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함은 정신이 돌아오더니 갑자기 웃었다.“당신이 감히 날 가르칠 필요가 있어?”“필요 없어요? 그럼 내 여자 친구로 연기하려면 적어도 자각성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무슨 자각성요?”“예를 들어...”주계진이 갑자기 그녀 옆에 다가가더니, 하서함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쳐서 보니 그가 갑자기 입을 벌리며 웃었다.“날 위해서 짐을 싼다든지?”하서함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주계진은 트렁크 옆에 쭈그려 앉아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거기 멍하니 뭐하고 있어요? 여자 친구라면 당연히 남자 친구를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녀는 철저히 말이 없어졌다.짐을 다 싸고 하서함은 그를 대신해 트렁크를 밀면서 밖으로 나갔다. 보조가 서 있는 것을 보더니 그녀는 트렁크를 밀었다.“가져요.”보조는 멍하더니 눈빛은 걸어오고 있는 주계진한테로 향했다.주계진은 실눈을 떴다.“하서함 씨, 지금 내 트렁크가 무겁다고 불만인 건가요?”“내가 당신이랑 호텔에서 같이 나가면 당신은 또 찍힐까 봐 두렵지...”“어차피 매체들은 우리가 사귀고 있는 걸 아는데,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요? 오히려 떳떳하게 다니는 게 좋죠.”주계진이 말하고는 트렁크를 밀고 보조하고 같이 먼저 나섰다.하서함은 이번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호텔에서 걸어 나오자, 역시 기자들과 마주쳤다. 주계진이 주동적으로 연애 사실을 승인한 것만으로 떠들썩거렸는데 지금 두 사람이 거리낌 없이 같이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 완전히 사실로 돼버렸다.주계진은 주동적으로 기자들과 인사했다.차 앞으로 걸어가 그는 짐을 보조한테 주고 돌아서서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하서함을 바라봤다.하서함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차에 탔다.기자들이 이때 몰려들었다.“주계진 씨, 당신과 하서함 씨는 언제부터 만나기 시작했고, 사귄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하서함 씨, 인터넷에 당신이 전에 서울에 있는 반 씨 집안 둘째 도련님을 먼저 좋아했고 심지어 사귀고 있는데도 끼어들려고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지금 주계진
주계진은 실눈을 떴다.“당신이 선택한 남자는 모두 당신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요?”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주계진은 쯧쯧대더니 고개를 저었다.“우수한 남자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 없지만 중요한 건 당신을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해야죠. 당신을 좋아하지 않은데 얼만큼 우수해도 당신 남자가 아니지 않아요? 당신은 감정을 장사나 거래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하서함은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돌려 그를 봤다.“당신 지금 나 교육하는 겁니까?”“난 그냥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예요. 당신의 약점은 너무 자기중심이라는 거죠. 모든 일을 자기 생각대로 진행하고 자기가 장악할 수 있는 범위내에 통제하려고 하고 계약할 때부터 알아봤어요.”“당신은 맞선을 싫어하면서 또 거절은 하지 않고 날 찾아서 당신과 함께 연기하게 하고 모든 규칙을 당신이 정하고 나는 당신의 완벽한 남자 친구로 당신의 가족을 만나야 하고 당신은 업무를 보는 것처럼 하는 거는 그렇다 치고 어디 여자 친구처럼 연기한 적 있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신이 내 사장님 역할인 줄 알겠어요.”하서함은 말문이 막혔다.“너!”“나 뭐요? 내 말이 틀렸어요? 계약은 당신이 정한 게 아니었나요? 진짜로 날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도 누구한테 끌려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지금 우리 관계가 공개했으니 내 아버지도 당신을 만나 보자고 할 겁니다. 당신이 여자 친구의 직책을 잘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 다른 사람 찾아서 당신과 계속 연기 하게 하든지요.”주계진이 이런 말을 할 때는 그저 전에 네티즌의 댓글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다. 뭐 하서함에게 잡힌다든지. 당연히 그런 일 없지.그는 잡혀 사는 쪽이 되기가 싫다. 하서함이 계약으로 그를 구속한다면 그는 자기 생각대로 연기하면 안 될 것도 없지.어차피 그녀가 먼저 시작한 일인데 그가 손해보는 일도 아니다.하서함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요?”“내가 미리 말하는데, 저희 아버지는 그렇게 호락호
하서함이 물었다.“제가 한 번 만져봐도 되나요?”주계진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지. 땅콩아. 이리 와.”주계진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자, 땅콩이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와 주계진 아버지 앞에 왔다.주계진 아버지는 그의 머리를 만졌다.하서함도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땅콩이는 머리를 들고 그녀의 손에 냄새를 맡고 그녀가 자기를 만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그녀가 만지는 순간 땅콩이는 혀를 내밀고 실눈을 뜨면서 아주 즐기는 모습이었다.주계진 아버지가 말했다.“우리 땅콩이 착하지?”하서함도 같이 웃었다.“하하. 엄청 착하죠.”주계진이 헛기침하면서 땅콩이를 옆에 부르려고 하는데 땅콩이가 마침 머리를 돌려 그를 한 번 보더니 움직이지 않았다.주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말 안 들어? 빨리 와.”땅콩이는 낑낑거리더니 표정이 아주 억울했다.주계진 아버지가 그를 째려보고는 다시 하서함에게 말했다.“서함아, 아직 밥 안 먹었으면 남아서 같이 식사나 하고 가.”하서함은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거두어들고는 일어섰다.“저...”“서함 씨가 아버지 며느리인데 당연히 남아서 같이 식사해야죠. 그렇죠?”주계진은 하서함을 바라봤다.하서함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아버님께서 말을 꺼냈는데 당연히 말 들어야죠.”주계진 아버지는 아주 기분이 좋아서 도우미한테 빨리 저녁 식사 준비하라고 했다.주계진 아버지가 주방으로 향하자, 하서함은 주계진을 바라봤다. 그는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대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어쨌든 지금은 우리집이니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식사를 시작하자, 주계진 아버지는 열정적으로 그녀를 대접했다. 마치 어른을 실망시하게 하지 않게 하려고 하서함도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 했다.주계진은 갑자기 비곗덩어리 하나를 집어서 그녀의 그릇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많이 먹어요. 삐쩍 마른 거 봐요. 나중에 아이도 못 낳으면 어떡해요.”하서함은 젓가락을 힘껏 쥐었다. 그녀는 비계가 많은 고기를 제일 싫어한다!그는 분명
주계진이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그녀가 앨범을 가지려 하는 것을 보자 빨리 가서 제지했다.“보면 안 돼요!”하서함은 그가 그렇게 숨기는 것을 보고 실눈을 떴다.“이 앨범 안에 뭐 남이 보면 안 되는 사진이 있나 봐요?”“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죠. 아버지가 당신을 내 방에서 자라고 했지, 아무것이나 마음대로 다치라고 하지는 않았잖아요!”“못 다치게 하면 더 다쳐야겠네요.”하서함은 손을 내밀어 앨범을 빼앗으려 하고 주게진은 그런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당신 왜 내 앨범이 보고 싶은 건데요? 당신 설마 나 짝사랑하는 건 아니죠?”하서함은 할 말을 잊었다.순간 주계진은 자기가 아직 그녀의 손을 잡고 있다고 의식하고는 빨리 놓고 나서 앨범을 꼭 안았다.“다른 물건은 맘대로 건드려도 돼요.”그가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주계진 아버지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앨범 가지고 뭐 그래. 나한테 더 많아. 서함아, 따라와. 내가 보여주마.”주계진은 제자리에서 멍했다.“아버지!”하서함은 웃으며 주계진 아버지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주계진 아버지는 소장 앨범을 그녀 앞에 건네주고 주계진이 급하게 문 앞에 나타났다.“안 돼!”하서함은 이미 앨범을 열었다.그녀가 사진을 보자, 처음에는 멍했다가 갑자기 참을 수 없어 웃었다.그러니깐 주계진이 앨범을 못 보게 하는 거지.모두 그가 어렸을 적에 개구멍바지 입고 찍은 사진들이다. 중요한 건 머리카락도 모두 밀은 상태라 울던 모습이 아주 억울해 보였다.주계진은 혼란에 빠졌고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는 그만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이런 ‘낯을 들기 어려운’ 사진을 아버지는 어떻게 남에게 보여주는 거지?하서함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주계진 아버지도 같이 웃었다.“이 자식 예전에 딱 이랬어. 나랑 제 엄마 유전 하나도 못 하고 완전히 못 생겼어. 진짜 웃기지?”하서함은 머리를 돌려 주계진을 바라봤다.“어렸을 적에 얼굴이 안 피어서 확실히 못생겼네요.”“누가 어렸을 때 안
“주...주계진?”하서함은 작은 소리로 그를 부르고 손으로 밀쳐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이 죽은 듯 자고 있다.이제부터는 그녀가 잠 자기는 걸러서 힘들게 날 밝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날이 밝고 빛이 방에 있는 어두움을 헤치자, 주계진이 눈을 떴다. 바로 눈앞에 있는 얼굴을 보고 놀라서 머리를 들으니, 냉기를 들이마셨다.사람이 깨기 전에 그는 천천히 손을 치우려 했다.“잠자는 자세 하나는 참 사람 입 벌리게 하네요. 놀라워요.”하서함은 언제 깨어났는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주계진은 몸을 돌려 일어나 앉아 등을 보이며 이마를 잡았다.“혼.. 혼자 자는 게 습관이 돼서요.”하서함도 같이 일어났다. 한 자세로 계속 있어서 팔이 저리자 그녀는 주계진을 봤다.“난 가서 씻을게요.”주계진이 그녀가 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뒤로 누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이렇게 담담할 수가 있으니, 그는 그녀가 도대체 여자가 맞는지 의심갔다.하지만, 욕실에 들어선 하서함은 두 손을 세면대 위에 짚고는 거울 속에 있는 약간 군박하고 당황스러운 자기 모습을 보고는 잘 숨겼다고 생각했다.어느덧, 남우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왔다.입원한 요 이틀동안 계속 자궁이 수축 되어서 아팠다.반재언과 진예은 그리고 강성연은 병원에서 그녀랑 같이 있었고 남강훈과 시월이도 그녀가 곧 아이 낳는 것을 알게 되자 스카이섬에서 바로 서울로 왔다.아픔이 거의 열몇 시간 지속되고 나서야 저녁쯤에 분만실로 들어갔다.가족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반재언은 주먹을 꽉 쥐고 한태군이 그때 당시 체험한 그런 초조함을 실제로 느끼는 것 같다.남강훈은 분만실을 계속 바라보며 자기 딸을 걱정하고 있다.종언도 병원에 왔다. 모든 사람이 분만실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남강훈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남우는 무사히 나올 겁니다.”남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시간이 일분일초 지나가고 반재언은 계속 머리숙여 시간을 보고는 문밖에서 배회하면서 도저히 앉을 수가 없다.강성
시월이도 말했다.“맞아요. 아가씨. 우리 모두 밖에서 아가씨와 같이 있었어요.”남우는 반재언을 바라보고 반재언은 손으로 그녀 얼굴에 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했다.“남우가 참 고생이 많았어.”…남우가 쌍둥이를 낳은 소식이 외국으로 전해져 강유이와 한태군은 소식 듣자 바로 큰오빠한테 전화해 축하해줬다.전화를 끊고 반재언은 남우를 데리고 온실에 가서 두 아이를 보러 갔다.남우는 창밖에 서서 쪼글쪼글한 두 아이를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진짜로 작아, 커서 너 닮겠는데.”아빠를 닮아야 두 자식도 커서 잘생기지.반재언은 소리내며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가서 좀 쉬어야지?”“싫어, 나는 여기서 아이들 계속 볼 거야.”“알았어. 그럼 내가 같이 있어줄게.”아이들 보고 나서 두 사람이 병실로 돌아가자 반재신과 진예은이 영양품을 가득 사 들고 온 것을 보았다.“아이들 보러 갔어?”반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우가 보러 가고 싶다고 해서.”진예은은 영양품을 책상 위에 놓았다.“형님, 이것들은 모두 몸 풀 때 보신하는 약입니다. 방금 아이 낳았으니 좀 많이 드셔야 할 거예요.”남우는 고맙다고 했다.반재신은 진예은의 어깨를 감쌌다.“형. 형수님 잘 돌봐요. 저희 먼저 갈게.”반재언은 웃으며 말했다.“알았어.”그는 남우를 침대로 부축해 그녀를 위해 이불을 덮었다.“배고파? 뭐 좀 먹을래?”남우가 대답했다.“양꼬치도 먹고 싶고 맥주 오리도 먹고 싶고 찹쌀 갈비, 치킨, 그리고...”“이런 거 빼고.”반재언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답답해서 누웠다.“아이도 다 낳았는데 왜 아직도 못 먹는 건데?”그는 어이없어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말 들어, 좀 더 지나고 먹어.”남우는 손을 들고 그의 목을 안았다.“내가 회복하면 네가 내 위를 잘 보상해 줘야 해.”반재언은 웃었다.“꼭 그럴게.”일주일 뒤, 남우는 정식적으로 퇴원했다.남강훈은 서울 진경 별장에 남아서 딸을 도와 아이를 돌봤다. 그리고 두 아
안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와 반재언이 못 안게 한다. 남강훈은 그녀가 힘 조절하지 못해 아이를 아프게 할까 봐 두려워한다.진예은은 피식 웃었다.“이해하니깐 괜찮아요. 3달 전에 있는 아이들은 거의 누워 있는 게 좋아요. 젖을 마실 때와 다른 안아야 할 때 빼고는 계속 잠만 자고 있어요.”남우는 눈을 깜빡였다.“엄마가 된 사람이라 확실히 아는 것이 더 많네요.”반재신과 진예은은 잠깐 있다가는 갔다. 남우는 아기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두 아이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살살 그들의 얼굴을 찔러봤다. 아기들은 진짜로 부드럽구나.“왜 신발을 안 신었어?”반재언이 언제 문 앞에 나타났는지 모른다. 그녀는 머리를 돌려 말했다.“나 그냥 아기들 보러 와 봤어.”반재언은 슬리퍼를 들고 걸어 와 그녀의 발 옆에 놓았다.“빨리 신어, 몸 풀 때는 차갑게 하면 안 돼.”남우는 신발을 신고 힘이 든 다는듯이 한숨을 내쉬었다.“머리카락도 못 감게 하고 에어컨 바람도 못 쉬게 하고 날이 이렇게 더운데 진짜 불편해 죽겠어. 네가 나 대신 몸 풀어 줘라.”그녀는 반재언의 품에 안겨 투덜댔다.반재언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냥 한 달이면 돼.”그녀는 머리를 들었다.“아버지는?”“장인어른 시장에 가서 신선한 족발 사 와서 저녁에 너 족발국을 끓여준데.”남우는 표정이 어두워졌다.“또 족발국이야?”그녀는 벌써 일주일째 먹었다.반재언은 참을 수 없어 웃었다.“네가 안 마시면 아이들이 굶어야 하잖아.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매일 분유 마시면 안 좋아.”남우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넌 어떻게 아무것도 다 잘 알아?”“아니면?”그는 그녀를 안고 침대에 놓았다.“합격한 아버지가 되려면 이 정도는 배워둬야지.”그녀는 반재언을 안았다.“네가 있어 참 좋아.”…진성, 화해진.안추엽은 채원한테 민서율을 데리고 시장에 놀러 가라 했다. 오늘이 마침 화해진의 장날이라 시장이 전보다 더 시끌벅적
호숫가에 있는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고는 같이 도와서 사람을 끌어 올렸다.채원은 급하게 민서율 뒤에 걸어갔다. 민서율이 그 사람한테 응급구조를 하더니 한참 지나 그 사람은 기침해서 물을 뱉고 정신이 들었다.채원은 이 상황을 보고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경찰도 현장에 도착하고 주위 사람들한테 상황을 확인하고 민서율 앞에 걸어갔다.“안녕하세요. 혹시 저희 따라서 서에 가서 조사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그러자 민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파출소 안에서 채원은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민서율이 조사를 끝내고 나오는 것을 보고는 앞으로 걸어갔다.“아저씨, 괜찮아요? 먼저 민박에 가셔서 옷 갈아입으세요.”그는 알았다고 대답했다.민박에 돌아간 후 안추엽이 어떤 사람이 호수에 뛰어들었고 민서율이 그 사람을 구했다는 것을 알고 의아했다.“뭐 때문에 호수에 뛰어들었데?”“누가 알아요.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이 세상에 살기 싫은가 보죠.”채원은 아직도 그때 회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안추엽은 커피를 기계에 넣고 갈았다.“근데, 넌 눈썰미도 좋다. 남이 살기 싫어하는 것도 너한테 들키다니.. 참...”채원은 바에 앉았다.“그 사람 걸을 때 휘청거리면서 불안정했어요. 난 그저 그 사람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줄 알고 가다가 차 사고 나서 죽을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요.”누가 자살 하려는 남자인 줄 알겠어.그것도 엄청나게 젊고 스무 몇 살 정도 되는 사람이.민서율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안추엽은 머리 돌려 그를 봤다.“아이고, 우리 민 도련님이 오늘 사람을 구하는 귀한 광경을 다 보내.”그는 소파에 걸어가 앉았다.“죽은 사람 보는 게 재수 없을까 봐 그랬어.”안추엽은 커피를 들고 소파에 앉아 그에게 건넸다.“마시고 몸 좀 녹여.”채원도 걸어왔다.“그래도 아저씨가 내려가서 사람 구하는 덕분이죠. 조금만 어도 진짜 죽을지 몰라요.”안추엽은 머리를 들고 그녀를 봤다.“너희를 만난 것도 참 그 사람 운이 좋은 거지.”그녀는 앉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