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낙용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도 내가 괜히 시비를 걸며 아끼는 여식을 시집보내려 한다고 생각하느냐?”“운희는 고집이 세고 철이 없어 너한테 폐를 끼쳤지만 이는 랑랑이의 혼사때문이 아니다. 운희는 어릴 때부터 저랬다!”낙용은 단단히 오해한 것 같았다. 일부러 낙랑랑의 혼사에 신경 쓰지 말라고 권하는 것으로 말이다!낙청연은 어이없다는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부인이 주신 사주팔자는 모두 적당한 배필이 아닙니다.”낙용은 불만에 가득 찬 어투로 물었다: “그럼 꼭 이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어찌 하겠느냐?!”낙청연은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못 고릅니다.”낙용은 콧방귀를 뀌더니 사주팔자가 적힌 종이를 거두며 말했다: “그럼 저 신산에 폐를 끼치지 않고 다른 신산을 찾아보겠네!”낙운희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낙용 고모를 닮은 거였다며 낙청연은 속으로 감탄했다.낙용의 가려고 하자 낙청연은 고민 끝에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낙 부인, 사실 저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진 세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신산,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시간 되십니까?”낙용은 방문을 열고 나갔다.낙청연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진 세자는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십시오.”“형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벗의 처는 탐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형님이 정녕 송 낭자를 연모한다면 저는…”진 세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낙청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천초는 그저 동생일 뿐입니다.”진 세자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정말입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진 세자는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아버지께 서신을 보내겠습니다!”그리고는 바
낙청연은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천초를 바라보았다: “너와 진 세자의 팔자냐?”송천초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 세자가 가기 전에 주면서 부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이말을 들은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완전히 똑같다, 이런 우연이 있을 리는 없겠지?설마 낙랑랑이 연모하는 사람이… 진 세자?대체 언제부터…“왜 그러십니까? 예의에 맞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마침 이런 걸 볼 줄 아시잖습니까. 미리 인연인지 아닌지 봐보고 적당한 배필이 아니면 헤어지는 게 좋지 않습니까?”낙청연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송천초는 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고래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봐주마.”낙청연은 진지하게 두 사람의 인연을 봤다.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천상배필은 아니지만 팔자는 어울리는구나.”“인연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필경 두 사람이 헤쳐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낙청연은 안색이 무거워졌다.진 세자와 낙랑랑의 팔자도 어울렸다. 심지어 낙랑랑에게는 괘사도 건넸는데, 혹시라도 낙랑랑이 낙용에게 혼담을 꺼내달라고 하면…낙청연이 송천초와 진소한을 갈라놓은 게 아닌가?이 우연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결국엔 운명이다.-다음 날, 장락길 33호는 또 떠들썩했다.그러나 오늘은 시비 때문이 아니었다.요란한 폭죽 소리와 징 소리가 어울려졌고, 사자춤은 길 입구에서부터 낙청연네 가게 앞까지 이어졌다.“와, 엄청 떠들썩하구먼.”그렇게 꽤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낙청연과 송천초도 밖으로 나와 사자춤을 구경했다.“저 공자가 부른 겁니까? 정말 재밌습니다!” 송천초가 기쁜 표정으로 물었다.낙청연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부른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냐?”“대체 누가 부른 것이냐?”점포 앞에서 벌어지는 사자춤은 경이로웠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춤을 추던 사자가 낙청연 앞으로 와 정교한 수구(繡球)를 토해내더니 그녀에게 건넸다.낙청연은 멈칫하더니 손을 뻗어 건네
말을 마친 뒤 옹 관사는 미소 띤 얼굴로 예를 갖추며 말했다.“왕야께서 말씀해주신 방법 덕분에 저 신산의 명성을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줄곧 마음에 걸렸을 겁니다.”부진환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큰일도 아니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른 이들에게 얘기할 필요도 없고.”옹 관사는 웃으며 대꾸했다.“알겠습니다!”왕야는 저 신산에게 이 일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 듯했다.그를 도와주고도 그가 자신이 도와줬다는 사실을 아는 걸 원하지 않는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 없었다.—역시나 다음 날부터 큰 가문의 사람들이 점괘를 보거나 악령을 쫓아내 달라고 그녀를 찾아왔다.저 신산은 수도에서 차차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그건 낙청연에게 있어 좋은 일이었다.매일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그녀는 분주해졌다. 부진환은 가끔 그녀를 찾아와 반나절씩 앉아있었는데 다른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그는 엉덩이를 의자에서 거의 떼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대부분 장사 때문에 바빴고 그로 인해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누군가 기뻐할 때 누군가는 슬퍼하듯, 낙월영은 왕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면사를 젖히고 자신의 입가에 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걸 보면 답답하기만 했고심지어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깨부수기도 했다.“그 저 신산은 사기꾼이라 하지 않았느냐? 왕야는 왜 자꾸 그곳에 가는 것이냐? 그 작은 점포에 앉아있을 시간은 있으면서 날 만날 시간은 없다니?”장미는 물건을 주우면서 그녀를 위로했다.“둘째 아씨, 그 사람은 점괘를 보는 자입니다. 어찌 사내를 질투하십니까? 아씨께서는 왕부에서 오랫동안 지내셨죠. 왕야께서 아씨를 돌려보내지 않은 걸 보면 아씨를 많이 신경 쓰고 계시는 겁니다.”낙청연은 별원에서 이미 썩고 있을지도 모르니 걱정할 게 없었다.낙월영은 동경 속 자신의 모습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았고 입가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물었다.“장미야, 얼굴에 분을 발라서 상처를 가린다면 그래도 조금 나을 것 같지
상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순간, 저낙의 얼굴이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은 분명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눈앞의 여인은 얼굴이 없었다.부진환은 살기를 띤 얼굴로 찻잔을 들어 힘껏 탁자를 내리쳤고 찻잔의 파편이 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왕야!”부진환은 손으로 파편을 꾹 누르고 있었다. 고통은 그를 정신 차리게 했고 별안간 눈앞의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낙월영!그는 순간 노기가 치밀어 힘껏 그녀의 뺨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입가가 터져 피를 흘리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윙윙대면서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곧 금빛 문양이 그려진 신발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정신을 차린 뒤 낙월영은 곧바로 무릎을 꿇은 채로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왕야, 이젠… 저를 사랑하시지 않는 겁니까?”낙월영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그 순간 부진환은 가슴이 아리고 아팠다. 마치 그녀의 뺨을 때리는 것이 아주 잘못된 일인 것처럼 말이다.부진환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시선을 옮겼다. 이럴 리가 없는데?“왕야… 최근 저와 함께하시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그리도 싫으신 겁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왕야께서는 저를 이리 혐오하시는 겁니까? 왕야, 절 용서해주시면 안 됩니까?”그 모습은 너무도 처량해 측은지심이 들 정도였다.부진환은 이를 악물더니 주먹을 꾹 쥐며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너인 줄 몰랐다. 월영아, 넌 이러면 안 된다. 넌 왕부에 있을 명분이 없지 않으냐? 이렇게 자신을 아끼지 않아서는 안 된단 말이다!”그의 말에 낙월영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송구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바닥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섰고 부진환은 낙월영이 떠나자마자 가슴을 부여잡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소유! 소유!”갓 내원에 들어섰던 소유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서방으로 향했고 부진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긴장한 얼굴로
엄평소는 미간을 구겼다.“죽는다는 소리는 불길하니 하지 말거라.”여인은 싱긋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바로 그때 밖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문을 부술 듯이 세게 두드리고 있었다.“내가 가보마.”엄평소는 약을 내려놓고 여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문을 열자 얇고 가녀린 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엄평소는 흠칫 놀라더니 밖을 살펴보고는 그 사람을 방 안으로 데려온 뒤 문을 닫았다.“네가 여긴 웬일이냐? 늦은 밤인데 누가 볼까 두렵지 않은 것이냐?”엄평소는 인상을 쓰면서 눈앞의 사람을 혼냈다.낙월영의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선명했다. 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엄평소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전 하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하지 못하겠단 말입니다. 저한테 그를 유혹하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그는 절대 그렇게 쉽게 넘어올 사람이 아닙니다.”엄평소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그녀의 뺨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난 너더러 진짜 그자와 밤을 보내라고 한 적이 없다. 그에게 약을 먹이고 그의 옷을 벗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너의 정조를 빼앗았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네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다 널 위해서다. 월영아.”낙월영은 점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정말 못하겠습니다. 세 배에 가까운 약을 썼는데도 정신을 차렸습니다. 게다가 제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평소, 저는 섭정왕부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엄평소는 참을성 있게 그녀를 위로했다.“일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물러설 수는 없지. 낙청연은 완전히 짓밟아야 할 것 아니냐? 그는 널 아끼니 오늘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날 믿거라. 월영아, 넌 우리 엄씨 가문을 위해서 많은 희생을 했으니 우리 집안은 절대 널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은 전부 다 줄 수 있다.”엄평소는 부드럽게 그녀를 구슬렸
낙월영이 어찌 이곳에 온 것일까?낙청연은 침착하게 문을 열어 낙월영을 안으로 맞이했고 탁자 앞에 앉았다.“점괘를 보러 오신 겁니까?”낙청연은 평온한 어조로 물었고 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내 인연을 알고 싶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는지 궁금하오.”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하며 물었다.“점괘는 오직 사람의 명격만 들여다볼 수 있지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소저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이 소저를 사랑하는지는 제가 알 수 없는 일입니다.”낙청연은 이상함을 느꼈다. 낙월영이 진짜 점괘를 보러 온 건지 아니면 자신에게 시비를 걸려고 온 건지 알 수 없었다.“그렇다면 내가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지 봐주겠소?”낙월영은 자신의 생시가 적힌 종이를 건넸고 낙청연은 진짜 그녀의 점괘를 봐주기 시작했다. 사실 낙월영의 명격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녀는 낙월영의 명격에서 두 가지 길을 발견했다.하나는 봉황이 구천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공경을 받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백골과 피로 즐비한, 끝없이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어둠의 길이었다.낙청연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소저는 좋은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어려움이 조금 있겠지만 선행을 많이 한다면 반평생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그녀는 봉황에 관한 것은 얘기하지 않았으나 낙월영을 속인 것은 아니었다.그녀가 더는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운명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었다.그러나 낙월영이 듣기에는 선행을 많이 해도 겨우 반평생의 부귀영화밖에 얻지 못한다는 것으로 들렸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반평생이 아닌 한평생이었다.하늘이 그녀에게 그런 운명을 주지 않았다면 자신이 직접 쟁취할 셈이었다.저 신산은 꽤 능력이 있어 보였다. 적어도 입에 발린 말로 그녀를 속이려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향낭을 꺼내며 물었다.“저 신산이 내 향낭을 봐줬으면 하오. 이것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물건이 맞소?”그 향낭을 보는 순간 낙청연의 눈빛이 번뜩였고 순간 마
낙청연은 티 나지 않게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이 물건은 제가 대신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 향낭 안에 있는 것은 절대 예사 물건이 아닐 겁니다. 계속 몸에 지니고 다니시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이렇게 말하면 낙월영이 이 향낭을 포기할 줄 알았다.원래 낙월영의 물건이 아니었으니 그리 중요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 것이다.낙청연은 이 물건이 그녀에게 해가 되는 걸 안다면 먼 곳에 버릴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낙월영은 당황한 얼굴로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결국 손을 뻗어 단호히 낙청연의 손에서 그 향낭을 빼앗아 들었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소저?”낙월영은 향낭을 손에 꼭 쥔 채로 두려움과 긴장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믿을 수 없소.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소.”말을 마치고 그녀는 향낭을 꼭 쥔 채로 급히 자리를 떴다.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을 보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왜 그 향낭을 가져가려 한 것일까?낙청연의 마음에 붙었던 불씨가 순식간에 꺼졌다.어쩌면 향낭을 돌려받을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오늘 일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저번에 잡았던 악령을 때마침 쓸 수 있을 것 같았다.낙청연은 낙월영이 그것을 버텨낼 수 없을 거로 생각했고 반드시 그녀에게서 향낭을 되돌려받을 생각이었다.곧장 후원으로 향한 낙청연은 마침 밖으로 나오던 송천초와 마주쳤다.“손님은 벌써 가신 겁니까?”“나 대신 문을 닫아주려무나. 오늘은 이만 장사를 접으련다.”낙청연은 그 말과 함께 급히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방 안에 가뒀다.그녀는 서랍을 열고 물건을 꺼냈다. 구 모양으로 부적에 감싸져 있던 물건을 여니 검은 기운이 뛰쳐나와 방안에서 마구 날뛰었다.낙청연은 부적을 문에 붙여 그것이 도망가는 걸 막았고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평생 갇혀 지내고 싶지는 않겠지. 네가 날
“저 신산, 이건 정말 사악한 물건인 건 같소. 최근 들어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났소. 이러다가 정말 큰 화를 입을까 걱정되오.”낙월영은 눈 밑이 검었고 얼굴이 초췌했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깍지를 꼈다.낙청연은 향낭을 받아 들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이 물건은 사악한 기운이 강해 이미 오래전부터 소저의 기운에 영향 주었을 겁니다. 다행히도 소저께서 일찍 저를 찾아오셔서 해결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만약 이 향낭을 다시 돌려받고 싶으시다면 제가 악령을 처치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찾으러 오시지요.”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속였다.향낭의 겉천을 사이 두고 일월쇄가 만져지니 낙청연은 괜히 흥분됐다.이제 곧 그녀는 일월쇄를 열어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낙청연 어머니의 신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장군댁 부인께서 저 신산에게 점괘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운이 점점 더 좋아졌다고 들었소. 저 신산도 내게 좋은 운을 불러들일 수 있는 물건을 줄 수 있겠소?”낙월영은 엄평소가 그녀에게 했던 말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그녀는 저 신산이 이렇게 실력 있는 자라면 그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난색을 보이며 말했다.“장군댁 부인께서는 명격이 최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운세를 좋게 만드는 게 간단한 편이었지요. 모든 사람이 장군댁 부인처럼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낙월영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결국은 운명이란 말이오…”낙청연은 당장 향낭을 가지고 돌아가 그것을 연구해 볼 셈이었기에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소저의 명격 또한 좋은 편입니다. 착실하게 나날을 보낸다면 좋은 운이 찾아올 것입니다.”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소, 저 신산. 이 향낭은 저 신산께 부탁드리겠소.”그 말을 끝으로 낙월영은 돈주머니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낙청연이 손을 뻗어 그것을 챙기려는데 갑자기 뼈마디가 분명한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 먼저 돈주머니를 챙겼다.낙청연은 잠시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