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유는 큰어르신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총으로 반지훈의 머리를 겨냥했다.“반지훈, 그때 난 정말 널 죽일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넌 왜 나한테 이렇게 모진 거야?”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싸늘하게 웃었다.“예전에는 내가 마음이 약했던 탓이야. 그러나 지금은 정신을 차렸어. 내가 얻을 수 없는 거면 망가뜨릴 거야. 그 천한 년에게 결국 네가 그년 때문에 죽게 된다는 걸 알려줄 거야!”강시언은 묶여있던 밧줄을 풀더니 별안간 서영유를 밀쳤다. 그녀가 들고 있던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시언아!”강시언은 신속하게 총을 반지훈 발 아래로 걷어찼고 반지훈은 총을 주웠다.갑판에 쓰러진 서영유는 잔인한 눈빛으로 리모컨을 들고는 고함을 질렀다.“누구도 살아서 나갈 수 없어!”“펑!”반지훈이 신속하게 총으로 그녀의 손을 명중하자 리모컨이 손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리모컨을 눌렀기 때문에 두르고 있던 폭탄에 시간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서영유는 반지훈에게 돌진하더니 그를 그러안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아빠!”“반지훈!”“반지훈 대표님!”이 장면을 목격한 강성연은 배에 오르려 했지만 연희승 일행에게 잡혔다.굉음과 함께 바다에서 큰 물보라가 일었고 배도 격렬하게 흔들렸다. 시언은 갑판 위에 넘어졌으며 물보라에 갑판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흠뻑 젖었다.강시언은 배 끝에 달려가 핏물로 가득한 바다를 보면서 고함을 질렀다.“아빠!”큰어르신은 붉어진 눈으로 한참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강성연은 눈앞이 캄캄해져 연희승 일행을 뿌리친 후 부둣가에 달려갔다. 하지만 고요한 바다 위에는 핏물만 가득할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녀는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반지훈!”강성연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으며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악몽이라도 꿨는지 식은 땀에 베개가 축축이 적어있었다.그러나 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급히 일어나면서 이불을 걷었다. 바로 이때, 리비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성연아, 깨
“엄마는?”반지훈은 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일어서려고 하자 연희승은 그를 저지했다.“반지훈 대표님, 아직 함부로 움직이면 안돼요.”강성연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 그녀와 눈이 마주친 반지훈은 멈칫했다.연희승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성연 아가씨, 오셨어요? 보다시피 반지훈 대표님은 아마......” “알고 있어요.”강성연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더니 웃으면서 반지훈을 바라보았다.반지훈은 무표정으로 물었다.“당신은 누구야?” “저요?”강성연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32살의 당신과 결혼한 여자에요.” 연희승은 조금 의아한 얼굴로 강성연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반지훈의 기억은 17살에서 멈춰있었다. 비록 나중에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반지훈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반감은 보이지 않았다. 비록 낯선 여자였으나 반지훈은 싫지 않았고, 심지어 가슴이 떨렸다.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었으며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강성연은 그의 손목을 잡으며 웃었다.“전 미래 당신의 아내이지, 지금 당신의 아내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누나라고 불러볼래요?”연희승은 이마를 주물렀다. 강성연 아가씨는 이 기회에 누나 소리를 들어보려는 건가?큰어르신은 헛기침을 했으며 강성연은 그제서야 큰어르신이 아직도 병실에 있다는 게 기억났다. 그녀는 몸을 일으킨 후 큰어르신을 바라보았지만 뭐라 말할지 몰랐다.큰어르신이 그녀에 대한 태도는 전보다 훨씬 온화했다.“그럼 네가 지훈이랑 함께 있어줘.”그녀는 멈칫하다가 곧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큰어르신이 나간 후 연희승도 함께 따라갔으며 병실에 그들 둘만 남았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니 반지훈은 계속 그녀를 보고 있었다.“당신이 정말 내 아내야?”그녀는 침대 끝에 앉았다.“저희는 결혼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있어요. 애가 8살이에요.”반지훈은 멍해졌다.강성연은 그에게 다가가더니 검지로 그의 입술을 꼭 눌렀다. 그는
“지금 당신은 17살짜리 애송이잖아요, 그러니 누나라고 불러야 하지요.”강성연은 반지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래도 난 남자야.”“17살이 무슨 남자에요.”“당신......”반지훈은 혀를 끌끌 차더니 고개를 돌렸다.“내가 왜 당신을 선택했지? 그저 얼굴이 예뻐서?”강성연은 손을 내려놓았지만 화내지는 않았다.“그래요, 당신은 저의 미모에 반해 미친 듯이 쫓아다녔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시집간 거예요.”그는 고개를 들었다.“내가 그렇게 천박한 사람이었어?”하지만 그는 청순하면서도 뭔가 요염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강성연은 눈을 깜빡이더니 그의 입술 가까이로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따뜻한 숨결마저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천박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저를 아주 사랑하는 건 알아요.”반지훈은 1주일 동안 입원했고, 등의 총상은 많이 완치되었지만 기억은 조금도 회복할 기미가 없었다.강성연은 연희승이 정리한 서류 한 무더기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몇 권은 그가 17살 후 경험한 일들을 정리해 놓은 거였다.그는 아이가 세 명이 있다는 것과, 어머니의 사인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크던 서영유가 그들을 죽인 범인이고, 3년 전에 확실히 강성연과 결혼했다는 것도 보았다......그는 머리가 지끈거려 서류를 닫고는 곁에 놓았다.“우리 아이는 8살이잖아. 그런데 왜 3년 전에야 결혼한 거야?”강성연은 곁에서 귤을 깠다.“9년 전, 어느 나쁜 놈이 저와 잠자리를 가졌는데 저는 외국에 나간 후에야 임신했다는 걸 발견하고 아이를 낳았어요. 6년 후 그 나쁜 놈은 높은 월급으로 절 자신의 여자친구의 디자이너로 초빙하였지요. 그리고 그 여자친구를 위해 절 협박하기도 했어요.”그녀는 까놓은 귤을 입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했다.“하지만 그 나쁜 놈은 참 바보였지요. 그날 밤 그는 자신이 누구와 잤는지 몰랐고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고개를 숙인 강성연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입을 가렸다.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면서 소유욕은 있다니.여준우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사촌 동생아, 장난 좀 친 것뿐인데 뭘 그렇게 진지하게 굴어?”반지훈은 이를 악물었다.“사촌 동생은 무슨, 내가 널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하, 그건 기억하네.”여준우는 침대 위에 베개를 올려두었다.“됐어. 너 아직 숨은 붙어 있으니까 고모할머니도 마음 놓이시겠지.”여준우는 강성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그럼 부탁...”“손 치워!”반지훈이 입을 열었고 말허리를 잘린 여준우는 손을 들어서 보여줬다.“그래. 난 먼저 갈게. 그러면 강성연 씨, 이 나이 많은 소년 좀 잘 돌봐줘요.”여준우가 떠난 뒤 반지훈은 팔짱을 낀 채 안색이 어두워졌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기분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기억이 17살에 머물러 있는 지금의 그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그렇다. 반지훈은 17살 소년 때 기억에 머물러 있어서 그런지 기세가 드높았다.강성연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화났어요?”반지훈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강성연은 그의 뺨을 잡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잠깐 건드렸다가 떨어지는 아주 가벼운 입맞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홀했다.반지훈은 그만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살짝 멍해진 얼굴로 강성연의 입술을 빤히 쳐다봤다.강성연이 몸을 일으키며 떠나려 하자 반지훈은 그녀의 뒤통수를 누르고 한 손으로 그녀를 안으며 아무런 징조도 없이 입을 맞췄다.강성연의 동공이 떨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반지훈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다. 반지훈은 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몸은 경험이 많아 아주 능숙했다.하지만 지금 반지훈의 상태로 이러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기에 강성연은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반지훈은 헛숨을 들이키더니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호흡이 거칠었다.“왜 날 깨무는 거야? 우리 부부라면서?”강성연은 그의 품에서 벗어난 뒤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반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차는 천천히 장도 별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반지훈은 아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아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기는 했다.다행히도 강시언이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반지훈은 지금 17살 이전의 기억만 갖고 있으니 여덟 살 넘는 남자아이와 이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들 부자를 힐끗 쳐다본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희승에게 물었다.“17살의 반지훈 씨는 저런 모습이었나요?”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네.”희승은 어쩐지 그리운 얼굴이었다.“대표님은 예전에 저런 모습이셨어요. 대표님 어머님께서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요.”강성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반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의 반지훈은 차갑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기억을 잃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적어도 잠재의식 속에는 그들이 존재했다.그가 어떤 모습이든 그가 반지훈이라는 점은 변함없다.반지훈은 장도 별장이 낯설었다. 별장으로 돌아온 뒤 그는 주위를 한참 동안 둘러보다가 강성연에게 물었다.“우리 방은 어디 있어?”우리 방이라는 말에 강성연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희승에게 짐을 부탁한 뒤 반지훈의 앞에 섰다.“우리 방이 아니라 당신 방이에요. 날 따라와요.”반지훈은 강성연의 뒤를 따르며 미간을 팍 구겼다.“부부라면 같은 방에서 지내야 하는 거 아니야?”강성연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그렇죠. 우리는 부부였지만 3년 전 당신이 내게 이혼하자고 한 뒤로 따로 살았어요.”반지훈의 눈동자에 티 나지 않게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강성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방에 도착한 뒤 반지훈은 주위를 쓱 둘러본 뒤 미간을 구겼다. 확실히 여자와 함께 살았던 흔적은 전혀 없었다.강성연은 뒷짐을 진 채로 그에게 다가가 웃어 보였다.“왜요? 설마 나랑 같이 지내고 싶어요?”반
강성연이 의아해하자 여 노부인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예전이었다면 지훈이는 S국 일에 관여하지 않았을 거야.”그 말에 강성연은 뜻밖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반지훈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반지훈은 집안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었다. TG그룹의 오너라는 점, 그게 다였다.그런데 언제부터 반지훈이 관여하기 시작한 걸까? 강성연의 어머니가 연씨 집안과 관계가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연씨 집안과 반씨 집안의 원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기 때문일까?여 노부인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연혁의 외손녀라는 건 알고 있다.”장도 별장, 반지훈이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안으로 들어온 희승이 때마침 그와 마주쳤다. 희승은 흠칫하며 말했다.“대표님?”반지훈은 거실을 지나쳤다. 거실의 가구들은 전부 새것 같았고 이곳에서 잠깐 지낸 건지 사람의 향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우리 이곳에서 지낸 지 얼마나 됐지?”희승은 뺨을 긁적였다.“몇 달 됐어요.”반지훈은 미간을 구겼다.“겨우 몇 달이라고?”“네. 아, 대표님은 기억하지 못하시죠.”희승은 그제야 그 사실을 떠올렸다.“대표님은 몇 달 전에 S국에 왔고 그때 이 별장을 사서 잠깐 지내기로 했죠.”“그럼 그 몇 달 동안 계속 강성연과 따로 지냈다는 말이야?”반지훈은 어쩐지 그 일을 따져 물었다.희승은 헛기침했다.“강성연 씨는 가끔 찾아와서 같이 있어 주셨습니다.”반지훈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그럼 나랑 강성연이 진짜 이혼했다는 말이야?”희승은 어색하게 웃음을 쥐어 짜냈다.“그런 셈이죠.”희승은 반지훈의 불쾌한 기색을 읽고 다급히 해명했다.“겉으로는 이혼했다고 했지만 사실 대표님은 사인하지 않으셨어요.”잔뜩 구겨져 있던 반지훈의 미간이 살짝 풀렸다. 그러나 어딘가 이상했다.“강성연은 사인했어?”강성연이 그와 이혼하려 했다는 말인가?희승은 쓰게 웃었다. 그는 기억을 잃은 반지훈에게 어떻게 3년 전의 일을 설명해야 할지 감을 잡지
강성연은 테이블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반지훈 씨랑 지내면서 그에게 남다른 부분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비록 반지훈 씨가 제멋대로에다가 따지는 것도 좋아하고 질투도 많지만 가끔은 바보처럼 귀여울 때도 있어요.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는 다른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절 지키려고 하고 심지어 몸을 던져 절 구해줘요. 절 이렇게 사랑하는 남자를 제가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여 노부인은 입구를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무언가 느껴진 건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샌가 반지훈이 문밖에 서 있었다. 강성연은 살짝 당황했다. 조금 전 했던 얘기를 전부 다 들은 걸까?여 노부인이 웃었다.“며칠 푹 쉬지, 이렇게 부랴부랴 여기까지 찾아왔네? 내가 성연이를 난처하게 만들까 봐 걱정돼서 그래?”반지훈은 강성연에게서 시선을 뗐다. 항상 무표정하던 얼굴에 약간의 어색함이 엿보였지만, 반지훈은 일부러 침착한 척 말했다.“할머니, 흰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많이 나셨어요?”여 노부인은 반지훈의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반지훈의 기억 속 그녀는 여전히 그 시절에 멈춰있었다.“늙어서 그래. 젊었을 때랑은 다르지.”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지훈아. 네 아내 잘 아껴줘야 해.”반지훈과 시선이 마주치자 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웃음기가 보였다.두 사람은 앞뒤로 나란히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반지훈은 시선을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강성연의 팔뚝을 잡았다. 그 바람에 강성연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되면서 벽에 등을 기댔다.반지훈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조금 전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우리...”반지훈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왜 이혼했어?”강성연은 그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기억을 회복하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을 텐데요?”반지훈은 살짝 당황한 건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강성연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손을 보더니
“너...”반지훈은 재빨리 그날 일을 떠올렸다. 그는 본능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인 것이었고 자신을 통제할 수도 없었다. 반지훈은 그녀를 놓아준 뒤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그게 내 잘못이야?”먼저 입을 맞춘 건 강성연이었다. 강성연이 먼저 꼬신 거란 말이다! 어찌 됐든 반지훈은 그녀를 만지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강성연은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됐어요. 안 놀릴게요. 얼른 집으로 돌아가요.”집으로 돌아간다라...반지훈은 얼떨떨해 보였다. 그녀의 입에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아주 친숙하면서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강성연은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그들은 보기 좋은 커플처럼 보였고 어색한 느낌이라고는 전혀 없었다.장도 별장으로 돌아오니 반지훈이 걱정스러웠던 반지훈의 할아버지가 경호원들이 일에 소홀했다고 야단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반지훈이 돌아오자 어르신은 그제야 멈췄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말했다.“외출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이라도 해야지.”기억을 잃은 건 둘째 치고 감히 외출까지 하다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르신은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반지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할머니 만나러 간 건데 그것도 얘기해야 해요?”“너...”어르신은 살짝 놀랐다. 그의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흐려진 안색으로 말했다.“할머니를 만나러 갔다고?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였어?”반지훈은 코웃음을 쳤다.“할아버지가 직접 가서 보세요.”계단 입구를 지난 뒤 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보았다. 강성연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반지훈이 뭐라 말하려고 입을 달싹이는데 강성연이 어르신에게 다가갔다.“할아버님.”어르신은 살짝 당황했다. 그는 강성연이 자신을 할아버님이라고 부른 것 때문에 약간 놀란 듯했다. 그가 기억하기론 강성연은 단 한 번도 그를 할아버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강성연은 웃으며 말했다.“인생은 짧아요. 하실 얘기가 있다면 직접 얼굴 보고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