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 줄 알았다.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그가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ST그룹을 말하는 걸까?"박시준 씨, 좋아요. 그럼 대체 뭘 가져가실 건지 말해주시죠!" 그녀는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저희 둘이 이야기하시죠! 저도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으니."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그와 함께 빠져나왔다.이곳은 김형문의 집이다. 어디를 가든 김형문의 눈과 귀가 있을 것이다.두 사람은 외진 곳에 다다르자 발걸음을 멈췄다."박시준 씨, 아무 말 하지 말고 제 말 잘 들으세요." 진아연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시은 씨의 신부전 때문에 최운석 씨의 신장 이식을 위해서 박한과 타협했죠. 최운석 씨의 신장만이 일치했으니깐. 하지만 그들은 최운석 씨를 숨겼죠! 시은 씨의 건강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고요.""당신은 시은 씨를 살리기 위해 결정한 거예요. 말을 하진 않았지만 당신이 이런 결정을 내릴까 봐 제가 당신의 모든 지분을 최운석 씨에게 넘겼어요. 박한과 박우진에게 넘긴 게 아니에요. 최운석 씨는 지금 B국에 있어요. 저랑 같이 가요. 최운석 씨를 데리러 가요. 당신은 여전히 ST그룹의 대표님이 맞아요. 잃은 게 없어요. 그러니깐... 우리 다시 돌아가요... 네?"그녀는 말을 마친 뒤, 그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그녀는 자신이 그가 원하는 정보를 다 말했다고 확신했다.그가 이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같이 말이다.비록 유쾌하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시은 씨는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었고, 지분 역시 그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박한과 박우진은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었다.좋은 결말이 될 수 있었다.다만 박시준이 오해를 했을 뿐."됐어." 박시준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위선자인 주제에. 내 몫은 내가 되찾아.""시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정원에서 말한 거 다시 말해줘? 이렇게 만든 네게는 곧 대가를 치르게 할
박시준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그녀를 무관심하게 바라보았다.그의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은 몇 년 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그때 그는 식물인간 상태로부터 막 깨어나, 누구에게나 차갑고 무정한 태도를 보였었다.지금과 똑같았다.그는 왜 이러는 걸까? 그는 그녀를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대했다.아니, 그는 그녀를 낯선 사람처럼 대한 것이 아니었다. 아예 적으로 대했다.그는 자신이 잃은 모든 것이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에게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어떤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그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그녀를 스쳐가며 바람을 일으켰다!몰아치는 밤바람은 마치 그녀의 뺨을 때리는 것 같았다! 그녀를 따갑게 했다.그녀는 슬픈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가 지금 죽더라도 그가 더 이상 자신을 쳐다보지 않을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이 달려와 진아연을 부축해 일으켰다."대표님! 왜 쓰러져 계십니까?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경호원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박시준 씨와 얘기가 잘 안됐습니까? 또 새 와이프한테로 간 것 같던데요."진아연은 고통스럽게 숨을 내쉬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남자한테 새로운 애인이 생기면 다 이렇습니다." 경호원은 그녀를 껴안고 급히 김형문의 집을 떠났다. "일단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런 모습 보시면 다시는 못 나오게 할 것입니다.""이해가 안 돼... 어떻게 그 사람이 다른 여자와 그렇게 빨리 사랑에 빠질 수 있었는지..."경호원은 그녀를 차로 데려가 안전벨트를 매고 티슈를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대표님, 우선 치료를 받으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방금 바닥에 쓰러지셨는데 못 일어난 겁니까?" 경호원은 방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속수무책인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몹시 괴로웠다.박시준은 마음은 너무 독했다!김형문에게 충성을
그가 변한 건 확실했다! 낯설고 냉정하게 변했다. 도리를 따지려 해도 통하지 않았고 예정을 떠올리려 하면 아예 거부했다.그녀의 마음은 돌이 막힌 것처럼 무겁고 고통스러웠다.아마도 집념을 내려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다음 날 아침.진아연은 정서훈과 함께 B국으로 가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굳이 B국에서만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Y국에 머무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박시준은 과거와 완전히 작별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그녀가 여기 남는 것은 그에게 방해만 될 뿐이다.그녀는 짐을 챙길 때 검은색 노트를 들고 멍하니 서있었다.그것은 박시준의 것이고 그에게 돌려줘야 했다."기억 제거술이 정말 대단한 가봐요! 박시준이 전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네요! 어젯 밤에 전처가 그를 찾아갔었는데 그가 밀쳐 넘어뜨렸답니다...""그럼 우리 병원 이제 유명해지는 건가요? 여하튼 부원장님이 직접 박시준 씨께 집도하셨으니까요."대화소리가 진아연의 귀로 흘러갔다.진아연은 충격으로 창백해진 상태로 직시 문밖으로 나갔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방금 얘기를 나누던 두 간호사를 따라잡았다 그중 한 명의 팔을 잡았다."기억 제거술이라니요? 세상에 어떻게 기억 제거술이 있을 수 있어요?" 그녀는 놀라움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부원장이 누구예요?!" 두 간호사는 진아연을 알아보고 당황했다."진 아가씨,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아직 떠나지 않으셨나요?""네, 저는 퇴원할 예정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퇴원 절차를 도와주러 갔습니다." 진아연은 두 사람을 자신의 병실로 끌어들였다. "당장 말해줘요, 기억 제거술이라뇨?! 시준 씨가 왜 이 수술을 해요? 혹시 누가 강제로 시킨 건가요?""아닙니다! 박시준 씨가 자발적으로 한 것입니다. 진 아가씨, 그래도 전처인데 직접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당신들이 그랬잖아요, 기억 제거술을 받고 나서 아예 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아연은 울컥했지만 오히려 한숨이 놓였다.
이 말을 들은 정서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의사로서 환자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오랜 친구로서, 진아연의 병이 그녀와 박시준의 감정보다 더 심각했다."박시준이 기억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 어떡해? 만약에 그가 기억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정서훈은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계속 끌기만 할 거야? 지금은 종양이 크지 않지만 나중에 커지면 빠르게 악화될지도 몰라....""정기적으로 검진받을게. 종양이 커진다면 바로 수술받을게. 정서훈, 내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않을 거야."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 수술받은 지 얼마 안 돼서 기억 회복하기 제일 쉬울 때야. 일단 한 달만 줘, 한번 해볼래!""딱 한 달이야." 정서훈은 목을 굴렸다. "한 달이 지나고 그가 여전히 네게 감정이 없으면 바로 수술받아야 해.""알았어." 진아연은 친구가 이해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정서훈, 네 시간 너무 오래 뺏었다. 먼저 돌아가서 출근해! 수술 결정하고 다시 올게."정서훈은 고개를 저었다: "나 일하기 시작한 후부터 한 번도 안 쉬었어. 지금까지 아껴둔 연차 쓴다고 생각하지 뭐. 네가 수술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여. 넌 노 교수님의 가장 자랑스러운 제자였어.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노 교수님도 분명 마음이 아프실 거야. 비록 이미 돌아가셨지만 내 마음속에 항상 살아계셔."정서훈의 말을 듣고 진아연의 눈가에는 커다란 눈방울이 맺혔다."정서훈, 내가 신세 진걸로 치자. 나중에 나를 필요로 할 때가 오면 기꺼이 도울게.""아니야. 우리가 바뀌어서 네가 나였어도 분명 도와줬을 거야." 정서훈은 이마를 찌푸렸다. "난 네가 좀 이성적이지 못한 거 같아. 박시준이 지금 기억을 잃었어도 적어도 아픈 데는 없어. 네가 수술하고 그를 찾아가도 다 같아."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달라. 수술하고 회복하는데 적어도 한 달은 필요해. 이 한 달 동안 변수가 너무 많아. 김형문이 어떤 사람인지 너는 잘 몰라. 시준 씨 이 수술받게 한 것도
모두 침묵했다.여소정만이 대꾸했다: "너희 남자들은 좋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성빈이는 이 말에 자극을 받았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재미없지.""네가 최은서 배 나오게 만들었다던데, 책임도 안 지려고 하고? 아니니?" 여소정은 그의 입을 막았다. "최은서 같은 여자로서 참 안쓰러워, 너 같은 나쁜 놈 만나고."하준기는 그녀를 팔꿈치로 부딪치며 그만 말하라고 말렸다."나쁜 놈인데 말도 못 해? 박시준이라도 여기 있으면 앞에 대놓고 나쁜 놈이라고 욕할 거야!" 여소정은 오늘 성빈에게 화풀이하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나 최은서 책임 안 지겠다고 한 적 없어! 찾아갔는데 이미 다른 사람 찾았다는데 뭐! 내가 무슨 말 더 하겠냐? 새로 찾은 남자랑 한판 떠봐? 웃겨 정말!" 성빈은 잔을 들고 원 샷 했다.조지운은 성빈을 위해 포도주를 따라주었다."그럼 최은서가 왜 애 빠인 너를 두고 다른 사람을 택했는지 잘 반성해 봐. 결국엔 네가 나쁜 놈이라서야!" 여소정은 정곡을 콕 찔렀다.성빈은 연이은 꾸짖음에 눈이 빨개졌고 어안이 벙벙해졌다."나는 최은서를 만난 적이 없지만 아연이가 말해줬었어, 최은서는 매우 가련한 여자라고, 어릴 때부터 사랑도 못 받았고, 조금만 잘해줘도 잘 따른다고." 여소정은 말했다. "분명 네가 잘해주지 않았을 거야!"성빈은 할 말이 없었다: "뭘 어떻게 잘해줘야 되는데? 결혼하라고? 난 못해! 은서와 난 서로 다른 세상의 사람이야...""그럼 왜 그렇게 우울해하는데? 최은서랑 다른 사람이랑 잘 살면 되겠네! 너도 책임질 필요 없고. 앞으로 아이가 태어나도 너랑 아무 상관 없고." 여소정은 눈을 깜빡였다. "아니면 혹시, 최은서는 싫고 아기는 갖고 싶은 거야?"성빈: "..."여소정: "쓰레기! 박시준도 나쁘지만 적어도 아연이랑 아이는 안 뺏았어!"성빈: "..."마이크는 성빈이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 "성빈아, 너 정말 아이를 원하는 건 아니지?""쓸데없는 소리! 내 아이인데 당연히 원하지!
"아이 키우는 데 돈이면 되지, 한이 형 돈 걱정은 안 해도 되지!" 마이크는 성빈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났다. "최은서는 원래 병원에 가서 유산하려고 했어. 한이 형한테 같이 가달라고 했는데 둘이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결국엔 한이 형이 키우기로 했대."성빈이의 마음속의 분노는 삽 시에 사라졌다.이제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한이가 생물학적 아버지인 너보다 낫다! 한이는 아직 열 살도 안 되는데! 부끄럽지도 않니?" 여소정은 비웃었다."그만해! 충분히 창피하니까!" 성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은서 다른 재간은 없고 사람 약 올리게 하는 실력은 아주 일류야. 아무 얘기도 안 해주고 나 일부터 화나게 하고.""한이 성격 얼마나 차갑니, 최은서가 한이랑 잘 지내면서 너랑은 못 지내는 게 누구 때문인지 딱 보면 알지." 여소정은 쏘아붙였다."그래, 내 문제야. 집에 가서 잘 반성할게. 진정하고 다시 찾아가 얘기할게." 성빈이는 졌다.Y국.진아연이 병원을 떠난 후 정서훈은 진아연의 전 담당 의사를 통해 부원장님에게 연락했다.두 사람은 병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진아연 씨랑 사이좋으시죠?" 부원장님이 물었다."괜찮습니다. 전에 함께 노경민 교수님 밑에서 대학원생 공부했었습니다. 같은 교수님이다 보니 이번에 그녀에게 일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정서훈은 솔직하게 말했다. "유 부원장님, 주로 기억 제거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 연구 성공했다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임상 사례도 겨우 300건에 불과합니다." 부원장님은 겸손하게 말했다. "동물 실험도 포함돼 있죠.""그럼 어떻게 감히 박시준에게 이런 수술을 했습니까?" 정서훈은 이해가 안 갔다. "수술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인데 어떻게 감히 인체에 적용할 수 있습니까?""이 수술이 큰 상처나 부작용이 없기 때문이죠. 이 연구에 투자하신 김형문 씨도 이 수술을 받았습니다." 부원장이 말했다. "당신은 아마 큰 고
진아연은 차에 오른 후 휴대폰을 켜고 누군가의 번호를 눌렀다.전화 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려서야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산이 오빠, 안녕하세요, 진아연이예요."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박시준의 카카오톡에 접속해서 번호를 찾았어요."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도움이 필요해요.""진 닥터님, 예전에 포레스트 별장에 있을 때 빚을 다 갚은 거로 아는데요. 전 이미 진아연 씨에게 빚진 거 없어요. 그러니 도와드릴 수 없어요." 산이 형이 단칼에 거절했다."네, 그건 다 갚은 거 맞아요. 하지만 앞으로 제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나이가 늘어감에 따라 뇌 질환에 관한 위험이 점점 더 커져요. 나중에 아프실 때 절 찾아오시면 제가 무료로 치료해 드릴게요."그녀의 제안에 산이 형은 마음이 움직였다."무슨 도움이 필요한데요?" 산이 형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씩 웃었다. "제가 박시준을 빼앗아오기라도 하길 바라는 건 아니죠? 어젯밤에 김형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서 알고 있어요.""박시준을 당신 집으로 초대해 줘요. 돌려줄 물건이 있어서 그래요.""겨우 그거예요?""네, 그거면 돼요."산이 형: "알았어요. 지금 초대할게요."얘기가 끝난 후 진아연은 산이 형이 보내온 주소를 받았다.그녀는 주소를 경호원에게 보내주고 지금 차를 끌고 그리로 가라고 했다."대표님, 꽤 능력자신데요!" 경호원이 감탄했다."6인 법칙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어요? 세상이 이렇게나 큰데 어떻게 6인으로 아무렇게나 두 사람을 연결할 수 있냐고 안 믿었어요.""이젠 믿는 거예요?"진아연은 이 의미 없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약간 떨려요. 박시준이 절 보고 그냥 가버릴까 봐 겁나요."경호원도 긴장했다. "대표님, 청춘 드라마를 본 적이 있어요?""네?""제 아내는 아주 즐겨봐요. 그래서 저도 좀 봤거든요." 경호원이 말했다. "좀 있다 박
약 한 시간 후, 검은색 차 한 대가 별장 앞마당으로 들어섰다.산이 형이 진아연에게 귀띔했다. "당신 남자가 왔네요."진아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내 남자가 아니라 채권자예요."그는 어젯밤 그녀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여러 번 말했다.그래서 그녀는 밤새 잠을 설쳤다.지금 떠올려도 그녀는 심장이 아팠다.차가 멈추더니 문이 열리고 박시준이 내렸다.그는 오늘 여전히 검은색 옷과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어 크고 훤칠해 보였다.그의 경호원은 그와 함께 거실에 들어오지 않았다.신발을 갈아 신고 거실로 들어오던 그는 진아연의 얼굴에 시선을 멈췄다.놀란 눈빛이 스쳤다.낮에 봤던 그녀와 밤에 본 그녀는 어딘가 느낌이 달랐다. 아마 사람은 낮에 더 냉정하고 이성적이기 때문일 것이다."시준, 어서 와." 산이 형이 말했다. "몸은 좀 어때?""괜찮아." 박시준이 평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산이 형의 손에서 찻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내려놨다."영아와 결혼식을 할 생각은 없고?" 산이 형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큰 선물을 준비했는데 너희들이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좀 있다가 가지고 가.""당분간 결혼식을 올릴 계획은 없어요." 박시준은 진아연을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이 문제를 스스럼없이 말했다. "요즘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네가 바쁘다는 건 잘 알아. 김형문이 엉망진창이 된 일을 다 너한테 맡겼지? 하하, 조언 하나 할게.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너무 억지 부리지 마. 그러다가 죽어." 산이 형이 담담하게 말하며 진아연을 힐끗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박시준을 향해 말했다. "진아연 씨가 널 만나고 싶다고 하니까 얘기를 나눌지 말지는 네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산이 형은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박시준은 티포트를 들고 여유롭게 찻잔에 물을 부었다."시준 씨, 돌려줄 게 있어요." 진아연은 검은색 노트를 그의 앞에 내놓았다. "이건 김형문이 며칠 전 저에게 준 건데 당신 물건이니 돌려줄게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