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할 수 있지! 중요한 건, 너희 둘이 달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내가 바라건, 바라지 않건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거야! 이전에 너희가 싸운 게, 내가 바라서 그런 거겠어?" 마이크가 비웃었다. "그나저나, 한이는 걱정할 것 없어. 이미 거기서 어느 정도 적응했어.""한이가 너한테 개인적으로 귀띔한 건 없고?" 아연이 물었다.마이크는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엷게 웃었다. "네 아들이 어디 다른 사람한테 귀띔 같은 걸 할 애니? 한이는 네 앞에서나 몇 마디 말하지, 다른 사람들 앞에선 너무 말이 없어. 새 학교에서 첫날, 선생님이 나한테 한이가 말을 못 하는 건 아닌지 물었다니까."진아연이 깜짝 놀라 말했다. "한이가 잘 적응했다며?!""적응했다니까!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선생님도, 반 친구들도 다 한이와 잘 어울리고, 한이를 괴롭히게 두지 않겠다고 보장했어. 이게 잘 적응한 거 아니면 뭐겠어?" 마이크가 크게 웃었다.아연이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한이를 해외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한이는 이미 해외에 나갔고, 이제 와서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시준 씨가 결혼식이 끝난 후에 한이를 찾아가겠다고 하니, 너도 가서 만나 봐. 네 아들이 마르긴커녕 오히려 더 자랐을걸.""그게 최고지. 한이가 거기서 잘 지내지 못하면 곧바로 집으로 데려올 거야.""눈 찌푸리지 마. 내일 새신부가 되잖아." 마이크가 그녀를 훑어보았다. "소감이 어때?"진아연은 2초간 생각했다. "내 소감은, 결혼식은 번거로운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거야. 시준 씨는 그저께부터 호스트라도 된 것 같아. 매일 같이 손님들을 접대하고 있어.""지운 씨한테 들었어. 시준 씨 말고도 성빈 씨도 너무 바쁘다던데. 그리고 지운 씨 말로는 성준 씨 대학 동창들 중에 미인이 적지 않대. 걱정 안 돼?"아연은 차 문을 열고 차에 오르며 여유롭게 말했다. "시준 씨 회사에 가본 적 없어? 시준 씨 회사에는 젊고 예쁜 여직원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아. 난 갈 때마다 미모랑 연관 된
"아연이는 요리도 잘해. 내가 먹고 싶은 건 뭐든 다 만들어 주지. 나에게 정말 잘해줘.""그리고 스웨터도 짤 줄 알아. 그녀가 짠 스웨터는 바깥의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더 나아.""내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녀는 농담을 하면서 나를 웃게 해줘.""내가 기분이 좋을 땐 나를 데리고 나가. 너희들도 알지, 내가 얼마나 답답한 사람인지. 하지만 한 번도 나를 내치지 않았어.""내가 아플 때, 도 자지 않고 밤새도록 살뜰히 나를 돌봐주었어. 아연이는 훌륭한 어머니이자 기업가일 뿐만 아니라 좋은 아내야."...박시준은 많이 취한 듯, 혼자서 끝도 없이 수다를 떨었다. 아연은 영문도 모른 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지 지금껏 알지 못했다.이것이 그가 꿈꾸는 아내의 모습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시준 씨,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그녀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스 한 잔을 따라주었다.그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오히려 머리를 높이 들고선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연아, 왜 나랑 결혼해?"진아연: "..."그녀는 그의 눈빛에서 그의 생각을 알아챌 수 있었다.그는 방금 자신이 그녀를 칭찬한 것처럼, 그녀 역시 그를 칭찬해주기를 원하고 있었다."아연 씨, 왜 시준이랑 결혼하는지 말해줘요! 이렇게 훌륭한 분이시니, 분명 쫓아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누군가 농담을 했다.아연은 난감한 듯 목을 가다듬고는, 뻔뻔스럽게 말했다. "저는 속물이에요. 제가 결혼하려는 이유는, 시준 씨가 잘생기고 몸매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돈이 많기 때문이죠. 맞아요, 제대로 들으셨어요. 전 시준씨의 돈을 좋아해요."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시준은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계속하도록 격려했다."그는 자기가 다 맞고, 자기만 잘난 줄 아는 남자예요. 그래서 자주 저를 화나게 하죠. 매번 저를 화나게 한 후엔 저에게 값비싼 선물을 줘요." 아연이 폭
"시준 씨, 난 당신이 밖에서 나에 대해 한 번지르르한 말 속의 사람처럼 될 수 없어요." 아연이 침대 밑에 앉았다. "난 스웨터 짜는 방법조차 모른다고요.""그들은 너를 잘 모르잖아. 그래서 내가 알려주려던 거야. 너가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란걸." 그는 종이에 모든 비밀번호를 적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여보, 확인해보시죠."아연은 그의 해명을 받아들였다.그녀는 그가 건네준 종이를 받아 들고 자세히 살펴보던 중, 무언가를 발견했다. "당신 SNS 비밀번호 앞자리의 JAY가 혹시 내 이니셜이에요?""응.""금고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고요?" 그녀는 또 다른 포인트를 발견했다."응. 은행 카드 비밀번호는 라엘이 생일이야." 그가 먼저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내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여자들이니까."그녀는 달아오른 얼굴로 물었다. "아들은 중요하지 않고요?""상대적으로 딱히?" 그는 침대 옆에 앉았다. "당신과 딸이 나랑 더 마음이 잘 맞지. 아들 녀석은 나한테 화만 낼 줄 아는데 말이야.""지성이는 당신한테 화낸 적 없어요. 한이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해서, 아들은 다 별로라고 생각하지 말아요.""아들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게 아냐. 그저 내 아들은 나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앞가림을 스스로 했으면 하는 거지." 그는 창가로 걸어가 속 커튼을 쳤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는 나도 기꺼이 도와줄 테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도와주지 않을 생각이야."아연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막 성인이 되었을 때는, 말만 성인이지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었을 텐데. 그래도 성인이라는 이유로 내버려 둘 거예요?""아이들이 나에게 도움을 구하면 난 도와줄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먼저 도와줄 생각은 없어." 그는 외투를 벗어 한쪽에 건 후, 그녀 곁에 앉았다. "난 우리 아들이 박우진 같은 망나니가 되지 않길 바래."아연은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모든 재벌 2세가 박우진 같진 않아요. 물론, 당신의 결정을 존중
"아연 씨, 우선 대표님께 전화해서, 사람을 보내 확인하게 하시죠." 이모님이 제안했다. "이런 외딴곳에, 박우진이 왜 왔겠어요? 분명 뭔가 나쁜 속셈이 있을 거예요. 내일 결혼식을 망쳐버리면 어떡해요."진아연: "네. 이따가 만나서 얘기해볼게요.""아연 씨, 박한이 괜찮은 사람일거로 생각하지 말아요. 그는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이모님이 지성을 끌어안은 채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박우진이 이렇게 질 나쁜 사람인 게, 어디 그 사람 혼자 그렇게 된 거겠어요? 사실 그건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거겠죠. 그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비슷한 부류일 거예요. 아버지란 사람도 어디 괜찮은 구석이 하나도 없잖아요. 옛말에 그런 말도 있고요, 유유상종!"아연은 인상을 쓰고 몇 초 동안 생각하더니 말했다. "어렴풋이 기억나요. 시준 씨가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 박우진은 저를 이용해 시준 씨의 재산을 가로채려 했었죠. 그런 어마어마한 일은 분명 박시준 혼자 꾸미진 않았을 거예요.""맞아요! 대표님이 깨어난 후에 박우진이 대표님을 찾아왔었죠? 그때 대표님께서 크게 화를 내셨잖아요." 이모님은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대표님께서 그들의 행실을 모를 줄 아셨죠? 박한이 이렇게까지 질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대표님도 이 정도로 매정하진 않으셨을 거예요."진아연은 침묵했다."그래서 내일 저 두 부자를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이모님이 재차 말했다."네, 이따가 시준씨와 이야기해 볼게요."차가 리조트에 들어선 후, 아연은 한눈에 시준을 발견했다.그는 밖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녀와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곧장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운전기사가 차를 세우자 진아연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시준 씨." 아연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사람을 보내 밖을 좀 확인하게 해요. 방금 박우진을 봤어요."박시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확실해?""이모님도 봤어요. 그가 수상한 남자와
잠시 후, 박우진을 찾으러 갔던 경호원이 돌아왔다."대표님, 근처 여러 곳 찾아봤지만 박우진을 찾지 못했습니다."박시준: "찾을 필요 없어.""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 리조트 대문을 지키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그래."별장에서 진아연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여소정이 지성이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네가 지성이 데려온 거야?""응! 누가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박시준 씨가 나더러 지성이 데려가라고 했어." 여소정이 말했다. "박시준 씨가 지성이를 안고 밖에서 어찌나 과하게 칭찬을 하던지, 담배 피우는 사람도 박시준 씨를 못 견뎠을 것 같아."진아연은 웃음을 참았다."박시준 씨 요며칠 유난히 흥분한 거 같지 않아? 점심에 밥 먹을 때도 너를 엄청 칭찬했잖아? 오전에도 라엘이를 항상 안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이 라엘이 칭찬 한마디만 하면 시준씨는 열마디씩 하고, 남들이 라엘이 다리 다친 거 아니냐고 할 정도야 웃겨 죽겠어!" 여소정은 아침 일찍 왔기에 모든 걸 봤었다."시준씨 너무 오랫동안 참아서 요 이틀 터진 거 같아, 이번처럼 이렇게 많은 손님을 초대한 건 처음이랬어." 진아연은 분석했다. "그 사람 사업 성공한 건 다들 알고 있지만, 지금 삶도 아주 행복하다는 것도 알게 하고싶은 거지.""행복하니까 저렇게 자랑하고 싶은 거겠지, 잘됐어!" 여소정은 지성이를 침대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그의 양팔을 붙잡고 서 있게 했다. "귀염둥이 아가야, 아빠하고 부르면 우유 줄게."지성이는 앵두같은 작은 입술을 쩝쩝거렸다."아빠." 여소정은 지성이에게 가르쳤다 "아빠, 아빠, 아빠!"지성이는 다시 입을 쩝쩝거렸다."아빠, 아빠, 아빠!" 여소정은 계속해서 '아빠' 로 애기에게 주입했다.지성이는 마침내 작은 입을 열었다. "아...빠!" 발음도 정확하고 말에 힘도 있어 박시준이 들으면 당장 미쳐 버릴 것이다."아연아! 들었니! 네 아들 이제 아빠라고 부를 줄 안다!" 여소정은 흥분하며 말했다
"두려워요." 그녀는 그 앞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생활이 깨질까 봐 두려워요. 그동안 우리가 함께한 이후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꼭 방해 받을 거라는 거 알아요."박우진은 아무 이유없이 여기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와 박한은 분명 계획이 있을 것이다.그녀는 내일 박한이 박시준의 모든 비밀을 밝힐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박한이 내일 그렇게 하려는 건 내일 리조트가 가장 시끌벅적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내일 많은 기자가 올 것이고 박한이 내일 비밀을 폭로하는 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너와 아이만 곁에 있다면 우리의 생활은 망가지지 않을 거야."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매혹적이었다."우리가 변하지 않을 거란 거 알아요. 하지만 시준 씨가 너무 많은 여론 압박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실이 밝혀진대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처럼 당신이 옳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그녀는 자신의 욕심이라는 걸 안다.진실이 밝혀지면 그가 냉정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그의 마음속은 분명히 영향받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그렇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추문이 공개되는 걸 견딜 수 있단 말인가?"아연아,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나만 믿어, 알았지?"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준씨, 전 늘 당신 믿어요. 제가 용기가 부족한 거예요, 감정 잘 조절해 볼게요. 얼른 가서 씻으세요! 전 지성이랑 놀고 있을게요.""라엘이는 어디 있어? 밤새도록 못 본 거 같네. " 박시준은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라엘이 마이크와 함께 있어요! 마이크가 요즘 집에 없어서 라엘이가 많이 그리워했어요.""그래, 내일 김세연 씨는 오는거야?""오늘 밤 발표가 있어서 발표 마치고 온대요. 내일 새벽에 올 수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왜 아빠를 욕해요?" 라엘이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진아연은 딸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딸에게 말하면 오늘 밤 딸이 잠을 설치게 될가봐 말을 삼켰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만약을 가정했을 뿐이야. 아빠는 좋은 분이라는 걸 기억 해. 남들이 다 아빠 뭐라고 해도 너는 아빠를 싫어하지 마.""네." 라엘이는 알듯 말듯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전 엄마 말에 따를게요."라엘이를 씻긴 후 진아연은 라엘이를 재웠다.침실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었다.박시준은 집사가 가져온 야식을 가리키며 물었다. "뭐 좀 먹을래?"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밤에 먹으면 가장 살이 찌기 좋아요. 전 내일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될 거니까 음식으로 절 유혹하지 마세요.""그럼 집사더러 치우라고 할게." 박시준은 집사를 불렀다곧 집사가 들어와 야식을 들고 나갔다."시준 씨, 우리 이제 그만 자요! 저 좀 피곤해요.""응. 디퓨저 치울까?""아니요, 향기 좋은 거 같아요.""알았어. 그럼 불 끌게.""네."불을 끄자 방안은 캄캄해졌다.진아연은 습관적으로 허리를 껴안고 작은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문질렀다.아로마 향과 어우러진 그의 익숙한 숨결은 마치 수면제처럼 그녀를 금세 꿈속으로 빠져들게 했다.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아침 햇살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깨어났어?" 그녀가 눈 뜨는 것을 보고 박시준은 일어나 앉았다. "일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미 도착했어.""네, 혹시 제 알람 끄셨어요?"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그녀는 늦잠을 잤다."좀 더 자도 괜찮아." 그는 이불을 걷어 올리고 긴 다리를 쭉 뻗은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집사에게 아침을 가져다 달라고 할게.""네." 그녀는 기지개를 펴고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활짝 열었다.황금빛 햇살은 부서진 금가루마냥 빛나고 밝았다.이렇게 밝은 햇살을 보니 그녀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아침식사 후 메이크업아티스트, 스타일리스
박시준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시준씨, 어디 갔어요?" 그녀의 쫄깃했던 심장은 조금 안심이 됐다.그녀는 방금 너무 긴장해서 그와 전화연결이 안 될 줄 알았다."손님 맞이하러 왔어. 넌 별장에 있어,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박시준은 침착하게 말했다."네, 박한이 시준 씨를 찾으러 왔나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니야."박한이 그를 찾아 오진 않았지만 그의 삼촌이 찾아왔다.그의 삼촌은 박한 때문에 박시준을 찾아 온 것이다.삼촌은 어제 리조트에 왔지만 지금은 밖에 있다.삼촌은 박한이 그에게 할 얘기가 있으니 지금 나가서 박한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박한은 대중앞에서 직접 폭로하는 것보다 사적으로 먼저 그와 협상을 원했다.박시준은 진아연이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만나러 가기로 했다.박한은 리조트 밖의 한 레스토랑에서 박우진과 박가의 여러 웃어른과 함께 앉아있었다.박시준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박시준에게로 향했다."시준아, 오늘 너의 결혼식 날이구나. 날 초대하진 않았지만 결혼 축하한다." 박한의 얼굴에는 가식적인 미소를 띄었다.박시준은 맞은 편에 앉았다. "말해 봐! 원하는 게 뭐야?""억울한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 박한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오늘 난 우리 박가에 속한 걸 되찾으러 왔어!"그의 오만한 태도를 본 박시준은 그와 협상할 기분이 사라졌다.박가에 속한 거라니?'박시준' 3글자 역시 박가에 속한 거겠네?"오늘은 너의 좋은 날이니 너무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우리 박가를 이용하게 둘 순 없어!" 박한은 박시준의 어두워진 안색을 보고 언성을 높였다. "나 이미 최운석이랑 유전자검사 했어, 검사 결과 최운석이 내 친동생이 맞더군! 그래서 넌 내 동생이 아니야, 우리 박가의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박시준은 웃어른들의 안색이 매우 어두운 것을 발견했다.이들은 이날 오전 박한에게서 이 사실을 알게 됐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원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