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께서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오셨길래. 말을 걸었는데도 그냥 무시하길래. 뭔가 넋이 나가 보였어요." 홍 아줌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전 아연 씨랑 싸운 줄 알았죠. 그래서 전화 해서 물어보려고 했던 거에요."진아연: "아, 일이 있어 술을 많이 마셨을 수도 있죠."홍 아줌마: "둘이 싸운 게 아니라면 다행이에요. 올라가서 다시 좀 지켜봐야겠어요."진아연: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네."진아연은 전화를 끊고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침실. 박시준은 충혈된 눈으로 진아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두려웠다.그는 오늘 밤 술을 많이 마셨고, 제정신이긴 하지만 언제든지 자제력을 잃을 것 같았다.그는 전화를 받으면 그녀에게 아무 말이라도 다 쏟아낼 거 같아 무서워 화장실로 돌아가 찬물로 세수를 했다.휴대폰은 계속해서 울렸고 그녀는 그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그는 세수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와 휴대폰을 집어들었다."박시준 씨, 오늘 누구랑 만났어요? 취했어요?" 진아연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 아줌마께서 넋이 나가보인다고 했는데. 괜찮아요?"그는 휴대폰을 든 채로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 "응, 괜찮아. 친구를 좀 만났어. 오랫만에 만나서 기뻐서 좀 마셨어.""아... 홍 아줌마께서 얼마나 놀라셨는데요. 우리 둘이 싸운 줄 알아요. 술도 잘 안 마시는 사람이 다음에는 많이 마시지 말아요." 진아연이 물었다. "제가 갈까요? 아이들은 곧 잘 시간이니깐요. 제가 가는 게 빠를 거도 같구요.""아냐." 그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그는 혼자 있고 싶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지난 30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체 뭐가 진실일까?그는 믿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그의 '어머니' 가 계획했다니.그는 박 부인에게서 애정과 관심을 분명히 느꼈다. 심지어 그를 더 편애했다. 큰 형까지도 만류할 정도였으니 말이다.이렇게 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술에 취한 건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사실 그는 오늘 밤 술에 취하기를 바랐다! 자고 일어나면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이 기억나지 않기를 바라면서!"취한 거 같아요." 진아연이 말했다. "자기 전에 홍 아줌마한테 해장할 수 있게 부탁했으니 좀 마시고 자요."그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30분 정도 지났을까 홍 아줌마는 매실차 한 잔을 들고 왔다.박시준은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방에는 침대 옆 램프 하나만 켜져있어 어두웠다.홍 아줌마는 그가 자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멍하니 문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그때, "들어오세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홍 아줌마는 바로 매실차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무심코 그의 손바닥에 검붉은 핏자국을 발견했다."대표님, 소... 손이 왜 그래요?" 홍 아줌마는 당황해 하며 말했다."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아연이한테 말하지 마세요."홍 아줌마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대표님에게 물어볼게요.""오늘 밤 최경규를 만났어요." 박시준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듯 했지만 목소리를 눈에 띄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가 뭐라고 했는지 듣고 싶지 않으세요?"홍 아줌마는 갑자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듣지 마세요! 다 거짓이니깐요!""그가 내 친아버지라고 하네요." 박시준은 술이 완전히 깨어난 것을 느꼈다. 매실차를 탁자에 올려둔 뒤, 천천히 말했다. "제 어머니께서 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고 하더군요. 홍 아줌마는 저희 어머니께서 가장 믿었던 사람이니... 잘 아시겠죠. 그의 말이 맞나요?"홍 아줌마는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설마 최경규가 돈을 달라고 찾아온 것인가요?" 홍 아줌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사실... 부인께서는 대표님에게 말한 적이 없었겠죠... 그저...""그저
박시준이 오자 센터장은 바로 사무실로 그를 모셨다."박 대표님,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센터장이 차를 따라주면서 정중하게 물었다.박시준: "제 약혼녀를 아시죠?"센터장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약혼자가 누구십니까?""진아연." 박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에 택배를 보내시지 않으셨습니까?"센터장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진 아가씨 말씀이십니까?! 알다 마다요. 우아하시고 아주 좋은 분이시죠. 두분이 약혼하셨다니 몰랐습니다! 그럼 결혼식은...?"박시준: "결혼식은 6월 1일로 정했습니다. 시간되신다면 와주시면 감사드립니다.""시간이야 당연히 내야죠!""제 약혼녀가 무슨 일로 여길 왔는지 알 수 있습니까?" 박시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본론을 말했다.그날 진아연이 그의 눈을 피하고 부자연스러웠던 생각을 떠올렸다.게다가 그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도 이곳에서 택배를 받은 뒤였다.센터장은 놀라며 머뭇거렸다. "박 대표님, 그건... 저희 규정으로 해당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진 아가씨에게 직접 물어보시면 되시는 거 아니십니까? 결혼을 약속하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박시준: "말하긴 했지만 그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약혼녀를 믿지 않으신다는 말씀이십니까?""거짓말도 선의의 거짓말이겠죠." 박시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당연히 결혼을 할 사이니 믿습니다. 다만 사실을 알고싶은 것 뿐입니다."센터장은 안도해 하며 말했다. "아... 그러면 간단하게 말하면 진 아가씨께서 한 환자의 혈액 샘플을 가져와서..."박시준은 그의 말을 가로막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녀가 정말로 환자의 혈액 샘플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는 더이상 알 필요가 없어졌다.당시 그는 그녀가 그를 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나친 생각이었다.센터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박 대표님, 사실 아주 재밌습니다..."박시준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설마 고릴라에 대한
"진 아가씨께 대표님께서 여기 오신 것을 말하지 않으신다면 제게 묻지도 않으시지 않을까요?" 센터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박시준은 그의 말에 수긍했다.한편.진아연은 지성을 데리고 여소정의 집에 갔다.여소정은 오늘 생리리 중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진아연은 지성을 데리고 그녀를 보러 왔다.그리고 진아연은 어젯밤 박시준이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알고 싶었다."시준 형이 취했다고요? 이상하네요? 한 번도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하준기는 진아연의 말을 듣고 격렬하게 반응했다. "시준 형의 친구라면 제가 다 알기는 하지만 어젯밤에 마셨다는 건 못 들었습니다!"여소정은 지성이와 놀아주며 말했다. "아연아, 박시준 씨가 속인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면 준기 씨와 박시준 씨는 그저 그런 사이라는 거고."하준기는 바로 말했다. "나랑 시준 형이랑 그런 사이 절대 아니거든! 둘이 또 싸운 거야?!"진아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안 싸웠어요. 그냥 어제 걱정돼서요. 어제 집에 지성이 보러 온다고 했으면서 일이 있다고 못 왔거든요. 어젯밤 홍 아줌마께서 전화와서 술에 너무 취했다고... 준기 씨, 아니면 성빈 씨한테 대신 물어봐주면 안 될까요? 누구랑 마셨는지?""아아, 알겠습니다.""제가 물어봤다고 하지 마세요.""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하준기는 말을 마친 뒤, 성빈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성빈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음? 도련님을 보러 간다고 임원 회의하다가 중간에 나갔다고 하던데?" 성빈은 하준기의 질문을 듣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젯밤에 친구랑 술을 마셨다고? 흠?"하준기는 스피커폰으로 돌렸다.성빈은 하준기의 말을 듣고 박시준이 거짓말을 했다고 결론지었다."아, 알겠어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하준기는 전화를 끊었다.여소정은 진아연을 보다 솔직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너한테 거짓말 했네."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걱정할까봐 그렇게 말한 거 아닐까! 통화할 때 기분이 많이 안 좋아보이긴 했어.""직접 찾아가서 물어보지
진아연은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지성을 안고 여소정의 집으로 돌아왔다."뭐야? 왜 웃어? 괜찮아?" 여소정이 말했다."괜찮아. 전화해서 물었더니 필름이 끊겨서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네. 기본적인 것도 신뢰도 하지 않는다면 결혼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진아연의 말에 하준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연 씨, 소정이한테도 방금 말했지만 지성이를 안고 시준 형이랑 싸우러 가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게요. 소정이는 지성이를 집에 먼저 데려다 준 다음에 갈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하준기는 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둘의 예상을 빗겨갔다.그 모습에 진아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예전의 그녀였다면 둘의 추측측대로 바로 박시준의 뺨이라도 때렸을지도 모른다!"다른 사람에게 관용과 이해를 하는 편이지만 그에게만큼은 절대 아니긴 하죠." 진아연은 약간 반성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번에 대화를 나눴을 때, 나한테 숨기는 이유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가 부담스러워할 까봐 그런 거라는 걸 알았어요.""오~ 아연 씨, 그렇게 생각한다니 좋네요." 하준기가 이어 말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신중하게 재혼에 대해서 결정을 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네요. 앞으로 시준 형이랑 잘 살아요."여소정: "뭐야? 오늘 출근 안 해?""갈 거야." 하준기는 가기 전에 지성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삼촌 출근할게~! 우리 지성이 잘 놀고 있어!"하준기가 떠난 뒤, 여소정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다."아연아, 준기가 아이들을 엄청 좋아한다."진아연: "보통 저 나이에 아이를 좋아하긴 하지.""예전에 그가 모은 피규어 상자를 가지고 왔는데 절대 못 만지게 하는 거야. 어젯밤에 상자를 열어보니깐 러브레터가 들어있더라고." 여소정은 얼굴색이 달라지며 말했다. "어떤 여자가 보낸 편지더라고. 편지에는 소녀랑 아기에 대한 환상들이 적혀 있더라."진아연은 여소정의 우울함이 월경 기간이 아니라 그 편지 내용이라고 생각했다."다 옛날 일이잖아. 어렸을 때, 그런 상상을 안 한
진아연은 하준기와 따로 만나기로 약속했다.하준기는 그녀의 전화를 받은 뒤, 오늘 만남에 걱정부터 들었다."무슨 일인가요?" 하준기는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불편함이 느껴졌고,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소정이가 뭐라고 했어요?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어요... 시준 형도 소정이한테 시간을 주라고 말했고...""박시준 씨가 그렇게 말했어요?" 진아연은 조금 놀랐다."네!" 하준기가 다시 물었다. "소정이가... 뭐라고 했나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왜 예전에 받은 러브레터를 상자에 따로 보관했어요? 그리고 카카오톡에 친구 추가도 되어있던데.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아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여소정은 분명 직접 물어보지 못할 것이다."아...! 음...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좀더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하준기는 멍해졌다."그 편지를 담은 상자를 왜 소정이가 만지지 못하게 한 거죠?" 진아연은 질문을 바꿔 물었다."아...! 그건 그 상자 안에 깨지기 쉬운 물건이라서 그래서 그런건데...!" 하준기는 말하다 그제서야 그녀가 물어본 의도에 대해서 깨닫고 말했다. "아...! 설마 그 상자에 있던 그 러브레터를 말한 건가요?! 그게 왜 거기에...?!"진아연은 그의 반응이 거짓처럼 보이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언제 그 여자랑 연락했어요?"하준기는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했다. "음... 한 일 년 됐나요? 결혼한다고 하길래 그래서 아마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했던 거 같은데. 카카오톡 추가해서 결혼식에 와달라고... 그게 다 인데요?"진아연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축의금이 뭐 얼마 되지도 않지만! 안 갔어요! 소정이가 알면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깐." 하준기는 웃으며 말했다. "결혼식에 와달라길래 제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거절했죠."진아연: "...""근데
진아연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 샀어요?" 그녀는 트렁크에 있는 물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넓은 트렁크에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정확히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모두 포장된 상자들로 가득 했다."박시준 씨, 오늘 저보고 오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말했다. "설마 제가 안 갈 줄 알았어요?""네가 오든 내가 가든 뭐 똑같지 않아?"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들며 그는 말했다. "오후에 지나가다 예쁘길래 너랑 아이들이 좋아할 거 같아 사왔어."진아연은 깜짝 놀랐다."그러니깐 이게 다... 오늘 오후에 다 산 거라는 거예요?!""응." 그는 말하면서 계속 트렁크에서 물건들을 꺼냈다.그녀는 그의 팔을 붙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박시준 씨! 설마... 어젯밤 마신 술이 아직 안 깬 거 아니죠?!"그는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서 쳐다보았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며 그의 얼굴을 살포시 밀어냈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그, 그만 해요!""술 냄새 나는지 맡아보라고."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라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엘아, 이리 와봐. 아빠가 선물 사왔어."라엘은 선물이 있다는 말에 토끼처럼 달려갔다.진아연은 박시준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늘 무슨 기념일도 아닌데...? 뭘 이렇게 선물들을 많이 사왔어요?"그녀는 그러다 여소정이 오늘 그녀에게 한 말을 생각했다."아니면... 어젯밤에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사온 거예요?!"박시준은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보았다.그가 이렇게 선물들을 사온 이유는 최경규의 말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경규는 아주 당당하게 자신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것도 한 달에 200억.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는 그녀와 아이들을 위해 1년에 200억도 안 되는 돈을 지출했다!최경규는 그가 번 돈을 평생을 다 써도 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이 돈을 앞으로 진아연과 아이들에게 더 써야겠다고 다짐했다!그의 침묵에 진아연은 당황했다.그녀는 그를 믿기로 결정했지만,
그는 해결책을 바로 말했다. "그럼 더 큰 집으로 바꾸면 되지.""이미 익숙한 이곳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절제할 줄도 알아야 겠네요. 돈 쓸 곳이 없다면 이런 거 말고 기부라도 해요. 그게 더 낫겠어요.""그런 일이라면 이미 하고 있는 걸." 그는 다시 트렁크로 걸어가 상자를 꺼냈다. "자, 악세사리를 좀 샀어. 네가 잘 안 한다는 거 알지만 하면 예쁠 거 같길래."그리고 그는 그녀 앞에 상자 몇 개를 놓았다.상자 안에는 또 여러 개의 작은 상자들로 가득했다."박시준 씨... 설마 가게를 다 털어서 산 건 아니죠?""아니야." 그는 대답했다. "예쁘지 않은 건 안 샀어."진아연은 그의 말의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선물을 받아 기뻤지만 온전히 기뻐 할 수는 없었다.그녀의 보석함은 이 많은 보석들을 넣을 수 없었다."라엘이한테는 뭘 사왔어요?" 그녀는 사실 그를 혼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우리 라엘이한테는 머리핀 위주로 샀지. 근데 뭐가 예쁠지 몰라서 가장 화려한 걸로 샀어."그의 대답에 그녀는 또다시 잔소리를 하고 싶었다.하지만 라엘이의 기뻐하는 모습에 그녀는 참을 수 밖에 없었다."그럼 아들 선물은요?" 그녀가 물었다."지성이 장난감이랑 간식.""한이 선물은요?" 그녀는 트렁크 안을 유심히 살폈다."샀지."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 그녀는 그가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한이 선물은 뭔데요? 보여줘요."그는 조용히 트렁크로 걸어가 한 무더기의... 글자 연습책을 꺼냈다.지난 생일 파티에서 한이의 담임 선생님이 한이가 한 숙제를 가져와 보여주었다.그는 아들이 글씨를 이쁘게 못 쓴다고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는 오늘 서점을 지나가다 아들의 글씨 연습을 돕기 위해 이 이 연습책을 산 것이다.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이 가득한 이 선물을 받고 한이가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연습책을 보며 웃음이 터져나왔다."내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