀란 듯 놀라지 않은 듯한 눈빛을 비췄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미행을 할 순 없을 것이다."진아연이 날 미행하라고 시켰나?" 박시준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경호원: "맞습니다! 대표님의 지시가 아니라면, 제가 왜 당신을 미행하겠습니까?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겠지요. 그러니 절 방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일개 직원일 뿐입니다."박시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나를 미행하라고 시켰지?""대표님께선 당신의 집 주소를 알고 싶어 하십니다." 경호원이 솔직하게 답했다. "박 대표님, 주소를 좀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럼, 저도 일찍이 퇴근할 수 있습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오늘 박 대표님의 주소를 알아내지 못하면, 하루 종일 미행 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길 원치는 않으실 것 아닙니까?"박시준은 속을 읽을 수 없는 눈빛을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 "진아연은 죽음이 무섭지 않은가? 당신도 마찬가지고?""저야 당연히 무섭죠! 저희 대표님 때문에 기분이 상하신 거라면, 대표님과 말씀하세요! 저는 때리지 마시고요." 경호원이 납작 엎드렸다. "박 대표님, 사실 저희 대표님께서 박 대표님의 주소를 찾으시는 게, 꼭 박 대표님과 사모님을 괴롭히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아마 언젠가 박 대표님께서 살해당해, 장례를 치를 일이 생길까 걱정하시는 걸 거예요."박시준의 눈꺼
운전기사는 박시준을 별장으로 데려다주었다.차가 멈춘 뒤, 박시준이 차에서 내렸다.김영아는 불꽃처럼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시준 씨, 검사 결과는 어때요?"박시준: "괜찮아. 의사 말로는 더 쉬라네."김영아는 그의 팔을 끌어당기며, 그와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그럼, 당분간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아버지께 말씀드리기 뭐하면, 제가 대신 얘기해볼게요." 김영아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아버지는 당신한테 일을 시킬 줄만 알지, 당신 건강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나한텐 당신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에요.""영아야,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은 거야?" 박시준이 그윽한 눈으로 그녀가 입은 붉은 드레스를 보더니, 화제를 돌렸다.김영아가 신이나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에 비밀 손님이 올 거거든요! 누군지는 아직 비밀이에요. 이따 저녁 되면 알게 될 거예요."박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당신 생일인데, 갖고 싶은 거 없어?"김영아가 약간 얼굴을 붉히곤, 쑥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자기 입으로 갖고 싶은 선물을 얘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이 주고 싶은 게 바로 내가 갖고 싶은 거예요. 당신이 뭘 선물하던, 난 다 기쁠 거예요. 당신이 준 거라면, 난 뭐든 소중히 간직할 거예요."김영아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그와 반대로, 진아연은 입만 열면 그를 머리 아프게 했다.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김영아처럼 교양 있고, 얌전하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자를 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더 진아연에게 향하고 있었다."영아야, 우리 쇼핑하러 갈까? 오후에 나가서 선물 사줄게!"그의 제안에 김영아는 웃음꽃을 피운 채 발끝을 세워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남편! 아침에 아무것도 못 먹었다던데, 지금 배고프죠? 당신 주려고 찌개를 끓였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A국의 요리를 했으니, 가서 맛 좀 봐요!""응."어느새 시간이 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