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고작 그런 일 때문에 나한테 복수한다고?”“그 자식 처음부터 형을 아니꼽게 보긴 했어. 이제 그놈이 벌인 짓이라는 것도 확실해졌으니 더 이상 도망도 못 치겠지.”그 시각 호텔에 머물고 있는 제임스는 아직 자신이 벌인 행각이 들통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올리카와 한차례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후 그녀의 마음을 달래며 말했다.“걱정 마. 그놈이 너를 냉대한 것까지 내가 대신 철저하게 복수해 줄테니.”올리카는 그를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초인종이 울리자 제임스는 자신의 부하가 돌아온 줄 알고 가운을 걸친 채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러 나갔다.문을 연 순간 제임스는 눈앞의 상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다민에게 발로 차여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다민이 사람들을 이끌고 방안으로 쳐들어왔다. 그 뒤로 반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형의 행색을 하고 있었고, 올리카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이불만 붙잡고 있었다.“재… 재언아.”두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을 확인한 다민이 불쾌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진짜 한통속이었네요.”“아니, 아니에요…”올리카가 뭐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반재신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제임스는 바닥에서 일어나 반재신을 노려보았다.“이렇게나 빨리 날 찾아내다니. 반재언, 꽤 중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너무 빨리 일어난 거 아닌가?”분명 중상을 입었다고 했었다. 차에서 구조될 때에도 온몸에 피를 뒤집어썼다고 들었으니 그 정도면 죽지는 않더라도 한동안은 병원에 누워있어야 말이 되었다. 하지만 반재언은 너무나 멀쩡하게 자기 앞에 서 있었다.그러자 반재신이 피식 웃었다. 그의 눈가에 자비라고는 전혀 없었다.“놀랐어? 아쉽지만 당신이 고용한 사람이 당신을 배후로 지목했어.”제임스의 얼굴이 살벌하게 이그러졌다.“그놈들한테 네 차를 아주 뭉개버려라고 지시했어야 했어. 적어도 어디 한쪽은 병신 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다민이 참지 못하고 제임스한테 주
소찬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꺼냈다.“여사님, 재언 형이 일부러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리고 형이 정말로 여사님이 갖고 있는 그 드레스를 빌리고 싶어 하고 있거든요.”그러자 헤라 부인이 고개를 들더니 안경을 추켜올렸다.“웨딩드레스를 빌리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오면 되지. 왜 네가 나서서 참견이야.”“저야 당연히 형을 생각하는 마음에 나선 거죠. 형이 직접 와서 얘기를 하려면 적어도 2 주는 지나야 하는데, 그러면 돌아가자마자 식을 올려야 하거든요. 여사님께서 빌려주지 않으면 형이 돌아가서 와이프 분을 볼 낯짝이 없을 거 아니에요.”소찬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재언 형이 그 드레스를 빌리려고 목숨까지 잃을뻔한 거 아시잖아요.”“그 자가 다친게 지금 내 탓이라는 거니?”“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소찬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여사님, 제 말은 재언 형이 그 정도로 그 드레스에 대해 진심이니까 이번 한 번만 빌려주셨으면 좋겠다는 거였죠. 아무렴 반나절이라도 돼요.”헤라 부인이 드라이플라워를 꽃병에 꽂아 넣더니 꽃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결혼식 전 날에 내가 그를 만나러 갈 거야.”소찬은 그 말이 드레스를 빌려주겠다는 말인지, 아니면 거절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돌아가서 반재언한테 그 말을 전하자 반재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번 일은 너한테 고마워해야겠네.”“고맙다고? 헤라 부인은 빌려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반재언이 잡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여사님 뜻은 드레스를 직접 가져오겠다는 거야. 그게 아니면 뭐 하러 결혼식 전 날에 나를 찾아오겠다고 하셨겠어?”소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렇게 쉽게 허락하신다고?”그가 웃으며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며 가볍게 말했다. “네가 나를 완전히 불쌍한 놈으로 몰아갔으니 동정심이 드셨겠지.”그때 다민과 반재신이 병실로 들어왔다. 제임스는 청부 살인의 주모자로 밝혀져 이미 수감된 상태였다. 항소를 신청했지만 전부
”아버지는 지금 연씨 가문에 가셨어.”…. 같은 시각 연씨 가문.반지훈과 육예찬이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재언의 사고를 전해 들은 육예찬이 그에게 물었다.“재언이는 지금 괜찮은 겁니까?”“일주일 동안 치료받고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다음 주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육예찬이 찻잔을 들며 말했다.“다음 주요.. 잠깐만요, 재언이 결혼식이 9일 아니었던 가요?”반지훈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어쩌겠습니까. 결혼식은 중순으로 조금 미뤄야죠. 밸렌타인데이도 결혼식 하기 좋은 날 아니겠습니까.”육예찬이 멈칫거리다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가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것도 그러네요. 2월 14일이면 확실히 좋은 날이긴 하죠.”“누가 결혼을 한다고요? 재언이가요?”송아영이 디저트를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그러자 육예찬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구겠어. 당연히 당신 양아들 재언이지.”“너무 잘 됐다!”그녀가 디저트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마침 저희들도 갈 생각이었거든요. 재언이 결혼식에 우리가 빠져서는 안 되죠.”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났다.반재언은 퇴원을 마치고 반지훈, 반재신과 함께 귀국했다. 남우와 강성연 그리고 진예은이 공항에서 그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남우는 반재언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반재언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나 다녀왔어.”남우가 반재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응.”반재신은 진예은한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반재신을 바라보며 그저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반지훈이 강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약속 지켰어. 가서 우리 아들 두 명 다 무사히 데리고 왔어.”강성연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의 외투를 정리해 주었다.“하하. 네, 알겠어요. 정말 수고 많았어요.”그녀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자, 이제 다들 집에 갈까?”반재언은 남우의 손을 꼭 쥐고
“응, 정말 마음에 들어! 마치 무수히 많은 별이 놓인 하늘 아래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 손응 조금만 뻗어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공중을 향해 손을 높게 뻗었다. 마치 천장에 있는 별을 잡기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그때 무언가 떠오른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돈 많이 썼어?”반재언이 그녀의 곁에 멈춰 서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어, 너만 좋으면 되니까.”“고작 한 번 하는 결혼식에 돈을 이렇게나 많이 쏟아부었다는 걸 아빠가 알게 되면, 나 엄청 깨질지도 몰라.”그러자 반재언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럼 회장님께서 내가 거금을 들여 드레스를 맞춰준 걸 아시면 쓰러지시겠는데?”남우는 그저 입술만 삐죽 내밀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재언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계속하여 쓰다듬었다.“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야. 여한이 남게 하고 싶지 않아.”그때, 웨딩플래너가 공손하게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도련님, 현장 보셨습니까? 마음에 드시나요?”반재언은 남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수고했어요. 제 아내가 무척 마음에 들어 하네요.”“아닙니다,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결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결과를 보여줄 겁니다. 도련님과 사모님께서 만족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남우가 물었다.“천장에 신경을 많이 썼겠어요.”웨딩플래너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대답했다.“네, 천장에 신경을 많이 쓴 건 사실입니다. 사모님 마음에 드신다니 이제야 저희들도 시름을 놓을 수 있겠어요.”웨딩플래너가 떠난 후 반재언은 곧바로 헤라 부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남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자, 이제 드레스 입어보러 가자.”헤라 부인이 먼저 국제 호텔에 도착했고 뒤이어 도착한 반재언과 남우를 소찬이 맞이했다.소찬이 두 사람을 객실로 안내했고, 헤라 부인을 발견한 반재언은 반갑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직접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헤라 부인은 싱긋 웃
남우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에 걸친 드레스를 가만히 내려다봤다.“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네요.”“보세요.”거울 앞에 멈춰 선 남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보며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거울 속에서는 한 세대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거기에 복고풍의 낭만을 겸비한 소녀의 마음이 어우러져 있었다. 헤라 부인은 탈의실 밖에 있는 반재언을 향해 손짓했다.“새 신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와서 보세요.”남우가 몸을 돌리자 반재언이 바로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남우를 발견한 반재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역시, 내 아내 정말 아름다워.”…이날, 언론 전체가 반씨 가문 큰 도련님의 결혼식에 모든 관심을 집중했다. 반재언은 결혼식을 대외적으로 개방하여 각 언론 매체도 참석할 수 있게 했다.환상적인 D라인 몸매로 한태군과 함께 결혼식장에 들어선 강유이는 복귀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급하지 않으니 2년만 더 쉬고 싶어요.”자리에서 밀려날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저 싱긋 웃기만 할 뿐이다.“제 둘째 형수가 훌륭한 작가인데, 드라마 촬영 못 할까 봐 걱정될리는 없겠죠.”식장에는 반씨 가문, 고씨 가문, 육씨 가문과 남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남강훈이 서진과 함께 식장에 들어서자 강유이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회장님.”“아이고, 우리 유이 아니냐?”남강훈은 반갑게 강유이를 맞이했다.“오랜만이구나. 곧 엄마가 된다고 하던데 태군 씨도 고생 많았어요.”곁에 있는 한태군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하하. 회장님도 곧 할아버지 되시잖아요.”남강훈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그때, 반지훈과 강성연이 다가왔다.“회장님.”남강훈이 먼저 반지훈의 손을 잡고 말을 건넸다.“반 회장님 맞으시죠? 처음 뵙겠습니다.”“네. 회장님께서 스카이 섬에서 유이와 재언이를 잘 보살펴 주신 이야기는 이미 들었습니다.
그러자 반재신이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일부러 날을 그렇게 잡은 거야.”강유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 보이자 한태군은 바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뭐가 걱정이야. 우리 결혼할 때는 네 오빠 참석 못 하게 하면 돼.”반재신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한태군도 뒤질세라 콧방귀를 뀌었다.“우리가 하루 이틀 안 사이도 아니고.”진예은은 그런 두 사람을 흘겨보며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 초등학생 같애. 너무 유치하잖아!”두 사람의 싸움 아닌 싸움에 주위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결혼식이 시작되는 소리와 함께 조명이 꺼지고, 식장에는 별빛 은하수 천장이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제일 먼저 무대에 오른 사회자가 인사를 하고, 곧이어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했다.부케를 손에 쥔 남우가 반재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서서히 버진 로드에 멈춰 섰다.그때, 하객들 중 누군가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신부가 입은 드레스 어디서 본 것 같은데?”“S 국 공주가 결혼할 때 입은 그 드레스잖아?”“역시 반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드레스를 포함한 결혼식 비용에 몇 백억은 들었을 것 같은데?”두 사람이 사회자 앞에 멈춰 서자 식장의 불빛이 조금씩 환하게 밝혀졌다.곧바로 사회자의 진행이 이어졌다. 그 후, 두 사람의 결혼 서약에 이어 반지 교환 의식,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의 짧은 입맞춤을 예고하는 사회자의 말이 결혼 식장에 울려 퍼졌다.반재언의 옷깃을 세게 움켜쥔 남우가 부케를 던지고 먼저 입을 맞추자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들끓었다.사회자가 잠시 놀라더니 곧바로 평정심을 찾고 분위기를 이어갔다.“신부가 이 시간만을 고대하고 기다린 것 같네요!”반재언은 그런 남우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나도 기다렸어.”강유이는 한태군의 어깨에 가만히 기댔다. 진예은과 반재신은 남몰래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결혼식에 이어 뒤풀이까지 원만하게 끝낸 후, 하객들은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
반씨 가문 도련님 결혼식 뉴스는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밤하늘의 별을 결혼 식장에 수놓은 아름다움과 더불어 클래식 웨딩드레스에 관한 뉴스도 있었다.그들 덕분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클래식 웨딩드레스도 인기가 많아졌고,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할머니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자랑하기도 했다.임신 후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한 강유이는 연예뉴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많은 네티즌들은 그녀가 은퇴할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왕비의 신분으로 연예계 생활을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강유이의 인터뷰에 팬들은 시름을 덜었고, 강유이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과 동시에 영원히 강유이의 팬으로 남겠다는 팬들도 있었다.>가 방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률 1위를 돌파하며 화제의 드라마로 떠오른 가운데, 방 감독은 주연 배우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오후 1시가 되어서야 식당에 도착한 강유이는 한태군과 함께 등장했다.방 감독은 스태프들과 함께 나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유이 씨, 오랜만이에요. 참석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강유이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감독님께서 직접 초대해 주셨는데 제가 꼭 참석해야죠.”“아이고, 영광입니다.”한태군의 부축을 받으며 룸으로 향한 강유이는 자리에 착석한 뒤 다른 스태프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강유이와 거리감이 생기면 어떡할까 걱정했던 스태프들은 그런 걱정을 한 자신을 비웃기도 했다.그녀는 여전히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방 감독은 손목시계를 힐끔 보고 물었다.“주계진 배우는 아직인가?”“이 감독님 영화 촬영으로 아마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겁니다.”종업원과 얘기를 나누던 방 감독이 말했다.“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 약속했으니 어기지는 않을 거야.”얼마 후,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주계진은 와인을 한 병 손에 쥐고 나타났다.강유이와 한태군을 발견한 그가 조금은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유이 씨도 왔네요?”주계진은 강유이가 회식에 참석하지 않을
한태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유이가 주계진의 발을 세게 밟았다.“조용히 하세요.”회식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강유이와 한태군은 방 감독을 배웅하며 함께 밖으로 나왔다.술이 잔뜩 취한 방 감독이 강유이에게 말했다.“다른 여배우들은 아이를 낳고 돌아오면 연예계에 설자리가 없다는데, 우리 유이 씨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몸조리 잘 하고 돌아와요. 좋은 대본이 나오면 유이 씨를 제일 먼저 고려할 테니까.”강유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앞으로 같이 촬영할 기회 많을 거예요.”방 감독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본 강유이는 한태군을 돌아봤다.“왠지 난 운이 엄청 좋은 사람인 것 같아.”적어도 그녀는 연예계에서 방 감독과 임석진같이 그녀의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그녀를 응원해 주는 팬들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한태군은 강유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우리 유이는 그런 운을 타고난 사람이야.”이틀 후, 강유이와 조민은 진원 부근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풀밭에는 새싹이 돋아났고, 복숭아나무에는 꽃이 활짝 피어났다.강유이가 조민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물었다.“선배, 정말 떠날 거예요?”조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떠날 거야. 지금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그럼, 서율 오빠와는…?”“우리 연락 안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도 해서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마음도 전부 없던 일로 되겠지.”조민은 걸음을 멈추고 강유이를 돌아봤다.“사실,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어. 누구에게도 이런 내 마음을 말한 적 없어.”강유이가 물었다.“그렇게 오래 좋아했으면서 왜 먼저 고백하지는 않았어요?”조민은 그저 어깨만 으쓱거렸다.“민서율은 나한테 관심 없었으니까. 불필요한 경쟁도 하고 싶지 않았어. 어쩌면 너에 대한 민서율의 일편단심에 반했는지도 몰라.”“내 인상 속의 민서율은 정이 많지만, 한 여자만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