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휴대폰을 든 채로 중얼거렸다. "시준 씨가 아니라면... 대체 시준 씨는... 어디 있는 거죠. 시준 씨는 살아있는..."성빈은 그녀의 읊조리는 말에 마음에 아려왔다.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박시준이 살아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그가 떨어지는 순간 아주 먼 곳에 떨어진 것 같다.지역은 넓지는 않지만 진입이 어려운 곳들이 너무 많아 수색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좀 더 지역을 넓혀나가면 찾을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때가 되면 많이 늦었을 수도 있었다.한 시간 뒤, 성빈은 진아연과 만났다.그녀는 그대로 굳은 채 사고 현장에 서 있었다.성빈은 그녀의 팔을 잡고 차에 태웠다."열이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셔야죠." 성빈은 날카롭게 말했다. "마이크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요? 만나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저 괜찮아요. 병원에는 또 왜요?" 그녀는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김형문 씨를 보러 갈래요. 데려다주세요!""김형문은 왜요?" 성빈은 반문했다. "설마 시준이를 죽인 사람이 그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진아연 씨, 그는 우리의 적이 아니에요. 진정하세요. 시준이를 찾으면... 바로 돌려보낼 거예요.""그 사람에게 복수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시준 씨를 데려올 거예요." 진아연은 완강하게 말했다. "분명... 그 사람이 시준 씨를 숨겼다고 생각해요.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찾아도 나타나지 않을 수가 있죠?! 말도 안 돼요... 시체라도... 시체라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시체를 가졌을 게 분명해요!"성빈 역시 그녀의 말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대체 김형문이 시준이의 시체를 가져가서 뭘 하겠어요?! 김형문 그 사람은 사업가지, 시체 애호가가 아니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잖아요!""일반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죠." 진아연은 말을 하면 할 수록 의심이 되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곳에 온 이후로 김형문... 그 사람이 갑
한 검은색 노트를 들고 왔다."진아연, 네 아이들을 생각해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시준이는 이미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거 아니겠니." 김형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의 글씨를 알아보겠지. 여기에 그가 생각하는 중요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더구나. 근데 그는 널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거 같아!"진아연은 노트에 적힌 박시준의 손글씨를 한눈에 알아보았다.그녀는 박시준의 손글씨에 매우 익숙했다.그가 쓴 글을 읽은 뒤, 그녀는 오랫동안 말문이 막혔다.성빈이 다가와 김형문을 한번 본 뒤 말했다. "시준이가 이걸 썼다고요?""전혀 내가 강요한 부분은 없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군." 김형문의 눈빛은 마치 '당신들은 끝.'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와 시준이는 오랫동안 친구였어. 내가 그를 해할 리가 없잖아! 당장 A국으로 돌아가!""김형문 씨, 그의 시신은 어디에 있죠...? 데려가지 못하더라도 한 번이라도 보게 해줘요!" 성빈은 마지못해 말했다."성빈, 난 당신들과 달라. 진아연을 데리고 당장 A국으로 돌아가. 기회가 된다면 그를 볼 수도 있겠지. 만약 여기서 계속 나를 귀찮게 한다면... 이거 하나만 확실히 알려주지. 영원히 그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김형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을 마치고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진아연은 그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성빈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아연 씨, 충동적으로 굴지 마세요." 성빈이 속삭였다. "그가 말하는 걸 보면 시준이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해요. 어쩌면 시준이는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어요...""정말인가요?""아마도요. 지금 A국으로 돌아가라고 한 게 아마도...""혼자 가세요. 전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진아연은 완고하게 말했다. "혼자 있고 싶어요. 호텔로 돌아가세요.""얼마나 있을 건데요?" 성빈은 그녀를 데리고 김형문의 집에서 나왔다. "당신을 혼자 두면 제가 어떻게 안심을 할 수 있겠어요?""성빈 씨, 저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
김형문이 절대로 그녀를 이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약 4시간 뒤, 마이크는 Y국 공항에 도착했다.그는 휴대폰을 켜 성빈에게 도착한 메시지를 보았다. "진아연 씨는 호텔에 내려줬어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마이크는 저주했다. "뭐야... 진아연을 혼자 두면 어떻게 하냐고!"그렇게 말한 뒤, 진아연의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다행히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마이크, 시준 씨는 살아 있어! 지금 김형문 손에 잡혀 있는 게 분명해! 그러니깐 내 걱정은 하지 마." 그녀의 어조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그러니깐 돌아가. 왕은지가 지금 A국에 있어. 무슨 일을 벌일까 봐 두려워.""나랑 같이 가!""말했잖아. 시준 씨가 살아 있다고! 난 여기 남아서 그의 행방을 쫓을 거야. 경호원을 불렀으니까 걱정 마. 난 지금 뭘 해야 할지 명확해. 김형문과의 정면 승부."마이크는 예전의 그녀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왔는데 바로 가라고?""응. 돌아가서 회사랑 아이들을 돌봐줘. 매일 전화할게.""알았어..." 마이크는 대답을 한지 2초도 되지 않아 바로 후회했다. "안 돼! 지금 너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그러니깐 병원 가서 먼저 검사받자!""검사야 여기서도 할 수 있어. 오늘은 좀 피곤하고. 내일 경호원 도착하면 병원에 가서 추가 검사를 받을게.""검사 끝나고 아무 문제 없는 거 확인하고 돌아갈 거야... 만약 무슨 큰 병이라도 걸렸으면...""지금 날 저주하는 거야?! 내 몸 내가 알아! 그리고 박시준 씨를 찾기 전에 절대 안 죽어!"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부드러운 어조로 그를 설득시켰다. "마이크, 누구보다 난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시준 씨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지금은 왕은지로부터 회사와 아이들을 지켜줘.""알았어. 바로 돌아갈게. 대신 내일 검사받아야 한다. 결과 나오면 바로 보내주고. 만약 검사 안 하면 나 다시 온다?" 마이크가 말했다."알았어."통화를 끝낸 뒤
둘러싼 경호원들과 매우 빠르게 나가는 탓에 진아연은 휠체어에 탄 사람을 볼 수 없었다.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특히나 경호원들이 키가 크고 우람해 거의 모든 것을 가렸다.그리고 그녀는 휠체어에 탄 저 사람이... 박시준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그녀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다!어디선가 그녀는 박시준의 숨결이 들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바로 계단으로 달려갔다.반드시 휠체어에 탄 사람의 얼굴을 볼 것이다!그녀가 2층에서 내려왔을 때, 휠체어에 탄 사람은 이미 경호원에 의해 차에 태워졌다!그녀는 차 문이 쾅 하고 닫히는 것을 보았다.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부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들은 각자 다른 차에 탔다.그리고 여러 대의 차가 빠르게 병원을 빠져나갔다!마치 누군가 일시정지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멍하게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갑자기 한 생각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차들은 모두 김형문 집 방향으로 갔다.휠체어를 탄 남자가 박시준이 맞다면 분명 김형문의 집으로 갔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답을 확인하기 위해 김형문의 집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병원.경호원은 진아연의 검사지를 받았다.경호원은 살짝 목록을 보았고, 여러 항목에서 비정상임을 나타내는 빨간 글씨로 적혀진 것들을 보았다.하지만 경호원은 정확하게 어떤 것이 잘못되었는지 알 리가 없었다.그는 검사지를 가지고 진아연에게 갔다.진아연은 지금 폐 CT 활영을 할 시간이었고, 경호원들은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그녀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잠깐 밖에 나와있어요. 지금 들어갈게요. 기다리세요."경호원이 물었다. "네? 갑자기 밖에는 왜 가신 겁니까? 어디십니까. 제가 가겠습니다!""김형문 집 근처에 왔어요. 병원에 돌아갈 거예요." 그녀는 택시를 잡아서 바로 김형문 집 근처에 숨었지만 병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촉이 느껴졌다!그녀는 최근 생리 기간도 아니었고, 특별한 외상을 입은 일이 없었다. 하지만 데이터는 대체 왜?최근 두통이 심해져 병원에 가서 뇌 CT를 찍어야 할 수도 있었다.신경내과 의사로서 뇌 질환에 매우 민감했다.만약 정말 뇌에 병이 생긴다면 매우 귀찮아진다!A국.성빈은 공항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부모님에게 미리 귀국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돌아온 것을 보고 놀랐다."성빈아, 돌아왔구나. 그래, 시준이는 어떻니?" 성빈의 아버지가 물었다."엄마는요?" 성빈은 화를 내며 말했다. "최은서 어디 있어?! 두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아아, 은서랑 같이 쇼핑 나갔어." 성빈의 아버지는 아들의 화난 얼굴을 보고 물었다. "근데 표정이 왜 그러니?""제가 왜 그런지 모르세요?! 대체 왜 저를 못 괴롭혀서 난리신 건데요! 최은서에 대해서 잘 모르시면서! 뱃속의 아이도 제 아이가 아니라고요! 결혼하라는 거 진심이세요?" 성빈의 아버지의 옆에 털썩하고 앉았다."은서가 네 아이를 임신했다고 하더구나.""그 여자랑 잔 적도 없는데 대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성빈은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삼자대면하자고요!""자, 잠깐!" 성빈의 아버지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내가 잘못 말했구나. 은서가 말한 게 아니라, 네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은서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기도 했고.""무슨 소리예요! 정말 제 아이라면 제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냐고요? 진짜 제 아이라면 이미..." 성빈은 말을 멈췄다.머릿속이 새하얗게 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성빈의 아버지는 말했다. "이미? 이미 결혼했을 거라고? 우리가 계속 결혼하라고 했을 때는 하지도 않더니. 하라는 결혼은 하지도 않고, 아이나 덜컥 갖다니.""지금도 저는 변함없습니다. 설령 최은서 씨 뱃속의 아이가 제 아이더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이런 막장과도 같은 일을 한이가 이해할 리가 만무했다."그래서 아이를 없애기로 결정했어. 완전히 사라지는 거지." 최은서는 결심했다.한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지한 맞지?" 최은서는 한이의 작은 얼굴을 보았고, 보면 볼수록 한이와 박시준이 매우 닮았다고 느꼈다.한이: "네.""아직도 여름방학인가 보구나?" 최은서는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내일 누나랑 같이 병원에 가줄 수 있을까? 혼자 가기는 좀 무서워서."진아연이 만약 이곳에 있었다면, 그녀는 진아연과 같이 갔을 것이다.한이: "..."한이는 약간 멍해졌다.이모라고는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들은 아예 서로에 대해 모르지 않은가?그리고 설령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어린 자신을 데리고 가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그는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아연과 오버랩 되었다. 그녀의 엄마인 아연 역시 자신들을 가졌을 때, 곁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지금 최은서에게 일어난 일은 당시 자신의 어머니에게 일어났던 일과 비슷했다.성빈 삼촌이 의외로 이렇게 쓰레기였다니!"뭐... 가고 싶지 않다면 거절해도 돼." 최은서는 말했다. "내일 수술한 뒤, 병원에서 입원해 있으면 간병인을 부르면 되니깐...""내일 이야기해요." 한이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래. 아, 동생은 어디 있어?" 최은서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비록 한이는 나이가 어렸지만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성숙한 편이었다.그녀는 박시준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박시준 역시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저도 몰라요. 바쁠 거예요." 한이는 배를 흘끗 쳐다보았다."임신한지 얼마 안 돼서 배가 아직 크진 않아."한이는 얼굴이 빨개졌다."근데 몇 살이야?" 최은서는 이어 말했다. "성빈 씨 앞에서도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는데... 네 앞에서는 왜 이렇게 당황스러울까...""손님방에 가서 계세요." 한이는 다시 포커페이스로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서 오른쪽
최은서: "..."한이: "..."한이는 수치심이 밀려와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지만 최은서가 그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조카예요." 최은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10살도 안 됐어요! 산부인과는 처음이라 같이 오자고 했어요."의사: "..."어색한 침묵이 1분이 넘는 순간, 의사가 입을 먼저 떼고 말했다. "음, 안심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자리도 잘 잡았네요.""그럴 거예요. 아이 아빠 유전자가 좋거든요." 최은서가 말했다."음? 근데 무슨 문제가 있어서 오신 거죠?" 의사가 물었다."낙태를 하려고요." 최은서는 지난번에 찍은 초음파 사진을 의사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이는 이제 막 한 달이 됐어요.""결혼은...?""아직이요.""정말 하시기로 결정하신 겁니까?""네. 아이를 키울 여력이 안 돼요. 아이를 저처럼 힘들게 살도록 만들고 싶지 않아요." 최은서는 자신의 힘든 삶을 말했다.그리고 한이는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그는 그녀가 성빈과 사이가 좋지 않아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울 돈이 없어서라니...몇 초간의 길게 느껴지는 침묵 끝에 최은서는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Y국.진아연은 뇌 CT 사진을 받고 긴 침묵에 빠졌다.그녀는 별도의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그녀 자신이 의사기 때문이었다.그녀의 뇌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이 보였다.그녀는 CT실 밖 의자에 앉아 최근 무슨 큰 외상이 있었는지 생각했다.오랫동안 생각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최근에 별도의 외상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다른 병변을 찾기 위해 MRI검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대표님, 왜 사진을 의사에게 보여주지 않으십니까?" 경호원이 그녀의 옆에 서서 의아해하며 물었다.의자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보더니 말했다. "배고프네요. 밥이나 먹으러 가시죠!""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호텔로 먼저 돌아가시죠. 오후에 다시 오겠습니다.""제가 의사라는 건 알고 계시죠?" 진아연
검사 결과를 보는 순간,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졌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거 같았다!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경호원 역시 겁을 먹었다."대표님, 불치병이라도 걸리셨습니까...? 그러신 겁니까?"경호원은 이 말을 내뱉고는 약간 후회했다.머릿속으로 다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말이 나왔다.왜냐하면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도 우울했기 때문이다.하늘이 무너진 사람과도 같은 얼굴 표정을 하고 있었다."불치병은 아니에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설령 제가 죽는다 해도 마이크가 월급을 줄 테니까요."경호원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대표님, 저는... 월급이 걱정되는 게 아닙니다! 휴... 정말 걱정돼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대표님처럼 이렇게 좋으신 분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대표님을 모실 겁니다!""네, 오래 살도록 노력할게요.""가, 감사합니다!" 경호원이 그녀를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의사 선생님과 면담은 하지 않으실 겁니까?""괜찮아요. 이곳 의사들은 제 후배보다 실력이 그렇게 좋지 않거든요.""아, 네네! 그럼 어떻게 하죠? 스스로 수술을 할 수도 없을 텐데요. 의사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경호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병원에 데려가서 수술을 받게 하고 싶었다.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했고, 목소리 역시 이전처럼 활기차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표정을 본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중병이라도 걸렸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의사에게 연락하겠습니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시죠." 그녀는 부축이는 경호원의 팔을 밀치며 말했다. "괜찮아요. 혼자서도 걸을 수 있어요.""대체 무슨 병에 걸리신 건가요? 제게 말하고 싶지 않으세요" 경호원은 불안했다."말해도 이해 못 하실 거예요.""알겠습니다! 그럼 마이크 씨한테도 말하지 않으실 건가요?""네, 이해 못 할 거예요."경호원: "...""그냥 간단하게 말해드리면 제 병은 '중증' 에 속한다고 아시고 계시면 돼요." 경호원의 걱정스러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