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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차설아는 뒤돌아서자마자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의 눈빛에는 싸늘함이 되살아나 있었다.

분명 따뜻한 섬이었는데도 남극 깊숙한 곳의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공기가 꽁꽁 얼어붙은 듯했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는데도 칼날의 그림자가 그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망했다.

배경윤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고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기괴한 분위기는 공포 영화와 비슷해서 그녀는 둘 사이에 끼어 쪼그리고 앉아있기도 어렵고 아예 바다에 뛰어들까 싶었다.

"그 오해 안 했으면 좋겠어, 우리 두 사람 대화가 가끔 도를 넘을 때도 있는데 진심이 아니야. 게다가, 음 그리고...”

배경윤은 거센 압력에 무릎을 꿇고 차설아를 위해 머리를 싸맸다.

비록 그녀는 이 두 사람의 재결합에 찬성하지 않지만 두 사람이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대화로 인해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누가 진심이 아니래, 내가 입 밖에 내면 다 진심이야.”

차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성도윤을 바라보며 그의 냉혹함에 조금도 긴장하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

"누구나 영원을 기약하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그저 호르몬의 장난 같은 거 아니야? 어차피 결국엔 무뎌질 텐데... 가식적인 약속을 할 바엔 그냥 법칙을 따르는 게...”

"정말 이성적이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로봇이랑 사랑하는 줄 알겠어.”

성도윤이 싸늘하게 웃자 그 웃음은 칼날처럼 섬뜩했다.

그 또한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통제 불능자가 되어버렸다.

차설아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때문에 통제 불능이 되고 심지어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성적인 모습만 보여도 충분히 그를 통제 불능이 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설아는 그런 성도윤의 반응에 개의치 않았고 계속 무표정하게 말했다.

"날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마, 로봇은 항상 진실하고 한결같을 거지만 난 장담할 수 없어.”

"지금 당신 말을 들어보니 당신은 이미 날 떠날 준비가 돼 있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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