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그녀를 무관심하게 바라보았다.그의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은 몇 년 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그때 그는 식물인간 상태로부터 막 깨어나, 누구에게나 차갑고 무정한 태도를 보였었다.지금과 똑같았다.그는 왜 이러는 걸까? 그는 그녀를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대했다.아니, 그는 그녀를 낯선 사람처럼 대한 것이 아니었다. 아예 적으로 대했다.그는 자신이 잃은 모든 것이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에게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어떤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그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그녀를 스쳐가며 바람을 일으켰다!몰아치는 밤바람은 마치 그녀의 뺨을 때리는 것 같았다! 그녀를 따갑게 했다.그녀는 슬픈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가 지금 죽더라도 그가 더 이상 자신을 쳐다보지 않을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이 달려와 진아연을 부축해 일으켰다."대표님! 왜 쓰러져 계십니까?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경호원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박시준 씨와 얘기가 잘 안됐습니까? 또 새 와이프한테로 간 것 같던데요."진아연은 고통스럽게 숨을 내쉬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남자한테 새로운 애인이 생기면 다 이렇습니다." 경호원은 그녀를 껴안고 급히 김형문의 집을 떠났다. "일단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런 모습 보시면 다시는 못 나오게 할 것입니다.""이해가 안 돼... 어떻게 그 사람이 다른 여자와 그렇게 빨리 사랑에 빠질 수 있었는지..."경호원은 그녀를 차로 데려가 안전벨트를 매고 티슈를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대표님, 우선 치료를 받으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방금 바닥에 쓰러지셨는데 못 일어난 겁니까?" 경호원은 방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속수무책인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몹시 괴로웠다.박시준은 마음은 너무 독했다!김형문에게 충성을
그가 변한 건 확실했다! 낯설고 냉정하게 변했다. 도리를 따지려 해도 통하지 않았고 예정을 떠올리려 하면 아예 거부했다.그녀의 마음은 돌이 막힌 것처럼 무겁고 고통스러웠다.아마도 집념을 내려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다음 날 아침.진아연은 정서훈과 함께 B국으로 가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굳이 B국에서만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Y국에 머무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박시준은 과거와 완전히 작별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그녀가 여기 남는 것은 그에게 방해만 될 뿐이다.그녀는 짐을 챙길 때 검은색 노트를 들고 멍하니 서있었다.그것은 박시준의 것이고 그에게 돌려줘야 했다."기억 제거술이 정말 대단한 가봐요! 박시준이 전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네요! 어젯 밤에 전처가 그를 찾아갔었는데 그가 밀쳐 넘어뜨렸답니다...""그럼 우리 병원 이제 유명해지는 건가요? 여하튼 부원장님이 직접 박시준 씨께 집도하셨으니까요."대화소리가 진아연의 귀로 흘러갔다.진아연은 충격으로 창백해진 상태로 직시 문밖으로 나갔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방금 얘기를 나누던 두 간호사를 따라잡았다 그중 한 명의 팔을 잡았다."기억 제거술이라니요? 세상에 어떻게 기억 제거술이 있을 수 있어요?" 그녀는 놀라움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부원장이 누구예요?!" 두 간호사는 진아연을 알아보고 당황했다."진 아가씨,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아직 떠나지 않으셨나요?""네, 저는 퇴원할 예정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퇴원 절차를 도와주러 갔습니다." 진아연은 두 사람을 자신의 병실로 끌어들였다. "당장 말해줘요, 기억 제거술이라뇨?! 시준 씨가 왜 이 수술을 해요? 혹시 누가 강제로 시킨 건가요?""아닙니다! 박시준 씨가 자발적으로 한 것입니다. 진 아가씨, 그래도 전처인데 직접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당신들이 그랬잖아요, 기억 제거술을 받고 나서 아예 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아연은 울컥했지만 오히려 한숨이 놓였다.
이 말을 들은 정서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의사로서 환자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오랜 친구로서, 진아연의 병이 그녀와 박시준의 감정보다 더 심각했다."박시준이 기억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 어떡해? 만약에 그가 기억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정서훈은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계속 끌기만 할 거야? 지금은 종양이 크지 않지만 나중에 커지면 빠르게 악화될지도 몰라....""정기적으로 검진받을게. 종양이 커진다면 바로 수술받을게. 정서훈, 내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않을 거야."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 수술받은 지 얼마 안 돼서 기억 회복하기 제일 쉬울 때야. 일단 한 달만 줘, 한번 해볼래!""딱 한 달이야." 정서훈은 목을 굴렸다. "한 달이 지나고 그가 여전히 네게 감정이 없으면 바로 수술받아야 해.""알았어." 진아연은 친구가 이해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정서훈, 네 시간 너무 오래 뺏었다. 먼저 돌아가서 출근해! 수술 결정하고 다시 올게."정서훈은 고개를 저었다: "나 일하기 시작한 후부터 한 번도 안 쉬었어. 지금까지 아껴둔 연차 쓴다고 생각하지 뭐. 네가 수술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여. 넌 노 교수님의 가장 자랑스러운 제자였어.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노 교수님도 분명 마음이 아프실 거야. 비록 이미 돌아가셨지만 내 마음속에 항상 살아계셔."정서훈의 말을 듣고 진아연의 눈가에는 커다란 눈방울이 맺혔다."정서훈, 내가 신세 진걸로 치자. 나중에 나를 필요로 할 때가 오면 기꺼이 도울게.""아니야. 우리가 바뀌어서 네가 나였어도 분명 도와줬을 거야." 정서훈은 이마를 찌푸렸다. "난 네가 좀 이성적이지 못한 거 같아. 박시준이 지금 기억을 잃었어도 적어도 아픈 데는 없어. 네가 수술하고 그를 찾아가도 다 같아."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달라. 수술하고 회복하는데 적어도 한 달은 필요해. 이 한 달 동안 변수가 너무 많아. 김형문이 어떤 사람인지 너는 잘 몰라. 시준 씨 이 수술받게 한 것도
모두 침묵했다.여소정만이 대꾸했다: "너희 남자들은 좋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성빈이는 이 말에 자극을 받았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재미없지.""네가 최은서 배 나오게 만들었다던데, 책임도 안 지려고 하고? 아니니?" 여소정은 그의 입을 막았다. "최은서 같은 여자로서 참 안쓰러워, 너 같은 나쁜 놈 만나고."하준기는 그녀를 팔꿈치로 부딪치며 그만 말하라고 말렸다."나쁜 놈인데 말도 못 해? 박시준이라도 여기 있으면 앞에 대놓고 나쁜 놈이라고 욕할 거야!" 여소정은 오늘 성빈에게 화풀이하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나 최은서 책임 안 지겠다고 한 적 없어! 찾아갔는데 이미 다른 사람 찾았다는데 뭐! 내가 무슨 말 더 하겠냐? 새로 찾은 남자랑 한판 떠봐? 웃겨 정말!" 성빈은 잔을 들고 원 샷 했다.조지운은 성빈을 위해 포도주를 따라주었다."그럼 최은서가 왜 애 빠인 너를 두고 다른 사람을 택했는지 잘 반성해 봐. 결국엔 네가 나쁜 놈이라서야!" 여소정은 정곡을 콕 찔렀다.성빈은 연이은 꾸짖음에 눈이 빨개졌고 어안이 벙벙해졌다."나는 최은서를 만난 적이 없지만 아연이가 말해줬었어, 최은서는 매우 가련한 여자라고, 어릴 때부터 사랑도 못 받았고, 조금만 잘해줘도 잘 따른다고." 여소정은 말했다. "분명 네가 잘해주지 않았을 거야!"성빈은 할 말이 없었다: "뭘 어떻게 잘해줘야 되는데? 결혼하라고? 난 못해! 은서와 난 서로 다른 세상의 사람이야...""그럼 왜 그렇게 우울해하는데? 최은서랑 다른 사람이랑 잘 살면 되겠네! 너도 책임질 필요 없고. 앞으로 아이가 태어나도 너랑 아무 상관 없고." 여소정은 눈을 깜빡였다. "아니면 혹시, 최은서는 싫고 아기는 갖고 싶은 거야?"성빈: "..."여소정: "쓰레기! 박시준도 나쁘지만 적어도 아연이랑 아이는 안 뺏았어!"성빈: "..."마이크는 성빈이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 "성빈아, 너 정말 아이를 원하는 건 아니지?""쓸데없는 소리! 내 아이인데 당연히 원하지!
"아이 키우는 데 돈이면 되지, 한이 형 돈 걱정은 안 해도 되지!" 마이크는 성빈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났다. "최은서는 원래 병원에 가서 유산하려고 했어. 한이 형한테 같이 가달라고 했는데 둘이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결국엔 한이 형이 키우기로 했대."성빈이의 마음속의 분노는 삽 시에 사라졌다.이제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한이가 생물학적 아버지인 너보다 낫다! 한이는 아직 열 살도 안 되는데! 부끄럽지도 않니?" 여소정은 비웃었다."그만해! 충분히 창피하니까!" 성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은서 다른 재간은 없고 사람 약 올리게 하는 실력은 아주 일류야. 아무 얘기도 안 해주고 나 일부터 화나게 하고.""한이 성격 얼마나 차갑니, 최은서가 한이랑 잘 지내면서 너랑은 못 지내는 게 누구 때문인지 딱 보면 알지." 여소정은 쏘아붙였다."그래, 내 문제야. 집에 가서 잘 반성할게. 진정하고 다시 찾아가 얘기할게." 성빈이는 졌다.Y국.진아연이 병원을 떠난 후 정서훈은 진아연의 전 담당 의사를 통해 부원장님에게 연락했다.두 사람은 병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진아연 씨랑 사이좋으시죠?" 부원장님이 물었다."괜찮습니다. 전에 함께 노경민 교수님 밑에서 대학원생 공부했었습니다. 같은 교수님이다 보니 이번에 그녀에게 일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정서훈은 솔직하게 말했다. "유 부원장님, 주로 기억 제거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 연구 성공했다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임상 사례도 겨우 300건에 불과합니다." 부원장님은 겸손하게 말했다. "동물 실험도 포함돼 있죠.""그럼 어떻게 감히 박시준에게 이런 수술을 했습니까?" 정서훈은 이해가 안 갔다. "수술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인데 어떻게 감히 인체에 적용할 수 있습니까?""이 수술이 큰 상처나 부작용이 없기 때문이죠. 이 연구에 투자하신 김형문 씨도 이 수술을 받았습니다." 부원장이 말했다. "당신은 아마 큰 고
진아연은 차에 오른 후 휴대폰을 켜고 누군가의 번호를 눌렀다.전화 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려서야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산이 오빠, 안녕하세요, 진아연이예요."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박시준의 카카오톡에 접속해서 번호를 찾았어요."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도움이 필요해요.""진 닥터님, 예전에 포레스트 별장에 있을 때 빚을 다 갚은 거로 아는데요. 전 이미 진아연 씨에게 빚진 거 없어요. 그러니 도와드릴 수 없어요." 산이 형이 단칼에 거절했다."네, 그건 다 갚은 거 맞아요. 하지만 앞으로 제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나이가 늘어감에 따라 뇌 질환에 관한 위험이 점점 더 커져요. 나중에 아프실 때 절 찾아오시면 제가 무료로 치료해 드릴게요."그녀의 제안에 산이 형은 마음이 움직였다."무슨 도움이 필요한데요?" 산이 형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씩 웃었다. "제가 박시준을 빼앗아오기라도 하길 바라는 건 아니죠? 어젯밤에 김형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서 알고 있어요.""박시준을 당신 집으로 초대해 줘요. 돌려줄 물건이 있어서 그래요.""겨우 그거예요?""네, 그거면 돼요."산이 형: "알았어요. 지금 초대할게요."얘기가 끝난 후 진아연은 산이 형이 보내온 주소를 받았다.그녀는 주소를 경호원에게 보내주고 지금 차를 끌고 그리로 가라고 했다."대표님, 꽤 능력자신데요!" 경호원이 감탄했다."6인 법칙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어요? 세상이 이렇게나 큰데 어떻게 6인으로 아무렇게나 두 사람을 연결할 수 있냐고 안 믿었어요.""이젠 믿는 거예요?"진아연은 이 의미 없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약간 떨려요. 박시준이 절 보고 그냥 가버릴까 봐 겁나요."경호원도 긴장했다. "대표님, 청춘 드라마를 본 적이 있어요?""네?""제 아내는 아주 즐겨봐요. 그래서 저도 좀 봤거든요." 경호원이 말했다. "좀 있다 박
약 한 시간 후, 검은색 차 한 대가 별장 앞마당으로 들어섰다.산이 형이 진아연에게 귀띔했다. "당신 남자가 왔네요."진아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내 남자가 아니라 채권자예요."그는 어젯밤 그녀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여러 번 말했다.그래서 그녀는 밤새 잠을 설쳤다.지금 떠올려도 그녀는 심장이 아팠다.차가 멈추더니 문이 열리고 박시준이 내렸다.그는 오늘 여전히 검은색 옷과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어 크고 훤칠해 보였다.그의 경호원은 그와 함께 거실에 들어오지 않았다.신발을 갈아 신고 거실로 들어오던 그는 진아연의 얼굴에 시선을 멈췄다.놀란 눈빛이 스쳤다.낮에 봤던 그녀와 밤에 본 그녀는 어딘가 느낌이 달랐다. 아마 사람은 낮에 더 냉정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일 것이다."시준, 어서 와." 산이 형이 말했다. "몸은 좀 어때?""괜찮아." 박시준이 평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산이 형의 손에서 찻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내려놨다."영아와 결혼식을 할 생각은 없고?" 산이 형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큰 선물을 준비했는데 너희들이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좀 있다가 가지고 가.""당분간 결혼식을 올릴 계획은 없어요." 박시준은 진아연을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이 문제를 스스럼없이 말했다. "요즘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네가 바쁘다는 건 잘 알아. 김형문이 엉망진창이 된 일을 다 너한테 맡겼지? 하하, 조언 하나 할게.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너무 억지 부리지 마. 그러다가 죽어." 산이 형이 담담하게 말하며 진아연을 힐끗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박시준을 향해 말했다. "진아연 씨가 널 만나고 싶다고 하니까 얘기를 나눌지 말지는 네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산이 형은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박시준은 티포트를 들고 여유롭게 찻잔에 물을 부었다."시준 씨, 돌려줄 게 있어요." 진아연은 검은색 노트를 그의 앞에 내놓았다. "이건 김형문이 며칠 전 저에게 준 건데 당신 물건이니 돌려줄게요."
"어떻게 산이 형을 설득한 거야?""다 방법이 있어요."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 "시준 씨, 당신이 날 잊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 나의 청춘, 그리고 모든 열정과 사랑이 다 당신과 연결돼 있어요. 우리의 과거는 당신이 지우고 싶다고 해서 지워지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해서 내가 물러날 수 있는 게 아니에요."박시준은 주먹을 꽉 쥐고 어떻게 그녀의 말에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렇다고 그는 그녀에게 손을 댈 수도 없었다.그녀에게 손을 쓴다고 해도 여기에서 그럴 순 없었다."정말 나한테 아무 느낌 없어요?"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쥐고 말했다. "고개를 돌려 날 봐요.""뭐라는 거야?" 그는 차갑게 비웃었다."당신은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긴다는 걸 잘 알아요. 전 당신이 날 다 잊었다는 걸 안 믿어요." 그녀는 미친 듯이 안간힘을 다해 그의 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을 그의 목에 감더니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그의 익숙한 숨결이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모든 감정을 불러냈다.지금은 다른 여자의 남편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자신에게 이토록 차갑게 대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그는 갑자기 그녀를 밀치고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진아연, 예전에도 이런 악랄한 수단으로 날 갖고 놀았던 거야?""그래요!" 그녀는 빨간 입술을 깨물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러니 나한테 놀아나는지 한 번 해볼래요?"그는 그녀의 말에 화가 났다.그녀를 정말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마침내 그는 앞에 놓인 검은색 노트에 분풀이했다.그는 노트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했다."시준 씨, 날 정말 잊은 거예요?" 그녀는 훤칠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을 비웃듯 말했다. "당신이 날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네요."그의 발걸음이 멈칫하더니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그가 떠난 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