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는 회사 입구에 서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는 처마 밑에 서서 비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 은수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봤다.은수가 그에게 수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녀가 안전한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이상, 그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다.비줄는 점점 굵어졌고 은서의 옷은 곧 튀어 들어온 빗물에 적셔졌지만 그는 여전히 그곳을 떠날 마음이 없었다."대표님, 은서 도련님께서 아직도 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윤찬은 위층에서 은서의 그런 불쌍한 모습을 보며 차마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었다."정 그렇게 불쌍하면, 너도 내려가서 같이 함께 있어줘." 은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는 창가에 서서 은서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을 보며 더욱 짜증이 났다.은서는 설마 이렇게 하면 자신이 마음 약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천만에.......은서는 빗속에서 버티며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는지,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무진이었다.무진은 은수를 찾으러 왔다. 그는 은서에게 수현의 어머니를 치료해 주는 일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려고 왔다. 최근 닥터 로스가 국내에 있다고 전해 들었기에 만약 그를 연락할 수 있다면 가망이 있었다.다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은서가 여기에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온몸이 젖은 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은서야, 너 왜 안 들어가고 여기서 비 맞고 있어?"무진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그를 끌고 회사에 들어가려고 했다."저는 들어갈 수 없어요, 셋째 작은아버지는 제가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요."무진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은수는 비록 성격이 별로였지만, 그의 가장 큰 점은 장점은 바로 자신의 사람을 보호하고 감싸는 것이었다.은수가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자동적으로 그가 아끼는 사람으로 될 수 있었다. 은서와 그의 사이가 그렇게 좋았는데, 은수는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매정해졌을까?"둘 사이에 무슨 일 생겼
무진은 은서에게 집에 가서 기다리 라고 하고 바로 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때, 지금 시간 있어? 나 지금 너 회사 아래에 있는데. 술집에 가서 기분 좀 풀지 않을래?"평소 같으면 은수에게 근무시간에 나가서 술을 마시자고 부르면 그는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최근 일어난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자 은수는 자신의 관자놀이 양 손으로 누르며."그래 지금 내려갈게."두 사람은 아래층에서 만나 바로 차를 몰고 근처의 한 술집으로 갔다.은수는 사람에게 조용한 룸을 하나 예약하라고 했고 즉시 큰돈을 쓰며 양주 10여 병을 주문했다.무진은 다소 놀랐다. 은수 지금의 상태를 보면, 그는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아니라 거의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술은 이내 올라왔고 은수는 무진을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기계적으로 술을 연 뒤 술잔에 부으며 단숨에 마셨다.예전 같으면 은수는 술을 통해 근심을 달래는 이런 행동에 코웃음만 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약자만이 알코올로 자신을 마비시키고 현실을 회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오로지 술에 취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그는 그를 짜증 나게 하는 이 모든 일을 잊어버릴 수 있었고, 차수현 그 여자가 그에 했던 반항을 잊을 수 있었다.무진은 은수가 잇달아 한 잔 한 잔 연거푸 마시며 멈추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이내 그의 술잔을 막았다."은수야, 그만 마셔. 이렇게 마시다간 네 몸이 완전히 망가질 거야. 나도 네가 지금 걱정거리가 있다는 거 잘 알아. 그러니까 네 절친으로서 딱 한 마디만 물어볼게. 네 마음속에 있는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 유예린 씨 아니면 차수현 씨야?"은수는 그의 말을 듣고 술잔을 가지러 가려던 손이 멈추었다.유예린, 아니면 차수현?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유예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여자는 그의 생명의 은인이었고, 그녀의 첫날밤까지 그에게 주었으며 또 오직 자신만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녀와 결혼해서 그때의 일을 보상해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예린은 은수를 이 정도로 취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기필코 성공하리라 속으로 다짐했다.그녀가 이번에 임신할 수만 있다면 은수가 아무리 시간을 끌고 싶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심지어 직접 아이를 데리고 온 씨네 집안의 어르신까지 찾아갈 수도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예린은 몹시 흥분해 했다. 그녀는 재빨리 은수의 외투를 벗은 뒤 침대에 올라 은수의 몸에 딱 달라붙었다.예린은 손으로 은수의 몸을 이리저리 더듬으며 남자의 가슴 앞에 있는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은수는 원래 의식이 몽롱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다. 다만 알코올의 작용으로 그는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았고 단지 그것이 한 여자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었다."차…... 수현?"예린이 혼신의 힘을 다하며 그의 옷을 벗길 때, 그녀가 들은 것은 수현의 이름이었다.예린은 멈칫하더니 모욕감을 느꼈다.그는 그 차수현이 이렇게 좋은 것일까? 이토록 취했는데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다니.다만 예린은 지금 화가 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그 화를 억누르며 대답했다."맞아요, 난 차수현이에요. 은수 씨, 나 안아주면 안 돼요? 난 당신을 너무 원해요…..."말을 마치자 예린은 남자의 노출된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은수는 손을 들고 "차수현"의 얼굴을 만지며 그녀의 새빨간 입술에 키스하려던 참에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차수현이 언제 그의 말을 이렇게 고분고분 잘 들은 적이 있었지?이렇게 생각하자 은수는 정신이 좀 들었다. 그는 동작을 멈추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곁에 있는 여자가 유예린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치 그가 그녀에게 키스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은수는 그녀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었다. 남자는 재빨리 그녀를 밀치며 일어나서 앉았다."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죠?"은수는 침대에
은수는 예린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확실히 그랬다. 그는 예린과 결혼하려는 이상, 왜 또 자꾸 그녀를 거절하는 것일까?예린은 은수가 말을 하지 않자 또 대담하게 다가왔다. 반들반들한 몸은 남자의 가슴에 달라붙었다."은수 씨, 만약 정말 나와 결혼하려 한다면 지금 나를 가져요. 난 우리가 결혼한 후에도 당신이 계속 이렇게 나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걸요."말이 끝나자 예린은 열심히 은수의 몸을 더듬었다. 남자의 옷에 있는 단추는 이미 그녀에 의해 대부분 풀린 상태였고 지금 그녀는 그의 튼튼한 복근을 만지고 있었다. 오직 눈앞에 있는 남자의 몸과 마음을 감동시키기 위해.하지만 예린은 한참 동안 노력했지만 은수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심지어 이런 예린을 본 그는 싫증이 났다.은수는 그제야 아주 확신했다. 그는 눈앞의 여자에 대해 충동적인 욕망이 티끌만큼도 없다는 것을.은수는 예린이 마구 파헤치는 손을 잡으며 곧장 침대에서 일어났다."미안해요, 예린 씨."방금 예린의 말에 은수는 문득 깨달았다. 만약 그녀와 결혼한 후 그녀에게 여자가 느끼는 쾌감을 가져다 줄 수 없고 그녀를 이렇게 내버려 둔다면, 그는 그녀에게 상처 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은수도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일어서서 단추를 채운 다음 또 한쪽의 담요를 들고 예린의 몸에 덮어주었다."예린 씨, 방금 나도 마침내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 두 사람은 안 맞는 거 같네요. 그래서 나도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은수가 부드럽게 예린에게 담요를 덮어주었을 때, 그녀는 이 남자가 여전히 자신에게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한 말은 마치 청천벽력처럼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기까지 했다."뭐라고요? 은수 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떻게 이런 농담을 하는 거죠?"은수는 애써 취기를 참으며 옷을 천천히 정리한 다음 미안한 눈빛으로 예린을 바라보았다."미안해요, 예린 씨. 하지만 지금 내가 당신과 결혼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예린 씨에게 상처를 주는거라
은수는 윤찬에게 전화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찬이 도착했다.“네가 이 상황 좀 처리해줘. 유예린 씨가 바보 같은 짓 하지 않게 잘 지켜보고, 그리고 보상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줘.”이 말만 남기고 은수는 바로 떠났다.윤찬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몰랐지만 유예린이 이불 속에서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우는 모습을 보고 대충 짐작이 갔다.‘아마 대표님이 드디어 자신의 진실한 마음이 누굴 향해 있는지를 따르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이렇게 경솔하게 유예린 씨와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유예린 씨, 저는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죠.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세요.”윤찬은 깨끗한 옷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고 예린은 받지 않고 오히려 윤찬의 손을 쳤다.“나가요, 나가시라구요! 난 당신들의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아요! 지금 나를 거지로 보는 거예요?”예린은 요 며칠 이미 자신이 은수와 결혼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온 씨네 사모님이 된다는 소문을 여기저기 퍼뜨렸다.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무척 부러워했고, 그녀에게 아첨하며 비위를 맞추었다. 그러나 지금, 은수는 갑자기 그녀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후회를 했으니 그녀는 또 어떻게 그 사람들과 이 일들을 설명하고 또 어떻게 그들 앞에 나타날 면목이 있겠는가? 그녀가 아무리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아무리 많은 돈을 받아도 그것은 은수와 결혼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예린이 무척 흥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윤찬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없이 옷을 한쪽에 놓고 구석으로 물러나 그녀가 평온해지기를 기다렸다.……은수는 호텔 방을 나서자마자 어두운 표정으로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진은 사실 술집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그도 은수가 도대체 어떻게 선택할지 궁금했다.다만 은수가 이렇게 빨리 자신에게 전화를 하는 것을 보고 무진은 술 마시다 놀라서 사레가 들었다. 설마 은수가 남자로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안 되는 건 아니겠지? 겨우 몇 분 밖에 안 지났는데,
이튿날 아침.은수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눈을 뜨자 그는 자신이 본가에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 익숙한 방에는 그 익숙한 수현의 모습이 없었다.그는 뜻하지 않게 약간 적응을 하지 못했다.은수는 우울한 심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났고 씻은 후 아침을 먹으러 갔다.온회장은 술 냄새에 눈 밑에 다크서클까지 생긴 은수가 매우 기운이 없는 것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 은수야. 너 기분이 안 좋은 게야? 참, 새아가는 요 며칠 어디 갔길래 도통 얼굴이 안 보이는 거지?”수현을 언급하자 은수의 눈빛은 어두워졌다.“휴가 갔어요. 요 며칠이면 돌아올 거예요.”“휴가?”어르신은 반신반의했지만 은수의 표정이 평소와 같은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휴가 갔는데 넌 함께 가주지도 않고, 내가 잔소리하면 넌 또 듣기 싫어하지. 그럼 수현이가 돌아오면 반드시 직접 마중 나가야 한다. 마침 나도 은서에게 환영회를 열 작정이니까, 그들 두 사람도 인사 시켜주고 말이야.”은수는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음식을 썰다 멈칫했다. 온회장이 진지하게 수현과 은서를 만나게 하려는 것을 보고 그는 좀 황당해 하고있었다.온회장이 자신에게 액막이로 소개해 준 아내가 뜻밖에도 은서가 몇 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라니, 정말 너무 황당한 일이었다.만약 이 소식이 전해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다만, 은수도 이 일을 온회장 한테 말해서 그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은수는 조용히 아침을 먹은 뒤 바로 떠났다.그러나 은수는 전처럼 직접 회사에 가서 일을 처리하지 않고 방향을 바꾸어 수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별장.수현은 침대에 앉아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매우 떠들썩했지만 그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아가씨, 식사하세요.”하인은 아침을 들고 들어왔다. “많이 드셔야 합니다. 아가씨의 안색이 정말 안 좋아요.”수현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보며……
수현은 한동안 이 남자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설마 그녀가 밥을 아주 예쁘게 먹는단 말인가? 아니면 그는 왜 이렇게 계속 그녀를 쳐다보는 것일까?이 느낌은 정말 이상해서 원래 입맛이 없던 수현은 더욱 음식을 삼키지 못했다.“무슨 일로 찾아왔죠?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요.”“이따가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수현은 얼른 경계하기 시작했다.“무슨 검사요?”“신체검사.”은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표정이 수현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그녀는 얼마 전에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했으니 지금 은수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자 그녀는 자꾸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수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은수를 바라보았다.“온은수 씨, 도대체 무슨 뜻이죠? 당신은 나의 건강을 배려해 줄만큼 친절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당신이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면 난 절대로 가지 않을 거예요.”수현의 경계에 찬 눈빛과 말끝마다 그에 대한 의심에 은수의 안색은 어두워졌다.“당신은 내가 무슨 뜻일 거 같아? 당연히 당신의 뱃속에 있는 이 잡종을…… 지운 다는 말 아니겠어?”남자가 입을 열자 말투는 뼛속까지 차가울 정도로 냉혹했다.수현은 이 말을 듣고 얼른 일어서서 두 사람의 거리를 벌렸다.“안 돼요, 난 그렇게 못해요!”은수의 조롱하는 눈빛을 본 수현은 자신의 말들이 아주 우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이 남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묶어서라도 병원에 보내서 아이를 지우게 할 수 있을 텐데.“온은수 씨, 당신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나를 놔줘요. 난 절대로 우리 사이의 일을 말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그냥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수현은 애원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녀는 은수와 은서의 관계를 안 뒤, 온 씨 집안에 남아있는 것조차 싫었다.그러나 수현은 이미 아이와 감정이 생겼기에 그녀는 아이를 지우고 싶지 않았다. 설령 나중에 싱글맘으로 살아야 한다 하더라도 그녀는 아이를
은수가 자신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하자 수현은 드디어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아이 지우면 안 돼요. 이 아이는 당신 아이니까요!”은수는 멈칫했고 정신을 차린 뒤 수현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며 한 쌍의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당신 방금 뭐라고?”이미 말한 이상 수현도 두려울 게 없었다.그녀는 은수가 그들의 아이를 지우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뱃속의 아이 당신의 아이니까 지우면 안 돼요.”은수는 잠시 멈칫하다 어이없어하며 웃었다.“차수현, 당신은 이 잡종을 지키려고 정말 온갖 수단을 다 쓰는군. 이딴 새빨간 거짓말까지 입 밖으로 꺼내다니. 내가 언제 당신과 관계를 맺었지? 당신 설마 스스로 임신할 수 있는 거야?”남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수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그날의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하긴, 당신은 깨어난 후에 나와 잔 적이 없죠. 그러나, 두 달 전, 당신은 그날 포시즌 호텔에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버린 거예요? 당신은 그날 밤, 한 여자를…… 강간했잖아요.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은수는 수현이 단지 시간을 끌려고 이렇게 말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그날의 일을 언급하자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차수현이 어떻게 이 일을 알았을까? 그는 수현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고 그날 저녁의 여자는 분명 유예린이었다. 게다가 유예린은 또 자신이 남긴 물건까지 가지고 있었다.“아이는 바로 그날 밤의 일로 생긴 거예요. 만약 당신이 여전히 믿지 않는다면, 아이가 태어난 후에 친자 검사 확인해 봐요. 만약 당신의 아이가 아니라면, 당신 마음대로 처리해요!”수현은 은수가 믿지 않는 것을 보고 필사적으로 말했다. 설령 그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더라도 친자확인은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다.아무튼 아이가 이대로 자신의 친아버지인 온은수에 의해 강제로 지워지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은수는 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