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순간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낙운희는 재빨리 도망가려고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낙용에게 옷깃을 잡히고 말았다: “또 도망가? 어디로 도망가!”마침 이때, 낙랑랑도 급하게 뒤쫓아와서 다급히 낙용의 팔을 잡더니 말했다: “어머니, 이곳에 보는 눈이 많으니, 운희의 체면을 좀 봐주세요.”“좋다. 체면을 봐주지!” 낙용은 낙운희의 귀를 움켜잡더니, 그녀를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낙청연에게 말했다: “저 공자, 송구하지만 오늘 자네의 이 자리를 빌려 내 딸을 좀 훈육해야겠네!’말을 마치더니 낙운희를 후원으로 끌고 가서 엄하게 꾸짖었다: “무릎을 꿇어라!”저낙의 이곳에 보는 사람이 많으니 낙운희는 당연히 무릎을 꿇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싫습니다!”“지난번에 내가 뭐라고 했느냐? 어찌 정신을 못 차리느냐! 그 서송원은 대체 너에게 무슨 미혼약을 먹였기에, 그렇게 목숨을 걸고 그를 위해 일을 하느냐?”“너 계속 정신 못 차리면, 우리 집은 조만간 네 손에 망치게 될 것이다!”낙용은 오늘 일을, 속으로 알고 있었다.낙운희는 완강하게 반박했다: “어머니께서 만일 서송원을 받아들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우리 집을 망친 겁니다!”“언니가 범 공자(範公子)와 혼인하기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기어코 시집보내려고 하는 어머니 속셈이 무엇입니까? 우리 두 자매를 죽음으로 내몰아야 성이 차겠습니까?”이 말을 듣던, 낙용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더니, 아픈 나머지 머리에 퍼런 핏대까지 솟아올랐다. 그녀는 벽에 기대더니 말했다: “불효녀!”낙랑랑은 걱정되어 낙용을 부축하면서, 낙운희를 질책했다: “운희, 그만 좀 말하거라!”하지만 낙운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 노하여 말했다: “말할 거예요!”“언니는 십여 년 동안 통제되어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도 아직도 부족한가요? 범 가에 시집가서 계속 꼭두각시가 되고 싶어요?”“이 혼사는, 언니가 동의해도 내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죽음이,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그녀는 절망하여 눈을 감았다.-가게 안에서.부진환은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어, 맞은편의 진소한을 훑어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 세자는 누구한테 밉보인 건가? 단지 불의를 보고 도와주었을 뿐인데, 이렇게 당신을 겨냥하다니!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하지 않았는가!”진소한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소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섭정왕께서 저에게 묻습니까!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니겠습니까?”진소한은 옷맵시를 정리하더니, 갑자기 허리춤에 있던 물건이 없어진 것을 알고, 급히 일어나 후원으로 찾으러 갔다.후원에서, 낙용은 아직도 낙운희를 훈계 하고 있었다. 낙운희의 콩알 같은 눈물은 땅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집을 피우며 절대 굴복하려고 하지 않았다.진소한은 더 보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서 물건을 가져오려고 했다. 낙랑랑이 휴식하는 방을 지날 때, 갑자기 방 안에서 무언가 흔들흔들하는 것 같았다.그는 잠깐 망설이더니,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방 안에 들어가자 바로 들보에 목을 매단 낙랑랑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즉시 그녀를 안고 내려왔다. 그리고 낙랑랑의 얼굴을 아주 세게 두드렸다.낙랑랑은 깨어나서, 눈물범벅이 되어 눈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는……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까?”진소한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면 바로 고난을 겪어야 합니다. 도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낙랑랑은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보며, 괴로워하면서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진소한은 웃더니, 위로하며 말했다: “랑랑 소저는 상냥하고 선량하며, 솔직하고 대범합니다. 그래서 당신 어머니와 동생은 이토록 당신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다만 그녀들의 각자 방식이 서로 충돌할 뿐입니다.”“이건 랑랑 소저에게 행복한 일이 되어야지, 칼과 족쇄가 되
“섭정왕부에 오시요, 본왕이 지켜주겠소!”이 확고한 한마디가 낙청연의 심장을 뛰게 했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뒤엉켜 기분이 복잡했다.낙청연의 신분으로 섭정왕부에 있을 때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같은 재주에 신산으로 신분을 바꿨을 뿐인데, 부진환은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했다.승낙해야 할까?아니, 남자는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특히 남자가 한 말은 더더욱 그렇다.“왕야, 이 말을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하셨습니까?”“여인한테는 소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소용이 없습니다.”낙청연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이를 들은 부진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본왕이 맹세하건대, 이말은 너한테만 했다.”“처음 내뱉은 말인데, 거절당했구나.”“저낙, 너는 본왕이 만났던 사람 중에서 제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말을 마치자, 부진환의 머릿속에는 낙청연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리고 곧이어 말을 이어갔다: “아니, 두 번째구나.”“너 말고도 한 명 있었다, 주제를 모르는 사람 말이다.”부진환은 말을 하며 안색이 무거워졌다.낙청연도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부진환이 앉아서 가려 하지 않아도 낙청연은 지난번처럼 빗자루로 쫓아낼 수 없었다. 저번에는 홧김에 그런 거였고, 쫓아내고 나서 후회도 많이 했다.높으신 분들의 미움을 살 순 없었다.어느덧 송천초는 밥을 다 지었다.오늘 점심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손님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낙용은 낙운희를 정원에서 무릎 꿇으라 했다. 그리고는 낙랑랑을 데리고 밥상에 앉았다.“반찬이 단출해 섭섭지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송천초가 말했다.낙용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정말 미안하네. 또 이렇게 신세를 지니… 도대체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정말 이 자리에 앉아있을 면목이 없네.”낙용은 밀려오는 무력감에 가슴이 저렸다.“됐습니다, 식사나 합시다.” 낙청연은 바로 말을 이어갔다.낙운희가 눈밭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떨구는 모습에 낙랑랑은 걱정이 되어 자꾸 후원만 힐끔힐
이 말을 들은 낙용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도 내가 괜히 시비를 걸며 아끼는 여식을 시집보내려 한다고 생각하느냐?”“운희는 고집이 세고 철이 없어 너한테 폐를 끼쳤지만 이는 랑랑이의 혼사때문이 아니다. 운희는 어릴 때부터 저랬다!”낙용은 단단히 오해한 것 같았다. 일부러 낙랑랑의 혼사에 신경 쓰지 말라고 권하는 것으로 말이다!낙청연은 어이없다는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부인이 주신 사주팔자는 모두 적당한 배필이 아닙니다.”낙용은 불만에 가득 찬 어투로 물었다: “그럼 꼭 이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어찌 하겠느냐?!”낙청연은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못 고릅니다.”낙용은 콧방귀를 뀌더니 사주팔자가 적힌 종이를 거두며 말했다: “그럼 저 신산에 폐를 끼치지 않고 다른 신산을 찾아보겠네!”낙운희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낙용 고모를 닮은 거였다며 낙청연은 속으로 감탄했다.낙용의 가려고 하자 낙청연은 고민 끝에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낙 부인, 사실 저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진 세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신산,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시간 되십니까?”낙용은 방문을 열고 나갔다.낙청연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진 세자는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십시오.”“형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벗의 처는 탐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형님이 정녕 송 낭자를 연모한다면 저는…”진 세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낙청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천초는 그저 동생일 뿐입니다.”진 세자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정말입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진 세자는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아버지께 서신을 보내겠습니다!”그리고는 바
낙청연은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천초를 바라보았다: “너와 진 세자의 팔자냐?”송천초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 세자가 가기 전에 주면서 부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이말을 들은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완전히 똑같다, 이런 우연이 있을 리는 없겠지?설마 낙랑랑이 연모하는 사람이… 진 세자?대체 언제부터…“왜 그러십니까? 예의에 맞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마침 이런 걸 볼 줄 아시잖습니까. 미리 인연인지 아닌지 봐보고 적당한 배필이 아니면 헤어지는 게 좋지 않습니까?”낙청연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송천초는 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고래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봐주마.”낙청연은 진지하게 두 사람의 인연을 봤다.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천상배필은 아니지만 팔자는 어울리는구나.”“인연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필경 두 사람이 헤쳐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낙청연은 안색이 무거워졌다.진 세자와 낙랑랑의 팔자도 어울렸다. 심지어 낙랑랑에게는 괘사도 건넸는데, 혹시라도 낙랑랑이 낙용에게 혼담을 꺼내달라고 하면…낙청연이 송천초와 진소한을 갈라놓은 게 아닌가?이 우연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결국엔 운명이다.-다음 날, 장락길 33호는 또 떠들썩했다.그러나 오늘은 시비 때문이 아니었다.요란한 폭죽 소리와 징 소리가 어울려졌고, 사자춤은 길 입구에서부터 낙청연네 가게 앞까지 이어졌다.“와, 엄청 떠들썩하구먼.”그렇게 꽤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낙청연과 송천초도 밖으로 나와 사자춤을 구경했다.“저 공자가 부른 겁니까? 정말 재밌습니다!” 송천초가 기쁜 표정으로 물었다.낙청연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부른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냐?”“대체 누가 부른 것이냐?”점포 앞에서 벌어지는 사자춤은 경이로웠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춤을 추던 사자가 낙청연 앞으로 와 정교한 수구(繡球)를 토해내더니 그녀에게 건넸다.낙청연은 멈칫하더니 손을 뻗어 건네
말을 마친 뒤 옹 관사는 미소 띤 얼굴로 예를 갖추며 말했다.“왕야께서 말씀해주신 방법 덕분에 저 신산의 명성을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줄곧 마음에 걸렸을 겁니다.”부진환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큰일도 아니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른 이들에게 얘기할 필요도 없고.”옹 관사는 웃으며 대꾸했다.“알겠습니다!”왕야는 저 신산에게 이 일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 듯했다.그를 도와주고도 그가 자신이 도와줬다는 사실을 아는 걸 원하지 않는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 없었다.—역시나 다음 날부터 큰 가문의 사람들이 점괘를 보거나 악령을 쫓아내 달라고 그녀를 찾아왔다.저 신산은 수도에서 차차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그건 낙청연에게 있어 좋은 일이었다.매일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그녀는 분주해졌다. 부진환은 가끔 그녀를 찾아와 반나절씩 앉아있었는데 다른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그는 엉덩이를 의자에서 거의 떼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대부분 장사 때문에 바빴고 그로 인해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누군가 기뻐할 때 누군가는 슬퍼하듯, 낙월영은 왕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면사를 젖히고 자신의 입가에 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걸 보면 답답하기만 했고심지어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깨부수기도 했다.“그 저 신산은 사기꾼이라 하지 않았느냐? 왕야는 왜 자꾸 그곳에 가는 것이냐? 그 작은 점포에 앉아있을 시간은 있으면서 날 만날 시간은 없다니?”장미는 물건을 주우면서 그녀를 위로했다.“둘째 아씨, 그 사람은 점괘를 보는 자입니다. 어찌 사내를 질투하십니까? 아씨께서는 왕부에서 오랫동안 지내셨죠. 왕야께서 아씨를 돌려보내지 않은 걸 보면 아씨를 많이 신경 쓰고 계시는 겁니다.”낙청연은 별원에서 이미 썩고 있을지도 모르니 걱정할 게 없었다.낙월영은 동경 속 자신의 모습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았고 입가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물었다.“장미야, 얼굴에 분을 발라서 상처를 가린다면 그래도 조금 나을 것 같지
상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순간, 저낙의 얼굴이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은 분명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눈앞의 여인은 얼굴이 없었다.부진환은 살기를 띤 얼굴로 찻잔을 들어 힘껏 탁자를 내리쳤고 찻잔의 파편이 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왕야!”부진환은 손으로 파편을 꾹 누르고 있었다. 고통은 그를 정신 차리게 했고 별안간 눈앞의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낙월영!그는 순간 노기가 치밀어 힘껏 그녀의 뺨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입가가 터져 피를 흘리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윙윙대면서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곧 금빛 문양이 그려진 신발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정신을 차린 뒤 낙월영은 곧바로 무릎을 꿇은 채로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왕야, 이젠… 저를 사랑하시지 않는 겁니까?”낙월영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그 순간 부진환은 가슴이 아리고 아팠다. 마치 그녀의 뺨을 때리는 것이 아주 잘못된 일인 것처럼 말이다.부진환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시선을 옮겼다. 이럴 리가 없는데?“왕야… 최근 저와 함께하시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그리도 싫으신 겁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왕야께서는 저를 이리 혐오하시는 겁니까? 왕야, 절 용서해주시면 안 됩니까?”그 모습은 너무도 처량해 측은지심이 들 정도였다.부진환은 이를 악물더니 주먹을 꾹 쥐며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너인 줄 몰랐다. 월영아, 넌 이러면 안 된다. 넌 왕부에 있을 명분이 없지 않으냐? 이렇게 자신을 아끼지 않아서는 안 된단 말이다!”그의 말에 낙월영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송구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바닥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섰고 부진환은 낙월영이 떠나자마자 가슴을 부여잡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소유! 소유!”갓 내원에 들어섰던 소유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서방으로 향했고 부진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긴장한 얼굴로
엄평소는 미간을 구겼다.“죽는다는 소리는 불길하니 하지 말거라.”여인은 싱긋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바로 그때 밖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문을 부술 듯이 세게 두드리고 있었다.“내가 가보마.”엄평소는 약을 내려놓고 여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문을 열자 얇고 가녀린 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엄평소는 흠칫 놀라더니 밖을 살펴보고는 그 사람을 방 안으로 데려온 뒤 문을 닫았다.“네가 여긴 웬일이냐? 늦은 밤인데 누가 볼까 두렵지 않은 것이냐?”엄평소는 인상을 쓰면서 눈앞의 사람을 혼냈다.낙월영의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선명했다. 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엄평소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전 하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하지 못하겠단 말입니다. 저한테 그를 유혹하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그는 절대 그렇게 쉽게 넘어올 사람이 아닙니다.”엄평소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그녀의 뺨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난 너더러 진짜 그자와 밤을 보내라고 한 적이 없다. 그에게 약을 먹이고 그의 옷을 벗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너의 정조를 빼앗았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네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다 널 위해서다. 월영아.”낙월영은 점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정말 못하겠습니다. 세 배에 가까운 약을 썼는데도 정신을 차렸습니다. 게다가 제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평소, 저는 섭정왕부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엄평소는 참을성 있게 그녀를 위로했다.“일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물러설 수는 없지. 낙청연은 완전히 짓밟아야 할 것 아니냐? 그는 널 아끼니 오늘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날 믿거라. 월영아, 넌 우리 엄씨 가문을 위해서 많은 희생을 했으니 우리 집안은 절대 널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은 전부 다 줄 수 있다.”엄평소는 부드럽게 그녀를 구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