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진아연은 기자의 질문에 유창하게 답하였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그녀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자 그는 날카로운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고, 뭔가 마음속에서 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이마에 손을 대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A국.한이는 최은서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이모님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수술은 잘 했어요?"한이는 단 1초라도 최은서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최은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했어요.""왜요? 예약이 안 잡아진 거예요?" 이모님이 물었다. "어쩐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나 했어요!""이모님, 한이 돈 엄청 많아요?" 최은서는 조용히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 낙태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아이 키울 돈이 없다고 말했거든요. 그러자 한이가 그 이유라면 다시 생각해 보래요. 아이를 위한 돈은 자신이 내주겠다면서요."이모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한이는 정말 돈이 많아요? 왜 그런 말을 했겠어요?" 최은서가 보기에 10살짜리 꼬마 아이가 돈이 많아 봤자 얼마나 많겠는가?뭐 돈이 있다고 해도 용돈 수준이 아닐까."은서 씨, 한이는 부자가 맞아요. 양육비를 주겠다고 했으면 줄 수 있을 정도예요." 이모님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말했다. "휴... 대표님께서 안 계시니깐 한이가 자신이 가장이라고 생각하나 보네요.""그, 그런 말을 하시면 제가 너무 부끄러워져요." 최은서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근데 정말 성빈 씨의 아이가 맞아요?" 이모님은 정말 궁금했다. "성빈 씨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닌데..."최은서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아무튼 아연이가 돌아오면 그때 이야기하죠! 아, 그리고 한이가 유독 당신에게 친절하네요.""누가 봐도 차가운 거 같은데요." 최은서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뭐... 그래도 마음만은 아주 착한 거 같아요.""대표님께서도 그런 분이신데..." 이모님은
최은서!최은서라니!최은서, 이 빌어먹을 여자! 그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 여자가 그녀였다니! 하지만 그녀는 대체 왜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거지?! 왜 대체 그에게 거짓말을?!성빈은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모델 에이전시에서 나오자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휴대폰을 꺼내서 보니 낯선 번호였다.그는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Y국의 번호였다!그리고 그는 빠르게 생각을 했고... 전화를 받으려던 순간, 전화는 갑자기 끊어졌다!Y국.집사는 커피를 내리고 박시준의 침실로 들어갔다.박시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성빈의 번호가 떠올라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이제 그는 ST그룹의 대표가 아니며, 성빈 역시 재무부장이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친구였지만 지금의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화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성빈은 그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현재 이런 상황으로 그를 찾는 게 맞는 것일까?집사는 커피를 앞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박 대표님,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실까요?""없습니다. 나가세요." 그의 목소리를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집사는 나간 뒤, 천천히 문을 닫았다.그리고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켜지며 성빈의 전화번호가 보였다.화면 속 낯익은 성빈의 숫자를 보며 입안이 씁쓸해졌다.벨 소리가 한참 울렸지만 응답이 없자 자동 응답 시스템으로 연결되며 전화는 끊겼다.그리고 성빈에게 다시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그리고 그의 세계는 평화로워졌다.심한 두통이 있은 뒤, 가슴에는 원초적인 감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A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되찾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세 아이들의 양육권도 되찾고 싶었다!사람들에게는 혈육의 이끌림이라는 본능이 자리 잡고 있었다.박시준의 경우는 특히나 지배적인 위치에서 남들의 것을 뺏는 것에 익숙했다!비록 지금은 가진 것이 없지만 언젠가
그녀의 상태는 매우 괜찮았다.하지만 지금 피를 본 순간...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경호원 역시 놀라 펄쩍 뛰었다."대, 대표님! 병원에 가시죠! 구급차를 제가 바로 부르겠습니다!" 당황한 경호원은 휴지를 건네며 물었다. "따뜻한 물을 먼저 가져오겠습니다!""진정하세요." 진아연은 휴지로 피를 닦으며 말했다. "친구가 곧 올 거예요. 온 다음에...""기다리긴 뭘 기다리십니까! 기다리다 잘못되기라도 하신다면!" 경호원은 바로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피를 토해내시는데 그래도 안 가실 겁니까?!"진아연은 의자에 앉으며 진정하려고 했다. "제 병은... 제가 잘 알아요. 지금 토해낸 피는... 뇌에서 난 피일 수도 있어요."경호원은 의학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말하고 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계속 이렇게 피를 토해내시겠다는 말이십니까?!"진아연: "가서 물 좀 가져다주실래요? 따뜻한 물로요."경호원: "네..."경호원은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대야를 가져다 그녀 앞에 놓았다.그녀는 대야 속 물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수건은요?""수, 수건 갖다 달라는 말씀은 없으셨길래... 어떤 수건을 가지고 올까요?""분홍색으로요.""아, 대표님. 친구분이 오시면 바로 수술하는 거 맞죠?" 경호원은 분홍색 수건을 꺼내오며 말했다."아니요. 수술 전에 몇 가지 검사가 더 필요할 거예요." 그녀는 수건을 물에 담근 뒤,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경호원은 지금 피를 토해낸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여유로운 그녀를 보며 이해할 수 없었다."먼저 검사를 받으시면 안 되는 건가요?""제 병은 죽을 병이 아니니깐 걱정 마세요. 친구가 온 다음에 수술해도 늦지 않아요." 진아연이 말했다. "아무튼 그런 줄 아세요. 바로 죽진 않을 테니까요."경호원: "???""이제 좀 안심이 되세요?" 그녀는 얼굴을 닦았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제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 있습니까? 대표님 병
하지만 진아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경호원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A국.성빈은 스타팰리스 별장으로 향했다.그는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으며, 최은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호텔에 있던 여자가 그녀가 맞다면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면... 그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그녀와 결혼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양육에 대해서는 지원해야 할 것이다.성빈은 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최은서는 거실에서 과일을 먹고 있었고, 성빈의 모습을 보고는 먹던 과일을 떨어트렸다.대체 그가 왜 온 걸까?확실한 건 그녀때문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그렇다면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튀어나와 큰 싸움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매일 밤 그녀는 그날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몰려왔다.만약 어제 그의 부모님이 없었더라면 그에게 욕을 한 뒤 떠났을 것이다."최은서, 어디 가?" 잠깐 생각하는 사이에 성빈은 현관에서 그녀를 보고 물었다. "너 보러 온 거니깐! 당장 소파에 앉아. 얘기 좀 해.""무슨 얘기요? 우리 사이에 뭐... 더 할 이야기가 있나요?" 최은서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소파로 다시 돌아가 앉았다."호텔이 있었던 그날 밤 일. 다 말해." 성빈은 붉어진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이미 알고 온 거니깐!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재밌네요... 이게 저 혼자만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네요?" 최은서가 반박했다. "다른 남자도 그런가요? 하룻밤 잔 여자는 기억도 못 하는 게? 아니면 뭐 어떤 여자라도 다 된다는 말인가?"성빈: "..."분노와 죄책감 때문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런 사람 아니야." 그는 그녀 옆에 앉았다."당신이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든지 저랑 상관없어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소파가 이렇게나 큰데, 꼭 옆에 붙어 앉아야겠어요? 저리 떨어져서 앉아요."성빈은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좌절감이 몰려들었다!그는 아
그리고 마침 김형문 역시 집에 있었다.부하들은 상황을 보고 했고, 김형문은 호기심에 진아연의 경호원을 들여보내라고 말했다.경호원은 김형문이 이렇게 쉽게 허락할 줄은 몰랐기에 많이 당황했다.이렇게 된 김에 진아연과 박시준을 만나게 하는 일도 순조롭게 되기를 바랐다.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며 경호원은 모든 무기를 압수당했다.속으로는 당황했지만 태연한 척을 했다.그는 오랫동안 진아연 곁을 지키며, 진아연의 기질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웠다.김형문의 집에 들어간 경호원은 김형문을 보고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김 대표님, 안녕하세요.""오, 형문 형님이라고 편하게 부르게." 김형문은 특이했다. 자신이 형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했다."형문 형님... 안녕하세요. 저는 진아연 대표님의 경호원입니다. 오늘은 대표님께서 부탁한 일 때문에 이렇게 찾아뵙습니다."경호원은 소파에 천천히 앉으며 말했다."음? 아직 Y국에 있나 보군?" 김형문은 성빈이 진아연을 데리고 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순순히 돌아가지 않은 모양이었다."네. 하지만 곧 돌아가실 겁니다. 박시준 대표님의 결혼 소식을 듣고 포기하셨습니다." 경호원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박시준 대표님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김형문은 솔직히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경호원의 태도를 보아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정말 순전히 시준이와 내 딸의 결혼을 축하하는 것이 확실한가?" 김형문이 날카롭게 물었다."대표님께서 무슨 힘이 있으시겠습니까? 요리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이신데요?" 경호원은 비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박시준 대표님에게 원래부터 그렇게 좋은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님께서는 오히려 기뻐하시던데요.""하하하! 제법이구나! 아깝네. 이런 인재가 진아연의 경호원이라니." 김형문은 즐거운 듯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 돌아가서 진아연에게 전해. 박시준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만난 다음에, 반드시 A국에 돌아가
그래서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은 많이 어색했다."몇 년 동안 못 봤지만 여전히 아름답네." 정서훈이 먼저 어색함을 깨고 말을 건넸다. "근데... 많이 안 좋아 보여. 두통 외에 다른 증상은?"진아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두통만 있어.""그래. 다행이네. 수술 일정은 가능한 한 빨리 잡아야겠어! 오늘 뇌혈관 조영술을 해보고 결정하자." 정서훈이 말했다. "아, 아침 먹었어?"진아연: "아니.""좋아. 바로 병원 가서 검사하자!""왜 이렇게 급해? 방금 도착했으니깐 저녁부터 먹자! 게다가 오늘은 일이 좀 있어... 내일...""진아연. 너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 정서훈은 갑자기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위정 형은 알고 있어? 모르지? 내 말대로 안 하면 전화 바로 한다?"진아연은 두 손을 들며 항복했다는 표현을 건넸다. "알았어. 바로 병원에 가자!""세계 최고의 의사인 네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닐 텐데? 외상이 없는데 내출혈이 있을 리가 만무하잖아." 정서훈은 심각하게 말했다. "병이 아니고서는 말이야.""이봐, 동창, 너무 과하게 진지한거 아니야? 근데... 진짜 오늘은 할 일이 있어...""무슨 일이 있든 간에 검사는 무조건 받아야 해. 검사를 먼저 해야 수술 날이라도 잡을 거 아니야."진아연은 우선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그녀의 예감대로 김형문으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김형문은 그녀에게 오늘 밤 박시준과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그녀는 바로 '네.' 라고 대답했고, 시계를 확인했다.우선 검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한, 두 시간 정도로 끝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저녁 박시준을 보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아연, 네 남편 소식은 들었어." 정서훈이 말했다."아냐. 아직... 살아있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은 거 아니라고.""에? 그럼 뉴스에서는 왜 그가 죽었다고 한 거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누군가 들어왔다.한 택시가 멈췄다.경호원이 먼저 차에서 내려 진아연을 부축했다.정원에는 눈부신 조명들이 켜져 있었고, 손님들로 북적였다.진아연은 그 군중 속에서 박시준을 단숨에 찾아냈다.블랙 슈트를 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와인잔을 다른 한 손에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그리고 그 여자는 그의 품에 기대어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반짝반짝 빛나는 그와 그 여자는 참 잘 어울렸다.경호원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박시준을 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대표님, 지금이라도 돌아갈까요? 살짝만 봐도 저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는데요!"경호원의 말을 듣자 진아연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시준을 향해 걸어갔다.경호원은 마른침을 삼키며 뒤를 따랐다.하지만 경호원은 다른 사람에게 저지당해 반대편 수행원들이 있는 공간으로 가야만 했다.경호원은 의자에 앉아 진아연이 박시준의 팔을 잡고 그를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았다.경호원은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진아연이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했다가는 김형문의 경호원에게 붙들려 쫓겨날 수가 있었다!"당신이 진아연 대표? 맞죠?" 김영아는 박시준의 반대편 팔을 붙잡고 뒤로 당겼다. "대체 왜 제 남편을 데려가시려는 거죠?""죄송하지만 제 남편이기도 합니다." 진아연은 차갑게 김영아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A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건 들었어요. 하지만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영아는 똑똑히 말했다. "저희는 결혼식은 안 했지만 이곳에서 이미 혼인 신고를 했어요. 그렇다면 누가 정말 아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김영아의 말은 일리가 있었지만 진아연은 꾹 참았다."박시준은 A국 사람입니다. Y국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Y국에서 올린 혼인 신고를 인정할 수 없죠. A국에서 신고는 하셨나요? 그게 아니라면...""아니라도 달라질 게 뭐가 있죠?" 김영아는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A국 국적을 포기하고 Y
진아연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 줄 알았다.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그가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ST그룹을 말하는 걸까?"박시준 씨, 좋아요. 그럼 대체 뭘 가져가실 건지 말해주시죠!" 그녀는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저희 둘이 이야기하시죠! 저도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으니."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그와 함께 빠져나왔다.이곳은 김형문의 집이다. 어디를 가든 김형문의 눈과 귀가 있을 것이다.두 사람은 외진 곳에 다다르자 발걸음을 멈췄다."박시준 씨, 아무 말 하지 말고 제 말 잘 들으세요." 진아연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시은 씨의 신부전 때문에 최운석 씨의 신장 이식을 위해서 박한과 타협했죠. 최운석 씨의 신장만이 일치했으니깐. 하지만 그들은 최운석 씨를 숨겼죠! 시은 씨의 건강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고요.""당신은 시은 씨를 살리기 위해 결정한 거예요. 말을 하진 않았지만 당신이 이런 결정을 내릴까 봐 제가 당신의 모든 지분을 최운석 씨에게 넘겼어요. 박한과 박우진에게 넘긴 게 아니에요. 최운석 씨는 지금 B국에 있어요. 저랑 같이 가요. 최운석 씨를 데리러 가요. 당신은 여전히 ST그룹의 대표님이 맞아요. 잃은 게 없어요. 그러니깐... 우리 다시 돌아가요... 네?"그녀는 말을 마친 뒤, 그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그녀는 자신이 그가 원하는 정보를 다 말했다고 확신했다.그가 이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같이 말이다.비록 유쾌하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시은 씨는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었고, 지분 역시 그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박한과 박우진은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었다.좋은 결말이 될 수 있었다.다만 박시준이 오해를 했을 뿐."됐어." 박시준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위선자인 주제에. 내 몫은 내가 되찾아.""시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정원에서 말한 거 다시 말해줘? 이렇게 만든 네게는 곧 대가를 치르게 할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