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강유이가 갑자기 그를 다시 잡아끌었다. 그녀에게로 쏠리던 그의 몸이 두 팔에 의해 간신히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유이 때문에 그의 이성이 험난한 시험을 겪고 있다. “어허? 또 말 안 듣네?”강유이가 그의 입술을 살짝 건드렸다.“내가 아이도 아닌데 왜 말을 들어야 해?”한태군은 심호흡하며 얌전하지 못한 그녀의 손을 끌어 내렸다.“계속 이러면 확...”그녀는 더욱더 요염하게 웃으며 물었다.“어쩔 건데?”그녀는 귀여울 수도, 섹시할 수도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치명적인 것은 순진한 이 얼굴이었다. 그것을 무기로 사기를 친다면, 십중팔구 남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게 뻔하다. 유혹하려고 애를 쓸 필요조차 없다. 그저 미소 한 번이면 먹잇감들이 덫을 쳐 놓았단 걸 알면서도 자진해 걸려들 것이다.한태군은 말이 없었다.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TV 속에서 어떻게 리드했던지 떠올리며 그녀가 잠깐 한눈판 사이 한태군이 예고도 없이 입술을 부딪쳤다.그녀가 뒤늦게 그를 밀치려 했지만,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머리 위에 고정시켰다.한태군의 입술이 자리를 옮겨 그녀의 목에 닿기 시작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해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숨결이 닿는 곳마다 불길이 일었다. 이런 뜨거움은 난생처음이었고 그 느낌은 너무나도 강렬했다.눈을 질끈 감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고 있었다.한태군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는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유이야, 나를 봐.”입술을 깨문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그의 입술이 그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어지고 있었다.“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강유이가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대답했다.“후회 안 해.”반재신이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올려 입술을 맛보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이 그의 몸속을 파고들었다....이
강유이가 들어서자 병풍 뒤로 대 여섯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녀를 발견한 방 감독이 일어나 강유이에게 다가왔다."유이 씨, 드디어 오셨네요! 이분들이 저희 작품의 투자자들 이십니다."강유이가 자신을 등지고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방 감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강유이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오빠…""유이야, 오랜만이네."남자도 다정하게 웃으며 강유이에게 인사를 건넸다."정말 서율 오빠였네요, 언제 돌아온 거예요?"강유이가 반갑게 민서율의 팔을 치며 물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방 감독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두 사람 아는 사이예요?" 그러자 민서율이 방 감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저희 친해요.""그렇군요, 그럼 다 얼굴을 아는 사이니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겠네요."강유이는 오기 전, 새로운 투자자가 누구인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민서율일 줄이야.민서율과 조민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외로 유학을 갔다.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유이는 여전히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오빠, 조민 선배는 만난 적 있어요?"강유이가 민서율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S국 외교부에서 번역으로 일하고 있다고 듣긴 했는데 나도 연락은 안 해봤어."민서율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방 감독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서율 씨가 F국에서 연영학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감독이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하던데. 이번에 돌아온 것도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라면서요?"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민서율을 바라봤다."오빠 연영학과 선택했어요?"강유이는 그가 가업을 물려받을 줄 알고 있었다."응, 마침 관심이 있어서."민서율이 말을 하며 술잔을 들어 방 감독의 술잔에 부딪혔다."방 감독님께서 영화계에서 16년이나 일하다가 최근에 더 넓은 영상 쪽으로 오셨잖아요. 저는 운이 좋아서 그렇지. 감독님 영
현재 출연이 확정된 배우는 한월생 역할을 맡은 강유이 뿐이었다. 남자 주인공인 문송과 도영진 역할을 맡을 배우를 방 감독은 아직 고민중이었다.그때, 작가가 강유이의 생각을 물었고 강유이는 멈칫했다."제 생각이요?""유이 씨, 걱정하지 말아요. 유이 씨는 대본이랑 원작을 다 본 사람이니 정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도 돼요."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민서율을 바라보자 민서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본 강유이는 고민에 빠졌다. 진예은이 쓴 원작은 원래 남자들의 사랑 이야기에 비중을 뒀었다. 하지만 저작권이 다른 이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그 감정이 변질되어 남자들의 의리로 다루어졌다.문송은 높은 가문의 자제였으나 지금은 기자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난 뒤, 그는 연쇄살인 사건에 집착을 보이며 이름을 숨기고 기자의 신분으로 20년 전의 사건을 조사했다. 그리고 20년 뒤의 연쇄살인 사건 범행 수법이 자신의 부모님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도영진은 연쇄살인 사건의 조사를 맡은 형사로서 신비스러운 행동거지를 보이는 문송을 용의자로 의심하며 그와 싸우면서 정드는 사이였다.문송은 외톨이 생활을 하며 과묵함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고집도 있고 세심한 성격을 지닌 인물로서 오로지 부모님의 죽음을 조사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도영진은 털털한 성격을 지닌 인물로서 늘 예상 밖의 행동을 하며 껄렁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관건적인 순간에는 이성적이고 침착했다. 체력이 뛰어나지만 술과 담배는 끊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도영진은 설정상 32살의 남자였기에 연기 실력이 좋고 나이가 적합하며 술 담배를 할 줄 아는 남자배우라면 모두 감당할 수 있었다.하지만 문송의 나이는 21살이고, 그는 젊고 곱상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강유이는 저도 모르게 주계진을 떠올렸다.결국 그녀가 망설이다 대답했다."아니면 주계진한테 이 역할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주계진이요?"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강유이의 말을 듣더니 놀란
"주계진이랑 함께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어머님인 김나리 씨랑 촬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김나리 씨 아들이니 그만한 실력이 있겠죠."방 감독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그를 보며 고마움을 전했다."감독님,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돌아가서 주계진이랑 잘 얘기해 볼게요."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식사는 끝이 났다. 강유이와 민서율은 방 감독과 제작팀 사람들을 보낸 뒤,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오빠, 예전에는 감독 되고 싶다는 말 안 했잖아요."몇 년 못 본 사이, 민서율은 더 이상 처음 봤을 때의 옆집 오빠 같은 풋풋함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예전보다 얌전해지고 성숙된 느낌이었다."유이 너가 예전에 나한테 물어본 적 없었잖아."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오빠가 이쪽으로 선택했다는 게 저는 조금 의외예요.""어딜 선택하든 다 똑같아."민서율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강유이를 보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 있던 반지를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나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가서 네가 나를 잊었을 줄 알았어.""그럴 리가 있겠어요!""그동안 잘 지냈어?""네, 오빠는요? F국 연영학과면 대우도 좋지 않아요?""나름 괜찮아.""오빠는 훌륭한 사람이니까 F국에서도 인기가 많았겠네요. 여자친구도 있겠죠?"그 말을 들은 민서율은 강유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침묵이 길어지자 강유이는 조금 어색해져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다른쪽으로 옮기며 말했다."제가 너무 많은 걸 물어본 건가요?""아니."민서율이 차 앞으로 다가가더니 다시 말했다."나 여자친구 없어."그는 마치 일부러 설명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하지만 강유이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놀란 표정을 지었다.민서율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니."TY엔터로 가는 거면 내가 데려다줄게."민서율이 강유이를 보며 말했다.강유이도 오랜만에 만나서 마치 친오빠처럼 잘 대해주는 민서율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오빠
"걱정하지 마, 유이 연루 안 시킬 테니까."한태군이 덧붙였다.그 말을 들은 반재신이 한참이 지나서야 물었다."너한테 승산이 있는 것 같아?"반재신의 말을 들은 한태군이 웃었다."지금 나 걱정하는 거야?"그러자 반재신이 쳇 하고 말을 하더니 팔짱을 꼈다."네 걱정을 하는 게 아니야. 네가 죽으면, 우리 유이는 과부가 되는 거잖아. 나 우리 유이가 젊은 나이에 과부 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람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혼자 죽지 말고."반재신이 일어서며 말했다. 한태군이 그제야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한편, 강유이는 주계진을 찾아가 방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의향을 물으려고 했지만, 작업실로 들어서자마자 박스를 옮기고 있는 진예은을 마주쳤다."예은아, 너 휴가잖아. 왜 갑자기 회사로 온 거야? 이렇게 무거운 짐은 왜 또 들고 있고, 아기 잘못될까 봐 걱정되지도 않아?"강유이가 얼른 진예은의 손에서 박스를 빼앗아 오며 말했다."이제 한 달 반밖에 안 됐으니깐 괜히 유난 떨지 마. 그리고 나 임신해도 일 잘할 수 있거든.""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재신 오빠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반재신 얘기가 나오자 진예은이 입술을 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강유이가 진예은을 소파로 데리고 가 앉았다."박스는 내가 다른 분한테 부탁할 테니까 너는 여기에서 좀 쉬어.""유이야."강유이가 전화를 걸어 박스를 옮겨달라고 부탁을 한 뒤 뒤돌아섰을 때, 진예은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응?""너희 오빠 내가 연서 키우는 거 조금 꺼려하는 것 같아."어젯밤 반재신이 물었을 때, 진예은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진연서는 확실히 반재신과 아무 연관이 없다. 반 씨 집안에게 있어서 연서는 그저 외부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예은은 반 씨 집안에서 연서를 키워주기 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연서는 진예은의 친 조카였고 진예은은 연서가
"아주머니께서는 우리 연서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조금만 용기를 내보자. 응?"진예은이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지만 진연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도련님."그때,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뒤로 물러서더니 공경하게 고개를 숙였다.반재신이 외투를 벗어 아주머니께 건네자 아주머니께서는 외투를 들고 물러났다. "무슨 일이야?"반재신이 와이셔츠 손목 부분의 단추를 풀어 위로 걷으며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예은이 진연서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진연서는 반재신을 힐끔 보더니 위층으로 올라갔다."연서가 아직 트라우마가 있어서 친하지 않은 사람이랑은 같이 있으려고 안 하네."진예은이 반재신을 보며 말했다."그럼 심리상담 한 번 받아보는 건 어때?"반재신이 위층을 보다 다시 진예은에게 눈길을 돌렸다."너도 임신했는데 연서까지 돌보고 힘들잖아, 너 말고 아주머니는 손도 못 대게 하니 앞으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돼서 그래."진예은은 반재신이 자신이 힘들까 봐 걱정하고 있을 줄 알았지만 그는 진연서의 트라우마를 걱정하고 있었다."반재신, 연서가 회복되고 나면, 내가 아빠한테 말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게.""난 그런 뜻이 아니라…"반재신이 당황해서 말했다. 그는 진예은이 진연서를 키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예은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날 반재신이 진예은에게 정말 진연서를 키울 것인지 물었던 건 그녀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녀만 원한다면. 반재신도 조카 하나를 더 키우는 건 별거 없다고 생각했다."나 알아. 하지만 네가 나를 위해서 너무 많이 생각해줬으니까 이번에는 나도 너를 위해서 생각 좀 해줘야지. 연서 어쨌든 우리 진 씨 집안사람이니까 아빠 곁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야, 아빠도 연서한테는 잘해줄 거고.""너희 어머니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지 않아?"그 말을 들은 진예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스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리고
"예은 씨는 왜 안 왔어요?"강유이와 함께 차에 오른 주계진이 물었다.그는 꽤 오랫동안 진예은을 보지 못했다. 그녀가 반재신과 사귀고 있다고 공개한 뒤로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계진은 진예은이 반재신과 사귀고 있다고 공개했으니 강유이의 조수로 일하는 것도 이제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주계진의 말을 들은 강유이는 가방에서 대본을 꺼내던 손을 멈췄다."예은이 임신했어요, 그래서 요즘 될수록 혼자 다니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뭐라고요?"강유이의 말을 들은 주계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진예은이 임신을 했다니.강유이는 시무룩해진 주계진을 보니 조금 안타까웠다.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그도 진예은을 이미 놓아줬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방 감독님 새 작품 하시는 거 알죠? 제가 주계진 씨 대신해서 역할 하나 따왔어요."강유이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네?"주계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강유이를 바라봤다."아버지께서 카드 정지시켜서 돈 필요하다면서요. 이 역할 주계진 씨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라고 장담해요."강유이가 진지하게 말했다."강유이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주계진이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주계진 씨, 자기한테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요?""나 늘 그랬는데."주계진의 대답을 들은 강유이는 아무 말도 없이 손에 든 대본을 바라봤다. 만약 그날 강유이의 추천이 없었다면, 방 감독은 이 역할을 주계진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도 그를 생각해 낼 리가 없었다.주계진의 연기 실력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여태껏 그가 해온 작품 속 역할이 모두 현실 속의 그와 똑같았기에 많은 이들도 자연스럽게 그의 연기를 눈여겨보지 않았다.그에게 문송 역할을 맡기는 것은 주계진에게도 큰 도전 이었다.주계진은 새롭고 자신을 돌파하는 역할을 받아들여야 했다.방 감독이 그에게 기회를 준 것도 방 감독이 그를 나쁘게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계진의 외모와
주계진은 그저 되는대로 살 생각이었다. 주 씨 집안에는 아들이 주계진 하나였기에 그의 아버지의 회사를 그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강유이의 말은 그의 정곡을 찔렀다.그녀의 말대로 주계진의 아버지는 늘 그가 싫어하는 일을 하게 시켰다. 연예계로 발을 들인 것도 주계진 아버지의 계획이었다.주계진이 좋아하는 일도 그의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는 그 일을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그의 아버지가 준 것이었기 때문이다.강유이는 망설이는 주계진을 보며 설득이 안 되는 것 같아 다른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예은이가 쓴 인물을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강유이가 주계진에게 다가가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강유이의 말을 들은 주계진이 놀라서 물었다.강유이는 얼굴까지 빨개진 주계진을 보며 웃었다."헛소리 아니에요. 주계진 씨가 예은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요. 예은이가 이제는 제 새언니가 되었긴 하지만.. 이 대본 예은이가 쓴 소설을 수정한 거예요.""예은 씨가 작가라고요?""네, 예은이가 티를 안 냈을 뿐이에요. 저작권도 원래 예은이 것이었는데 회사에서 예은이 몰래 저작권을 팔아버린 거 있죠. 저 힘들게 주계진 씨를 위해서 이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얻어준 거예요. 예은이도 주계진 씨 괜찮게 생각하고 있는데 주계진 씨가 이 작품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저는…""할게요."주계진이 얼른 대답했다.강유이가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었다.TY 엔터.강유이는 방 감독에게 메시지를 보내곤 기분 좋게 작업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들어서자마자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진예은을 보게 되었다. "유이야, 너 인기 검색어에 올랐어.""또?"강유이가 진예은을 보며 물었다. 그녀는 요즘 별다른 일을 하지 않은 걸로 기억했는데…#강유이 정체 모를 남자와 데이트컴퓨터 앞으로 다가간 강유이의 눈에 들어온 헤드라인에 그녀는 얼어버리고 말았다.사진 속에는 강유이와 민서율의 모습이 찍혀있었다.민서율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