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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Penulis: 일립
“연우는 네 동생이잖아. 형부로서 챙겨주는 게 뭐가 어때서?”

배시혁의 시선이 하연서를 넘어 연지훈에게로 향했다.

“그러는 너는 연지훈 씨와 무슨 사이인데? 연지훈 씨가 왜 너를 돕는 건데?”

하연서의 시선도 배시혁의 시선을 따라갔다. 슈트 차림의 연지훈이 햇빛을 등지고 걸어오는데 그 아우라는 마치 세상 만물을 발 아래에 둔 것처럼 강압적이었다.

배시혁의 질문은 동시에 두 사람을 향했다. 연지훈은 배시혁의 적대감을 무시하고 하연서 옆으로 다가갔다.

“연서 씨, 도와줄 거 있어요?”

정신을 차린 하연서가 물었다.

“연지훈 씨가 왜...”

“저번에 추돌 사고로 다쳤잖아요. 생각해 봤는데 낫는 걸 봐야 시름이 놓일 것 같아서요.”

연지훈이 하연서에게 아침을 건네줬다.

“수호가 가져다주래요.”

‘추돌 사고?’

배시혁은 그제야 하연서가 파혼하겠다고 한 날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떳떳한 하연서에 비하면 그가 방금 내뱉은 말은 들어주기 힘들 정도라 배시혁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서야, 그날 사고 낸 사람이 연지훈 씨라고 말하지 그랬어?”

하연서는 이미 하고 싶은 말은 다 했고 더는 배시혁과 입씨름하기 싫어 아침을 받으며 말했다.

“가져다주느라 수고했어요.”

24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하연서는 다시 웃음거리가 됐다는 생각에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시혁 씨, 다음에 찾아올 땐 주식 분할해서 찾아오길 바랄게. 다른 일이라면 더 토론할 필요 없어.”

하연서가 이렇게 말하더니 연지훈에게 말했다.

“연지훈 씨, 다른 일 없으면 커피 한잔해요.”

“그래요.”

연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등을 돌리려 하자 배시혁이 다급하게 쏘아붙였다.

“하연서, 난 너랑 절대 못 헤어져.”

이에 하연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하연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하연우가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물었다.

“오빠, 주식 분할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회사 차릴 때 쓴 돈 연서가 준 돈이거든. 회사에 연서의 공도 들어가 있다는 소리야.”

체면이 걸린 일이라 배시혁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굳건하게 말했다.

“그걸 마다할 리 없어.”

“하지만...”

하연우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연 대표님이 있으니 다른 생각을 품었을 수도 있잖아요...”

“연우야.”

배시혁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자꾸 그렇게 언니를 함부로 생각하지 마.”

“나는...”

하연우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더니 말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는 언니 상태가 걱정돼서, 혹시나 어리석은 짓이라도 할까 봐 그래요.”

“그러면 언니뿐만 아니라 오빠의 이익에도 영향이 가니까요.”

배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살짝 흔들리는 게 보이자 하연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언니가 먼저 주식 분할을 꺼냈으면 회사 차릴 때 쓴 돈을 주면 되잖아요.”

“지금 확실하게 계산하는 게 좋아요. 나는 오빠 실력으로 얼마든지 회사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연우의 적절한 아부가 배시혁에게 잘 먹혔다. 하연서가 지금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건 맞지만 그녀가 없다고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연우가 주식 분할을 꺼낸 이상 이 기회에 확실하게 계산하면 앞으로 화해한다 해도 더는 회사 일에 간섭하지 못할 것이다. 안 그래도 배시혁은 하연수 없이도 충분히 가업을 물려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는 걸 배진수에게 증명할 기회가 필요했다.

이렇게 생각한 배시혁은 하연우를 보는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연우야,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너뿐이야.”

하연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빠, 오빠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오빠가 밑지는 건 나도 싫어요.”

“그래.”

배시혁이 이렇게 대답하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아파트 단지를 올려다봤다.

“데려다줄게.”

...

연지훈을 데리고 집으로 올라간 하연서가 갓 내린 커피를 들고나오는데 연지훈이 거실 통유리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190은 되는 키에 남색 슈트를 입은 연지훈은 어깨가 넓고 허리는 잘록한 역삼각형 몸매였고 따라갈 자가 없는 타고난 귀티에 심플한 인테리어의 아파트가 다소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어쩔 바를 몰라 하던 하연서가 고개를 돌린 연지훈과 눈이 마주치자 멈칫했다.

“여기 있으면 계속 찾아올 거예요.”

하연서가 반응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어요. 갈 데가 여기밖에 없거든요.”

연지훈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하연서에게로 다가가더니 자연스럽게 커피를 받아서 들며 덤덤하게 말했다.

“내 집에서 지내도 돼요.”

하연서는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배시혁이 아무리 날고뛰어도 우리 집은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연지훈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떼어내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요.”

“그...”

하연서가 망설였다.

“연지훈 씨, 이런 보잘것없는 일로 신세 질 수는 없어요.”

연지훈은 연씨 가문의 모든 산업을 이끄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이런 구정물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 이미 한번 도움을 받았는데 더 바라는 건 너무 염치없는 짓이었다.

“사실 이 정도 다친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연서가 손을 들어 이마에 난 상처를 만지작거리다 아픈 곳을 누르고 그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흡...”

연지훈이 하연서의 팔목을 낚아채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상처를 살폈다.

“병원은요?”

하연서가 손을 빼더니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아니요. 작은 상처라 알아서 할 수 있어요.”

하연서가 경계하자 연지훈도 자신의 행동이 당돌했다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커피를 원샷하더니 테이블에 컵을 올려놨다.

“내 제안은 잘 고민해 봐요.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고요.”

연지훈이 집을 나서도 하연서는 마중하지 않았다. 그러다 컵을 정리하는데 컵 아래에 놓인 명함을 보게 되었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진심일 줄은 몰랐다. 일함에 있어서 거침이 없다고 소문난 연씨 가문 수장이 사람을 돕기 좋아하는 심성까지 있을 거라고는 다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명함을 집어든 하연서는 언젠가 배시혁이 연지훈을 알고 지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게 떠올랐다. 배시혁이 꿈에도 그리던 명함을 손에 넣은 것이다.

순간 하연서의 마음속에 사악한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다. 연지훈의 손을 빌려 배시혁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것만큼 배시혁의 자존심을 긁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하연서는 연지훈 같은 인물을 잘못 건드렸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명함을 옆에 놓인 수납함에 넣었다. 곧 죽는 건 맞지만 이렇게 빨리 죽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짧은 인생이라도 소중히 여길 필요성은 있다.

...

아파트 단지 앞.

연지훈이 차에 오르자 보디가드가 자료를 건넸다.

“형님, 전에 말씀하신 자료입니다.”

“그래.”

가는 길에 자료를 훑은 연지훈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고 눈동자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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