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가산을 탕진한 장이범은 스승을 따라 깊은 산속 마을에 은거했다. 3년 후, 혼약서 하나만 들고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뜻밖의 파혼이었다. “네가 뭐라고? 초라한 시골 의사 주제에, 감히 용국 제일의 여전신인 나와 어울리겠느냐고?”
View More‘연상과?’ 그것도 소하서의 할아버지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초인데, 장이범이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그래, 주소와 시간을 보내줘.”물건을 찾는 일은 순전히 운에 달려 있다. 인맥과 돈을 더 투입하면 찾을 기회가 늘어날 뿐이다.예를 들어 비록 하룻밤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원재는 존룡전의 사람이고 여러가지 방면의 자원은 모두 추씨 가문과 비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아직은 아무런 소식도 없다.그러나 추씨 가문을 통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금 장이범은 이미 청엽반을 손에 넣었고, 또 연상과가 있다는 소식도 들었으니 정말 운이 따라 준 것이다.천산주택단지 분양사무실에서 오해수는 한 여자와 함께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언니, 두 명의 고객을 소개해 줘서 고마워.”아가씨의 이름은 하태희로, 오해수가 술집에서 한 번 만났다가 바로 마음에 들어서 알게 된 사이다. 비론 하태희는 부동산회사의 판매직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해수는 개의치 않았다.“나한테 뭘 예의를 갖추고 그래? 아쉽게도 빌라가 너무 비싸. 내 주변의 삼촌과 아주머니들은 당분간 집을 살 생각이 없어서, 너한테 아파트만 몇 개 소개해 줄 수밖에 없어.”아파트와 고급빌라는 가격 차이가 너무 많아서 당연히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고급빌라 한 채를 팔면 하태희는 바로 쉬고 휴가도 갈 수 있다.“그렇게 말하지 마. 나는 정말 고맙지만 오늘 올 고객이 한 명 있어. 그 사람은 인테리어가 다 된 빌라를 살 확률이 아주 높다고 생각해.”천산주택단지는 최근에 만든 호화주택 단지다. 그 중에서 가장 비싼 게 바로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어서 맨몸으로 입주할 수 있는 빌라다. 모두 5층에 앞뒤로 정원, 엘리베이터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의 분양 정찰 가격은 50억이다. 만약 한 채를 팔면 하태희가 받게 되는 수당은 분양가의 0.5%인 2천5백만 원이니, 한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그래? 난 그래도 네 안목을 믿어. 늙은이야? 아저씨야? 아니면 젊은 사람이야?”이 말을 듣자
두 눈을 가늘게 뜬 기원재가 조허강을 바라보자, 조허강도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그래? 그럼 여전신이 나를 찾아오게 해.”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한 마디를 내뱉었다.“꺼져!”이렇게 되자 조허강도 우선은 조상호를 데리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쾅쾅쾅!차에 오르자 조상호는 미친 듯이 좌석의 등받이를 두드렸다.“정말 내키지 않아! 아버지, 장이범 그놈은 왜 그렇게 운이 좋은 거예요? 기원재의 먼 친척이라니, 설마 이렇게 포기해야 되나요?”불구가 된 팔을 보면서 조상호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조허강의 눈에서도 차가운 빛이 끊임없이 용솟음쳤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우선은 조급하게 굴지 마. 내가 또 기회를 찾아서 네 사촌누나에게 귀뜸할게! 만약 우리가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네 사촌누나가 나를 외삼촌으로 여기지 않으면, 우리 집이 힘들게 세운 모든 게 완전히 끝나는 거야.”조허강이 창립한 풍금상공회의소가 오늘날 이 정도까지 된 것은, 그 거물들이 누구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겠는가? 물론 조허강 자신이 아니라 여전신 소하서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일단 사람들에게 나와 소하서의 친척 관계가 유명무실하다는 게 알려지면 정말 끝장이 날 거야!’“아버지, 알겠습니다. 저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릴게요. 그러나 제가 제 수단을 동원해서 장이범 그놈에게 복수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닙니다.”‘응?’ 조허강은 뭔가 생각한 것처럼 바라보았다.“너는 몇 사람을 공범으로 만들 생각이니?”“네! 경성은 비록 대도시와 비교할 수 없어도, 숨은 인재들도 적지 않아요. 그 기 대감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요. 마침 저도 몇 명을 알고 있으니, 어떻게 갈등을 빚을 기회를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어요.”조허강은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놓고 해. 장이범이 날뛰는 성격이니 네가 잘 조작하기만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 아빠도 기회를 찾아서 사촌누나에게 말해 볼게.”지난번 곤란한 일로 조허강은 소하서에게 밥을 사주며 고마움을
이렇게 30분이나 앉아있다가 왕나경이 비로소 권유했다.“됐어요, 여보. 이범이가 좋은 청년이지만, 애석하게도 세상 물정을 모르고 기원재와 같은 사람을 건드린 거예요. 아무래도 내일까지 기다렸다가 어떤 상황인지 봐야겠어요.”진철수는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저승에 있는 친구를 떳떳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틱틱틱!이때 익숙한 소리가 울리자, 세 사람은 모두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이는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였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세 사람뿐인데 어떻게 지금 이런 소리가 들릴 수 있겠는가!이어서 현관문이 열리면서 장이범이 들어왔다.진지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너... 어떻게 이게 가능해!”그녀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기 대감을 건드린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다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 그런데 장이범은 왜?흥분한 진철수만 달려와서 장이범을 안았다.“이 녀석!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철수가 정말 자신에 대해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기에, 장이범은 마음속으로 감동했다. “삼촌이 신경 쓰시게 해서 죄송합니다.”안고 있던 손을 푼 진철수도 좀 의문이 들었다.“너는 기 대감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어떻게 무사한 거니?”이 역시 진지수와 왕나경이 알고 싶어하는 의문으로, 보통사람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온 지 몇 분만에, 그 무슨 기 대감이라는 사람이 핸드폰을 보더니 실수라고 말하고 떠났어요. 저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실수라고?’진지수는 화가 끓어올랐다. ‘장이범의 이 X랄맞은 운은 그야말로 가히 폭발적으로 꼬리를 물고 있어. 먼저 골동품 시장에다가, 그 다음에 또 기 대감한테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다시 살아났어. 너무 말도 안 돼!’“괜찮으면 됐어. 빨리 올라가서 씻고 자. 이런 일은 빨리 지나가게 해야 돼.”갑자기 진철수는 찻주전자가 생각났다.“이범아, 그 찻주전자는 너무 귀한 거야.
장이범은 멍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모든 일이 빙빙 돌다가 결국 소하서와 연결될 수 있는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알았어, 돌아가 봐.”망설이던 기원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전주님, 그 조상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바로 죽여버릴까요, 아니면...”눈살을 찌푸린 채 곰곰이 생각하던 장이범이 말했다.“상관하지 말고, 보내주면 돼. 내 신분도 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마.”원래 장이범의 성격대로라면, 조상호가 또다시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번에는 더욱 엄하게 응징하고, 그가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게 된다고 해도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조상호는 소하서의 친척이다. 소하서가 비록 오만하고 남을 깔보는 태도를 보이지만, 만약 소정식이 나중에 깨어나서 파혼을 하지 않는다면, 장이범도 스승님의 지시대로 소하서와 결혼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결국 장이범은 이번만큼은 참아 넘기기로 했다. 어차피 그와 소하서는 한가족이 될 운명이니까.“전주님, 저, 제게 연락처를 좀 남겨 주시겠습니까? 제가 비록 큰일은 할 수 없어도, 이 작은 경성에서는 전주님이 잔심부름을 시키시는 건 그래도 문제가 없습니다.”말을 마친 기원재는 무례한 말을 했을까 봐 두려워하면서 극도로 긴장했다. 결국 두 사람의 지위는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그래.”장이범은 흔쾌히 동의했다. ‘기원재와 같은 사람이 있으면, 여러 일에서 확실히 시간과 힘을 절약할 수 있을 거야.’“참, 사람들을 시켜서 이 몇 가지 약초를 좀 찾아보고, 소식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줘.”“네!”루미나 빌라 단지의 6호 빌라. 진지수가 들어오자 목을 빼서 보던 진철수가 바로 물었다.“왜 혼자 돌아왔어? 이범이는?”왕나경도 50억 때문에 기분이 아주 좋은지 농담을 했다.“얘가 처음으로 12시 전에 들어왔네. 엄마도 좀 믿기지가 않아.”애써 슬픈 표정을 짓던 진지수가 울면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엄마, 아빠! 큰일 났어.엉엉.”진철수는 깜짝 놀랐다.“천천히 말해! 도대체 무슨 일
기원재에게 미움을 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없다. 생매장이 아니면 강에 수장시킨다고 하는데, 어쨌든 반드시 죽게 된다. 다른 결과는 있을 수가 없다.룸 안. 천천히 일어난 장이범이 문쪽으로 걸어갔다.“나는 확실히 당신을 몰라.”기원재가 입을 열었다.“당연히 나를 알 자격은 없겠지만, 조상호는 잊지 않았겠지?”이 이름을 들먹이자 장이범이 웃었다.“알고 보니 조상호의 뒷백이었네.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진작 말하지. 그럼 시작해.”장이범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말을 했다. 오히려 마치 구경하는 사람처럼 아무런 두려움도 없고 손을 쓸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손을 들고 손짓을 하려던 기원재가, 갑자기 장이범이 왼손에 끼고 있는 독특한 모양의 반지를 보고 순식간에 표정이 변했다.“당, 당신...”이 호칭을 말하자 장이범은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무슨 뜻이야?”침을 삼킨 기원재가 급히 몸에서 금색 카드 한 장을 꺼냈는데, 그 위에는 살아 있는 듯한 용이 한 마리 그려져 있었다.“반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제가 확인해 봐도 될까요?”‘반지?’ 고개를 숙인 장이범은 반지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줄곧 지영 선배가 준 용반지를 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영 선배가 존룡전이라고 했는데...’“당신은 존룡전의 사람인가?”기원재는 숨을 들이마셨다. ‘장이범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기본적으로는 이미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반드시 검증을 해야 돼.’“자.”허락을 받은 기원재가 조심스럽게 카드를 반지에 가져가자, 다음 순간 바로 반지가 끌어당겼다.표정이 급변한 기원재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존룡전 외신당의 기원재가 전주님을 뵙습니다!”기원재가 데려온 사람들도 모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전주님을 뵙습니다!”장이범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필경 지영 선배가 자신을 속일 리가 없었다. 전에도 좀 궁금했는데, 이제 마침내 존룡전의 사람을 만난 것이다.‘진지수 일행의 반응을 보면, 이 기원재의 지위는 평범하지 않고 상당할 거야. 보아하니
‘기 대감!’둘러싼 사람들은 정말 깜짝 놀라서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해졌다.‘경성에 있는 사람 중에서 기 대감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겠어? 그 지하세계의 보스를 건드렸으니, 말로는 정말 처참할 거야.’“우, 우리는 기 대감을 건드리지 않았어.”오해수와 진지수 등 여자들은 모두 놀라서 곧 울 것 같았다. ‘기원재는 정말 너무 무서워.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이름만으로도 이미 이런 반응을 초래했어. 기원재가 진짜 오면 어떤 상황이 될지 짐작할 수 있어.’“그래, 누가 감히 기 대감을 건드려.”“나도 아니야, 나는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사람들이 저마다 아니라고 하자, 진지수가 갑자기 장이범을 보더니 다가갔다.“네가 맞지? 온종일 빈둥거리고 놀면서 사람들을 속이기나 하니까, 틀림없이 네가 기 대감을 건드렸을 거야.”장이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심지어 이런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었다.“아니야.”다른 사람들은 모두 좋은 친구들이고 모두가 서로 알고 있었다. 진지수는 장이범일 거라고 더욱 확신했다. 게다가 그렇게 된다면 정말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이기에, 그 책임을 장이범에게 미루고 싶었다.‘혼인도 다시 내가 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0억 원도 남길 수 있어.’“흥! 그래도 변명을 늘어놔? 사람을 사서 감히 갑부 가문의 아가씨도 사칭하면서 네가 감히 하지 못하는 일도 있네? 틀림없이 네가 어느 틈에 무슨 일을 했다가 기 대감에게 미움을 산 거야, 분명히 그래!”오해수도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그래! 장이범 네가 남자라면 먼저 나서야지. 왜 우리를 연루되게 하는 거야?”하나같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시작하자, 상대하기 귀찮아진 장이범은 바로 두 눈을 감았다. 그는 확실히 기 대감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가 미움을 사지도 않았다.진철수 때문에 진지수를 제외하고, 그 기원재가 누구를 찾아 결판을 내든 장이범은 손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어떡하지? 어떡해! 기 대감이 곧 도착할 거야.”시간이
“당신이 뭘 알아! 이건 진정한 골동품인 데다가 명장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야. 그 왕민후가 어떤 사람인데 나를 속이겠어? 내가 지금 가져가기만 하면, 50억 원이 바로 입금돼!”왕나경은 순식간에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럼 뭘 기다려요? 여보, 당신이 이런 걸 좋아하는 건 알지만, 50억은 우리 집에 너무 중요해요.”억만장자라고 해도 그것도 회사의 규모일 뿐, 은행 대출 등등을 모두 포함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 이것이 바로 회사가 도산하면 오너가 바로 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예금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진경준의 표정은 복잡했다. 결국 50억이나 되는 물건인데, 누가 눈독을 들이지 않겠는가!“안 돼, 이건 이범이가 나에게 준 거지만 이범이에게 돌려줘야 해. 가치가 너무 커서 이건 받을 수 없어.”사람들은 그제서야 찻주전자를 장이범이 선물했다는 걸 떠올렸다.“큰아버지, 장이범도 골동품 시장에서 샀다고 했어요. 걔는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가 모두 말만 하지 않으면 돼요.”진경준의 말에 왕나경도 바로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여보, 게다가 장이범이 이미 당신한테 줬으니, 그건 바로 당신의 물건이에요.”‘농담이겠지. 장이범이 50억을 얻게 되면 그 자식은 엄청나게 허풍을 떨지 않겠어?’그러나 진철수의 다음 말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너희들은 정말 저속한 생각으로 이범이의 순수한 마음을 왜곡하는 거야. 이범이는 이 물건의 가치를 알고 있었어. 왕민후가 이범이에게도 50억을 제시했는데, 걔가 팔지 않고 오히려 내게 선물한 거야.”다른 한쪽. 장이범과 진지수는 이미 아주 호화로운 노래방에 왔다. 룸에는 10여 명의 남녀가 있는데 아주 떠들썩했다.“짜증 나! 지수야, 너는 왜 장이범 저 자식도 데리고 왔어?”장이범의 모습을 본 오해수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내가 데려오고 싶었다고 생각해? 우리 아빠가 꼭 데려가라고 했어. 쟤는 상대하지
“아빠, 저 먼저 갈게요. 아빠도 아시죠. 오해수 생일이 아빠와 같은 날이에요.”생일파티에서 시간이 다 됐다고 생각한 진지수는 바로 일어나서 아버지의 뺨에 뽀뽀를 했다. 오해수에게 반드시 2차에 참석하겠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그래, 이범이도 데리고 가.”장이범의 마음은 씁쓸했다. ‘철수 삼촌은 정말 적극적으로 나에게 딸을 연결시켜 주려고 하지만, 아쉽게도 자기 딸이 밖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아버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진지수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이범 오빠, 우리 가자.”뭘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진철수가 또 입을 열었다.“조금 있다가 내가 전화할 테니, 그때 이범이가 전화를 받도록 해.”진지수의 눈에 언짢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 꼰대한테 꽉 잡혔어. 원래 나간 뒤에는 각자 자기 길을 가려고 했는데, 이번엔 할 수 없지. 반드시 데리고 있어야겠네.’사실 장이범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허사가 된 게 분명했다.두 사람이 막 나갔을 때, 진철수의 핸드폰이 울려서 화면을 보니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진 사장님, 저는 왕민후입니다.]‘왕민후?’깜짝 놀란 진철수는 급히 일어나 휴게실로 걸어갔다. 그는 골동품을 좋아하기에 물론 이 분야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왕민후는 바로 경성 최고의 골동품 소장가다. 이 사람은 돈이 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인맥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형님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아, 진 사장님이 찻주전자를 선물로 받았을 겁니다. 좀 아까워도 파실 수 있을까요?”‘찻주전자?’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가, 진철수는 장이범의 선물이 생각났다. 자신의 소장품 안에도 찻주전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민후가 어떻게 알았을까?’“숨기지 않고 얘기하지요. 장이범 청년이 우리 가게에 왔어요. 그 찻주전자는 바로 내가 진짜 모습이 드러나게 작업해 준 겁니다. 2백 년 전 도자기의 장인 서태영의 걸작이지요.”얘기를 다 들은 진철수는 아연실
진철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골동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골동품에 대한 안목은 당연히 일반인보다 훨씬 좋다.비록 진지수는 이 찻주전자가 앞서 본 것과 크게 다르다고 의심했지만, 결국 여전히 그 물건일 거라고 생각했다. 진지수는 내심 냉소를 금치 못했다. ‘주전자의 표면에 장식을 좀 하면 그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정말 시골뜨기에 덜렁대기만 하고, 아는 것도 너무 부족해.’“그래, 아빠, 이 물건은 정말 귀해요. 이범 오빠가 무려 100만 원이나 주고 샀어요. 제가 골동품 시장에서 직접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누구나 그 말 속의 조롱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진경준은 더욱 적시에 호흡을 맞춰서 웃었다.“하하! 100만 원? 장이범, 우리 큰아버지를 너무 존중하지 않은 거야. 여기 큰아버지의 생신 축하 선물은 200만 원부터 심지어 수천만 원짜리도 다 있어. 네가 결국...”“그만 해!”진철수는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호통을 쳤다.“선물은 가벼워도 그 안에 든 정은 큰 법이야. 누가 선물을 돈으로 평가하는 그런 쓰레기 같은 생각을 너에게 가르쳤어? 이 찻주전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거야. 모두 가서 앉아!”진철수가 화를 내자 아무도 감히 무슨 말을 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눈에 드러난 경멸의 기색까지 사라지진 않았다.진철수가 이 찻주전자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자, 장이범도 별다른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았다.같은 시각, 조허강은 아들 조상호를 데리고 경성의 한 고풍스러운 건물에 나타났다. 조상호의 한쪽 팔은 축 처져 있었다.비록 부현 신의에게 치료를 받아서 고통은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한쪽 팔만 써야 하는 조상호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언행에 신중해야 해. 기 대감을 만나면 이런 표정을 지으면 안 돼.”아버지의 말을 들은 조상호는 표정을 다듬기 시작했다.아버지가 스스로 사람을 보내지 않고 자기를 데리고 직접 기 대감을 찾으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장이범은 반드시 죽어야 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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