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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작가: 꽃길
진소영은 분명 내가 다녀간 후 모든 걸 진정우에게 털어놨을 것이다.

“그곳이 마음에 든다면 나중에...”

진정우가 말을 멈췄다. 그러자 나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

“나중에 뭐요?”

그의 목젖이 한 번 움직였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중에... 그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도 있겠죠.”

“저 혼자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제가 같이 있을게요. 당신이 원한다면.”

그는 여전히 솔직했다.

그 순간, 나는 슬쩍 뒤로 물러섰다.

‘나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특히 ‘여생’ 같은 먼 미래라면 더욱 그렇다.

“소영이를 위해 전문의를 찾아봤어요. 그녀의 진단 기록을 제게 주세요.”

나는 화제를 바꿔 말했다.

어젯밤 안리영은 늘 현실을 회피한다고 속으로 비난했지만 사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나 또한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진정우를 붙잡아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예전에 안리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원래 너무 쉽게 얻은 건 소중히 여기지 않아.”

그 말이 떠오르자 괜히 마음이 복잡했다.

진정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의 침묵은 소영이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했다.

“우선 소영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 위험성을 알아볼게요. 최종 선택은 정우 씨가 하세요.”

결국 나는 선택의 권한을 그에게 넘겼다.

“이미 알아봤어요. 그녀의 수술은 일반적인 심장 수술보다 훨씬 위험해요. 혈액형이 특이한 데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용히 덧붙였다.

“몸에 다른 문제도 있어요.”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다른 문제라뇨?”

정확히 알아야 의료진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

그는 옆으로 두 걸음 물러나더니 난간을 붙잡았다.

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의 무거운 표정을 보니 가슴이 저릿했다.

“정우 씨... 무슨 문제죠?”

“소영이는 선천적으로 뇌에 종양이 있어요.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의학 지식은 부족했지만 뇌에 종양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았다.

“언제부터 그런 건가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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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강유형이 한 발 더 다가오며 말했다.“지원아...”“강유형,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너무 뻔뻔하지 않아?”나의 차가운 태도에 강유형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이 붉어졌고 그 표정에는 당혹감과 자책이 뒤섞여 있었다.“그래. 나도 알아. 내가 한심하다는 거.”그는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말을 이어갔다.“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내 친구에게 상처를 줬고 이제는 네가 날 구하기 위해 진정우랑 다투기까지 했지. 그런데도 내가 뻔뻔하게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아.”그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나는 그럴 자격도 없어.”그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섰다. 나와 강진혁과 함께 병실을 나설 때, 강유형은 배웅하지 않았다.공항에 도착해서 강진혁이 수속을 밟으러 간 동안, 나는 그저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몸은 여기 있지만 영혼은 어디론가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언니, 혼자 여행 가는 거예요?”이때 맑은 목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리니 작은 금발 소녀가 내 옆에 앉아 해맑게 물었다.그녀는 금발과 뽀얀 피부를 가진 외국 아이였지만 동양인의 짙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또박또박한 한국어를 구사했다.아이들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는 이 작은 아이의 눈빛이 내 떠다니던 영혼을 단번에 붙잡아 주었다.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언니는 여행이 아니라 집에 가는 거야.”“집에 가서 엄마, 아빠 찾는 거예요?”아이의 질문은 끝없는 궁금증으로 가득했다.나는 부모님을 찾고 싶었지만 그분들은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이런 슬픈 이야기를 어린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아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언니, 남자 친구 있어요?”소녀는 방긋 웃으며 귀엽게 얼굴을 붉혔다.“왜 웃어?”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소녀는 신비로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73화

    이 병실을 제대로 살펴본 건 깨어난 후 두 번뿐이었다. 처음은 진정우를 찾기 위해서였고 이번은 짐을 찾기 위해서였다.이때 강진혁이 내 앞에 다가와 가볍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지원아, 지금은 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고개를 저으려던 찰나,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의사와 강유형이 들어왔다.“의사 선생님 한 번 더 만나고 가. 혹시라도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비행기에서 처리하기 어렵잖아.”강유형이 설명하면서 시선을 강진혁에게로 돌렸다. 나는 그가 살짝 찌푸린 눈썹을 똑똑히 보았다.의사가 다가오자 강진혁은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비켜줬고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물러났다. 심장 소리를 듣고 혈압을 재는 등 몇 가지 검사를 받은 후, 의사가 말했다.“회복 상태가 좋습니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감사합니다.”강유형이 정중히 인사했고 의사를 배웅하며 말했다.“내가 배웅할게. 가는 김에 짐도 챙겨야 하니, 너는 여기서 지원이랑 잠시 이야기라도 나눠.”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며 병실에는 나와 강유형만 남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고 강유형은 묵묵히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미안해.”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내 눈빛이 얼마나 공허하고 흐릿한지 느낄 수 있었다.강유형은 내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휴링턴에 오지도 않았을 테고 위험에 빠지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나를 구하려고 그렇게 많은 피를 헌혈하지도 않았을 텐데…… 게다가 진정우에게까지 오해를 사게 됐잖아.”나는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떨어뜨려 그의 셔츠 두 번째 단추를 바라봤다.“미안해할 거 없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도 있는 법이니까.”이건 아마도 운명이었을 것이다.“지원아.”강유형은 나를 부드럽게 불렀다.“왜 그랬어? 목숨 걸고 날 구하려고 한 이유가 뭐야?”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72화

    나는 강진혁을 계속 바라봤고 그의 짧은 반응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답을 알 수 있었다.“지원아.” 강진혁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응?’솔직히, 애초에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진혁이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삼촌과 아줌마도 알고 있었죠?”내 질문은 물음이라기보다 확신에 가까웠다. 그들이 날 이렇게 오래 키웠는데 내 혈액형을 몰랐을 리가 없었다.“지원아. 우리 부모님이 널 데려와 키우기로 했으니, 네 혈액형 같은 건 알아야 책임질 수 있었어. 그게 이상한 건 아니야.” 강진혁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그들이 내 혈액형을 알고 있었다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는 게 이상했다.“왜 말이 없어? 오해하지 마. 우리 부모님은 널 친딸처럼 여겼어. 절대 다른 의도는 없었어.”강진혁은 다급한 듯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진심이 엿보였지만 나는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이란 원래 숨기려 할수록 더 드러나기 마련이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오빠, 사실 오빠가 이런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전혀 다른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빠가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하니 오히려....”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강진혁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지원아...”“오빠, 짐이나 챙겨줘요.”나는 그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짐 챙기기를 부탁했다. 강진혁을 의도적으로 오해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의 말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사람이란 한 번 의심이 시작되면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이다.강진혁이 짐을 챙기는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문득 나와 강유형의 혼약이 떠올랐다.우리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기 전, 그들은 내게 물었다.“네가 아직 어릴 때 약혼을 정해놓으면 어떻겠니?”그때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싫어요! 저는 엄마랑 아빠만 있으면 돼요.”그리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71화

    “그럼 돌아가. 하지만 지금 네 상태로는 혼자 갈 수 없어.”강유형이 단호하게 말했고 잠시 침묵하다가 강진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형, 지원이랑 같이 가줘.”강진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아무리 거절해도 그들이 날 혼자 두고 갈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 너는?”나는 강유형의 머리에 감긴 붕대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여기 남아서 신지태 나오면 같이 갈 거야.”강유형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신지태가 낯선 곳에서 그런 일을 겪고 나왔는데 아무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하지만 강유형의 지금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신지태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네가 이 상태로 있으면 신지태가 더 죄책감 느낄 텐데.”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괜찮아. 사고 얘기는 꺼내지 않을 거니까.”강유형은 단호히 답했다. 더는 설득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나는 화제를 돌렸다.“지태 오빠, 경기 다시 뛸 수 있을까?”이번에는 강진혁이 대답했다.“아직 몰라. 구단 쪽 반응도 봐야 하고 Q클럽의 태도에 따라 다를 거야.”문득 진정우가 떠올랐다. 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줄 사람은 진정우일 텐데 지금은 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나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내 귀국 비행기표를 예약하기 시작했다.“내 것도 같이 예약해 줘.”강진혁이 말하기 전까지는 그의 표까지 예약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그럼 여권 정보 줘.”강진혁은 여권을 건네는 대신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말했다.“이미 예약했어. 두 장.”그의 말에 잠시 놀랐지만 그는 이어 말했다.“짐 챙겨. 한 시간 뒤에 공항으로 가자.”나는 무슨 말을 하려다 멈췄고 강진혁이 먼저 강유형을 향해 말했다.“머리 다친 건 별일 아니지만 이제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해. 네 몸 상태가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걸 잊지 마.”그의 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70화

    뉴스?무슨 뉴스?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내가 깨어난 이후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고 문 앞에 있던 강유형과 강진혁이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무슨 뉴스야?”내가 직설적으로 묻자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아마도 나한테 뭔가를 숨기려는 듯했다.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다 들었으니까 숨기지 말고 제대로 말해줘.”강진혁은 짧게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꺼냈다.강유형이 말리려는 듯 보였지만 내가 강한 눈빛으로 제지하자 그도 말없이 물러섰다.“이미 알게 된 이상 차라리 직접 확인하고 진정우랑 제대로 얘기하는 게 나을 거야.”강진혁이 말하며 핸드폰을 건넸다.핸드폰 화면에는 웹 기사 캡처가 떠 있었다.[희귀한 황금 혈액형 연인, 여자 친구가 800cc의 피로 남자 친구를 구해줌. 이제 내 피가 당신의 몸속에 흐르고 있어요.]로맨틱한 제목과 함께 내가 강유형의 손가락을 잡고 응원하던 사진이 실려 있었다.그저 힘내라는 뜻에서 손을 잡았던 순간이었지만 제목과 사진이 더해지니 마치 우리가 생사를 함께하는 연인처럼 보였다.“이 뉴스 언제 올라온 거야?”나는 강진혁을 보며 물었다.“3일 전이야. 네가 수혈을 끝내고 바로 올라왔어.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고 진정우도 이미 와 있던 상태였어. 진정우가 아마 이걸 봤던 게 분명해.”그 순간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강진혁은 내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걸 눈치채고 조용히 덧붙였다.“바로 사람을 시켜 이 뉴스는 삭제했어.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어.”그게 무슨 소용일까.진정우는 이미 이 기사를 봤을 텐데 말이다.나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진정우만큼은 아니었다.그가 아무리 나를 믿고 있더라도 이 사진과 제목은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이 일은... 내가 진정우한테 직접 설명할게.”강유형이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이런 일은 설명할수록 더 복잡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9화

    나는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래.]그 단어 하나가 머릿속을 텅 비게 만들었다.잠시 후, 나는 내가 보낸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때 강유형이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저 자식,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그는 다시 진정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빠르게 창가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공기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내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나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잠시만 혼자 있고 싶어요.”강유형과 강진혁은 내 마음을 이해했는지 더는 말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내가 왜 울고 있는 걸까? 그가 그렇게 쉽게 헤어지자고 한 말 때문일까?아니면 내가 이렇게 기다렸음에도 나를 보러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 때문일까?나는 진정우를 기다렸고 그는 왔지만 나는 결국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그저 긴 잠에 빠졌을 뿐인데 겨우 사흘 동안 못 봤다고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걸까?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나를 구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쳐서 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걸까?아니면 그가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의 가족, 특히 그 유명한 진씨 가문이 나 같은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 걸까?머릿속은 온갖 상상으로 뒤엉켰지만 나는 스스로를 억누르며 생각을 멈췄다.이럴 때일수록 직접 확인하는 게 나을 테니까.하지만 그가 전화를 꺼둔 탓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그 순간, 문득 진소영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와 시차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전화를 걸었다.“언니!”진소영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언니?”그녀가 다시 불렀다.“잘못 걸었어. 미안해, 자는데 깨웠지?”내 목소리에 감정을 숨기려 애썼다.내가 지금 처한 상황을 그녀가 알게 된다면 분명히 걱정할 것이다.“아니에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8화

    “지원아!”강유형이 손을 뻗어 나를 붙잡았다.나는 그의 머리에 감긴 붕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와 함께 들어온 강진혁을 향해 말했다.“정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그러자 강진혁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 어떻게 알아?”“확실한 건 아닌데 그냥 느낌이 그래요.”나는 힘없이 대답했다.“전화했더니 바쁘다면서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요.”나는 이유를 설명했다.“그럼 다시 전화해 봤어?”강유형이 물었다. 사실 다시 걸어보진 않았다.진정우가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으니, 나는 그냥 기다리고만 있었다.“내가 걸어볼게.”강유형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한참 후, 진정우의 목소리가 들렸다.“강 대표님.”바로 내 앞에서 전화했기에 대화가 또렷하게 들렸다.“정우 씨, 지금 어디예요?”강유형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비행기 안이에요.”진정우의 대답에 내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강유형이 나를 힐끗 보며 다시 물었다.“비행기? 어디로 가는 중이죠?”“귀국 중입니다.”이 짧은 두 글자에 내 심장은 쥐어짜이는 듯했다. 나는 강유형의 휴대폰을 낚아채며 말했다.“정우야, 무슨 일 생긴 거야?”아무 대답이 없자 내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말 좀 해봐. 무슨 일 있는 거야? 지금 어디에 있어?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거지.”그가 깨어난 나를 보러 오지 않은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이런 일에는 반드시 와야 하지 않나?“아니야. 거짓말 안 했어.”진정우가 차분하게 답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못 믿어. 전에 나 속인 적 있잖아.”그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나는 거짓말쟁이야. 하지만 이번엔 아니야. 못 믿겠으면 사진 보내줄게.”전화가 끊기고 곧 내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는 비행기 좌석에 앉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비행기표 사진을 보내왔다.그가 진짜 귀국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도 나를 보러 오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7화

    강진혁이 내가 사흘 동안 의식 없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강진혁이 사흘 동안 이곳에 있었다면, 전화로 곧 오겠다고 했던 진정우도 이미 왔었을 것이다. “물 좀 마셔.”강진혁이 컵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진정우는 어디 있어요?”그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일단 물부터 마셔.”그 말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목이 점점 더 아파졌다. “아직 안 왔나요?”“아니.”그는 침대 옆에 앉으며 대답했다.“왔었어.”“그럼 지금은 어디 있어요?”내가 의식이 없던 동안 그는 당연히 내 곁에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내가 벌이라며 그를 보지 않겠다고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걸까?“떠났어. 아마 널 다치게 한 사람들을 처리하러 간 것 같아.”그가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정말 진정우밖에 없네. 깨어나자마자 걔부터 찾고.”그의 농담에 약간 안도했지만 떠오르는 위험한 상황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혼자 갔나요? 언제 떠났는데요?”“정확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널 구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라면 그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강진혁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진정우의 능력을 신뢰하는 것 같았다.내가 알던 진정우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을 뿐인데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난 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이렇게 영향력을 발휘하다니. 문득 강유형이 내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너 정말 진정우에 대해 다 알아?”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정말 그를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아는 듯했다.나는 강진혁이 건넨 물을 몇 모금 마시며 물었다.“오빠도 진정우의 정체를 알고 있었어요?”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보다 조금 더 일찍 알았어.”“근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그렇게 묻고 나니 스스로가 우스웠다. 내 남자 친구의 진짜 정체를 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지원아, 이유가 있을 거야. 직접 만나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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