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죽지 않을 것이다! 그녀도 죽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박우진의 뜻대로 되게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그녀는 기분을 추스르고 입원 병동으로 왔다. 마침 마이크가 두 아이와 함께 시은의 병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엄마!" 라엘은 그녀를 보고 큰 걸음으로 달려갔다.그녀는 팔을 벌려 딸을 품에 안았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엄마도 내가 보고싶었어요?" 라엘은 진아연의 품에 안긴 채 아기처럼 애교를 부렸다."엄마도 당연히 보고싶었지. 너희들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엄마가 찾으러 갔어." 진아연은 딸의 부드러운 뺨에 뽀뽀를 했다."엄마, 우리 시은 고모를 봤어요. 시은 고모가 아빠가 자기 오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울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잘 달래주었어요." 라엘은 엄마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것저것 말했다. "시은 고모 퇴원하면 우리랑 같이 살아요!""그러자! 하지만 엄마는 먼저 아빠를 찾아야 해." 진아연은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는 Y국에 갈 거야. 아빠를 찾든 못 찾든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돌아올게."라엘의 작은 입이 갑자기 오그라들었다. "한 달에 한번이면 일년엔 열두번밖에 못 오잖아요. 이렇게 아빠를 계속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해요?"진아연은 잠깐 두려워 떨렸다. "연말까지 못 찾으면 일단 찾지 않을 거야.""엄마가 아빠를 찾지 않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라엘은 갑자기 마음이 불편했다.겨우 아빠를 알아봤더니 즐거움은 잠시, 아빠가 또 떠났다.그녀는 아빠를 가질 수 없는 운명인걸까?"라엘아, 엄마는 네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네 아빠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야. 돌아올 수도 있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그녀는 입가에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일단 저녁 먹으러 가자!"그들은 병원 근처에서 식당을 찾아 식사를 했다.한이는 책가방에서 금색 트로피를 꺼내 진아연에게 건넸다."엄마, 선물이에요."진아연은 트로피를 받았다. 위에는 해커 컵 대회 금상이라고 적혀있었다."대회에
"그래, 그래. 네 말은 다 맞아. 근데 정말 Y국으로 가려고?" 마이크는 표정이 굳어졌다. "그 나라는 별로 안전하지 않아!""내가 자료를 좀 찾아 봤는데 네가 말한 만큼 무섭지 않아. 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 좀 하지 마." 그녀는 아이들이 걱정할까 봐 두려웠다."알았어, 입 다물게. 어쨌든 안전에 주의해야 해.""경호원을 데리고 갈거야. 난 박시준을 찾으러 가는 거지 죽으러 가는 게 아니니까."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시준을 찾아서 데려오면 둘이 잘 반성해야 될 것 같다. 둘이 매번 그렇게 불난 듯 싸우면 너희들은 감당이 돼? 아이들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너희 둘 주변에 예를 들면 나같은 친구들은 감당이 되겠냐고?""우리 둘이 뭐 싸우고 싶어서 싸우나. 우리 둘은 힘들지 않을 것 같아?""그럼 좀 그만 싸우던가! 지분을 주는 게 뭐 어때서? 박우진을 준 것도 아니고 그 멍청한 최운석에게 준 거잖아. 지운 씨가 그러는데 아직 다른 자산이 많다며. 너와 세 아이를 키우는 건 문제 없다면서...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둘이 평소에 너무 잘 사니까 별거 아닌거에 충격을 입는 것 같아.""그냥 나한테만 뭐라고 해. 그 사람에 대해선 말하지 말고." 진아연은 박시준을 비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참을 수 없었다."아직도 박시준 위하는 소리나 하고. 내가 봤을때 그 나쁜 성질은 다 네가 잘 받아주니까 습관 된거네." 마이크가 불평했다."먹지 않을 거면 나가서 기다려. 우리 밥 먹는 거 방해하지 말고." 진아연은 그를 노려보았다.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A국.호화로운 유럽풍 빌라 내.왕은지는 얼굴이 불그스름해서 와인 한 잔을 들고 부대표와 여러 투자자와 함께 술을 마시며 축하하고 있었다."박시준이 1년 만에 망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왕은지는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갑자기 눈이 날카로워졌다. "다음은 진아연 차례네요.""박시준은 처음부터 우리랑은 경쟁할 관계가 아니였잖아요.""근데 박시준이 그 진아연이라는 계집 때문에 나를 죽이
"언론사에 물어보니까 내부자가 폭로했다고 하더라고요. 내부자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들도 어디서 그렇게 들었다고 해요." 조지운은 여기까지 말을 하곤 크게 한 숨 들이마셨다. "에서 낸 기사를 보고 따라 낸 거라네요. 측에서는 Y국 기자가 전한 거라고 하고."조지운은 처음에는 그 뉴스를 믿고 싶지 않았지만 Y국에서 전해 온 소식이라는 말을 듣고 벼락에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당신 뜻은 이 소식이 사실이라는 건가요?" 마이크는 얼굴이 퍼래져 이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진아연은 함께 귀국하지 않았지만 일단 소식이 퍼지면 곧 그녀의 귀에 닿을 것이다.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박시준을 찾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런 벼락같은 최악의 소식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대표님의 시신도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 소식이 사실인지 확신할 수 있죠?" 라고 조지운은 입을 열었다. "그냥 대표님이 실제로 Y국에 있을 수도 있고 지금 Y국에서 전해 온 소식이라고 하니까 좀 당황스러워서요.""일단 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Y국 뉴스를 확인하겠어요." 마이크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한이는 거실에 계속 머물고 있었고 마이크가 통화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그는 마이크가 물을 뿜은 순간부터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무슨 일이예요?" 그는 마이크가 전화를 끊자마자 물었다. "박시준이 Y국에 있는데 박시준에게 무슨 일이 있어요?"그는 조지운이 전화에서 한 말은 듣지 못했다.그는 마이크가 Y국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박시준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국내 언론사들이 박시준이 죽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어. 사실인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Y국의 뉴스를 확인하려고." 마이크는 자기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 머리 아파! 너의 엄마가 알면 얼마나 속상해 할까. 넌 모르겠지만 이번에 두 사람이 싸운 건 너희 엄마가 아빠를 속여서 오해를 불러서야. 그래서 지분을 양도하는 일도 생기게 된 거지.""너희 엄마는 늘 자책하고
하지만 결국 박시준이 A국에 있다는 온갖 뉴스가 나온 것이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는 김형문의 이름을 입력했다. 한순간 관련 뉴스가 잇달아 나타났다.최근 김형문에 관한 뉴스에는 그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꽃집에서 국화를 사고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곧 장례식에 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설마 박시준의 장례식에 갈 건 아니겠지?마이크는 뉴스를 대충 훑어보았는데 어제 일어난 일이었다.그러니 박시준은 어제 죽었고 뉴스는 오늘 국내로 전해진 것이다...마이크는 뉴스 스크린샷을 조지운에게 보냈다.조지운은 물음표 한 줄을 답장으로 보내왔다.뉴스를 본 성빈은 부랴부랴 Y국으로 향하는 티켓을 샀다.여소정은 황급히 진아연의 번호를 눌렀다.그 시각 B국은 늦은 밤이었다.진아연은 수면제 반 알을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여소정은 진아연이 전화를 받지 않자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다시 한번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이렇게 큰일이 일어났으니 여소정은 그녀에게 이 일을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여소정의 세 번째 전화에 눈을 떴다.잠에서 깬 그녀는 먼저 시간을 확인한 뒤 어리둥절하여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박시준이 죽었대. 지금 국내에 뉴스가 쫙 퍼졌어." 여소정이 소리를 질렀다. "Y국에서 죽었대. 이건 뉴스로 본 건데 뉴스엔 사진 없이 그냥 글로만 나왔어. 성빈 씨가 이미 Y국으로 가는 중인데 너도..."진아연은 어두운 방을 망연하게 바라보다가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아연아, 내 말 듣고 있어?" 전화기 너머로 아무 대답도 없자 여소정은 목소리를 높였다."박시준이 죽었다고? 박시준이 죽었다고 그랬어?" 그녀는 휴대폰을 꼭 잡고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그래, 국내 뉴스에선 그렇게 말했어. 자세한 건 Y국에 가봐야 알 것 같아." 여소정이 말했다. "성빈 씨 소식을 기다려봐.""그가 어떻게 죽을 수 있어... 김형문은 그와 사이가 좋았는데... 지운 씨가 그랬어. 두 사람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이라고 말이야. 성빈 씨랑 알고 지내던 시간보다
A국.박시준의 사망 소식이 퍼진 후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이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김세연은 이 일을 라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라엘은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이 일을 의논하는 걸 들었다.화장실에서 나온 라엘은 김세연의 앞에 다가가 슬픈 얼굴로 물었다."저의 아빠가 죽었어요?"김세연은 갑작스러운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화장실에 갔는데 어떤 이모 두 명이 저의 아빠가 죽었다고 했어요." 라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빠가 왜 죽었어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김세연은 라엘을 안고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라엘아. 이 일은 아직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았어. 외국에서 온 소식이고 엄마가 이 일을 확인하러 갔으니 정확한 소식을 받으면 그때 다시 알려줄게."라엘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빠가 죽으면 안 돼요. 엄마랑 자주 싸우긴 하지만 나한텐 좋은 아빠였어요... 엄마한테도 잘했어요. 싸울 때마다 엄마를 이기지 못했는데...""그래, 나도 너의 아빠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 울지 마. 안 죽었을 수도 있잖아? 엄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자. 응?""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요.""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어 전화기가 꺼져 있을 거야.""오빠한테 전화하고 싶어요.""알았어, 지금 전화할게." 김세연은 한 손으로 라엘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한이의 번호를 눌렀다.곧 한이가 전화를 받았다."오빠, 흑흑!"한이는 여동생이 왜 우는지 알기에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박시준이 안 죽었어.""정말이야? 오빠!""그래. 시신을 못 봤으니 죽은 게 아니야. 시신을 가져오면 그때 울어."라엘: "...""넌 세연이 삼촌과 함께 있어. 여기 오지 말고." 한이가 말을 이었다. "나 공부하느라 바빠서 널 돌봐줄 겨를이 없어. 엄마가 돌아오면 다시 오도록 해."라엘: "..."구치소.최은서가 최경규의 면회를 하러 갔다.오늘 박시준의 뉴스를 본 그녀는 기분이 우울했다.박시준이 죽었으니 아빠도 곧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
"난 네 두 오빠의 엄마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네 엄마가 누군지 어떻게 기억나겠어? 쓸데없는 생각 집어치워. 내가 젊었을 때 갖고 논 여자는 다 비천한 기생들이었어. 네가 꼭 엄마를 찾아간다고 해도 너한테 좋은 점이 없을 거야. 오히려 너의 그 쓰레기 같은 엄마가 널 빨아 먹으려 할걸."그의 말을 들은 최은서는 마음이 차가워졌다."누구든 날 미워해도 되지만 너랑 너의 오빠는 그럴 권리가 없어.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희들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겠어?" 최경규는 자신이 두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방문 시간이 끝났습니다." 경찰은 말을 마친 후 최경규를 데려갔다.최은서는 최경규의 약간 구분 허리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그는 이미 어린 그녀의 눈에 비추던 그 난폭하고 무서운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늙었다.그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일반 아버지들처럼 그녀를 관심가진 적은 없지만 그녀를 키운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건 사실이었다.방금 그의 유골을 버리겠다고 했던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그녀는 장례식장 직원에게 연락한 적도 없었다.그녀가 일부러 그런 말로 그의 화를 돋운 건 그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빌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구치소에서 나온 그녀는 택시를 타고 성빈의 집 주소를 말했다.성빈에게 학교 다니고 싶다고 말한 뒤 성빈이 대학교 두 개를 찾아 그녀더러 선택하라고 했다.그녀와 성빈은 늘 입씨름 하곤 했지만 성빈은 그녀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인생은 자기 것이니 어떤 길을 선택하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진아연이 말했다.성빈의 집에 돌아온 그녀는 대문의 도어 코드를 입력했다. 대문이 열린 후 마당에 세워져 있는 검은 색 차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이것은 성빈의 차가 아니다.그녀가 집에서 나갈 때 마당엔 이 차가 없었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마당을 가로질러 별장 문 앞에 걸어갔다.그녀가 비밀번호를
"아줌마, 아니에요. 전 아이를 이용해 그 사람 재산을 얻을 생각이 없어요... 이 모든 건 사고였어요..." 최은서는 심판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런 야망이 없었다."청춘 남녀가 같은 집에 있으니 당연히 사고 치지. 하하!" 성빈의 어머니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넌 시준이의 친동생이기도 하니 나랑 성빈이버지가 섭섭하지 않게 해줄게. 예전에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어. 앞으로 우리가 널 친딸처럼 생각하고 돌봐줄 거야."최은서는 성빈 부모님의 자애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입가까지 나온 말을 도로 삼켰다.그녀는 어른들에게 이런 따듯한 온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이런 달콤함에서 헤어나오기 싫었다.이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Y국.성빈은 돌고 돌아 겨우 김형문의 부하 한 명을 찾아냈다."박 대표님께선 교통사고로 사망하셨습니다.""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살인이 아닌 사고가 확실해?" 성빈이 화를 내며 물었다. "김형문을 찾아와! 내가 직접 물을 거야."부하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성빈 씨, 저한테 그러지 말아요. 박 대표님께서 사고가 난 후 형문 형님도 슬픔에 빠져 있다가 지금은 병원에 계십니다.""슬픔에 빠져서 그러는 게 확실해? 병원에 숨어서 감히 못 나오는 게 아니고?" 성빈이 호통쳤다."성빈 씨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세요. 여기는 형문 형님의 구역인데 형문 형님이 누굴 두려워한단 말씀입니까?" 부하가 말했다. "형문 형님은 박 대표님과 거의 친형제나 다름없었는데 어떻게 박 대표님을 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박 대표님은 이미 ST그룹의 모든 지분을 양도하셨는데 박 대표님을 해하여 형문 형님께서 얻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성빈은 말문이 막혔다."박 대표님께선 직접 비행기를 타고 오셨습니다. 그건 박 대표님께서 형문 형을 친구로 생각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들 사이엔 아무런 이익적인 분쟁이 없었는데 형문 형님이 왜 박시준 씨를 해코지하겠어요?"성빈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성빈 씨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자 예상대로 폭우가 쏟아지고날이 어두워졌다.겨우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녁이 다가온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졌다.성빈은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지금은 여름이니 시체를 야외에 방치하면 일주일도 안 돼 썩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또 폭우가 세차게 내리고 있으니... 일주일이 아니라 오늘이 지나면 시신이 완전히 부패할 것이다.휴대폰 벨 소리가 그를 슬픔 속에서 끌어왔다.그는 휴대폰을 꺼내고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전화를 받자 진아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성빈 씨. 지금 어디예요? 시준 씨는 찾았어요? 저 막 공항에 도착했는데 찾으러 갈게요.""공항에 가만히 있어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 성빈은 황급히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박시준이 산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걸 그녀가 알게 되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진아연은 공항 앞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우를 바라보며 마음이 초조해졌다.그녀는 박시준이 정말 죽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고 그녀는 슬픈 감정이 피어오르는 걸 억누를 수 없었다.박시준이 정말 죽었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지...그녀는 어떻게 해야지 몰랐다.몸의 기운이 다 빠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그녀는 지금 숨을 몰아쉬고 박시준이 아직 살아있다고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약 30분 후, 성빈이 검은 우산 하나를 손에 들고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왜 검은 우산을 들고 있어요?" 그녀는 지금 너무 예민했다.검은색 물건만 보면 마치 박시준의 시신을 보는 것 같았다."길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산 거예요." 성빈이 핑계를 찾아 말했다. "들어가요."그는 우산을 접고 그녀와 함께 공항 로비에 들어섰다.그녀는 의아하게 물었다. "시준 씨의 행방을 찾았어요? 절 그 사람에게 데려가 줘요. 시신이라도 상관없으니 제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