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이는 또 이렇게 쉽게 한태군의 덫에 걸린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나 보고 싶어?""나 이제 숙소에 안 사는데.""응, 나도 알아.""그래, 네가 모르는 게 어디 있냐?"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나 지금 너희 집 밑에 있어."한태군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바라보자 근처에 정말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반쯤 내려간 차창 너머로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까지 했다.강유이는 잠옷 위에 얇은 겉옷을 걸치곤 집을 나섰다.한태군은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채 차 옆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등 뒤를 물들인 노을은 그를 더욱 잘생기고 듬직해 보이게 만들었다.순간 그 모습에 넋이 나간 강유이는 발이 걸려 한태군의 품에 안겨들고 말았다.한태군은 강유이의 허리를 안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급해 할 필요 없어, 나 도망 안 가."한태군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너 이제 웃지 마."강유이가 부끄러운 듯 한태군의 품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한태군은 그런 강유이를 품에 안은 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경호원을 바라봤다.경호원도 두 사람을 방해할 수 없어 그저 모른 척하고 있었다."우리 유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해."한태군이 다시 품속에 안긴 이를 보며 말했다."요즘 바빠? 아직도 학교랑 회사 다 다녀야 하는 거야?"요즘 학교에서 한태군을 보는 시간이 적어졌다. 특히 두 사람이 사귀고 난 뒤로 강유이는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적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네가 졸업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한태군이 강유이의 손을 잡고 그 위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왜?"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보며 물었다."너랑 결혼하고 나면 매일 볼 수 있으니까."한태군이 웃으며 대답했다.하지만 강유이는 조금 망설이다 물었다."그렇게 일찍 결혼한다고?"결혼하고 나면 아이를 낳아야 하니 그렇게 되면 강유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될 게 뻔했
"암시장에 갔다 오더니 교태 부리는 법을 배워왔네."한태군이 차갑게 웃으며 말하더니 리사를 지나쳐 그곳을 벗어났다.한태군의 비웃음에 리사의 안색이 굳었다.암시장에서 그녀는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야 그녀는 자신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아프고 갈수록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것.남자라면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그녀는 한태군이 즐겨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한태군을 얻을 수 있다면 어쩌면 그도 자신을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방으로 돌아간 한태군이 잠옷을 바꿔 입은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꺼져."한태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리사는 듣지 못한 사람처럼 문을 닫더니 빨개진 얼굴로 잠옷을 벗어 던지고 그의 앞에 섰다."오빠, 강유이가 못하는 거 저는 할 수 있어요, 오늘 밤이 지나면 오빠가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보장…"작가 PS: 다들 리사를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리사 캐릭터가 이런 쪽으로 쓸 수밖에 없어서요. 아직 마음대로 날뛸 수 있을 때, 날뛰라고 하죠, 저는 리사가 이런 짓하는 거 쓸 때 나름 즐겁거든요~리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냈다. 욕정이 있는 남자라면 속옷만 걸친 여자를 그냥 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한태군은 시선을 그녀의 몸에 두지 않았다.분노를 지운 그는 그저 담담한 얼굴이었다.리사가 그런 한태군을 보며 그를 안으려는 찰나, 한태군이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네가 이렇게 천박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그 말을 들은 리사가 순간 이를 갈며 소리쳤다."강유이는 되고 나는 안 된다는 거야?!""유이랑 네가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 그런 자격이나 있어?"리사는 몸이 떨려왔다. 그녀는 모든 것을 걸고 알몸으로 한태군의 앞에 서기까지 했다.한태군도 남자였다, 설마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남자가 있을까?리사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한태군에게
리사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목 그어서 자살까지 한 거, 꽤 리얼했어, 하지만 정말 죽고 싶었다면 더 깊게 그었어야지."한태군이 노트북에 꽂혀있던 USB 하나를 뽑으며 말을 이었다."고맙다, 이런 동영상까지 공헌해 줘서. 한 씨 집안의 양녀가 한 씨 집안 도련님을 꼬시려고 했다는 걸 작은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하네.""안 돼…"리사가 두려움으로 물든 얼굴로 애걸했다."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다시는 이런 짓 안 할게요.""집사님."한태군의 말이 끝나자마자 피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피터를 본 리사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녀는 피터가 쭉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거 작은 아버지한테 전해주세요."한태군이 USB를 피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한태군, 지금 나를 죽음으로 내몰겠다는 거야?!"리사가 긴장감으로 물든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리사는 한태군이 이렇게 독하게 나올 줄 몰랐다. 만약 한재욱이 이 동영상을 본다면 그는 다시는 리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죽겠다고 한다면 막지는 않을게."한태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 말을 들은 리사의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한태군은 그런 그녀의 앞에 서서 리사를 내려다봤다."여론 조작하는 거 네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나를 협박하고 싶잖아. 한 씨 집안도 체면이라는 게 있다는 거 몰라서 그래? 아무 이유도 없이 양녀를 포기하는 건 배은망덕한 일이잖아. 너를 한 씨 집안에 남겨둔 건 네가 무슨 수작질을 할지 지켜보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하필 이런 방법을 사용했으니 한 씨 집안에서 너를 버린다고 해도 넌 할 말 없어."한태군이 손짓하자 피터가 바닥에 있던 리사를 일으켜 세워 방을 나갔다.거실에는 방금전까지 없었던 도우미들이 헐벗은 차림새로 끌려내려오는 리사를 보며 수군거리기 바빴다.한태군은 다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리사는 그를 보자마자 한태군에게 기어갔다."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리사는 자신이 한태군을 너무 좋아해서 이런 일을 했다고 하면 한재욱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너 미쳤어?"하지만 한재욱은 불같이 화를 냈다.예상치 못한 한재욱의 반응에 리사는 다시 그 자리에 얼어버리고 말았다."네가 불쌍하고 나를 살려준 걸 봐서 너를 양딸로 삼은 거야, 한 씨 집안에서 이런 천박한 일이나 하라고 너를 양딸로 삼은 게 아니라고! 태군이 말이 맞다, 너를 남겨뒀다가는 큰일을 치를 게 분명해.""하지만 어쨌든 저는 아버지를 살려준 은인이잖아요.""그 일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한재욱이 말을 잠시 멈추더니 차가운 얼굴로 입을 뗐다."4년 전 일에 대해서 내가 너무 쉽게 결정을 내린 것 같아, 그 사고가 오래전부터 계획된 사고였었다는 사실을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어?"한재욱이 말을 이어갈수록 리사는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아버지, 어떻게 저를 의심할 수 있으세요? 저 그때 18살이었다고요, 제가 어떻게 그 사고를 꾸밀 수 있었겠어요?""그래, 너는 그럴 능력이 없었지."침묵을 지키고 있던 한태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 뒤에 있는 사람까지 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리사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물었다."리염을 아직 기억하려나?"한태군이 리염 얘기를 꺼내자 리사는 다시 벙어리가 되었다.리사는 한 씨 집안의 그 어떠한 이 앞에서도 오빠인 리염의 얘기를 꺼낸 적이 없는데 이들은 어떻게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걸까?한태군이 몸을 일으켜 리사 앞에 멈춰 섰다."리염한테서 벗어나기 위해서, 네가 잘 나가는 걸 알고 네 오빠라는 작자가 찾아올까 봐 네 뒤를 봐주던 사람한테 죽여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리염이 운 좋게 살아서 우연히 네가 한 일들을 전부 알게 되었어."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에 리사는 한태군을 바라볼 수 없었다."가족까지 해치는 사람이 무슨 일을 못 하겠어?""저는 그런 적 없어요.
"나도 뉴스 봤는데 정말인 것 같아, 그 양녀가 어젯밤에 한 도련님을 꼬시려고 했다잖아. 헐거벗은 채로 방까지 찾아가서는, 정말 뻔뻔하지.""암시장에서 동영상도 찍었다던데, 그런 사람이 한 도련님을 넘보다니, 정말 말도 안 돼."마침 복도를 지나쳐 가던 반재신이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저번에 공개한 동영상 속의 화면을 생각하니 순간 역겨워졌다.바로 한태군이 그에게 동영상을 줘 공개하라고 한 걸 보면 한태군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게 분명했다.반재신은 역시 한태군이 자신보다도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여자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명예와 순결이었는데 한태군은 잔인하게 여자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을 훼멸시켰다."오빠!"그때 갑자기 들려온 강유이의 목소리를 들은 반재신이 고개를 돌렸다."내가 부탁한 건 알아봤어?"강유이는 진예은의 일을 묻고 있었다.하지만 반재신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언짢은 얼굴로 대답했다."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오빠가 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알아봤는데 아무 일도 없어, 학교랑 숙소밖에 안 가던데."진예은의 생활은 무척 단순했다. 수업을 듣고 숙소로 가는 것, 어떤 때에는 식당에도 가지 않았다.그리고 어딜 가나 혼자였다, 그 어떠한 이와 연락도 하지 않았다.동생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반재신은 이런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이렇게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이다."그럼 도대체 왜 그런 거지?"강유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진예은은 일부러 강유이를 피하며 그녀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강유이의 뒷담화를 하지는 않았다. 이 점으로 보아 강유이는 그녀가 리사와는 다르다고 믿었다."가까이하지 마, 진예은 오빠라는 작자 정 씨 집안이랑 엮였던 사람이니까 평범한 인간은 아닐 거야."반재신이 강유이를 보며 말했다.밑바닥으로 추락한 지금, 진찬은 다른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하지만 강유이는 반재신의 말을 듣지 못
강유이의 말을 들은 진예은이 멍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숙소를 가득 채웠던 적막함은 결국 웃음소리에 사라지고 말았다."왜 웃는 거야?"강유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방금 완전 양아치 같았어."진예은이 웃다가 강유이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그렇다고 해서 뭐, 룸메이트가 내 사생활까지 관여할 의무는…""내가 네 신분 다 공개할 거야.""…"강유이의 말을 들은 진예은이 몸을 일으켰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응, 협박하는 거야. 그리고 학교에 있는 사람들한테 네 그 아이 사실은 네 오빠가 버린 아이라는 것도 말할 거야, 네가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 네 오빠 아이라고 다 말할 거야.""진찬이 너 찾아갈까 봐 걱정되지도 않아?"강유이의 말을 들은 진예은이 웃으며 물었다.그러자 강유이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럼 찾아오라고 하지 뭐, 나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워, 하루 이틀 겪는 것도 아니고."진예은은 계속 강유이를 무시하며 그녀를 쫓아 보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강유이는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웃기는 데까지 성공했다. "너 이렇게 뻔뻔하다는 거 이제 알았다.""진찬이 도대체 뭐라고 협박한 거야?"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다가가 물었다.강유이의 말을 들은 진예은이 한참을 망설이다 강유이를 보며 입을 뗐다."만약 진찬이 나한테 일부러 너랑 친해지라고 했다면?"진예은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멈칫했다.그런 강유이를 본 진예은이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정 씨 집안도 너를 건드려서 진찬에게 이용당할 가치를 잃었으니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사람이야. 만약 내가 네 믿음을 얻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네 피를 빨아먹었을 거야. 심지어 네가 자기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오라고 했을 수도 있어."강유이는 반 씨 집안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는 공주님이었기에 그녀가 입만 연다면 반 씨 집안에서 절대적으로 따랐을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지금 내가 이용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거야
그가 눈을 내리뜨고 살짝 멈칫거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나였어?”그가 허리를 굽히며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럼 유이가 좀 알려줄래? 내가 어쩌다 우리 유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강유이가 그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러니까 리사가 어젯밤에… 너를 유혹했다면서.”한태군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그 이유로 토라졌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지금 강유이는 누가 봐도 질투하는 게 분명했다.그가 웃었다.“신경 쓰여?”“신경 안 쓰이게 생겼어? 넌 내 남자친구잖아. 그런데 걔가 막 그랬다면서? 나도 아직 못…”강유이는 하마터면 내뱉을 뻔한 말을 급하게 삼켰다. 그녀는 자신도 그와 그런 일을 못해봤는데라는 말을 뱉을 뻔한 것이다.어떻게 자신이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을 수가 있단 말인가?만약 이 뒷말을 한태군이 듣게 된다면, 분명 그녀를 변태라고 생각할 것이다.한태군이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직 뭐?”그녀가 서둘러 말을 바꿨다.“아직 못… 못 들어가 본 네 침실을 걔가 먼저 들어갔다고!”“아.”한태군이 눈초리를 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웃음기가 더욱 진해졌다.“유이 너 내 침실이 그렇게 들어와 보고 싶었어?”“난… 난 그냥 구경하려고. 왜 그것도 안돼?”강유이가 급하게 그를 밀어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어쨌든 어젯밤 리사가 너한테 그런 짓을 했다며. 그럼 너 분명 걔 알몸을 다 봤을 거 아니야!”그녀가 열성을 내며 바락바락 대드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한태군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너 지금 웃어?”강유이가 더욱 성을 냈다.그가 팔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안 봤어.”“거짓말.”“거짓말 아니야.”한태군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그녀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벗은 건 걔 마음이지만 그렇다고 꼭 내가 그걸 봐야 해? 괜히 못 볼 걸 보고 내일 예정에도 없던 안과에 갈 생각은 없어.”“하지만… 예은
병원.리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검은 형체가 병실 앞에 멈춰 섰다.레이린 정은 침대의 가장 자리에 걸터앉아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웠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그녀가 잔뜩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누구야.”남자가 씩 미소 지었다.“한태군 도련님의 말씀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분께서 레이린 정 씨를 한번 봐드릴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레이린 정의 표정이 굳어졌다. 곧바로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지금 그런 게 필요할 것 같아? 이제 나한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난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맨발인 사람은 구두 신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현재 모든 걸 잃은 그녀는 더욱 두려울 것이 없었다.남자가 그녀의 가까이로 다가갔다.“레이린 정 씨, 데이비 씨를 아십니까?”데이비 렌지. 그 이름을 레이린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Y 국 여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데이비는 예전에 몇 번인가 그녀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고 초청했었지만 그녀는 번번이 거절했었다. 데이비가 그녀와 식사를 함께 할 목적이 무엇인지 그녀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의 그녀는 가문도, 신분도 든든했기에 데이비도 함부로 그녀를 협박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그녀의 얼굴이 구겨졌다.“무슨 뜻이야.”“데이비 씨께서는 레이린 정 씨의 얼굴이 망가졌어도 개의치 않으시답니다.”레이린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남자가 이어서 말했다.“레이린 정 씨도 데이비 씨에 대해서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 손에 들어간 여자는 하나같이 좋은 결말을 맞지 못했죠. 설마 그렇게 되길 원하십니까?”그녀가 더욱 몸을 세게 떨었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협박이 아닙니다. 기회를 드리는 거죠.”남자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리사의 사진을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이 여자에 대해서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레이린 정이 순간 침묵했다.사진 속 여자는 두 번이나 그녀를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