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석이 물을 마시고 방으로 돌아가자 박우진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빠, 삼촌을 이용하면 되겠어요." 박우진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진아연은 마음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박한은 몇 초 동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용할 건데? 네 삼촌은 바보라서 아무것도 할 줄 몰라.""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린 삼촌을 이용해 진아연을 협박하기만 하면 돼요." 박우진은 간사한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고모가 진아연의 아들을 구하다가 죽었으니 진아연의 마음속엔 고모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있을 거예요. 삼촌에게 병을 치료해 줄 때도 삼촌의 진짜 신분을 몰랐어요. 아마 고모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삼촌에게 병을 봐 준 걸거예요."박한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고모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게 맞긴해. 하지만 그건 너의 삼촌에게 미안한 건 아니지. 만약 너의 고모를 인질로 협박한다면 몰라도 너의 삼촌을 인질로 협박을 한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우리가 너의 삼촌을 죽일 거라 협박할 수도 없잖아.""물론 정말 죽일 순 없죠. 진아연은 죽는 사람을 그냥 두진 않을 거예요. 삼촌의 바보 같은 모습이 고모랑 많이 닮긴 했어요. 아빠. 잘 생각해봐요. 이건 우리한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예요. 박시준의 성질은 아무 사람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삼촌을 죽였다고 해도 일 원 한 푼 나눠주지 않을걸요. 하지만 박시준은 진아연의 말을 잘 들어요. 우리가 진아연을 손에 넣으면 삼촌을 손에 넣은 거랑 같아요."박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의 생각에 찬성했다.박시준의 성격이 일반인들과 너무 달랐다.이런 문제로 일반인을 협박한다면 그들은 돈을 써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테지만 박시준은 그러지 않았다.그는 서로 다치더라도 외부인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다.일반인들과 다른 과감함과 인내력으로 인해 그는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이 한평생 해낼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이 일은 계획을 잘 세워야 해. 지금 성급하게 진아연을
박시준이 오늘 밤 그녀에게 한 고백에 그녀는 아주 크게 감동했다.하지만 그녀는 오늘 오랫동안 준비했던 결혼식이 엉망진창이 된 게 너무 아쉬웠다.오늘 점심에 순조롭게 결혼식을 진행했다고 해도 여전히 괴로울 것이다.박한이 너무 심했다.그는 아무 때든 그 소식을 퍼뜨릴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선택한 날이 오늘이였다."예전에 난 내 주위의 대부분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늘 누군가가 나쁜 사람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것 같아." 그녀는 술잔을 들고 또 한 모금 마셨다."박시준 씨 형 박한 말하는거지?" 여소정이 말했다. "역겹긴 해. 박시준이 아무리 친동생이 아니라고 해도 지난 몇 년 동안 잘 해줬었잖아. 옛정 따윈 하나도 없는 거야? 참 역겨워.""박 부인이 살아계셨으면 박한이 저렇게 하게 놔두지 않았을 거야.""맞아. 아연아. 화내지 마. 오늘 일을 통해서 난 예전에 박시준을 잘 몰랐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여소정이 조금 전 박시준이 무대 위에서 진아연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박시준은 그저 성공한 사업가라고만 생각했어. 돈이 첫째인 그런 사람 말이야. 하지만 오늘 이 남자가 참 감정이 깊다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하지만 하늘은 그 사람에게 불공평해. 그가 겪은 일을 어느 하나라도 일반인이 겪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야." 진아연은 잔에 있는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마음이 아파. 앞으로 살인범이라는 죄명을 쓰고 살아야 할 텐데 그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엉망진창이야.""그가 왜 박준구를 죽이려 했는지 알아?" 여소정이 물었다. "다들 이 일을 의논하고 있어.""박준구가 시은이를 학대했어. 만약 박준구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죽은 사람은 아마 시은이었을 거야." 진아연은 빈 잔을 내려놓고 씁쓸하게 말했다. "내가 왜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하는지 알아? 박시준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했어. 그의 친생부모도, 나중에 입양한 박씨 가문도 모두 그에게 정상적인 따뜻함을 주진 않았어."저녁 10시가
박시준은 그녀가 취해서 이런 생각을 할 줄은 예상지 못했다.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빨간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아연아, 취했어. 오늘 밤은 푹 쉬어. 안 괴로워?""괴로워요."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다친 걸 보니 너무 괴로워요.""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집사에게 해장국 가져오라고 했어." 그는 흐릿한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왔다. "침대에 누워있어."."어디 가요?""집사에게 전화하려고." 그는 집사의 번호를 눌렀고곧 집사가 전화를 받았다.그가 집사에게 해장국을 가져오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아연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사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집사는 어리둥절해졌다.박시준은 고개를 돌려 취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나 너무 더워요, 아이스크림 안 주면 옷 벗을 거예요..."박시준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욕실에 가서 따뜻한 물을 받아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그녀는 그의 팔을 뿌리치고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나 어지러워요... 건드리지 말아요...""또 술 마실 거야?"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오늘 결혼식이 우리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속상한 건 알아. 하지만 아연아, 결혼식은 그저 형식일 뿐이야. 우린 앞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할 거라고.""칫, 잘났어요. 정말." 얼굴을 다 닦고 나니 그녀의 머리가 조금 맑아진 것 같았다. "결혼식은 당신이 준비한 거에요. 오늘 우리 결혼식을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부었는데... 아쉽지 않아요?""아쉬워도 어쩔 수 없잖아?" 그는 수건을 적신 후 다시 그녀의 얼굴을 닦았다. "박한은 지금쯤 아마 집에서 무능함을 느끼며 엄청 화나 있을 거야.""쌤통이네요." 그녀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자가 우릴 해치려고 할수록 우린 더 보란 듯이 살아야 해요.""맞아." 그는 그녀의 빨간 두 눈을 보며 그녀가 내일 두통을 앓을까 걱정했다. "점심에 가져왔던
박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놀라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침대 옆에 앉아 억지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려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는 반쯤 먹은 아이스크림을 그녀에게 건넸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그는 화가 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달랬다. "녹을까 봐 대신 좀 먹었어.""왜 안 깨웠어요?"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크게 한입 물었다. "덥다고 했는데 먹으면 어떻게 해요? 집사에게 하나 더 가져다 달라고 했어야죠.""차가운 거 많이 먹지 마." 그는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고 말했다. "아직도 어지러워?""어지러워요!"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찬 걸 먹으면 좀 괜찮아져요.""해장국이 있는데 먹을래?""나중에 먹을게요." 핑크 보온병을 본 그녀는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무슨 해장국이에요?""열어보고 알려줄게." 그는 보온병을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동탯국이야.""마실래요." 그녀는 지금 속이 너무 울렁거렸다.그는 그릇과 숟가락을 가져와 그녀에게 한 그릇 건넸다.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해장국 두 그릇까지 마시고 난 그녀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녀는 순간 구역질이 올라와 참을 수 없었다."욱!"그녀는 맨발로 카펫을 밟고 쓰레기통에 토했다.방금 먹은 아이스크림과 해장국을 전부 토해냈다.그는 다급히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티슈를 들고 그녀의 입을 닦아주었다."또 마실 거야?"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그를 밀쳐내고 화장실로 걸어갔다.그는 집사에게 연락해 청소를 부탁했다.진아연은 위에 있는 것을 다 토해내고 난 뒤 찬물로 세수했다.토하고 나니 괴로운 느낌이 덜 들었다. 더워 미칠 것 같던 느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조금 추운 것 같았다.그녀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집사가 이미 침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난 뒤였다."깼어?" 그는 그녀의 눈빛이 한결 맑아진 걸 발
점심 11시.진아연은 배가 고파 잠에서 깼다.잠에서 깬 그녀는 텅 빈방을 바라보며 조금 어리둥절했다.관자놀이가 지끈거렸고 어젯밤 일을 떠올렸지만 머리가 너무 아파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거실에서 이모님이 지성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었다.그녀가 걸어오는 걸 본 이모님이 말을 걸었다. "아연 씨, 깼어요? 두통은 좀 어때요? 진통제 드실래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두통은 아직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시준 씨는요? 왜 안 보이는 거죠?"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어제처럼 조금만 그의 모습이 안 보여도 당황하며 불안해하지 않았다.결혼식도 끝났고 보안도 강화되었기 때문에 그에게 별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아침 일찍 나갔어요. 경찰서에 다녀온다고 하던데요." 이모님이 말했다. "걱정되면 전화 해봐요. 배고프죠? 뭐 좀 드실래요?"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어젯밤에 여러 번 토했으니 배고플 거예요." 지성이에게 우유를 다 먹인 이모님이 지성이를 안고 집사를 찾아가려 했다. "담백한 거로 준비하라고 할게요.""네. 제가 어젯밤 여러 번 토했어요?" 그녀는 자신이 처음 토하던 상황만 기억했다."네, 아연 씨, 앞으론 그렇게 많이 마시지 말아요. 새벽 4시가 다 돼서야 잠들었어요." 이모님이 말했다. "대표님이 계속 안연 씨 보살펴 드렸어요. 아연 씨가 자꾸 이상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제가 도우려 했지만 도움이 별로 안 됐어요."진아연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상한 요구라니요?""기억 안 나요?"그녀는 수줍게 고개를 저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토한 것만 기억나요.""아연 씨가 아이스크림 먹은 거 까진 잘 몰라요. 새벽 한 시가 넘어서도 방안이 너무 소란스럽길래 가본 거예요. 그때 아연 씨가 수영하러 가겠다고 하는 걸 봤죠... 사람은 대체 왜 사냐고,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했어요. 수영하러 가는데 대표님도 꼭 함께 가야 한다고 했어요."진아연: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의 마음이 순간 안정되었다."전 괜찮아요... 아침 일찍 경찰서에 갔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최경규가 자신이 박준구를 죽였다고 자백했대."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아침 일찍 경찰서에 자수하러 갔다고 해서 나도 가는 중이야."진아연은 깜짝 놀랐다.박준구를 죽인 사람이 최경규라고?이럴 수가?"곧 집에 갈 거니까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자." 말을 마친 그가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손에 들고 멍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다.박준구를 죽인 사람이 정말로 최경규라면 이 일은 박시준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박시준을 욕하던 사람들도 입을 다물 수 있게 된다.이렇게 되면 박시준에겐 아주 좋은 일이지만 최경규가 왜 갑자기 자수하러 간 거지?박시준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나?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행패나 부리는 사람인데 양심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얼마 안 돼 박시준이 별장으로 돌아왔다.그를 본 진아연이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최경규가 왜 갑자기 자수하러 갔대요? 누가 자수하라고 시킨 거래요? 무슨 조건을 내걸었어요?"박시준은 초조한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 일이 내 사업에 영향 줄까 걱정된 거야. 내 사업에 타격이 생기면 최경규에게 좋은 점이 없을 테니 말이야.""역시나 돈 때문이군요. 얼마 달래요?""자기 아들딸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달래." 박시준은 마른 침을 삼켰다. "쓰레기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아들딸에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하지만 당신을 이용만 하잖아요." 진아연이 불만을 토로했다."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박시준이 셔츠 단추를 풀고 비꼬며 말했다. "내가 최씨 집안의 자랑이래.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에 의해 무너지는 걸 지켜볼 수 없다고 했어. 이 일은 날 무너뜨릴 수 있으니 최씨 집안의 자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거지.""당신의 말은 그 사람이 당신을 위해 죄를 뒤집어썼다는
"아연아, 어젯밤 술 취해서 무슨 일 했는지 기억나?" 박시준이 갑자기 주제를 바꿨다.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올랐다."이모님이 나한테 말해줬으니 다시 말하지 말아요.""어젯밤에 자식 셋으로는 모자라니 서른 명은 낳아야 한다고 했어." 그는 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낳을 수 있을 때까지 낳자고 했어. 내가 그럼 돼지가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의 황당한 말에 그녀는 머리털이 곤두섰다."돼지 소리를 내며 나한테 비슷하냐고 물었어." 여기까지 말한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다음번에 또 이렇게 취하면 다 찍어 놓을 거야.""내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막 지어내는 거 아니에요? 내가 어떻게 애를 서른 명이나 낳으려 하겠어요? 내가 아무리 취했다고 하지만 그런 헛소리를 했을 리 없어요."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신혼여행은 어떻게 할까?" 그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위정이 다른 나라에서 엽서를 보냈다고 하던데?""네, 우리랑 아주 멀리 떨어진 작은 나라였어요. 인터넷에서 이 나라에 관해 찾아봤는데 아주 낙후된 나라였어요. 여행을 갈만한 곳은 아닐 거예요.""우리 가보자." 박시준이 결정을 내렸다. "아직 그 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정말 갈 거예요? 제가 공항에 확인해 봤는데 우리나라엔 그 나라로 가는 비행기가 없대요. 중간에서 두 번 바꿔 타야 하고 나중엔 배를 타고 가야 그 나라에 도착할 수 있어요. 내일 출발한다고 해도 이틀 뒤에나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몸이 좋지 않아 오늘 집에서 쉬었다."찾고 싶지 않아?" 박시준이 예리한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시은이가 이 세상에 있든 없든 난 그자를 만나 도대체 어디에 묻은 건지 직접 물어야겠어. 난 시은이를 바다에 뿌렸다는 말을 믿지 않아. 반드시 나한테 확실한 대답을 해줘야 할 거야."그가 흥분한 것을 본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시준 씨, 시은씨가 당신 여동생이 아닌데도 엄청 신경 쓰이나 봐요?""혈연관계가 없
최은서는 울어서 두 눈이 벌겋게 됐다. "오빠가 떠났어요. 1초도 여기에 남아있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하지만 전 오빠를 따라가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절 돌봐주지도 않는데 차라리 여기에 남아있는 게... 아빠가 어젯밤에 박시준이 돌봐줄 거라고 했어요."성빈은 그녀의 말에 의아했다. "안 간다면서 캐리어는 왜 끌고 있어요?"최은서는 울먹이며 말했다. "오빠의 집을 팔아서 지금 묵을 곳이 없어요. 오빠가 돈을 주긴 했는데 전 지금 혼자라 두려워서요. 절 박시준에게 데려다주세요. 저 그 사람 연락처가 없거든요."성빈: "..."박시준은 이 일을 이미 그에게 넘겼다. 그래서 그는 최은서를 박시준에게 데려갈 수 없었다.박시준은 최 씨 남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달마다 그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거로 최경규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 했다."시준이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좀 바빠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시면 돼요." 성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최은서는 박시준의 친동생이기에 그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전 지금 지낼 곳이 없어요.""호텔로 모셔다드리죠." 성빈이 말했다."난 혼자 호텔에 묵어본 적이 없어요.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거든요." 최은서가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 "박시준에게 데려다줄 수 없다면 당신 집으로 데려다줘요."성빈은 최은서를 훑어보았다. 키가 크고 말랐으며 이목구비가 정교하지만 조금 성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실제 나이보다 몇 살은 많아 보였다."몇 살이에요?""올해 20살이에요.""그럼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겠네요?""아뇨. 성적이 안 좋아서 고등학교까지만 다녔어요."성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부하는 거 아니면 매일 뭐해요?""아빠가 저더러 집에서 최운석을 지켜보라고 했어요.""알았어요, 시준이와 의논해 보고 학교를 찾아볼 테니 앞으론 학교 다녀요.""그럼 오늘 밤은 어디에 묵어요? 당신 집이 안 된다고 하면 박시준의 집으로 데려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