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생각하고 나니 그의 눈 안에서 교활함이 가득했고, 몸을 앞으로 다가갔다.“가짜 결혼이니 부부의 의무는 꼭 이행해야 하나요?”하서함은 말문이 막혔고,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안 합니다.”그는 미소를 짓고 펜을 들고 사인했다.“알았어요. 난 그저 어느 날 당신이 못 견디고 날 덮칠까 봐 두려워서요. 어쨌든 난 공인인데 진짜로 그렇게 되면 난 어디 가서 울어요? 내 말 맞죠?”그건 너무 많이 생각하는 거 아닌가?그가 사인을 하자, 하서함도 따라서 계약서에 사인했다.주계진은 계약서를 봤다.“지문 찍지 않고 사인만 하니깐...”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서함이 빨간 립스틱을 지문에 발라서 지장을 찍고 립스틱을 그에게 건넸다. 주계진은 심호흡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지장을 찍었다.그러고 나서 그녀는 립스틱을 부러뜨렸다.주계진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하서함은 계약서를 정리했다.“그럼, 주계진 씨, 앞으로의 3년 잘 부탁드립니다.”하서함은 말하고는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주도권을 잡고 주계진은 완전 피동적이었다.그녀가 간 후, 주계진은 혼자서 방에 앉아서 화가 나 웃음까지 나올 정도였다.“이 여자. 잠깐만, 아직 이름이 뭔지도 모르잖아? 됐어, 어차피 그 여자가 나를 아는데 뭐.”그가 그녀를 못 찾아도 그녀가 자기를 찾을 것이다.하서함이 주차장에 걸어가더니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하 대표가 그녀에게 결과가 어떠냐고 묻자, 그녀는 침묵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얘기 잘했어요. 그 사람 인상이 참 좋은것 같애요.”그제서야 하 대표는 한숨이 놓였다.“그럼 됐어. 주씨 집안 아들이 전에는 명성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스캔들이 별로 없어. 그래도 세속에 많이 물들지 않았어. 그리고 요일 년 동안 많이 변한 거 같아.”그녀도 웃었다.“맞아요.”“맞다. 반 씨 집안 둘째 아들이 며칠 지나면 결혼식을 한다는데 반 회장님이 날 요청했어. 너는?”“됐어요. 며칠 지나서 나도 일이 바빠 시간
통로 입구에는 테이블 장식으로 전통적인 꽃문 기둥을 대체했다. 출석 사인 존의 DIY 유화는 전체적인 색채 스타일과 잘 어울려 흥미도 가득했다.영빈패까지도 가죽으로 만들어져서 남다르고 고급스러웠기에 입장하는 손님들이 모두 감탄할 정도였다. 반 씨 집안 사람과 진예은 아버지는 출석 사인 존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반재신은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으로서 새하얀 정장이 그의 몸에 받쳐 완벽한 몸매로 꾸며주었다.“오늘의 신랑, 우리 둘째 오빠 진짜 멋있네.”강유이와 한태군이 걸어왔다.반재신은 콧방귀 끼며 웃고는 그녀에게 사탕 한 봉지를 줬다.“그래. 네 입이 달다고 치자.”사탕은 건네받은 강유이는 웃으면서 잘 간수했다.“그럼, 난 예은이 보러 갈게.”그녀는 밖에 만들어진 텐트를 향해 걸어갔다.진예은은 텐트 안에서 메이크업하고 있었다. 메이크업아티스트 한 명이 아직 그녀의 헤어를 만지고 있었는데 강유이가 머리를 내밀었다.“예은아.”“왔어?”진예은이 웃었ㄱ, 강유이는 한쪽에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신부들은 많이 긴장한다고 하던데 너도 긴장 되?”“음... 괜찮은 거 같아.”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그냥 좀 꿈 같아.”“하지만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하하.”강유이는 그녀를 보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너희들 모두 결혼하는 걸 보니 나도 많이 기뻐. 내 오빠들이 각자 모두 행복을 찾았으니 너무 좋아.”“전에는 네가 가장 빨리 결혼할 줄 알았는데.”진예은이 머리를 돌려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생각 밖으로 우리가 먼저 하게 되었네.”가장 일찍 연애를 한 사람은 강유이였다.가장 일찍 결혼한 사람이 큰오빠이고 가장 일찍 애 낳은 사람이 둘째 오빠라고 누가 알았겠어.정말 엇갈렸네.이때. 반재신은 두 사람을 데리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때마침 메이크업을 끝낸 진예은이 머리를 돌렸다.“너희 언제 온거야?”이아영이 말했다.“어제 도착했지.”나더는 머리를 긁적거렸다.“우리는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서울에서 길을 잃어버릴
송아영은 소리내며 웃었다.“자. 우리 한 번 더 내기해요. 재언이는 아이를 몇 낳을 거 같아요?”“내가 또 질 거라고 생각 안 해요. 나 이번에도 두 명으로 하겠어요.”“난 똑같이 세 명요!”김아린이 말했다.“이번에는 200만 원으로 내기해요!”송아영은 눈이 번쩍였다.“이렇게 세게 나와요?”말하고는 구천광에게 다가갔다.“오빠, 오빠 마누라가 이렇게 허투로 돈 쓰는 거 정말 신경 안 써요?”구천광은 웃었다.“난 그럼 2천 만 원을 걸겠어.”송아영은 말문이 막혔다.육예찬이 구천광에 맞섰다!“나도 내 와이프가 말한 거에 맞다고 2천 만 원을 걸게요.”구천광이 말했다.“2천 만 원을 내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정확하게 성별까지 맞춥시다.”육예찬과 송아영이 멍했더니 둘 다 동의했다.“콜, 좋아.”부부지간에 상의하고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라 생각했다. 구천광과 김아린은 남자애 쌍둥이라 말했다.반재언과 남우는 그들이 내기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남우 배에 놓고 웃었다.“아기가 나오면 숨어서 웃겠다.”남우는 그의 어깨에 기대며 같이 웃었다.“이렇게 돈 벌면 내가 1년에 하나씩 낳아 줄게. 축구팀 한 개 만들어서 돈이나 벌지 뭐.”반재언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뽀뽀했다.“난 네가 그렇게 힘든 게 싫어.”결혼식이 시작하려 하자, 모든 사람이 착석했다.현장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회가 무대에 서서 인사말을 하고 식을 시작했다. 벌써 신부 입장할 때가 왔다. 모든 사람의 주목 아래 진예은은 부케를 들고 아버지의 팔짱을 끼면서 카펫에서 천천히 걸어 왔다. 반재신은 꼿꼿하게 서서 그녀가 한 발짝 한 발짝 자기를 향해 걸어 오는 것을 지켜 보았다. 드디어 그는 진예은 아버지 손에서 그녀를 데리고 자기 옆에 서게 했다.사회는 축사를 마치고 두 명의 신인이 모든 사람의 주목 아래서 선서했다. 가난과 부귀를 막론하고 생로병사를 막론하고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서로 떠나지 않고 헤어지지 않는다고. 반재신과 진예은이 반지를 교환했
“좋아요.”구희나가 리모컨을 건네 박았다.“연서야. 내가 먼저 배우고 너 가르쳐 줄게.”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남우와 반재언이 걸어왔다.“오늘저녁에 바비큐파티도 있다고 하던데. 내가 왜 이럴 때 임신해서 아무것도 못 먹지?”그녀는 먹고 싶어 죽으려 한다.강유이는 웃으며 말했다.“신선한 고기 구워 먹으면 돼요. 큰오빠한테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깨끗하고 건강해. 하지만 많이 먹지는 말고요. 임산부가 열이 많으면 안 좋아요. 그냥 입가심정도는 괜찮아요.”남우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웃었다.“진짜요?”그러고 나서 반재언을 바라봤다.“그럼 오늘 해 줘!”반재언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가 먹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을 보고 진짜 먹고 싶어서 울까 봐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오늘 내가 직접 해줄게.”밤이 깊어지자, 야외 식당 구역에는 불빛이 가득했다. 셀프 바비큐도 있고. 술과 맛있는 음식도 있다. 특히 애들이 뛰어다니면서 웃으며 떠드는 소리도 있었다.반재언은 남우의 개인 쉐프로 변신하여 잘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아 방울토마토와 박하잎으로 장식해 정교하고 예쁘다.남우는 눈을 깜빡였다.“이렇게 이뻐도 되는 거야?”반재언은 그녀에게 생과일주스를 부어 고기랑 같이 먹게 했다.“어차피 이 한 접시만은 네 거야.”그 뜻은 기타 바비큐는 그녀와 상관없다는 것이다.남우는 포크를 입에 물고 됐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입을 달래면 되는 거다.밖에. 반지훈과 한태군이 고기를 굽고 있다. 강유이와 진예은이 옆에서 도왔다. 아이들은 강성연, 김아린과 송아영이랑 같이 앉아서 맛있게 잘 먹고 있다.바비큐외에도 다른 공연도 있다.반재신은 한쪽에서 피아노로 ‘사랑한 시간’을 연주했다. 육예찬은 작은 북으로 그를 위해 반주했다.두 사람은 역시 예전에 음악학원의 스승과 제자 사이여서 호흡이 완벽했다.강유이가 바라봤다.“둘째 오빠의 천부적인 자질로 그가 음악계에 들어갔으면 무조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거야.”진예은이 웃었다.“그가 어떤 선택
구희나도 할 말이 있다.“그럼, 조금 전에 아빠가 엄마한테 새우깐거는? 다 큰 어른마저 창피한 줄 모르면서.”김아린은 말문이 막혔다.송아영과 강성연은 소리내며 웃었다.밝은 달빛이 하늘 높이 걸려 있고 이쪽은 등불이 다 켜져 있고 모든 사람이 떠들썩한 희열 속에 잠겨 있었다.…결혼식 뒤, 진에은은 바로 딸을 데리고 반재신과 함께 홍콩에 있는 촬영장에 갔다. 두 사람은 가는 김에 홍콩 여행을 해 휴가로 쉬었다.반재언과 남우는 진원에 가서 아이를 키우는 공부를 했다. 이러면 아이 낳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아도 된다.한태군은 지금 실습 아빠고 반재언은 예비 아빠다. 두 사람은 서로 비교하려 하자, 강유이와 남우는 옆에서 할 말을 잃었다.남우는 그녀에게 물었다.“아이 이름을 아직도 생각 못 했어?”강유이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난 애들을 일원, 이원, 삼원이라 부르고 싶은데요.”남우는 입가를 잡아당겼다.“이렇게 막무가내로요?”그녀는 진지했다.“기억하기 쉽잖아요.”남우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렇게 긴 대사도 다 외우는 사람이 아이 이름 기억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요?”한태군은 품에 셋째를 안으면서 말했다.“누가 큰 애고 누가 작은 애인지 구분하지 못할까 봐 그래요.”강유이는 볼을 만지면서 어색하게 웃었다.남우는 그제야 깨달았다.“하긴. 셋쌍둥이고 생긴 것도 똑같아서 그렇긴 하겠어요.”반재언이 웃었다.“남우보고는 구분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남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감히 누구를 깔보는 거야?”강유이는 입을 막고 몰래 웃었다.….같은 시각, S국.조민이 방금 공항에서 나왔는데. 밖에 큰비가 내릴 줄이야. 그녀는 트렁크를 밀고 지붕밑에 서서 핸드폰을 꺼냈다.S국에서 데리러 올 사람도 없는 거 같다.결국에 그 사람한테 전화해야 하는가?그녀는 생각하며 번호를 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찬이 전화를 받았다.“뭔 일로 전화했어요?”“나, 방금 S국에 도착해서 공항에 있어요. 비가 많이 와서 갈 수가 없어요. 혹시 데리
차에 타서 조민은 안전벨트를 맺다. 소찬도 올라타고는 운전해 떠나갔다.가는 도중, 조민은 창밖에 있는 길거리 풍경을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안 했다.소찬은 그녀를 한 번 봤다.“근데. 당신도 참 사람을 잘 믿는 것 같애요. 내가 당신을 내다 팔까 봐 무섭지도 않나요?”조민은 머리를 돌려 그를 봤다.“당신은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당신이 어떻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남자를 너무 믿지 말아요.”“당신도 그 남자들에 포함해요?”조민이 물었다.소찬은 기침했다.“네, 나도 포함해서요.”조민은 갑자기 웃었다.“당신과 반재언이 친구니깐. 당신의 품행이 단정하다는 것을 설명하죠. 그리고 그날 밤에도 당신은 아무 짓도 안 했잖아요. 그래서 당신을 믿어요.”소찬은 살짝 멍하더니 또다시 화가 났다.“그날 저녁 얘기 꺼내기 창피하지도 않아요?”이번 생에 최고로 굴욕을 당한 게 그날 밤이었을 것이다.그녀가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자 조민은 차에서 내렸는데, 갑자기 멈춰서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당신이 날 데리러 온 것을 생각해서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요?소찬은 등을 의자에 기댔다.“내 기분 봐서요.”“알았어요.”조민은 강요하지 않고 문을 닫으려고 하자, 소찬이 또 다시 그녀를 잡았다. “난 고급 레스토랑 아니면 안 가요.”그녀는 멈칫하더니 웃었다.“알았어요.”조민이 떠나간 뒤 소찬은 핸들을 잡더니 시선이 손에 놓고는 실눈을 떴다.여자 손이 이렇게나 부드러웠다고?…홍콩. 주계진은 방금 한 신을 찍었는데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옛 아파트의 복도에 가서 받았다.“여보세요?”“주계진 씨, 혹시 내일 시간 있어요?”목소리를 들고 나서야 주계진은 상대가 누구인지 생각났다.“당신이군요. 나 지금 홍콩에서 영화 찍고 있어요. 내일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알았어요.”하서함이 말다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주계진은 쯧쯧대며 핸드폰을 넣었다.“이 여자가 참...!”“무슨 여자?”한 촬영팀의 남자 배우가
삼 년이라는 시간은 그녀에게 딱 적당했다. 적어도 더 이상 아무 남자와 맞선을 보러 다니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약속된 기간 동안 두 사람한테 더욱 좋은 조건의 상대가 나타나거나, 그들의 마음을 흔들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계약은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었다.다시 말해서 그녀는 일단 급한 대로 그 남자를 이용해 방패막으로 쓸 생각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저희는 현재 서로한테 호감을 느끼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 남녀 사이에 과도기라는 게 필요하잖아요. 만약 지금 당장 결혼부터 하면 나중에 안 맞으면 어떡해요. 그때 가서 이혼할 수도 없잖아요.”그녀의 말에도 제법 일리가 있었기에 결국 그녀의 부모님도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하서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됐죠? 저와 그 사람에 관한 일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하공과 그의 와이프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촬영장. 주계진이 이 감독을 찾으러 휴게실로 향했다.“저기 감독님…”할 말이 있어 보이는 주계진의 모습에 대본을 확인하던 이 감독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주계진 씨?”“저 내일 촬영분까지 오늘 미리 다 찍어도 괜찮을까요?”이 감독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다른 일이라도 있나 보죠?”“일이 있긴 한데, 그렇게 큰일은 아니에요. 만약 안 된다면 방금 제 말은 없던 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주계진이 어색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역시 감독을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이제 막 촬영에 들어갔는데 만약 감독이 자신을 제멋대로인 배우로 생각하면 어쩐단 말인가!이 감독은 주계진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바라보고 대본을 내려놓고 말했다.“계진 씨 내일 밤에 찍는 신 하나 있네요. 만약 밤 열한 시 전에 도착하면 촬영 계속 진행할 수 있게 조치할게요. 이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이에요.”주계진이 멈칫거리더니
그녀의 어머니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걸! 선물 같은 건 필요 없단다.”하공과 하서함의 어머니가 주계진을 거실로 안내했다. 그가 촬영을 하던 중 겨우 시간을 빼서 방문한 것이었기에 두 사람은 서둘러 도우미들에게 점심 준비를 부탁했다.물론 그날 점심은 여느 때보다도 풍성하게 준비되었다.하서함의 어머니는 그에게 지금 어떤 영화를 찍냐고 물었고 그는 하나하나 성심껏 대답해 주었다. 주계진의 말도 잘 통하고 제법 겸손한 모습에 그녀의 어머니도 그가 점점 마음에 들었다.“촬영하는 건 힘들지 않더냐?”주계진이 손깍지를 끼며 미소 지었다.“촬영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스케줄이 빠듯하긴 하지만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우리도 연예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네. 하지만 아무리 일이 고되어도 잊지 말고 몸을 잘 챙겨야 하네. 알겠지?”하서함의 어머니는 그를 무척 따뜻하게 대해주었다.그녀의 부모님들이 자신에게 너무 잘 대해주자 주계진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찔렸다.결국 그와 하서함은 진짜 연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하서함이 그의 팔짱을 끼며 미소 지었다.“어머니, 이 사람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려서 아마 엄청 배가 고플 거예요. 어머니가 주방에 가서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주계진은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비록 연기를 하다 보면 다른 여자배우들과 피치 못하게 스킨십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건 일이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내가 가서 한 번 확인해 보마.”어머니가 주방에 들어가자 하서함이 그제야 그를 놓아주었다.“미안해요. 우리 어머니가 원래 손님 대접에 열정적이셔서.. 하하.. 불편하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해도 돼요.”주계진이 멈칫거리다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가에 선명한 놀라움이 드러났다.“지금 제가 불편할까 봐 걱정해 주는 거예요?”눈앞에 앉아있는 여자는 그를 대할 때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