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온은수를 한바탕 욕했다. 그 남자는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었을까? 콘돔을 쓰지 않다니, 그는 그녀가 임신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조차 안 해봤단 말인가?차수현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그 남자를 죽어라 패고 싶었다.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차수현은 이 일이 온은수에게 알려지면 더 많은 번거로움만 가져올 뿐이고, 선택권도 자신의 손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에휴…….”차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잠시 이 일을 잊고, 내일 다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자세히 생각해보면 된다.……이와 동시.온은수는 차를 몰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는 눈을 붙이지 못했고, 이제 마침내 일을 다 처리했으니 그도 슬슬 피곤함을 느꼈다.다만, 운전하는 길에 온은수는 줄곧 재채기를 했다.남자는 코를 만지며 생각했다. 요즘 날씨도 춥지 않은데다 그는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재채기를 하는 걸까?‘누가 날 욕하고 있나?’생각하다, 아마 지금쯤 연설이 속으로 자신을 저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은수는 이 일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고 간단히 씻은 다음 침대에 누워 휴식했다.……다른 한편.윤찬은 밤새 비행기를 탔지만 쉬려 하지 않고 곧바로 연설이 갇힌 호텔로 달려갔다.온은수는 이미 이 일을 윤찬에게 맡긴다고 말했기 때문에, 남자는 경호원 몇 명을 거침없이 통과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의기소침해진 채 바닥에 앉은 연설은 온은수가 돌아온 줄 알고 즉시 얼굴을 들어 쳐다보았는데, 눈에는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그러나 온 사람이 윤찬이라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희망은 깨졌고 그녀는 황급히 윤찬의 시선을 피했다.비록 연설은 줄곧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녀는 단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윤찬에 대해 그
연설은 차수현의 이름을 들자 마침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차수현, 차수현, 그 여자의 일이 그렇게 중요해? 게다가 그 여자는 죽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은 왜 계속 날 이렇게 핍박하는 거야?”윤찬은 연설의 미친 모습을 보고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실망을 드러냈다. 결국 그녀는 미치광이가 되었으니, 어쩌면 그도 더 이상 그녀에게 뉘우칠 마음이 있다는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만약 연설이 정말 양심이 있었다면, 그를 향해 총을 쏘고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네가 여전히 이렇게 집요함을 고집하는 이상, 나도 도련님의 제의에 동의할 수밖에 없겠군. 넌 감옥에 가서 잘 생각해봐. 집행 기간 지나면 그래도 너는 나올 수 있어.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제 그 결과를 감당해야지.”연설은 이 말을 듣고, 눈빛 속에 슬픔이 스쳤다.“역시, 너마저 날 미워하고 있었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그러나 너희들도 이제 내가 다시 나타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나도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할 테니까.”윤찬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살하려고? 도련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네 판결 결과에 대해 아무런 손을 대지 않을 거냐. 네가 저지른 고의상해죄는 아마 널 10년 동안 감옥살이 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자살할 정도는 아니야.”“나야 당연히 살고 싶지, 하지만 난 정말 살 수 있을까?” 연설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었고, 윤찬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비록 연설과의 감정은 좋았지만 그래도 남녀가 유별했으니 그는 당연히 한 여자의 알몸을 보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연설은 집요하게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속옷 하나만 입은 채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몸을 드러냈다.“왜? 못 보겠어? 나보고 대가를 치르라며? 사실, 난 도망친 순간부터 이미 지옥에 빠졌어. 그리고 내 몸에 심지어 독이 있어. 매번 독이 발작할 때마다 난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고 싶었지만, 마음속은 달갑지 않았어. 만약 내가 이를
윤찬은 몸을 돌려 더 이상 연설을 보지 않았다.“난 단지 회사를 노리는 사람을 처리하려는 것 뿐이야.”말을 마치자 남자는 몸을 돌려 떠났다.연설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없이 눈을 드리웠다.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윤찬이 데이먼을 처리해서 해독제를 찾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미래는 어쨌든 희망이 있는 셈이다.……윤찬은 떠난 뒤, 데이먼이 연설 배후의 주모자라는 소식을 온은수에게 보고했다.온은수는 데이먼이라는 사람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벌레일 뿐이었다. 당당하게 그와 맞설 용기조차 없다니.“네가 알아서 처리하면 돼.” 온은수는 직접 윤찬에게 이 일을 맡겼고, 마침 그동안 윤찬도 별다른 일이 없었으니, 이렇게 되면 윤찬은 다시 천천히 회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윤찬은 즉시 응답한 뒤, 즉시 사람을 불러 데이먼의 배경과 내력을 조사하게 하고 그들을 제대로 상대할 작정이었다.……그 다음 며칠, 생활은 무척 잠잠했다. 차수현도 적당한 거짓말로 연설의 일을 얼버무렸다. 두 녀석은 비록 좀 아쉬워했지만, 이은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는 말에 모두 그녀를 축복했다.차수현은 그들이 이 사실을 나름 잘 받아들이고, 또 집안의 도청기도 전부 깨끗이 치운데다 연설까지 잡힌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홀가분해졌다.그러나 이런 경쾌함은 뱃속의 아이 때문에 바람처럼 사라졌다.차수현은 이번 임신 증상이 무척 엄중하여 평소에는 괜찮지만, 만약 어떤 싫어하는 냄새를 맡으면 그녀는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며 토하고 싶은 충동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그래서 차수현은 매일 가족과 밥을 먹을 때 자신이 임신한 것을 들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다행히 집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차수현이 평소에 좋아하는 것이라서 그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만 이렇게 숨기는 것도 결국 방법이 아니었다.차수현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한가연에게 이 걱정을 털어놓으려 했다.비록 두 사람은 다른 나라에
“괜찮아요?”육무진은 재빨리 다가와서 한가연의 상처를 살펴보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한가연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비록 한가연의 마음속에 육무진은 나름 좋은 남자라서 뒤에서 남의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말하지 않겠지만, 차수현이 임신한 일은 엄청 중요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이 비밀을 누설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가연은 먼저 방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육무진은 한가연이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여자, 무슨 일인데 날 속이고 있는 거지? 내가 방금 그녀의 전화 내용을 들을까 봐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설마, 그녀는 이미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았단 말인가?육무진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았다. 두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함께 지낸데다 한가연은 또 줄곧 그의 말을 들었으니, 비록 그들은 거짓 결혼일 뿐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족과 사이가 무척 좋았고 평소에도 그에게 아무런 문제를 더해주지 않았다.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관계에 습관이 된 것 같다.그러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을 때, 육무진은 눈살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에 그들은 계약 결혼하기 전에도 두 사람 중 누구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조용하게 이혼하여 상대방에게 아무런 번거로움도 가져다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적 있었다.육무진이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아마도 한가연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찾아도 자신이 막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에게 이 일을 숨기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육무진은 바닥의 깨진 도자기 조각을 깨끗이 정리한 후, 한가연이 꼭 닫은 방문을 바라보았다.아마도 그녀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먼저 이 말을 꺼내야 할지도.……“가연아, 너 거기 무슨 일 생겼어? 바쁜데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거 아니야?”차수현도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관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 내가 방금 야식
만약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 아이를 지우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그녀는 몸이 좋지 않은데다 최근 임신 중 증상도 무척 심각했기에, 비록 차수현은 애를 써가며 위장했지만, 수척해진 얼굴은 이미 그녀를 팔아먹었다.다른 한편으로 차수현은 정말 더 이상 온은수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남에게 아이의 일을 들킨다면, 온은수는 기필코 이 아이를 조사할 것이고, 그럼 그는 아주 쉽게 이 아이가 그날의 사고로 생긴 그와 그녀의 아이란 것을 알아낼 것이다.이렇게 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그리고 온씨 집안은 줄곧 유담과 유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에 또 기회를 찾아 그녀의 아이를 빼앗으려 할지도. 차수현은 눈을 드리우며 묵묵히 자신의 배를 향해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가연아, 난 그냥 이 아이를 지우고 싶어.”한가연도 차수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한 후 한가연은 즉시 입을 열었다.“그래. 하지만 수술을 하려면 돌아오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외국의 집에 있으면 아주머님에게 쉽게 들킬 수도 있는데다 몸을 잘 휴양할 방법도 없잖아.”한가연은 생각해 보다 그래도 차수현더러 돌아오게 하는 것이 비교적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차수현은 가족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유산 수술을 하면 나중에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반드시 몸을 잘 휴양해야 했으니 한가연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근데, 이러면 너한테 너무 폐를 끼치는 거 아니야?”“어머, 우리 사이에 그런 걸 왜 따지는 거야?” 한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 빨리 비행기 표 끊어. 빠를수록 좋아. 일찍 수술해야 네 몸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그래, 알았어.” 차수현은 한가연의 응원에 힘이 생겼고, 즉시 가족들에게 돌아가서 한가연을 찾아 기분을 풀고 한동안 그녀와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말했다.사실 유담과 유민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들은 아직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차수현은 그저 그들에게 다음에 기회가 있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한가연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차수현의 일은 죽어도 말할 수 없었으니 육무진이라도 그녀는 조금도 알려줄 수 없었다.육무진은 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가연의 눈을 바라보며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려는 것 같았다.한가연은 행여나 뭐라도 들킬까 봐 이렇게 큰 눈을 부릅뜬 채 육무진과 마주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고, 한참이 지나서야 육무진은 시선을 돌렸다.“됐어요, 나도 그냥 물어본 거예요.”한가연의 일에 있어 그도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많이 말하면 자신이 그녀를 매우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기에 이것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만약 당신에게 정말 새로운 감정이 생겼다면, 나에게 직접 말해요. 나는 당신을 막지 않을 것이고, 우리 가족들도 잘 설득할 테니까 그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요.”육무진은 말을 마치자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한가연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었는데, 이제 그녀가 육무진이 한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할 차례였다.‘설마, 육무진 씨는 이미 우리 사이의 거래에 대해 싫증과 후회를 느꼈는데, 또 먼저 입을 열어 계약을 파기하기 쑥스러워서, 이런 방식으로 날 일깨워 주는 건가?’아무튼, 그 남자는 지금 그녀가 스스로 그의 마음속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한가연은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사실 육무진과 끝까지 가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남자와 어울릴 수 있겠는가?그러나 오랫동안 함께 지낸 이 남자를 떠날 생각을 하면 그녀는 뜻밖에도 마음이 허전했다.“미안하지만, 만약 괜찮다면 난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나고 싶네요. 그 전까진 당신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할게요.”한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중얼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기 때문에 아무도 들리
생각하던 중, 비행기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차수현은 잠시 눈을 붙였다.……차수현이 떠난 지 얼마 안 되자, 온은수는 문득 심란하다고 느꼈다. 이 영문도 모르게 갑자기 나타난 감정은 너무 이상해서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온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그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차수현에게 문자를 보내 최근 연설 배후의 주모자를 조사한 진전을 말했다.온은수는 차수현이 이 일에 흥미를 가질 줄 알았다 적어도, 그를 무시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시종 답장을 받지 못했다.온은수의 그 이상한 느낌은 점점 커져만 갔고, 잠시 후, 그는 아예 차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평소에 아주 긴급한 일이 없으면 그는 행여나 그녀를 화나게 할까 봐 먼저 차수현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번호를 차단하기라도 하면 그는 또 오랫동안 그녀의 기분이 풀리길 기다려야 했다.전화는 연결되었지만 잠시 후 기계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지금은 분명히 오전이었으니 차수현은 잠을 잔다고 전원을 껐을 리가 없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온은수는 자신도 모르게 걱정하기 시작했다. 비록 연설은 이미 통제되었지만, 그녀가 미리 다른 수를 써서 차수현을 다치게 할지도 모르기에 온은수는 서둘러 차를 몰고 차수현의 집으로 갔다.도착한 후, 그는 자신이 불청객이라 남의 미움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직접 문을 두드렸다.온혜정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가서 확인해보니 뜻밖에도 온은수인 것을 보고 안색은 즉시 가라앉았다.“자네가 여긴 왜 왔어?”차수현이 아닌 목소리를 듣고 온은수는 더욱 조급해했다.“수현은요? 그녀는 어디에 있죠? 별일 없는 거예요?”“수현은 아주 잘 있으니 자네가 상관할 필요 없네.”온혜정은 심지어 온은수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비록 이러면 아주 예의가 없지만 그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온은수는 전에 자신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차수현이 아무것도 몰랐다.비행기에서 한잠 잔 후, 차수현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고, 내리자마자 그녀의 다리는 심지어 약간 부었다. 그녀는 천천히 짐을 챙긴 다음, 공항 밖으로 걸어갔고, 거기서 한가연이 이미 팻말을 들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차수현은 재빨리 걸어갔고, 가연은 즉시 그녀의 트렁크를 들었다.차수현은 즉시 거절하면서 말했다.“아니야, 네가 들어줄 필요 없어. 내가 무슨 재벌 집 아가씨도 아니고, 이 정도 힘은 있어.”“그건 안 되지. 너 지금 임신했으니 함부로 힘을 쓰면 안 돼. 그리고 나도 이거 하나 들었다고 힘들지 않아. 차는 저쪽에 있어. 가자.”한가연도 고집이 세서 집요하게 차수현을 도와 트렁크를 들려 했다.차수현은 그녀가 이렇게 고집 쓰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어 더는 그녀와 다투지 않았다. 두 여자가 공항에서 트렁크 하나 가지고 이리저리 다툰다면, 행인들도 비웃을 것이다.이렇게 한가연은 차에 차수현을 태우고 전에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호텔에서 지내면 무엇을 하든 좀 편할 것 같아서. 만약 우리 집에 있으면, 육무진 씨와 부딪칠 수 있으니 너무 어색하잖아. 그가 또 눈치 챌 수도 있고.”차수현은 손님이었고, 한가연은 또 매우 세심하고 타당하게 모든 것을 안배했으니 그녀는 따지지 않고 어깨를 으쓱거렸다.“어차피 나는 지금 손님이니 주인의 말을 들어야지. 네가 하자는대로 하자.”한가연은 어쩔 수 없단 듯이 고개를 저었다.“몸은 너 자신의 것이니 내 말을 들을 순 없어. 너 정말 내일 바로 수술하러 갈 거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래?”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지금은 뱃속의 아이도 너무 크지 않은데다, 나도 그와 별 감정이 없으니까 얼른 지워야 해. 아니면 계속 영향을 받을 거야.”“그래.” 한가연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고, 차수현은 전에 이미 선택한 병원 주소를 한가연에게 보냈다.이곳은 개인 병원으로 비용이 비교적 비싸지만,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잘 보호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