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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내 체면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 그렇게 내 체면을 구겼으면서 아직도 부족한 것이냐?”

원망스러운 어조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낙청연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익숙했고 이미 습관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낙청연은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마치 진짜 낙청연이 되어 그녀의 모든 감정과 아픔을 겪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픔은 잠시뿐이었다.

낙해평에게 있어 낙청연은 자신의 체면을 구기게 하는 존재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딸이라면 그녀도 미련을 둘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낙해평은 원래도 홀로 고독하게 살 관상이었고 자녀의 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낙해평이 떠나고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낙청연은 위엄과 기개가 넘쳐흐르는 태부부로 시선을 돌렸다.

낙청연의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녀는 반드시 생신 잔치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태부부의 상공을 바라봤다. 확실히 음기가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고 보아낼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우선은 태부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볼 셈이었다.

“등 어멈, 최근 태부부에 어떤 이상한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거라.”

“알겠습니다.”

등 어멈이 떠나고 난 뒤 낙청연은 소매 안에서 나침반을 꺼내 앞으로 걸었다.

태부부의 뒷문 쪽에 도착해보니 하인들이 검은색의 나무 상자를 들고 뒷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상자는 부적으로 봉인되어 있었고 부적 아래에는 영원당(靈元堂)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 그곳은 장례식을 도와주는 점포였다.

뒤이어 낙용이 뒷문 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물건은 다 준비됐겠지?”

“준비 마쳤습니다, 부인!”

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희는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것이냐? 얼른 사람을 보내 데려오너라!”

“알겠사옵니다.”

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침반의 움직임을 느끼며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짐작했다.

음기가 아주 강한 물건이었다.

낙청연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고 길가의 찻집에 앉아서 등 어멈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 어멈이 돌아왔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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