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는 영원히 마음 편히 모든 문제를 한태군더러 해결하라고 하는가?반재신은 갑자기 침묵했다. 그는 강유이를 한참 보고는 얼굴을 돌렸다.“네 마음대로 해.”말투에는 더 이상 핍박하는 의미가 없었다.이미 타협한 것이다.강유이가 웃었다.“오빠, 고마워,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위해 나서주고, 하지만 나도 이미 어른이야, 나도 더 이상 예전의 강유이가 되고 싶지 않아.”그녀는 말하고 병실로 들어갔다.반재신은 제자리에서 한참 동안 심사숙고했다. 아마, 동생이 진짜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더욱더 독립적으로 됐다.‘한태군 그자식한테 좋은 일만 했네.’…한태군의 차는 병원 정문 앞에 주차했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주혁이 머리를 돌려보니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형, 올라가서 형수님 안 봐?”한태군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강유이가 자기를 원망하는지 모른다. 만약에 진짜로 원망한다 해도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다.확실히 자기의 실수이니깐.자기가 그녀를 영국에 데려왔고, 또, 자기 때문에 그녀를 이런 일을 겪게 했다.그는 그녀를 볼 면목이 없다.“난 그냥...”“형, 형수님이 화내실까 봐 그래요?”주혁은 한눈에 그의 생각을 읽고는 쯧쯧대며 그의 말을 끊었다.“우리 형 그렇게 하늘 땅 무서운 게 없는 강철같은 같은 사람이 마누라 화내는 게 무서워?” 한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장난해?”“아니, 형, 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형을 위로한 거야. 그리고 형도 세시아 그년이 그렇게 빨리 손을 유 집사한테 뻗을 줄 예상 못 했잖아, 이렇게 한 번 당한 게 마음이 좋지 않겠지만, 무슨 일에도 다 의외가 있는 법이니깐. 형이 신선도 아니고.”“우리 같은 인간들은 자기에 대해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요구하면 안 돼.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제때 손실을 막는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한태군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창밖을 쳐다봤다.“성어를 참 잘 배웠네.”주혁은 입을 벌려 웃었다.“생각하면 몰라? 난 대학에
한태군은 확실히 아무것도 속이지 않고 조사한 결과를 그녀에게 알렸다. 강유이는 주범이 세시아라는 것을 듣고 잠깐 멍했더니 말하지 않았다.한태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태라 가문의 사람이 억지로 세시아를 내 곁에 꽂았어. 그저 자기 딸을 위해 기회를 만들려는 속셈이지. 하지만 난 이미 그들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그녀를 회사에서 쫓아냈어. 세시아가 유 집사를 시켜서 한 모든 일은 내가 천천히 따질 거야.”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하고는 물었다.“태군 오빠, 태라 가문이 만만하지 않지?”그가 답했다.“태라 가문이 귀족들 사이에서 지위가 공고하고 내각과 상업계에 모두 그들만의 인맥이 있어. 선거할 사람한테 태라 가문의 표가 가장 중요하지, 지금의 여씨 가문과 태라 가문이 거의 한 레벨이지만, 태라 가문을 철저히 없애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태라 가문은 확실히 왕실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 왕실도 아무 이유 없이 마음대로 한 귀족을 처리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내각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대가족을 말이야.“하지만 걱정하지 마.”한태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에는 잔잔한 웃음이 가득했다.“태라 가문을 처리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야. 이번 일에 세시아가 도화선이 되어서, 태라 가문도 생각이 있어 조만간에는 경거망동하지 않을 거야.”그녀는 한태군을 바라봤다.“그럼 내가 옆에 같이 있을게.”그는 놀랐다.강유이는 콧방귀를 꼈다.“난 세시아가 어떤 신분이든지 상관 안 해. 그녀가 감히 내 아이를 위협하다니, 이번 일은 내가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한태군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소리 내며 웃었다.“누가 보면, 싸우러 가는지 알겠다.”“난 진지해.”강유이는 진지하게 말했다.“태라 가문이 염치없이 자기 집 딸을 상간녀로 만들고 싶어 하는데, 내가 정 부인으로서 한마디 말할 자격도 없나? 그까짓 게 나랑 오빠를 빼앗겠다고?”한태군의 웃음이 더 깊어졌다. 그는 강유이의 얼굴을 꼬집었다.“안 뺏겨, 난
자기가 쟁취하든 말든 모든 사람이 자기가 ‘왕비’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쟁취하는 것보다 그 여자가 자기 역량을 알고 물러나기를 바랐던 것이다.그까짓 반씨 가문 아가씨 같은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근데 한태군이 그 여자 때문에 자기한테 이렇게 대하다니, 자기가 그걸 어떻게 참고만 있겠어?’태라 부인은 세시아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는 빨리 설득했다.“세시아, 한태군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 예전에 그한테 미움을 샀던 사람들의 결말을 봐봐, 그는 여왕의 아들일 뿐이지, 성품으로 따지면 우리 세시아를 넘보지도 못하는 사람이야.”세시아는 엄마의 말이 귀에 들어가지도 않고 냉랭한 웃음을 지었다.“다른 왕자가 있다고 하면 난 그 사람을 포기해, 지금 와서 내가 포기하면 모든 사람이 날 웃음거리로 삶지 않겠어? 나 같은 이런 귀족 아가씨가 일 계 한국 재벌 집 딸보다 못하는 게 말이 돼?”‘자기가 원하는 게 어디 한태군이겠어, 그저 지위와 신분의 상징을 원하는 거지!’때마침 한태군이 왕자 신분이 있기 때문이다.태라 부인은 딸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라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까짓 게 체면 때문에 자기의 행복까지 희생하겠다는 거야?”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난 태라 가문의 아가씨니깐. 가문을 위해서 이 정도 희생이 뭐가 어때서?”태라 부인의 얼굴에는 속상한 기색이 돌고 침묵에 잠겼다. 자기 남편이 이익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딸까지 똑같은 말을 할 줄은 몰랐다.‘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이틀 뒤, 강유이의 임신 검사가 아무런 이상이 없어 퇴원했다. 미아는 강유이의 개인 특별 하녀가 되었다. 거의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냥 가끔 요리하는 외에는 남은 시간은 강유이 옆에 같이 있어 주는 것이어서 아주 수월하다.“보스,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미아가 앞으로 다가가서 열정 넘치게 팔을 뻗어서 강유이를 안았다. 성격이 덤벙거
태라 대신은 차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얼굴에 있는 웃음이 천천히 사라졌다. 정연 여왕은 요즘에 모든 사람을 제외하고 내각의 맥스만 만났다.원래 그는 맥스를 자기 쪽으로 끌어오려 했지만, 그 자식이 너무 고지식하고 정직하고 원활하지 못한다. 그러니 정연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작은 독수리가 언젠가 날개가 풍만해지면 대처하기 힘들어진다.한편, 한태군은 강유이를 잘 안착하고 궁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식사할 때 그는 주동적으로 세시아의 아버지에 대해 언급했다.한희운은 놀라면서 머리를 들었다.“뭐라고, 그럼, 아이는...”“아이는 괜찮아요. 만약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태라 가문에서는 백 가지 이유를 대서 어머님께 따지러 오겠죠. 어머님께서 방금 여왕으로 취임했는데 영향 주기 싫었어요.”한희운은 한태군이 자기 고려가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태라 가문이 내각 세력을 쥐고 있어서 너희 엄마한테 확실히 불리해. 사실, 네 엄마도 이걸 잘 알아, 그래서 요즘에 우수한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 중시 받지 못하는 관원들 능력만 되면 모두 지지받을 기회가 있어.”한태군은 스테이크를 쓰는 동작을 멈추고 실눈을 떴다.“어머님께서 권력을 분립시키려고 해요?”“응, 내각에 있는 몇몇 늙은이들이 몇 년 동안 권력을 독점했어. 자기 지위를 공고하기 배치한 사람들도 모두 자기 가문과 관계있는 사람들이야. 다른 사람 앞에 기회가 가지도 않아.”한희운은 요 몇 년 내각의 내막을 예리하게 집어냈다.“네 외할아버지는 그들과 이익관계가 있어 눈 딱 감고 관계를 하지 않았어. 그때는 아직 그들이 필요했다. 지금 네 엄마가 취임했으니, 그녀는 그런 걸 완전히 고려하지 않아도 돼.”한태군은 아버지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어머님과 그들 간에 ‘이익’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그녀가 이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녀는 체면을 줄 필요가 없다.이익 같은 것은 아무나하고 발전할 수 있다. 심지어 그녀는 임의로 자기가 신임하는 사람을 등용할 수 있
여준우는 눈웃음을 지었다.“여왕의 이번 결정은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해요.”그 사람은 괴상 야릇한 말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당신의 자리를 대체할까 봐 개의치 않아요?”“만약에 누군가 그런 능력이 되면 난 얼마든지 자리를 비킬 생각입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 퇴직할 날이 있지 않습니까?”여준우 얼굴에는 계속 미소가 가득했다. 도대체 진심인지 아니면 일부러 듣는 사람을 혐오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된다.그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말하지 않았다.여준우는 태라 대신을 바라봤다.“태라 댁의 아가씨가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몸이 괜찮아졌나요?”그가 얘기 안 하면 그만인데 얘기 꺼내니 태라 대신의 상태가 완전히 안 좋아졌다.“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나요?”그는 이 일은 밖으로 말한 적이 없다.어쨌든, 태라 가문에 불리한 일이라 그는 절대로 밖으로 소문 못 퍼지게 한다.여준우는 담담하게 웃었다.“저도 매체들이 어디서 들은 소식인지 모르죠, 많이 의외였어요.”태라 대신은 온 얼굴이 어두워졌다.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뉴스를 보니 그제야 알았다. 자기 딸이 SNS에서 한태군의 악행을 공개적으로 규탄했고 많은 매체가 옮겨 실었다.태라 대신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화가 났다. ‘그 멍청한 게 진짜로 여론으로 한태군을 궁지에 몰 수 있다고 했각하는가?’집에 도착한 뒤, 태라 대신은 핸드폰을 그녀의 몸에 던졌다.“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빨리 그 글 다 지워!”세시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내가 왜 지워야 하는데요? 한태군이 감히 그런 짓을 했는데, 나는 왜 그 사람을 토벌하면 안 되는데요?”태라 대신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났다.“그 사람 손에는 너랑 그 여자가 한 일의 증거가 있어, 넌 여론만으로 그를 어떻게 할 수 있는데?”“상업 기밀을 훔친 죄인의 말 누가 믿어요?”세시아는 일어서서 태라 대신을 직시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가 연루되지 않게 할게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세시아는 돌아서 위층으로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기의 SNS에다 자기와 유 집사의 모든 통화 기록을 폭로했다.네티즌들은 이런 반전에 모두 경악했다. 분명히 세시아가 쓴 글에 자극받았다.#이년이 완전 의기양양하네?##태라 가문이 그렇게 고귀해? 그래도 왕실이 키운 한 마리 개지, 개가 주인을 얕잡아보다니?##우리 같은 평민이 그녀를 동정하면 안 된 거였네?##이 여자 무슨 병 있어?##왕자를 꾀지 못해서, 화가 나서 모함하는 거였네? 완전 웃겨#이쪽 여론이 또다시 최고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한편, 세시아는 이런 댓글을 보고 매우 멍했다.“그럴 일 없어, 이건 내가 쓴 게 아니야!”그녀는 자기의 SNS를 올라가려 했는데 계정과 비밀번호가 모두 바뀌었다!“세시아!”태라 부인은 급히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와 경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너 도대체 SNS에 뭘 올린 거야?”분명히 요즘에 조용하게 며칠 있으라 하고 모든 일을 아버지께 해결하라고 말했는데.그녀는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여론을 불러일으켰다.세시아는 멘붕이 되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핸드폰을 땅에 던지면서 크게 소리 질렀다.“내가 한 게 아니야! 누가 날 모함한 거야!”태라 부인은 앞으로 다가갔다.“세시아, 지금 모든 여론이 너한테 불리해. 엄마 말 듣고 공개적으로 매체들 앞에서 사과해...”“안 가!”세시아는 엄마를 밀쳐내고 독하게 말했다.“내가 왜 사과해? 그들은 내가 사과할 만한 가치가 없어!”딸이 이렇게 고집불통인 걸 보고 태라 부인은 우물쭈물하며 말 못 했다. 사건이 점점 격렬해지는 것을 보고 아마 아주 큰 영향이 있을 거 같았다.…강유이는 서재에서 반재신과 영상 통화했다.“오빠, 오빠가 그 여자 SNS 계정을 도용했어?”반재신은 두 팔을 껴안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뭐가 걱정이야? 이 오빠 기술을 못 믿는 거야?”강유이는 소리 내며 웃었다.“믿지, 당연히 믿지.”힌테군은 아무도 모르게 벌써 강유이 뒤에 서서 영상 속의 사람을 봤다.“이런 작은 일로 둘
전유준은 멈추고 그의 뜻을 헤아리는 듯, 한 참을 지나 대답했다.“아직 누구에게도 통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를 거라는 보장도 못 합니다.”10분이 지나, 두 사람은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부장이 부검 결과를 가지고 왔다.“전하, 오셨어요.”한태군의 시선은 보고서를 향했다.“결과가 어떤가요?”상대방이 대답했다.“우리는 피해자 몸에서 아마톡신 독소를 발견했어요. 이런 독소는 치명할 독버섯에서 생겨나는 것인데 과다 섭취하면 심정지로 질식할 수 있어요.”부장이 말하면서 자료를 펼쳤다.“하지만, 이상한 것은 감옥에서는 음식 관리가 엄격한데 이런 물질이 음식 안에 있을 수가 없는데, 그리고 피해자 방에서도 어떠한 약물도 발견하지 못했어요.”전유준은 한태군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매수되지 않았을까요?”한태군은 실눈을 뜨면서 답하지 않았다.사법부에서 떠나고 한태군은 전유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지금 미션을 하나 줄게.”전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한태군은 유 집사가 감옥에서 독살당한 소식을 막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유 집사가 죽은 소식이 어떻게 매체의 귀에 들어갔는지 모른다.넥스 회사 밑에 많은 매체가 집결되어 있다. 한태군이 나타나자, 기자들은 앞으로 막아서 질문했다.“한태군 씨, 유 집사는 당신이 전에 고용한 집사인데, 소식에 따르면 그녀가 죽은 뒤 당신이 감옥에 갔다고 하는데, 맞나요?”“유 집사가 당신의 와이프를 유산하게 했는데, 그래서 진짜로 감옥에 가서 유 집사를 독살했나요?”“유 집사의 사인은 진짜로 당신과 관계있습니까?”기자들의 질문에 한태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주혁은 인파를 가리고 카메라를 밀쳤다.“지금 뭐라는 거야? 유 집사의 죽음이 한태군 씨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도대체 누가 당신들을 고용해서 여기서 허튼소리 하는 거야?”기자들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은 겁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유 집사가 독살당한 그날에 한태군 씨가 감
기자들이 흩어졌다. 주혁은 한태군을 따라 로비로 들어갔다.“형,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유 집사가 죽었어?”주혁은 진짜로 이 일을 모른다.한태군은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서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응, 죽었어.”주혁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래서 그 기자들이 쫓아 왔어? 누가 이 일로 형을 모함하려고 하는 거네? 누가 이렇게 대가리가 없어? 이러면 자기 혼자서 사람들의 의심을 받는 셈이잖아?”한태군이 대외적으로 소식을 막았는데, 이 일은 감옥 쪽과 사법부 사람들만 알고 있는데, 소식이 공개됐으니, 두 쪽의 내부에 ‘문제’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닌가?한태군은 주혁을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그래도 총명한 셈이네.”“형이랑 매일 붙어 다니는데 총명 안 할 리가 있어?”주혁은 입을 벌리며 웃었다.한태군은 머리를 끄덕였다.“아무도 없어, 내가 자작극 만든 거야.”주혁은 웃음을 거두고 한태군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 아니지?”“내가 장난치는 거로 보여?”“아니, 그럼, 오늘의 기자..., 다 형이 시킨 거야?”“그들은 내가 시킨 줄을 몰라.”한태군은 고개를 돌려 주혁을 바라보며 실눈을 떴다.“이제 알았지? 밖으로 새어 나가기만 해봐...”주혁은 쯧쯧댔다.“됐어, 나도 못 믿어? 내가 그렇게 입이 빠른 사람이야? 걱정하지 마, 오늘 일은 못 들은 걸로 할게.”주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호기심에 못 이겨서 물었다.“근데 형,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야?”한태군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사무실로 걸어가고, 주혁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혁은 문을 닫고 수시로 밖을 바라보고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한태군은 넥타이를 벗어 소파 뒤에 얹고는 등을 소파에 기대며 앉았다.“유 집사의 죽음은 무조건 감옥 내부에서 문제가 있어. 오늘 매체들이 이렇게 떠들썩거렸고 유 집사의 사인도 공개됐으니, 뒤에 있는 사람이 가만히 못 있을 거야.”주혁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형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