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위너 주얼리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지 예상할 수 있었다."성연아, 케이트 주얼리의 요구는 매우 높고, 일반 주얼리 회사는 거들떠도 안 봐. 그런데 어떻게 위너와 합작을 하려고 하겠어?"강성연은 미소를 지었다."삼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 방법이 있어요."초란은 명품 백을 들고 귀부인 행세를 하면서 회사에 들어왔다. 직원들은 그녀가 강미현의 어머니임을 알고 모두 그녀를 "대표님 부인"이라 불렀다.그녀는 즐거운 마음으로 강미현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어젯밤 강미현의 계획이 성공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별안간 강성연이 금발의 중년 남자와 웃고 이야기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다가갔다."아이고, 회사에서까지 남자를 유혹하는 거니?"반크가 굳어진 얼굴로 뭐라 말하려고 할 때 강성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녀는 초란을 보면서 말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강 부인과 남자를 유혹하는 수단을 비교할 수 있겠어요?""천한 것이 말대꾸를 해?"초란은 화를 내면서 손을 들었다."짝!"뼘을 때리는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강성연은 고개를 조금 돌렸고 백설 같은 피부에 붉은색 자국이 남았다.반크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강성연은 순간 우쭐거리고 있는 초란의 뺨을 후려쳤다.초란은 뺨을 맞고 곧장 바닥에 쓰러졌다.그녀는 얼얼해진 얼굴을 감싸 쥐고 멍하니 있었다.강성연이 얼마나 힘을 모아 때렸는지 그녀의 손바닥도 얼얼해졌다.그녀는 전에 유이 얼굴에 남은 붉은 자국이 떠올랐다. 지금 초란의 얼굴 반쪽이 부어 오른 것을 보니 그녀가 유이의 복수를 한 셈이었다."너... 감히 나를 때려?""전 손해 보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당신부터 절 때렸고, 전 그대로 돌려준 거예요."강성연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와 반크가 떠나려고 할 때 반지훈과 강미현이 마침 들어왔다.강미현은 자신의 어머니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걸 보고 매우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를 부축했다."엄마, 어떻게 된
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 보았다."정말 네가 갈 거야?"그녀도 어느 정도 요행을 바라면서 케이트 주얼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강미현이 간다면 아마 말도 꺼내지 못하겠지?강미현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모든 걸 너에게 맡길 수 없잖아?"강성연은 속으로 냉소했다. 반지훈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강미현은 "지식"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래.""성연아......"반크가 뭐라 하려고 할 때 강성연은 이미 계약서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그렇다면 케이트 주얼리의 합작 루트는 강 디렉터가 직접 책임져."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술을 꾹 다물었다.강미현은 강성연이 정말 계약서를 자신에게 주는 걸 보고 속으로 으쓱했다. 그녀가 이 계약을 정말 성사시킨다면 반지훈은 꼭 그녀를 달리 볼 것이다.이 년이 스스로 기회를 자신에게 양보했으니 자신을 탓할 수 없었다!강성연이 홀로 사무실로 돌아갈 때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은 미현이가 케이트 주얼리와의 합작을 성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동의했군."강성연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걸어오는 반지훈을 보면서 우습다는 듯 말했다."당신도 아까 있었잖아요. 강미현 스스로 가려고 한 것이지, 제가 억지로 보낸 건 아니에요."반지훈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당겼다."잔머리 그만 굴려.""하, 벌써 가슴 아파하는 건가요?"강성연은 팔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이를 악물며 웃었다."대표님, 가슴이 아프고 강미현이 실패할 걸 예상했으면 아까 왜 막지 않았어요?"반지훈이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도 막지 않으면서 왜 지금 저와 따지는 거죠?"반지훈은 케이트 주얼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또한 그는 강미현이 케이트에 가면 면박 당할 걸 알고 있었다.강미현이 반지훈 여자친구라는 신분을 밝혀도 케이트는 체면을 봐주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도 저지하지 않았으면서 지금 자신을 탓하려고 하다니
강성연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아버지가 어머니의 모든 주식을 가로챘다고?왜!분명히 공동재산이었고 어머니에게도 회사 지분이 있었는데 왜 허수아비라고 하는 거지?"전 믿지 못하겠어요."강성연은 이를 악물었다."믿을 수 없으면 당신의 아버지 강진에게 물어보지 그래?"반지훈은 그녀의 풀이 죽은 눈빛을 보고 왜서인지 조금... 신경 쓰였다.그는 일찍부터 강 씨 가문을 철저히 조사하여 위너의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전에 위너가 강진 전처가 창립한 회사라는 걸 몰랐었다. 그리하여 강성연이 돌아온 뒤에서야 반지훈은 조사하기 시작했다.공은희는 확실히 강진과 함께 회사를 창립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별세한 후 강진은 강성연의 지분을 잠시 맡아준 것이 아니라 공은희의 지분을 모두 자신이 가져갔다.강미현은 강진이 준 이 회사 밖에 없었고 능력과 아이디어 모두 강성연보다 부족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강성연을 위너에서 내쫓고 싶어 했다. 반지훈도 사심이 어느 정도 있었다.아마 그녀를 가까운 곳에 두어야 어떤 일들을 편리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강성연은 차가워진 얼굴로 손을 뿌리친 후 손목을 주무르면서 몸을 돌렸다."대표님, 별 일이 없으면 돌아가시죠.""당신은 날 찾아오게 될 거야."반지훈은 덤덤하게 말한 후 몸을 돌려 떠났다.강성연은 책상 위에 놓은 전화를 들고 번호를 눌렀다."조 변호사인가요? 전 어머니의 유언장이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알고 싶어요."***의기양양하게 케이트 주얼리에 찾아간 강미현은 글쎄 상대방의 거절을 당했다.강미현은 케이트 주얼리가 Z국 패션 주얼리 업계에서의 지위를 몰랐기에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난 반지훈 대표님 여자친구야. 너희들은 반지훈 대표님의 안중에 두지 않아 날 이렇게 대하는 거야?"사 씨 가문은 Z국에서 세력이 대단했기에 강미현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반지훈이 정말 대단해졌네. 지금 누구라도 반지훈의 명의로 내 회사에 찾아와 행패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초란은 강성연이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자 다가가서 막아 섰다."너 뭐 하는 거야...""꺼져."강성연은 그녀를 밀쳐낸 후 뒤에서 계속 쫑알쫑알거리는 것도 무시한 채 곧장 위층에 있는 서재에 들어갔다. 그녀는 서류를 책상 위에 쿵 하고 내려놓았다.강진도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고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네가 감히 이 집에 돌아와?""제가 돌아오고 싶어 온 줄 알아요? 한 가지 묻고 싶은 일이 있어 온 거예요."강성연은 손에 서류를 들어올렸다."저의 어머니 지분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강진은 그녀가 돌아가 이렇게 물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는지 멍하니 있었다.강진이 대답하지 않자 강성연은 또 물었다."위너는 저의 어머니가 창립한 회사고 아버지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어요. 근데 왜 어머니가 별세한 후 어머니의 지분이 아버지 것으로 되었죠?""너 지금 나에게 따지는 것이냐?"강진이 딱딱한 말투로 물었다.초란은 밖에서 강성연은 무엇 때문에 강진을 찾아왔는지 엿듣고 있었다. 하지만 다투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속으로 의기양양해졌다. 그래, 바로 이거야. 저 부녀가 더 심하게 다퉜으면 좋겠어."그렇다면 저에게 합리적인 답을 말해줘요."강성연은 여전히 따지 듯 물었다.강진은 책상을 내리쳤다."난 너의 아버지야!""육 년 전에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강성연의 표정이 침울해졌다."당신은 절 집에서 내쫓을 때 제가 당신의 딸이라고 생각해보았나요?"강진은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전 계속 당신이 어떻게 어머니의 회사를 외부인에게 맡길 수 있었는지 생각했어요. 당신은 일찍부터 어머니의 지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었군요. 심지어 계약서에서도 위너의 모든 재산 소유권은 당신에게 있어요. 별세한 저희 어머니의 이름은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강성연은 눈시울이 빨개지더니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생각해보니 당신이 정말 어머니를 사랑했다면 몰래 밖에서 다른 여자를 찾고 사생아를 낳지 않았을...""짝!"
강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엘리엇이 저희랑 계약하고 싶은가 봐요.”송아영은 감탄하며 말했다.“너희 둘 진짜 좋은 기회를 얻었구나.”솔직히 말해서 두 남매의 외모를 본다면 그녀가 캐스팅 디렉터였어도 아이들과 계약하려 했을 것이다.강해신은 씩 웃으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우리 형이랑 동생 도와줄 거죠?”“난... 난 연예계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너희들을 도와?”송아영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양엄마 사촌 오빠가 연예계 사람이잖아요!”커피를 들고 있던 송아영의 손이 흠칫 떨렸다. 그녀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면서 말했다.“그것도 알고 있었어?”“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요. 저희 양엄마시니까 당연히 제대로 알아봐야죠.”강해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기양양해서 말했다.송아영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강성연은 대체 어떻게 이런 신동을 낳은 걸까?“저희 좀 도와주세요. 앞으로 누가 양엄마를 괴롭힌다면 저희가 도와드릴게요.”강해신은 그녀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애교를 부렸다.귀여우면서도 잘생긴 아이의 얼굴에 송아영은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코피를 흘릴 것 같았다.“알겠어. 알겠어. 도와줘야지. 하하하.”강미현은 강성연의 책상 위에 계약서를 내던졌다. 케이트 회사에서 손해를 본 그녀는 그 일을 강성연의 탓으로 돌릴 생각인 듯했다.“네가 왜 그렇게 시원하게 대답하냐 싶었는데 나 쪽팔리라고 그런 거지?”“네가 가겠다고 했잖아. 나대고 싶어 한 건 너야. 그래서 난 너한테 기회를 준 거고. 기회를 놓친 건 너면서 왜 내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거야?”강성연은 강씨 집안에서 아버지와 나눴던 유쾌하지 못한 대화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너...”강미현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넌 왜 그딴 회사랑 협력하고 싶어 하는 거야? 케이트 주얼리?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별 볼 일 없는 회사를 선택해서!”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듣지도 보지도 못한 별 볼 일 없는 회사?”강성연은 웃었다
강성연은 타격이 전혀 없는 얼굴로 강미현을 한참 바라보다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강미현, 넌 언제나 그렇게 거만하지.”말을 마친 뒤 강성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렇게 위너가 갖고 싶었어? 그러면 지금 당장 줄게.”강미현은 의아했다. 강성연이 위너를 주겠다고 하다니?흥, 그래도 주제 파악이 되나 보네.“나랑 게임이 안 될 걸 아니까 네가 졌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강미현은 웃었다.“난 내가 졌다고 한 적 없어.”강성연은 팔짱을 낀 채로 강미현의 앞에 섰다.“내가 지금 위너를 너한테 주는 건 그냥 잠시 그 느낌을 느껴보라는 뜻이야. 이제 곧 돌려받을 거니까.”지분은 필요 없었다. 그녀는 위너를 인수할 생각이었다.“고작 너 따위가?”강미현은 코웃음을 쳤다.“그래. 내가.”강성연은 강미현의 얼굴을 향해 사직서를 던졌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난 위너를 떠날 거야. 그리고 넌 언젠가 나한테 위너를 두 손으로 건네주게 될 거야.”가방을 든 강성연은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강미현을 바라보았다.“강미현, 너도 위협받는 게 어떤 기분인지 한 번 느껴봐야지 않겠어?”강미현은 반지훈을 들먹이며 강성연을 위협했었다.그렇다면 반지훈의 조건에 응해줘야지!말을 마친 뒤 그녀는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강미현은 손에 든 사직서를 보았다. 그녀는 강성연이 한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강성연이 위너를 떠나주기만 한다면 강성연의 위협은 두렵지 않았다.반지훈은 줄곧 그녀를 믿고 있었고 또 그녀를 감싸고 돌았다. 그러니 강성연 따위는 절대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강성연은 그녀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었다.TG그룹.강성연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홀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잠시 뒤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반지훈의 개인 비서인 희승이었다.희승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강성연씨,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강성연은 몸을 일으킨 뒤 그를 따라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CEO 사무실.
“강성연씨, 마음에 드신다면 내일 당장 사람을 시켜 인테리어 진행하겠습니다.”그녀의 뒤에 서 있던 희승이 입을 열었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괜찮아요. 인테리어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10일 뒤, 16층의 인테리어가 거의 끝났다. 검은색에 금빛이 어우러진 비밀스럽고 고급스러운 전시대와 벽에 걸린 빈티지 느낌의 정교한 전등이 있었다.VIP룸도 엔틱한 느낌이었는데 벽에는 높이가 일정하지 않은 나무 벽장이 있었다. 샹들리에는 유럽풍에 자줏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커튼이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도 산호가 그려진 디자인이었다.희승과 반지훈은 16층에 도착했을 때 눈앞의 신비로우면서도 화려하고 기품있는 인테리어에 자신이 장소를 잘못 찾은 건 아닐까 눈을 의심했다.몇몇 직원들은 물건들을 옮기면서 바쁜 모습으로 그들의 옆을 지나쳤다.희승은 검은색과 금색이 주가 된 인테리어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 이렇게 실내를 어둡게 꾸민 거죠?”그 순간 그의 위에 있던 샹들리에에 불이 켜졌고 희승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강성연이 걸어왔다.“이젠 환하죠?”반지훈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강성연은 오늘 자줏빛에 붉은빛이 어우러진 스탠딩 칼라의 벌룬 슬리브 롱스커를 입고 있었다. 마치 19세기 잘 나가는 집안의 딸처럼 보였다. 칼라쪽에는 리본 모양의 타이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식지에 정교한 금색 뱀 무늬 반지를 끼고 있었고 귀걸이마저 금색의 태슬이었다. 그녀는 영국풍의 검은색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화장까지 더해져 더욱더 고급스럽고 도도해 보였다.“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하시네요.”희승은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강성연은 어깨를 으쓱였다.“그렇게 보인다는 건 희승씨가 예술을 잘 모른다는 걸 의미하죠.”희승은 그녀의 반박에 할 말이 없어졌다.반지훈은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사셀의 스타일을 이어갈 생각인가?”사셀의 스타일이 빈티지였고 빈티지는 그녀로 인해 서방에서 인기가 많아졌
“물을 필요 있겠어? 대표님 여자인 강미현씨가 위너 주얼리의 디렉터잖아. 주얼리 회사를 만든 건 그녀 때문 아니겠어?”“진짜 부럽다.”몇몇 직원은 몰래 수군거렸다. 그들 모두 반지훈이 강씨 집안의 딸과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진짜였다니. 그게 아니라면 반지훈이 왜 TG 산하에 새로운 주얼리 회사를 만들겠는가?강미현은 먹을 것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고 직원은 그녀를 보자 당장 말을 멈췄다.그러나 그들이 나누고 있던 얘기를 그녀는 전부 다 들었었다.“지훈씨 있나요?”“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십니다.”카운터 여직원이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강미현은 웃으며 대꾸했다.“조금 전에 지훈씨가 새로운 주얼리 회사를 차렸다고 했죠?”카운터 여직원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께서 아직 얘기하지 않으셨나요?”“그러게요. 저한테는 얘기를 안 했네요.”강미현의 미소가 조금 굳어지자 카운터 여직원은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아마 대표님께서 서프라이즈를 주고 싶으셨나 봐요.”그 말에 강미현의 경직됐던 얼굴이 조금 풀어졌고 이어 미소를 띠며 말했다.“고마워요.”그녀는 우쭐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역시 반지훈은 그녀를 아낀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강미현은 반지훈의 사무실 앞에 서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반지훈이 희승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미현은 웃는 얼굴로 다가갔다.“지훈씨, 여기 있었네요?”반지훈은 다소 어두워진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노크할 줄 모르나 봐?”강미현은 심장이 철렁했다.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해져서 노크하는 걸 깜빡했다.“미안해요, 지훈씨. 난...”“여긴 위너가 아니야. 앞으로 찾아올 때 먼저 카운터에 연락하고 와. 그게 여기 룰이야.”반지훈은 냉담한 어조로 말을 마친 뒤 희승에게 서류를 건네줬다. 서류를 건네받은 희승은 그대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강미현은 입술을 짓씹었다.“알겠어요. 다음엔 주의할게요.”“무슨 일로 왔어?”반지훈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직시했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