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당.”영원당은 장례식을 돕는 점포가 들어선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집안의 사람이거나 큰 집안의 종복이었다.낙청연은 자신의 옷차림이 비교적 눈에 띈다고 생각해 등 어멈과 함께 무명옷으로 갈아입고 얼굴을 면사포로 가린 채 그곳으로 향했다.그들은 대량의 종이 인형들이 쌓여있는 점포로 들어갔다.구석 쪽에는 종이 인형 뒤로 빨간색의 나무 의자가 흔들거리면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누군가 그 위에 누워있었다.뒤이어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님께서는 쉬고 가시렵니까? 아니면 점포에 하룻밤 묵고 가시렵니까?”그 말에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쉬다니 뭘…”등 어멈도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들이 찾은 곳은 객사가 아니었다.낙청연은 등 어멈의 팔을 잡으면서 미소 띤 얼굴로 붉은 의자에 앉은 사람을 향해 말했다.“농담이 과하십니다. 이 점포에 묵는다고 하면 관에서 잠을 자겠습니까?”흔들리던 붉은 의자가 돌연 멈췄고 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했다.밖에서 바람이 불어와 점포 안의 종이 인형들이 소리를 냈는데 마치 음산한 웃음소리처럼 들렸다.등 어멈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오싹했다.그곳은 아주 으스스한 곳이었다.“주인장?”낙청연은 다시 한번 불렀고 그러자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은 마치 금방 깨어난 사람처럼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죄송합니다. 잠이 들었군요. 오래 기다리지는 않으셨겠죠?”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 눈앞의 주인장을 보니 온몸에 검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주인장, 저는 태부부의 사람입니다. 오늘 여기서 가져간 물건이 있는데 부인께서 수량이 맞지 않는다고 저더러 주인장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하셨습니다.”낙청연의 말에 주인장은 미간을 찌푸렸다.“수량이 맞지 않는다니요? 그럴 리가요. 모두 제가 직접 넣은 것입니다.”그 말과 함께 주인장은 장부를 꺼내 뒤져봤고 자세히 살펴보면서 중얼거렸다.“수량은 정확한데…”낙청연은 재빨리 그 장부를 곁눈질했고 초혼번(招魂幡)이라는 글자를
등 어멈이 종이 인형 앞에 서기도 전에 누군가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 위에 쌓여있던 종이 인형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등 어멈은 깜짝 놀랐다.그리고 그 사람이 낙청연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등 어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왕비 마마, 괜찮으십니까?”낙청연은 손뼉을 치더니 옷매무새를 정리했다.“내가 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느냐?”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주인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등 어멈과 함께 힘들게 그를 꺼냈다.주인장은 혼절한 상태였는데 이마에는 붉게 부어오른 흔적과 그 위에 남겨진 각종 부문이 보였다.그것은 천명 나침반이 남긴 흔적이었다.낙청연은 계산대로 가서 그의 장부를 뒤적이면서 세세히 내용을 살폈다.초혼번, 인혼등(引魂燈), 제혈반(祭血盤), 생진부(生辰符)…수량이 적지 않았다.이 물건들은 혼을 불러들이는 데 쓰이는 것이었다.태부부에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으니, 어쩌면 그들이 혼을 부른 걸지도 몰랐다.사악한 것을 물리치려 한 것이라면 이런 것들을 써서는 절대 안 됐다.바로 그때, 주인장은 정신을 차렸고 얼굴이 창백해서는 아직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종이 인형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조금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이렇게 많은 초혼번이라니, 미쳤느냐? 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당하게 될 것이다.”낙청연은 장부를 덮으면서 고개를 돌려 주인장을 바라봤다.주인장은 깜짝 놀라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낙청연을 바라봤다.“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네가 건드린 그것은 내가 해결해줬다. 그러니 태부부의 일에 관해 솔직히 얘기해보거라.”낙청연은 평온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주인장은 미간을 잔뜩 좁힌 채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저는 그저 돈을 받고 일하는 것뿐입니다. 혼을 불러들이는 것은 그들이 원한 일이지요. 이 일을 밖에 알리지 않는 걸 조건으로 거액의 은자를 받았는데…”’하지만 오늘 그는 큰일 날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일찍 잃은 아들이 보고 싶은 거라면 왜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혼을 불러들이려는 것일까?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주인장도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았고 그저 물건을 마련하고 돈을 받는 것만 책임지고 있었다. 금전을 탐해서 이처럼 무모한 짓을 벌이다가 화를 자초한 것이었다.그는 낙청연이 자신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 것이 고마워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은자 오백 냥을 건넸다.낙청연은 돈을 받는 순간 어쩌면 진짜 이 재주로 먹고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섭정왕부에서 매일 고생하고 화나는 일들을 당하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나을지도 몰랐다.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태부부의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태부부는 명성이 자자했으니, 태부부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른 큰 집안에서도 자신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그녀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할지도 몰랐다. 이참에 명성을 얻어 이 재주로 돈을 제대로 벌어볼 셈이었다.영원당에서 나온 낙청연은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등 어멈이 물었다.“왕비 마마, 태부부의 일을 어떻게 해결하실지 생각해보셨습니까?”낙청연은 깊이 고민하면서 중얼거리며 대꾸했다.“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낙태부의 바람을 이뤄줘야 하는데…”그들은 귀신을 내쫓는 게 아니라 영혼을 불러들이려 했고, 그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그리고 그녀도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불러들일 수는 없었다.“등 어멈, 등 어멈은 섭정왕부에서 오래 지냈을 텐데 낙태부가 일찍이 아들을 잃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등 어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들어본 적 있습니다. 당시 낙태부의 집안에 큰불이 일었는데 부인과 아들을 잃고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까지 전부 잃었다고 하더군요. 낙태부께서는 그 일이 가장 큰 유감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부인과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더군요. 그래서 2년 전 유명한 화공을 불러 낙태부의 마음속에 있는 부인과 아들의 모습을 그리
등 어멈은 따라오면서 안색이 확 달라졌다. “왕비, 운희 낭자가 설마……”낙청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청루 후원에 쳐들어갔다. “어서 사람을 찾아!”후원 방안에서.낙운희는 보따리를 메고 남자의 팔을 잡고 말했다. “저를 데리고 떠나주십시오! 우리 가족들은 전부 미쳤습니다, 저를 데리고 떠나지 않으면 저는 죽을 겁니다!”서송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내가 만약 너를 데리고 떠나면, 이것은……바로 사분(私奔)이다!”“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원 오라버니, 저랑 함께 있고 싶지 않으십니까? 저도 원하는데 뭘 더 생각하십니까?’ 낙운희는 살짝 화가 났다.서송원은 이마를 찌푸리고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그래, 우리 떠나자 꾸나!”두 사람은 문을 열더니, 보따리를 메고 손을 잡더니 밖으로 도망갔다.낙청연과 등 어멈이 정원에 들어서자, 때마침 웬 낯선 남자가 낙운희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네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낙운희의 안색은 확 달라졌다.낙청연은 손을 들더니 바로 그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녀의 손을 놓지 못하느냐!”서송원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낙운희의 가족이 찾아온 줄 알고 감히 반격을 하지 못했다. 그는 낙청연의 손바닥에 뒤로 밀려났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낙운희의 손을 잡고 바로 밖으로 도망갔다.그들은 골목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줄곧 달렸다. 낙운희는 빈번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곤 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욕을 퍼부었다: “낙청연, 너 제정신인 거냐!”“웬 간섭 질이냐! 내 앞에서 꺼지지 못하느냐!”낙운희는 화가 나서 낙청연을 밀어 버렸다. 낙청은 한 발 뒤로 밀려나더니 말했다: “네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구나, 나 방금 너를 구해 준 것이야!”“누구 구해달라고 했냐! 그 남자랑 원래 아는 사이였어! 너 이게 무슨 소란을 피우는 게야!”낙운희의 도피계획이 실패하자, 그녀는 낙청연에게 분풀이하는 것이었다.이때, 그 남자도 급히 쫓아와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지금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냐? 낙청연,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거라!” 그녀는 낙청연이 어찌 알고 청루로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낙청연을 만난 것은 참으로 재수 없는 일이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태부부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눈치챈 낙운희는 또다시 죽을힘을 다해 발악하고 있었다. “이거 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분노하여 질책했다: “멀쩡한 대갓집 규수(大家閨秀)가 집을 놔두고 어찌 외간 남자랑 도망을 가려고 한단 말이냐? 넌 체면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냐?!”낙운희는 즉시 반박했다: “원 오라버니는 외간 남자가 아니란 말이다! 그는 강호에서 유명한 협객이다! 낙청연, 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거라!”“또한, 체면? 체면을 말하면 누가 감히 너랑 비교가 되겠느냐? 그럼 네가 대신 혼인을 치른 것도 아주 체면이 서는 일이란 말이냐?”낙운희의 어투는 날카로웠다.하지만 낙청연에게는 일상이 되었다.그녀는 낙운희의 손을 놓지 않았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네가 어떻게 말하든 나는 상관없다. 하지만 오늘 반드시 너를 집으로 데려 갈 것이다! 서송원이란 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너!” 낙운희는 집으로 간다는 말에 더욱 저항하였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서 발악하고 있었다.결국 낙청연과 등 어멈 두 사람이 그녀를 억지로 부축하여 데려갔다.사분 같은 이런 일은 명성을 순식간에 잃게 하므로 낙청연은 후문으로 들어갔다.먼저 단독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주는 하인에게 낙부인을 만나 뵙겠다는 청을 드렸다.잠깐 후, 낙용(洛榕)이 나왔다.낙용은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혀서 일개 여류라고는 하지만 기세가 압도적이다.“부인.” 낙청연은 몸을 살짝 기울여 예를 행했다.낙용은 그녀를 훑어보더니 눈썹을 찡그리더니 말했다: “낙청연?”“예, 부인께서 저를 알아보시다니요.” 낙청연은 온하하게 웃었다.하지만 낙용의 태도는 아주 차가웠다: “네 아버지가 보냈느냐? 어허, 너를 보내서 무슨 소용
“그것들은 당신들이 보고 싶은 사람을 불러오지 못합니다. 단지 무궁무진한 고통을 가져다주고, 심지어 재앙까지 불러옵니다.”이 말을 듣던 그 순간, 낙용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낙용은 제자리에 한창 멈춰 있더니 몸을 돌렸다.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우리 집 일을 캐고 다니는 거냐? 허허, 내가 너의 수단을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그렇게나 은밀한 일을, 태부부에도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데 낙청연이 어찌 알고 있는 걸까!과연, 대신 혼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수단도 보통이 아니다!뚱뚱하고 건장하며 멍청해 보이는 외모 뒤에 숨은 마음은, 매우 영리했다.낙청연은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기를 띠더니 말했다: “제가 좀 알아봤습니다만, 악의는 없습니다.”“낙부인, 혹시 그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만나고자 하는 분은 이미 돌아가신지 수십년이 되었는데 만약 그분의 몸에 업보가 없으시다면 벌써 윤회하여 환생했을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낙청연의 질문에 낙용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에는 슬며시 파도가 일어났고 몹시 놀랐다.그렇다, 몇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벌써 윤회하여 환생하였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애타게 혼을 부르고 있었다, 무엇을 불러올 수 있겠는가?“낙부인, 이 일이 아니어도, 낙운희에 대해서 한마디하고 싶습니다. 낙부인께서는 제가 오늘 그녀를 어디서 찾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낙용의 눈동자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매서운 눈빛은 낙쳥연의 속셈을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시종일관 얼굴에 우호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낙용은 도저히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이곳에서 섭정왕부까지 가려면 거리를 세 개나 지나야 하는데, 당당한 태부부가 손님을 대하는 도리는 설마 저를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아니시겠지요?”낙청연의 기어코 남고자 하
낙청연은 침착하게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촛불을 찾아 방안을 환하게 밝혔다.큰 정원에는 한 줄기의 불빛밖에 없었다.어두움 속에서 타오르는 한 줄기의 불빛은, 마치 어두운 밤에 존재하는 그것들에게 목표를 찾아준 것 같았다.낙청연은 문을 닫지 않고 이불을 정리하고 바로 누웠다.그녀가 이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침반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음살 원기가 아주 심한 것이다.밖에서 갑자기 이유 없이 바람이 불더니, 정원의 나무 잎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걸걸걸” 공포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갑자기 한 가닥의 힘이 일진광풍을 말아 방문에 부딪쳤다.낙청연 수중의 나침반은 조용히 돌고 있었으며, 그 바람은 방문을 세게 부딪치더니 튕겨 나갔다.그러더니 바람으로 변하여 흩어졌다.방문은 삐거덕삐거덕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하지만, 그녀의 이 작은 객방은 무사했다.밖의 음살기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일말의 살기도 그녀의 방으로 몰려들지 못했다.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 힘들은 그녀의 방 주위에 모여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낙청연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으며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이 음산한 기운과 움직이는 소리로 때문에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태부부에 하인이 적은 이유를 그녀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큰 태부부는 마치 음택(陰宅)같았다. 그러니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대단할 따름이다!-대략 반 시진이 지났다.줄곧 그녀의 방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음살 기운이 갑자기 흩어졌다.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졌다!바깥은 원래의 조용하던 모습을 찾았다.그녀는 의심스러워서 방문을 나갔다. 고요한 밤에 바람 한 점 없었다.사라진 건가?그녀는 정원을 나와 나침반을 한 번 보고, 또 밤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 살기들이 모두 동남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큰일 났다!그녀는 미간은 흔들리더니 신속하게 달려갔다.-구석진 정원에
낙용은 당연히 나가지 않으려 했다. 낙청연은 신속하게 낙운희를 누르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그녀의 이마에 부적 한 줄을 그렸다. 주위의 살기는 조금 흩어지는 듯했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낙운희의 손각락을 목으로부터 떼어냈다.목에 생긴 새까만 손바닥 자국은 섬뜩했고 사람을 경악시켰다.낙용은 수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종래로 두려워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란 나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딸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찢어지듯이 아팠다.하지만 낙청연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아주 차분했다. 주위의 살기를 몰아낸 후 그녀는 신속하게 부적 하나를 꺼내더니 태워서 물에 섞어 낙운희에게 먹였다.하얀 거품을 토하고 눈을 희번덕거리던 증상은 그제야 차차 사라졌다.그녀는 점점 평온해지더니 바닥에 누워있었다.“어서, 방으로 데려가 주십시오!”낙용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급히 사람을 불러 낙운희를 방으로 데려갔다.낙용도 나가려던 찰나, 머뭇거리더니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는!”낙청연은 향안 제단을 한 발로 차버리더니 말했다: “금방 따라 갈테니 먼저 가십시오!”이 시각도 거센 바람은 멈출 줄 몰랐다. 분명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이었는데 지금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둠으로 물들었다.낙용이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이 모든 것은 너무나 괴이했기 때문이다!그녀는 황급히 떠날수 밖에 없었다.낙청연이 향안을 걷어차자 귀가에 갑자기 수많은 처량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똑똑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귀에 마비가 왔다.그녀는 초혼번을 뽑았다. 그 순간, 거센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그녀를 날려버렸다.그녀는 바닥에 세게 넘어지고 말았다. 낙청연의 미간에는 난폭한 기운이 몰려왔다.“주제를 모르는구나!”그녀는 신속하게 초혼번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범위내에서 진법을 세우고 즉시 큰불로 초혼번을 깨끗이 태워버렸다. 귀가에 들리는 소리는 더욱 처량하고 날카로워졌으며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초혼번은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