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안정을 찾은 후 초경이 송천초를 놓고 말했다.“네가 원한다면 여제가 너를 도와 내단의 수위를 흡수하게 할 것이다.”“하지만 네 팔자를 바꾸어 조금 귀찮은 일이 생긴다고 했다. 너에게만 영향을 줄 뿐,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잘 생각해 봐.”송천초가 웃으며 말했다.“이미 생각했습니다.”“대신 주변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평생 마음을 얻을 수 있으니 감당할 것입니다.”“영원히 당신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그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를 상대할 때의 검도 되지 않았다.“좋다.”초경은 가슴이 벅차올라 감격하며 그녀를 꼭 안았다.그리고 송천초와 초경은 다시 궁으로 들어가 낙요를 만났다.그의 짐이 되지 않고 상황에 놀라지도 않고 송천초의 선택을 기뻐했다.한가해진 후 송천초가 낙요의 도움으로 내단을 흡수했다.가장 조용하고 안전한 통천탑에서 진행하기로 했다.초경은 비밀리에 지키고 있었다.평범한 사람이 수천 년이 된 내단을 흡수하려는 것도 시간이 걸렸다.게다가 조심하지 않으면 다시 당할 수도 있다.낙요는 매일 송천초를 보러 가 내단 흡수를 도왔다.청주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청주는 대승을 거두었다.동하국은 멸망했고, 남은 백여 명의 사람들은 도성으로 압송되었다.부진환과 제사장족 제자들은 대진을 회복하기 위해 한 달이 걸려야 올 수 있었다.강여가 먼저 도성으로 돌아왔다.강여가 돌아오자, 조정 신하들은 다들 성문으로 가서 공손하고 성실한 태도로 그녀를 맞이했다.더 이상 공주를 비난할 사람이 없었다.그저 존경일 뿐이다.현학서원 학생들도 함께 돌아와 마차에 앉아 밖에서 격하게 반기는 백성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의 가족들도 모두 축하하러 왔다.온통 웃음소리로 가득했다.소진오는 흐뭇하게 소우청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다.“자식, 다치지 않았느냐?”“작은 상처일 뿐 이미 나았습니다. 아버지 이번에 소씨 집안을 창피하게 하지 않았습니다!”소진오는 뿌듯한 듯 소우청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금 하신 말, 진심이길 바랍니다.”“저희 부모님께 미안한 짓을 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그 말을 듣고 심부인의 안색이 조금 바뀌었다.“아면아, 그게 무슨 뜻이냐? 난 매일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했다.”“진심입니까?”심면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긋 보고 웃었다.“그럼 제가 오해했나 봅니다.”“정말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억지로 연기할 필요 없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말을 마치고 심면은 차갑게 발걸음을 옮겼다.심시몽은 화가 나서 옷소매를 꽉 쥐었다.“언니, 왜...”심면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마차로 돌아와 대오를 따라 떠났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강소풍과 임계천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강소풍이 앞으로 걸어가 심시몽을 위로하려 했지만, 임계천이 그를 말렸다.“궁으로 들어가야 복명해야 하오. 중요한 일이오.”강소풍은 어쩔 수 없이 대오를 따라 궁으로 돌아갔다.-조정은 매우 떠들썩했다.강여는 대전에서 이번 작전의 상황을 보고했다.최소한의 대가로 동하국의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공이 있다고 적힌 사람을 모두 낙요에게 알려주었다.낙요는 힐긋 훑어보고 책자에 적힌 두 사람을 알아차렸다.“기산쌍살은 심면을 뒤쫓던 자객이냐?”“예! 하지만 청주군이 중독되었을 때 해독약을 만들어내 형세를 반전시켰고 동하국 공주를 잡을 기회를 주었습니다. 공을 세워 속죄한 셈입니다!”낙요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부진환의 편지로 이 일을 알고 있었다.“그럼, 공으로 죄를 없애마.”“도성으로 왔느냐?”강여가 답했다.“왔습니다. 다만 아직 궁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그래. 그들을 데리고 나를 찾으러 오거라.”“예!”이어 낙요가 입을 열었다.“이 책자에 있는 사람들은 공에 따라 상을 내릴 것이다.”“현학서원의 학생들은 3일 동안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재회하거라.”현학서원 제자들은 보상받고 다들 아주 기뻤다.궁을 나설 때, 심면은 바로 어의원에서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이 일을 할아버지께 알려주니
심부인은 거리에서 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고 있었다.채소를 파는 아주머니가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심부인이 직접 장을 보다니, 집안에 경사가 있나 봅니다.”심부인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면이 청주 전쟁에서 공을 세워 저녁에 축하하려 하네. 직접 장을 봐야 신선한 것을 고르지 않겠나?”“정말 축하드립니다. 집안에 대단한 인재가 있습니다.”“고맙네.”심부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바구니를 들고 떠났다.그녀는 한 바퀴 돌아 황궁 대문 밖 멀지 않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현학서원 학생들이 다들 궁으로 나왔지만, 심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여제가 심면을 남긴 것일까?만약 그렇다면 무슨 얘기를 나누는 것일까?심부인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구니를 꽉 움켜쥐었다.몸을 돌려 떠나려는 그때, 마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바람이 마차 가림막을 불어, 그녀는 마침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마음을 졸였다.운서 공주와...기산쌍살이었다!마차는 이내 궁으로 들어섰고 심부인은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들이 도성에 왔다.왜 궁으로 들어가는 것일까?심부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히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조심하지 않아 마당에 있는 심시몽과 부딪쳤다.심시몽은 아픈 팔을 움켜쥐고 물었다.“어머니. 왜 그러십니까?”심부인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어머니!”심시몽이 여러 번 불렀지만,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한 시진쯤 지나고 나서야 심면은 집으로 돌아왔다.심부인은 그 말을 듣고 진수성찬을 준비하고 심면에게 식사를 권했다.“아면아. 네가 저녁이 돼서야 돌아올 줄 알았다. 급한 대로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했다.”하지만 심면의 태도는 쌀쌀맞았다.“배고프지 않으니, 먼저 드십시오.”“아면아. 왜 기분이 나빠 보이는 것이냐? 공을 세웠으니 축하할 일 아니냐?”심부인이 웃으며 그녀를 떠보았다.심면은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
심부인은 심지어 눈시울을 붉히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부인이 울먹이며 말했다.“나는 아직도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서 집안을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어찌 젊은 나이에...”“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구나.”심면은 가식적인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역겨움을 느꼈다.하지만 파살문 사람도 죽은 상황이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흉터가 있는 남자도 고용주의 진정한 모습을 본 적 없기에 증언을 할 수 없었다.심면은 시간을 들여 심부인을 조사해야 한다.충분한 증거를 찾아야만 부모님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그만하시고 별일 없으면 나가주십시오.”심면은 못내 짜증이 났다. 원수가 자기 앞에서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었다.“아면아, 슬퍼하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몸을 잘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 일단 밥부터 먹거라.”“네 여동생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심부인이 계속 심면을 설득했고 심면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심면이 내키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서 나가십시오. 혼자 있고 싶습니다.”“아면아...”“나가십시오!”심면이 화를 버럭 냈다.심부인은 깜짝 놀란 채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그녀는 방문을 나서자마자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마당에 있던 하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심부인께서 아가씨한테 괴롭힘을 당했다고 추측했다.심면은 하인들의 수군거림을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녀는 증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자객을 시켜 사람을 죽이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집안의 장부를 조사한다면, 아마도 단서가 있을 수 있다.심면은 생각을 마치고 바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때, 심부인이 심시몽을 붙잡고 다시 돌아왔다.끌려가는 심시몽이 아프다고 소리쳤지만, 심부인은 개의치 않고 계속 그녀를 끌고 마당으로 왔다.“무릎을 꿇거라!”심부인이 심시몽을 눌러 앉혀 무릎을 꿇게 했다.심시몽은 놀란 나머지 조금 두려웠고 저도 몰래 눈시울을 붉
심시몽은 세게 맞고 하마터면 반쯤 목숨을 잃을 뻔했다.심시몽의 얼굴은 창백했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파서 떨리는 몸을 이끌고 무릎을 꿇은 채 심면을 향해 절을 하며 사과했다.“언니, 송구합니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제발 살려주십시오!”심시몽은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정도로 시선이 흐릿해졌다.심면은 손을 꽉 움켜쥐고 심부인을 바라보았다.“친딸에게도 어찌 이렇게 독하단 말입니까?”심부인이 눈시울을 붉히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내가 딸을 잘못 가르쳤구나. 다 내 탓이다.”“불만이 있으면 얼마든지 화를 내렴! 시몽이를 때려죽인다고 해도 난 할 말 없다!”“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면, 나까지 때려죽여도 된다!”심부인은 말을 마치고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심면에게 건넸다.구경하던 하인들이 다들 큰 아가씨인 심면이 독하고 매정하다 혀를 끌끌 찼다. 그저 밥을 먼저 먹었을 뿐인데, 두 모녀를 이 지경으로 괴롭히냐며 탄식했다.게다가 가냘픈 심시몽의 몸에 상처가 가득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이 모습에 심면이 아랑곳하지 않는다니, 정말 매정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심부인은 심시몽이 먼저 밥을 먹었다고 이런 짓을 꾸민 것이 아니다. 그저 심면의 부모님을 죽인 죄를 덮으려 스스로를 괴롭히는 계략일 뿐이다.심면은 그녀의 생각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심면은 용서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말할 생각도 없었다.“심시몽을 끌고 와서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심시몽을 혼내라 강요한 적도 없고 심시몽을 탓한 적도 없습니다. 대체 왜 심시몽을 이렇게 때린 것입니까?”“누가 보면 제가 두 분을 이 지경까지 괴롭힌 줄로 알 것입니다.”“보아하니 미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나 봅니다.”“의원을 먼저 부를까요? 아니면 관아에 먼저 고할까요?”“저는 어른과 동생을 괴롭혔다는 죄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심부인은 심시몽의 목숨으로 그녀를 위협해 부모님의 일을 추궁하지 않게 하려고 했다
“큰 아가씨가 제때 저를 불러와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둘째 아가씨는 정말 맞아 죽었을 것입니다.”의원이 심시몽의 상처를 확인하고 약을 처방했다.정신을 차린 심시몽은 방안에서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심면은 하인을 시켜 심시몽에게 약을 제때 바르라고 분부한 후 방에서 나와 집안사람들을 불러 모았다.“할아버지께서는 어의원에서 몸조리 중이라 돌아올 수 없다. 그리고 부인께서 갑자기 실성하셔서 의원이 일을 그만두고 조용히 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오늘부터 부인이 방문을 나서지 못하도록 번갈아 문 앞을 지키거라.”“보름 동안 서원을 못 갈 것 같다고 청을 올릴 테니, 당분간 심부의 일들은 모두 내가 맡을 것이다.”“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보고하거라.”“다들 알겠느냐?”심면의 태도는 침착하고 기세등등했다.다들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예!”예전 같았다면 다들 심면이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돌아온 심면은 침착함과 위엄을 뿜어내고 있어 아무도 의혹을 제기하지 못했다.말을 끝내고 심면은 다시 심부인의 방으로 향했다.심부인은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아면아, 어찌 나를 가두는 것이냐? 나는 미치지 않았다!”심면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의원께서 실성하셨다고 했습니다. 실성한 사람이 어찌 스스로 실성했다고 하겠습니까?”“당분간 몸조리를 잘하십시오. 집안일은 제가 맡겠습니다.”“어서 창고 열쇠와 장부를 제게 주십시오.”심면은 사실 당당하게 장부를 조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침 심부인이 이 기회를 주었다.그녀가 의원을 시켜 심부인이 실성했다고 말하게 했다.마침 심부인이 오늘 평소와 달리 딸을 그렇게 때렸으니, 실성했다고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심면은 이 기회를 빌려 당당하게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고 정정당당하게 장부와 증거를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심부인은 깜짝 놀라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아면아, 지금 나를... 내쫓으
서월과 엽순은 못내 떨려와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잠시 망설이다가 서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희가 추측하건대 심면의 둘째 숙모인... 서은서 같습니다.”“이 일을 맡기 전, 저희는 심면을 조사한 적 있습니다. 심면의 부모님도 저희가 암살했기에 그녀의 집안 사정을 그나마 잘 알고 있었습니다.”“심면의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고 심면의 부모님까지 돌아가시면 심가의 재산은 심면과 심시몽의 몫입니다. 거금을 들여 심면을 죽이고 가장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서은서입니다.”“다만 이것도 저희의 추측일 뿐 증거가 없습니다.”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서월은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제가 이렇게 물으니, 그녀도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낙요의 눈빛은 조금 차가웠다.“알겠다.”“부 태사가 너희에게 약속한 것은 내가 줄 것이다.”“서월의 독술 실력이 꽤 뛰어나니, 도성에 남아 어의원을 위해 독을 만들고 해독약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 새로운 독을 연구하고 만들려 해도 괜찮다. 어의원에 해독약만 따로 놓으면 된다.”“다달이 봉록을 받을 수 있고 풀 수 없는 독을 알아냈을 때 네가 만약 해독할 수 있다면 따로 상을 내릴 것이다.”“귀한 약재들도 청을 올려 허락을 맡으면 사용할 수 있다.”“도성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해치지 않으면, 궁의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다.”“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 약재를 살 돈도 있고 게다가 중요한 건 안전이 아니냐?”“받아들일 것이냐?”기산쌍살 같은 인재를 놓아주면 그녀의 손실이다.게다가 앞으로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장사를 계속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도성에 남겨 두는 것이 그녀에게도 쓸모가 있다.서월과 엽순은 살짝 놀라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눈빛을 주고받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이렇게 좋은 일을 거절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것이다.“그래. 사람을 시켜 도성의 한적한 곳에 자택을 마련하라 명하겠다. 필요한 약재들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 줄 것이다.”두 사람은 공손히 예를 올렸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