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현은 입을 막았지만, 다시 커피냄새를 맡자 또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온은수는 차수현이 걱정돼서 즉시 그녀를 따라갔지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은 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헛구역질을 했는데, 더 이상 다른 냄새가 없어서인지 그녀는 방금처럼 그렇게 계속 구역질을 하지 않았다.찬물로 얼굴을 씻은 다음, 차수현은 숨을 깊이 쉬며 좀 진정이 되자 마음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갔다.온은수는 바로 문앞에서 기다리고 서있다가 차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긴장하며 물어보았다.“수현아, 좀 어때? 계속 불편하면 병원에 데려다 줄게. 검사부터 해보자.”“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온은수가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차수현은 또 좀 뻘쭘했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별일 아니라고 표시했다.“아마…… 요 며칠 잘 쉬지 못한데다 평소에 느끼한 음식을 좀 많이 먹어서 그런 거니까 큰 문제는 없어요.”온은수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차수현에게 병원에 가서 검사하자고 설득하려던 참에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윤찬이었다.연설이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 윤찬은 바로 달려왔다.그는 자신이 직접 연설을 잡아 전의 잘못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온은수가 스스로 나서서 그녀를 잡았다니, 이는 그로 하여금 자신이 정말 쓸모없다고 느끼게 했다.온은수는 오히려 그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연설이 성형까지 해서 다시 그들에게 접근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설을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온은수는 윤찬과 상의한 후 다시 결정할 계획이었다.차수현은 온은수에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듣고 그더러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얼른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재촉했다.온은수는 여전히 걱정했지만 차수현은 단호하게 거절했고, 그는 또 그녀를 묶어서 강제로 병원에 끌고 갈 순 없었기에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디 무슨 불편한 데 있으면 당신 스스로
그러나 차수현은 이 일을 믿고 싶지 않았다. 전에 유담과 유민을 가졌을 때, 의사는 그녀가 제대로 휴양하지 않아 아이를 낳은 뒤 손상을 입어 앞으로 임신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요 몇 년 동안 그녀는 그 어떤 남자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고, 유일한 한 번도 자신이 의외의 사고로 미약을 먹어서 온은수와 잔 것인데, 세상에 정말 이런 우연이 있을까…….차수현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이때 앞에 있던 판매원이 입을 열었다.“어때요? 좀 살래요?”차수현은 정신을 차리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지금은 필요 없을 거 같아서요.”말하면서 차수현도 더는 마트에서 한가롭게 쇼핑할 기분이 없어 재빨리 계산을 한 후, 멀지 않은 한 약국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몇 개 샀다.믿든 안 믿든 테스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물론 임신한 게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차수현은 돌아가서 온혜정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테스트기를 자신의 주머니에 숨겼다.이렇게 차수현은 물건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한 후, 온혜정은 차수현이 산 과일과 간식을 받으며 그녀의 넋이 나간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너 왜 이래? 왜 이렇게 오래 나갔어? 돌아왔는데도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니.”“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차수현은 얼른 핑계를 찾아 얼버무리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온혜정은 어머니로서 또 어떻게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차수현은 지금 분명히 근심이 있지만 또 그녀를 속이고 있었다.온혜정은 생각에 잠긴 듯 굳게 닫힌 차수현의 방문을 바라보며 별일 아니기를 바랐고 또 자신의 딸이 무사하길 바랐다.……차수현은 방으로 돌아온 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옷을 갈아입은 후 그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설명서를 따라 차수현은 단번에 모두 꺼내서 썼는데, 아주 작은 착오도 나타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몇 분을 기다린 후, 차수현은 몇 개의 테스트기 위에 생긴
차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온은수를 한바탕 욕했다. 그 남자는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었을까? 콘돔을 쓰지 않다니, 그는 그녀가 임신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조차 안 해봤단 말인가?차수현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그 남자를 죽어라 패고 싶었다.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차수현은 이 일이 온은수에게 알려지면 더 많은 번거로움만 가져올 뿐이고, 선택권도 자신의 손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에휴…….”차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잠시 이 일을 잊고, 내일 다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자세히 생각해보면 된다.……이와 동시.온은수는 차를 몰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는 눈을 붙이지 못했고, 이제 마침내 일을 다 처리했으니 그도 슬슬 피곤함을 느꼈다.다만, 운전하는 길에 온은수는 줄곧 재채기를 했다.남자는 코를 만지며 생각했다. 요즘 날씨도 춥지 않은데다 그는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재채기를 하는 걸까?‘누가 날 욕하고 있나?’생각하다, 아마 지금쯤 연설이 속으로 자신을 저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은수는 이 일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간단히 씻은 다음 침대에 누워 휴식했다.……다른 한편.윤찬은 밤새 비행기를 탔지만 쉬려 하지 않고 곧바로 연설이 갇힌 호텔로 달려갔다.온은수는 이미 이 일을 윤찬에게 맡긴다고 말했기 때문에, 남자는 경호원 몇 명을 거침없이 통과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의기소침해진 채 바닥에 앉은 연설은 온은수가 돌아온 줄 알고 즉시 얼굴을 들어 쳐다보았는데, 눈에는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그러나 온 사람이 윤찬이라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희망은 깨졌고 그녀는 황급히 윤찬의 시선을 피했다.비록 연설은 줄곧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단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윤찬에 대해 그
연설은 차수현의 이름을 들자 마침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차수현, 차수현, 그 여자의 일이 그렇게 중요해? 게다가 그 여자는 죽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은 왜 계속 날 이렇게 핍박하는 거야?”윤찬은 연설의 미친 모습을 보고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실망을 드러냈다. 결국 그녀는 미치광이가 되었으니, 어쩌면 그도 더 이상 그녀에게 뉘우칠 마음이 있다는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만약 연설이 정말 양심이 있었다면, 그를 향해 총을 쏘고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네가 여전히 이렇게 집요함을 고집하는 이상, 나도 도련님의 제의에 동의할 수밖에 없겠군. 넌 감옥에 가서 잘 생각해봐. 집행 기간 지나면 그래도 너는 나올 수 있어.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제 그 결과를 감당해야지.”연설은 이 말을 듣고, 눈빛 속에 슬픔이 스쳤다.“역시, 너마저 날 미워하고 있었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그러나 너희들도 이제 내가 다시 나타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나도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할 테니까.”윤찬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살하려고? 도련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네 판결 결과에 대해 아무런 손을 대지 않을 거냐. 네가 저지른 고의상해죄는 아마 널 10년 동안 감옥살이 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자살할 정도는 아니야.”“나야 당연히 살고 싶지, 하지만 난 정말 살 수 있을까?” 연설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었고, 윤찬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비록 연설과의 감정은 좋았지만 그래도 남녀가 유별했으니 그는 당연히 한 여자의 알몸을 보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연설은 집요하게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속옷 하나만 입은 채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몸을 드러냈다.“왜? 못 보겠어? 나보고 대가를 치르라며? 사실, 난 도망친 순간부터 이미 지옥에 빠졌어. 그리고 내 몸에 심지어 독이 있어. 매번 독이 발작할 때마다 난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고 싶었지만, 마음속은 달갑지 않았어. 만약 내가 이를
윤찬은 몸을 돌려 더 이상 연설을 보지 않았다.“난 단지 회사를 노리는 사람을 처리하려는 것 뿐이야.”말을 마치자 남자는 몸을 돌려 떠났다.연설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없이 눈을 드리웠다.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윤찬이 데이먼을 처리해서 해독제를 찾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미래는 어쨌든 희망이 있는 셈이다.……윤찬은 떠난 뒤, 데이먼이 연설 배후의 주모자라는 소식을 온은수에게 보고했다.온은수는 데이먼이라는 사람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벌레일 뿐이었다. 당당하게 그와 맞설 용기조차 없다니.“네가 알아서 처리하면 돼.” 온은수는 직접 윤찬에게 이 일을 맡겼고, 마침 그동안 윤찬도 별다른 일이 없었으니, 이렇게 되면 윤찬은 다시 천천히 회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윤찬은 즉시 응답한 뒤, 즉시 사람을 불러 데이먼의 배경과 내력을 조사하게 하고 그들을 제대로 상대할 작정이었다.……그 다음 며칠, 생활은 무척 잠잠했다. 차수현도 적당한 거짓말로 연설의 일을 얼버무렸다. 두 녀석은 비록 좀 아쉬워했지만, 이은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는 말에 모두 그녀를 축복했다.차수현은 그들이 이 사실을 나름 잘 받아들이고, 또 집안의 도청기도 전부 깨끗이 치운데다 연설까지 잡힌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홀가분해졌다.그러나 이런 경쾌함은 뱃속의 아이 때문에 바람처럼 사라졌다.차수현은 이번 임신 증상이 무척 엄중하여 평소에는 괜찮지만, 만약 어떤 싫어하는 냄새를 맡으면 그녀는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며 토하고 싶은 충동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그래서 차수현은 매일 가족과 밥을 먹을 때 자신이 임신한 것을 들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다행히 집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차수현이 평소에 좋아하는 것이라서 그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만 이렇게 숨기는 것도 결국 방법이 아니었다.차수현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한가연에게 이 걱정을 털어놓으려 했다.비록 두 사람은 다른 나라에
“괜찮아요?”육무진은 재빨리 다가와서 한가연의 상처를 살펴보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한가연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비록 한가연의 마음속에 육무진은 나름 좋은 남자라서 뒤에서 남의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말하지 않겠지만, 차수현이 임신한 일은 엄청 중요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이 비밀을 누설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가연은 먼저 방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육무진은 한가연이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여자, 무슨 일인데 날 속이고 있는 거지? 내가 방금 그녀의 전화 내용을 들을까 봐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설마, 그녀는 이미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았단 말인가?육무진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았다. 두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함께 지낸데다 한가연은 또 줄곧 그의 말을 들었으니, 비록 그들은 거짓 결혼일 뿐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족과 사이가 무척 좋았고 평소에도 그에게 아무런 문제를 더해주지 않았다.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관계에 습관이 된 것 같다.그러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을 때, 육무진은 눈살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에 그들은 계약 결혼하기 전에도 두 사람 중 누구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조용하게 이혼하여 상대방에게 아무런 번거로움도 가져다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적 있었다.육무진이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아마도 한가연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찾아도 자신이 막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에게 이 일을 숨기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육무진은 바닥의 깨진 도자기 조각을 깨끗이 정리한 후, 한가연이 꼭 닫은 방문을 바라보았다.아마도 그녀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먼저 이 말을 꺼내야 할지도.……“가연아, 너 거기 무슨 일 생겼어? 바쁜데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거 아니야?”차수현도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관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 내가 방금 야식
만약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 아이를 지우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그녀는 몸이 좋지 않은데다 최근 임신 중 증상도 무척 심각했기에, 비록 차수현은 애를 써가며 위장했지만, 수척해진 얼굴은 이미 그녀를 팔아먹었다.다른 한편으로 차수현은 정말 더 이상 온은수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남에게 아이의 일을 들킨다면, 온은수는 기필코 이 아이를 조사할 것이고, 그럼 그는 아주 쉽게 이 아이가 그날의 사고로 생긴 그와 그녀의 아이란 것을 알아낼 것이다.이렇게 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그리고 온씨 집안은 줄곧 유담과 유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에 또 기회를 찾아 그녀의 아이를 빼앗으려 할지도. 차수현은 눈을 드리우며 묵묵히 자신의 배를 향해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가연아, 난 그냥 이 아이를 지우고 싶어.”한가연도 차수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한 후 한가연은 즉시 입을 열었다.“그래. 하지만 수술을 하려면 돌아오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외국의 집에 있으면 아주머님에게 쉽게 들킬 수도 있는데다 몸을 잘 휴양할 방법도 없잖아.”한가연은 생각해 보다 그래도 차수현더러 돌아오게 하는 것이 비교적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차수현은 가족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유산 수술을 하면 나중에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반드시 몸을 잘 휴양해야 했으니 한가연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근데, 이러면 너한테 너무 폐를 끼치는 거 아니야?”“어머, 우리 사이에 그런 걸 왜 따지는 거야?” 한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 빨리 비행기 표 끊어. 빠를수록 좋아. 일찍 수술해야 네 몸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그래, 알았어.” 차수현은 한가연의 응원에 힘이 생겼고, 즉시 가족들에게 돌아가서 한가연을 찾아 기분을 풀고 한동안 그녀와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말했다.사실 유담과 유민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들은 아직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차수현은 그저 그들에게 다음에 기회가 있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한가연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차수현의 일은 죽어도 말할 수 없었으니 육무진이라도 그녀는 조금도 알려줄 수 없었다.육무진은 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가연의 눈을 바라보며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려는 것 같았다.한가연은 행여나 뭐라도 들킬까 봐 이렇게 큰 눈을 부릅뜬 채 육무진과 마주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고, 한참이 지나서야 육무진은 시선을 돌렸다.“됐어요, 나도 그냥 물어본 거예요.”한가연의 일에 있어 그도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많이 말하면 자신이 그녀를 매우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기에 이것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만약 당신에게 정말 새로운 감정이 생겼다면, 나에게 직접 말해요. 나는 당신을 막지 않을 것이고, 우리 가족들도 잘 설득할 테니까 그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요.”육무진은 말을 마치자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한가연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었는데, 이제 그녀가 육무진이 한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할 차례였다.‘설마, 육무진 씨는 이미 우리 사이의 거래에 대해 싫증과 후회를 느꼈는데, 또 먼저 입을 열어 계약을 파기하기 쑥스러워서, 이런 방식으로 날 일깨워 주는 건가?’아무튼, 그 남자는 지금 그녀가 스스로 그의 마음속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한가연은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사실 육무진과 끝까지 가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남자와 어울릴 수 있겠는가?그러나 오랫동안 함께 지낸 이 남자를 떠날 생각을 하면 그녀는 뜻밖에도 마음이 허전했다.“미안하지만, 만약 괜찮다면 난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나고 싶네요. 그 전까진 당신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할게요.”한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중얼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기 때문에 아무도 들리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