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74화

작가: 배시아
원이와 달이는 두 눈을 깜박거리며 순진하고 무고한 모습으로 미스터 Q의 편을 들어주었다.

“엄마, 분명 저희 아저씨를 오해했어요. 아저씨는 경수 아빠 외 달이가 본 제일 다정하고 착한 남자예요! 그런데 어떻게 나쁜 사람일 수 있어요?”

“달이 말이 맞아요!”

원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기 턱을 만지며 진지하고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Q아저씨는 제가 여러 번 시험한 후에야 엄마에게 소개해 드렸는걸요. 남편감으로 말이에요. 달이 안목을 믿기 어려우시면 제 IQ를 믿어주세요.”

“어...그게...”

설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다른 건 몰라도 원이 IQ는 확실히 높았다. 그 아이가 낸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IQ가 더 높지 않으면 정말 좋은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이 남자는 전혀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러니 매우 뛰어난 지능으로 두 아이의 환심을 샀을 가능성이 컸다.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여기 이 문만 열면 엄마가 왜 이러는지 알게 될 거야.”

쓸데없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싶지 않은 설아는 사실로 설명하려 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는 다리를 쭉 뻗었다. 온몸의 힘을 다해 문을 찼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했다.

“원아, 달아. 저기 일 미터 뒤로 물러서. 이 나쁜 놈이 어느 정도로 변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 뒤에 아마 끔찍한 게 있을 수도 있어. 너희들에게 트라우마라도 남겨주면 안 되니까 얼른 뒤로 물러서.”

두 아이는 설아의 말에 조금 두려워졌다. 그들은 얼른 미스터 Q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문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색한 것은 한참을 찼음에도 문은 꿈쩍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설아만 지친 숨을 헐떡거렸다.

이런 작은 나무문을 그녀의 힘으로 밀치지 못한다는 게 이상했다.

“힘들어요? 쉬었다가 할래요?”

미스터 Q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마치 자신과는 연관이 없는 듯 설아의 안부를 물었다.

“허위적인 관심 필요 없어요. 내가 이 문 반드시 열어버릴 거예요!”

설아는 땀을 쓱쓱 닦고는 계속 힘을 주었다.

이때 미스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675화

    설아는 재혁의 말을 들은 후,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여겼다.그녀는 재빨리 두 아이를 자신의 앞으로 데려오고는 그들의 눈을 손으로 막아주면서 경고했다.“먼저 눈 감고 있어. 엄마가 안에 상황이 어떤지 확인한 다음에 다시 눈 떠.”동시에 미스터 Q에게 말했다.“문 열지 않아도 돼요. 난 당신이 한 변태 짓에 관심 없어요. 그냥 내 아이 앞에서 나쁜 놈이라고 인정만 해주면 돼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애들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설아는 깊이 생각했다. 이 변태가 자신의 범죄를 들킨 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게 두려워 아이를 먼저 보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시 때를 노려 이 안에 갇힌 사람도 구할 것이다.미스터 Q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고 다시 재혁에게 명령했다.“문 열라고 했다. 못 들었나?”“그게...”재혁은 비록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미스터 Q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평소 갖고 다니던 열쇠로 문을 열었다.“조심해!”설아는 두 아이를 꼭 끌어안고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방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이때 재혁이 입을 열었다.“숨지 말고 얼른 나와요. 계속 나오겠다고 소리 질렀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나와 차설아 씨에게 똑똑히 보여줘요. 저희 보스가 어느 정도로 ‘나쁜’ 지 말이에요.”방안이 꽤 어두운지라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저 아무 기척도 없었다.미스터 Q가 차가운 목소리로 협박하듯 말했다.“나와요!”이때 어떤 여자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녀는 소박한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얼굴은 수척하게 야위었는데 눈언저리는 해골처럼 깊게 들어갔다.하지만 이 모습은 설아가 상상한 것보다 괜찮았다.“당... 당신은?”설아는 이 여자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가고 싶다면 지금 가도 돼요. 하지만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울면서 우리더러 살려달라고 하지만 마요!”재혁은 그 여자를 노려보았는데 마치 딱하게 여기기는 하지만 또 이 모습에 화를 내는 것 같았다.“어어! 생각났어요.

  • 선 이혼, 후 집착   제676화

    “그건...”여자는 말하다가 말았는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듯했다.“사정이 있으면 직접 말해요. 어떤 결과든 내가 감당해 줄게요. 만약 계속 이 나쁜 인간 감싸려 한다면 나도 이젠 더는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설아는 조금 화 난 표정을 지었다. 가여운 사람에겐 반드시 고약한 점이 있는 법이다.그들이 나약하므로 나쁜 사람들이 멋대로 날뛴다. 못된 짓을 저질러도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여길 테니까.“아니요, 아가씨께서 오해한 것 같아요. 전 나쁜 사람을 감싸려는 게 아니라...”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용기를 내어 말했다.“좋은 분을 오해하시는 것 같아서 알려드릴게요. 사실 전 싱글 맘이에요.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어렵게 생활하다가 밥 한 끼도 먹기 어려운 지경이 됐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클럽에서 일했는데, 너무 혼란한 와중에 실수로 약을 먹게 됐어요.”“어느 한번, 손님에게 희롱당할 때 미스터 Q님과 재혁 님께서 절 구해주셨어요. 그리고 저에게 일자리도 마련해 주셔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요, 전 이미 인이 박였거든요. 번 돈은 아들을 키우는 데 쓰지 않고 그걸 사는 바람에 늘 부족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정신이 어떻게 돼서 여기 보물을 훔쳐 팔다가 아가씬데 걸린 거고요...”“그건 알아요. 나중에 벌 받지 않았어요? 그것 때문에 여기 갇힌 거예요?”설아는 이 여자의 말을 듣자 놀람을 금치 못했다.정말 가여운 여자였다. 혼자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약에 인이 박이다니...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아니요!”여자는 단칼에 부정했다.“미스터 Q님께선 제가 정말 벌 받는다면 제 아들이 혼자 남을 걸 배려해 주셔서 절 풀어주셨어요. 선심을 베푸신 거죠. 그리고 여기 갇혀 있는 건 제가 직접 원한 거예요.”“직접 원한 거라고요?”“네!”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붉어진 눈시울로 고통스럽게 말했다.“저는 약을 끊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갇히기로 결심했어요. 오랫동안 견지했는데 조금만 더 노

  • 선 이혼, 후 집착   제677화

    “엄마, 어저씨가 오늘 저녁에 엄청나게 바빴잖아요. 뭘 했는지 알아요?”달이는 설아에게 물었다.“뭐 했는데?”설아는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되물었다.“따라와 보면 알아요!”달이는 신비로운 말투로 설아를 끌고는 성심 전당포 이층에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이 전망대는 삼국의 경계선에 있는 바다를 두고 만들어졌는데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다.그들은 전망대에 올라갔다. 어두컴컴한 이곳에서 별만이 또렷이 보였다. 밤하늘에 걸려서 반짝거리는 별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달아, 날 왜 여기에 끌고 온 거야?”설아는 이 별들로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며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달이는 또 신비롭게 웃었다.“엄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무슨 날인데? 주말?”설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요즘 너무 많은 일이 생겨서 그녀는 날짜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팔월 구, 엄마 생일이잖아요. 엄마 바보야.”달이는 달콤하게 웃었다.“오늘이 팔월 구라고?”설아는 그제야 생각났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엄마, 뒤를 봐요!”설아는 달이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눈에 안겨 온 건 재혁이 삼 층짜리 케이크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는 장면이었다.케이크의 외관은 매우 정교했고 새끼 사자 모양이었다. 그리고 예쁜 촛불도 꽂혀 있었는데 아름다웠고 로맨틱했다.미스터 Q는 곁에서 미적지근하게 말했다.“아이들이 그러던데, 오늘이 차설아 씨 생일이라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이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팔월이면 사자자리니까 역시 성격이 화끈하시네요. 조금만 늦었으면 이미 경찰서에 끌려갔겠어요.”설아는 머리를 긁적거렸는데 마음속엔 미안함 뿐이었다.“아, 진짜 미안해요. 이렇게 마음 써줄 줄 몰랐는데 고마워요.”“그럴 줄 알았어요.”미스터 Q는 농담이 반쯤 섞인 말투로 말했다.“불의 별자리는 멍청하기로 소문났잖아요. 그중 사자자리는 단연 1등이고.”차설아: “?”‘자정 살인마’라고 불리는 이 남자

  • 선 이혼, 후 집착   제678화

    설아는 순간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잔뜩 경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벌하고 싶은데요?”“간단해요.”미스터 Q는 설아의 귓가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번에 내가 그랬죠. 해바라기 섬을 되찾아 오기 전까진 달이를 내 수양딸로 삼겠다고 했던 거. 이번엔 여기에서 더 보탤 겁니다.”“뭘 더 보태요? 설마 원이를 양아들로 삼을 생각이에요?”“더 있어요.”그는 빙그레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달이를 양딸로, 원이를 양아들로 삼고 차설아 씨 당신이 내 여자로 되어줬으면 해요.”“미쳤어요?”설아는 감전된 듯, 그로부터 일 미터 멀찍이 떨어져 섰다. 마치 맹수를 마주한 듯 기세등등하게 외쳤다.“그럼 그렇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거였어요. 나한테 선심 쓸 리가 없잖아요!”“아니 왜 갑자기 그렇게 잘해주나 싶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 요리도 해주지 않겠나 또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도 만들어주지 않겠나, 불꽃놀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겠나. 여기서 기다린 거였어요? 당신 진짜 욕심 많네요. 그냥 우리 세 식구 다 먹어버릴 생각이네요!”미스터 Q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그녀의 말을 들었는데, 너무 침착하고 여유로운 나머지 제왕의 강한 아우라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는 전망대에 서서 고개를 들어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불꽃을 보며 서늘하게 웃었다.“허, 선심 쓸 일이 없다라...”“그러면 차설아 씨는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그것도 내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면서 당신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내가 뭘 바란다고 생각해요?”“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설아도 그의 목적이 뭔지 잘 몰랐다.그녀의 돈을 탐내는 걸까?하지만 그에겐 더 많은 돈이 있었다.그렇다면 공짜로 얻는 아이를 원하는 걸까?하지만 누가 혈연관계도 없는 아이의 아버지를 선뜻 하려고 나설까.이것도 아니라면 설마...그녀의 미모를 원하나?그런데 그의 신분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가 없을까. 굳이 그녀에게서 이런

  • 선 이혼, 후 집착   제679화

    “김칫국 좀 마시지 말죠? 아마 당신이 성도윤 원수라는 점이 원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적의 적은 친구잖아요.”설아는 속으로 미스터 Q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와 부부 행세를 하면서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줄지 고민했다. 만약 좋은 사람이라면 아이들에게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한 명 정도 더 있는 것도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만약 나쁜 인간이라면 결국 들통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더는 막무가내로 그들을 이어주지 않을 것이다.“어때요? 한번 해볼래요?”미스터 Q는 설아의 망설임을 눈치채고는 한마디 더 보탰다.“아이들이 보고 있어요. 반응 좀 해봐요. 우리가 만약 아이들의 바람처럼 된다면 정말 기뻐할 거예요.”설아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반짝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기대된 표정으로 설아 쪽을 보고 있었다.결국, 그녀는 미스터 Q에게 말했다.“해봐도 안 될 건 없죠. 대신 먼저 말하는데 우리는 부부행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지 진짜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돼요. 만약 함부로 내 몸에 손댔다간 정말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알겠어요.”그는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손을 뻗어 설아를 품에 끌어안았다.“이 변태가 지금 뭘 하자는 거야? 아까 한 말 잊었어요? 함부로 손대지 말라니까. 죽고 싶어요? 당신...”“쉿, 움직이지 말아요.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실망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두 아이는 확실히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퐁퐁 뛰기까지 했다.“오빠, 엄마랑 아저씨 정말 안고 있어! 너무 좋아, 우리는 이제부터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는 거잖아. 유치원 친구들이 다시는 아빠 없다고 놀리지 않을 거야!”“그래. 아저씨 꽤 잘하는 것 같아. 앞으로 나뿐만 아니라 아저씨도 달이랑 엄마 지켜줄 수 있어. 그래서 너무 기뻐.”“엄마랑 아저씨 나중에 동생들도 낳을까?”“글쎄. 근데 남자 동생이든 여자 동생이든 난 다 좋아. 너와 엄마를 지켜주는 것처럼 동생들도 지

  • 선 이혼, 후 집착   제680화

    성심 전당포에서 돌아온 후, 두 아이는 눈에 띄게 즐거워했다.길에서 웃는 얼굴은 사라지지 않았고 설아의 손을 잡으면서 그녀더러 미스터 Q와 아이를 낳으라고 졸랐다. 동생이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엄마 엄마, 언제 Q 아빠랑 결혼식 올려요? 나랑 오빠가 결혼식에서 꽃을 뿌려도 돼요?”“결혼식 올리면 우리 네 식구는 함께 살 수 있어요. 그럼 엄마랑 Q아빠는 나랑 오빠에게 동생들도 만들어 줄 수 있고요!”달이는 미스터 Q와 그들의 행복한 생활을 상상하고 있다.집안의 작은 공주로서 늘 다른 사람들에게 보살핌만 받았던 달이는 지금 동생이 생길 것을 생각하자 작은 마음에 동생을 지켜주고 싶은 책임감이 자리 잡았다. “달이 말이 맞아요. 두 분께서 더 잘 알아가신 후, 빨리 결혼식 올려야겠어요. 그때 가면 Q아빠는 저희랑 함께 지낼 수 있으니, 엄마를 보살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엄마가 좋아하는 해바리기꽃 심어주고 일 스트레스를 나눠주고 함께 성도윤 그 나쁜 놈을 상대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요. 완벽해요!”원이도 미래의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어, 너희들, 너무 멀리 생각하는 거 아니야?”설아는 조금 난처했다. 원래 미스터 Q와 사이좋은 부부 연기를 하면서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했는데...이러다가 아이들이 이 거짓말을 알아차리거나 어느 날 미스터 Q와 연기마저 할 필요 없는 사이로 됐을 때 아이들이 얼마나 슬퍼할까!“엄마, 그게 어떻게 멀리 생각한 거예요. 엄마랑 Q아빠는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앞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할 일이에요. 빠르나 늦으나 다 생각해 둬야 할 텐데 조금 이르면 뭐 어때요.”“맞아요, 엄마. 드라마에선 남주랑 여주가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래요. 그리고 아이도 낳고요. 진짜 사랑한다면 미루는 것보단 빨리빨리 하고 싶을 거란 말이에요.”두 아이가 한사람이 한마디씩 내던지자 설아는 받아주기 힘들었다. 심지어 꽤 일리가 있는 말이라서 더 미안했다.“그건 맞는데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잖아. 엄마는

  • 선 이혼, 후 집착   제681화

    “어... 그게요...”다들 기쁨에 겨워 있는 것을 보자 설아는 몇 번이나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어 꾹꾹 참았다.분위기가 가장 좋을 때 달이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사과처럼 귀여운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윽, 괴로워요. 엄마, 나 괴로워요...”달이는 가슴을 움켜잡으면서 호흡하기 어려워했다.순간, 아파트의 사람들은 비상사태에 들어갔다.“민이 이모, 약, 빨리 약 가져다주세요!”설아는 달이를 안고는 손을 아이의 가슴에 대고 위로했다.“달아, 서두르지 말고 먼저 호흡부터 조절해 봐. 자, 천천히 조절하자. 후, 후, 후, 후...약 금방 올 거야.”민이 이모는 재빨리 스프레이 모양의 약을 설아에게 건넸다.“아가씨, 여기요!”설아는 약을 받은 후 달이의 콧구멍에 대고 익숙하게 누르기 시작했다.그러자, 달이의 호흡은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왔고 창백하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엄마, 잘못했어요. 달이 때문에 놀랐죠? 오늘 너무 즐거워서 약 뿌리는 거 잊어버렸어요. 달이가 정말 잘못했어요.”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가엽게 말하는 달이를 보자 그들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게 왜 네 잘못이야. 엄마가 소홀했어. 달이한테 알려주는 거 잊는 바람에 우리 달이 힘들었지? 미안해!”설아는 달이의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달이는 원이랑 달랐다. 태어날 때 체중은 원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선천적인 발육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 페 쪽에 문제가 있었는데 계속 천식을 앓았다.이런 병은 생활 환경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 특히 공기가 깨끗하고 오염이 없어야 했다. 조금의 먼지가 있더라도 쉽게 병이 도질 수 있었는데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는다면 생명에 위협이 있었다.달이는 어릴 때부터 해바라기 섬에서 살고 있었다. 공기의 청정도와 습도는 매우 완벽했는데 마치 온실 같았다.요 몇 년 동안, 민이 이모는 줄곧 약을 연구해 오면서 달이의 이 병을 완전히 치료해 주기 위해 애썼다.하

  • 선 이혼, 후 집착   제682화

    다음 날 아침 일찍, 설아는 서류를 가지고 비서 서윤과 어느 지하철역에서 만났다.“사장님, 저 여기 있어요!”서윤은 지하철 입구에서 나오면서 안경을 위로 밀었다. 그러고는 설아의 차를 향해 달려와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사장님, 무사하신 거 보니 너무 기뻐요.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사장님이 저희를 버릴까 엄청 두려웠습니다!”서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아를 보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롤모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설아가 변태를 만난 후, 한 번도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서윤이나 회사 기타 직원들은 설아의 상황을 매우 걱정했고 설마 무슨 일이 벌어졌나 예측했다.서윤은 입이 꽤 무거웠기 때문에 설아의 명성에 해를 끼칠까 봐 아무 말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설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여유로운 자세로 핸들을 돌렸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왜요, 월급 안 주고 도망갈까 봐 두려워서요?”“에이, 그건 아니죠. 남아 있는 직원들은 모두 사장님께 충성심이 가득하잖아요. 월급을 주지 않으셔도 달갑게 사장님을 따랐을 겁니다. 저희는 그냥 사장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했어요...”“걱정은 무슨. 이렇게 멀쩡한데 무슨 일을 당했겠어요.”“그럼 다행이에요. 참 다행이에요!”서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몇 번이나 참았다.설아는 서윤을 힐끔 보고는 그녀의 시선이 조금 이상하다고 여겼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할 말 있으면 그냥 해요. 소심하게 머뭇거리지 말고. 알잖아요, 난 시원시원한 사람 좋아한다는 거.”설아는 살짝 불쾌한 티를 내며 서윤에게 압박을 해주었다.서윤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입을 열었다.“저 실은 묻고 싶은 게 있긴 해요. 사장님, 그 성대그룹 대표님과 어떻게 되셨어요?”“그날 사장님을 되게 걱정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소문처럼 차갑고 매정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예요. 그리고 끝까지 사장님 구하러 가셨잖아요. 아니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어

최신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590화

    “그게...”차설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그녀는 특히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임신 테스트기도 다 믿으면 안 돼요. 이게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때로는 남자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너무 높으면 임신 반응이 나올 때도 있거든요.”박성훈이 차설아를 대신해 설명했다.비록 이 설명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성도윤 같은 남자에게는 충분히 먹힐 만했다.역시나 성도윤은 그 말을 믿었고 얼굴에 실망한 감정이 가득했다.“정말 그럴 수도 있나요?”“그래. 혈액 수치가 가장 정확한 증거야. 혈액 검사 결과, 차설아 씨는 정말로 임신하지 않았어.”박성훈이 성도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괜찮아, 두 사람 아직 젊으니 앞으로 가능성이 많을 거야.”“미안해요, 도윤 씨. 나도 사실 두 줄이 나와서 임신한 줄 알았어요. 괜히 실망하게 해서 미안해요.”차설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도윤에게 사과했다.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실망한 기분도 잠시, 그는 차설아를 서둘러 달랬다.“바보야, 내가 미안해. 다 내가 부족해서야. 약속할게 이제부터 매일 밤 더 열심히 할 거야.”“엣헴!”박성훈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이 두 사람 또 닭살 돋게 하네. 매일 밤 열심히 한다고? 뭘? 이러다 어떻게 열심히 하는지까지 말할 기세군.’“형, 목이 마르면 거실에 나가서 커피나 좀 마시세요. 이제 검사도 필요 없는 것 같은데.”성도윤이 직설적으로 내뱉었다.“설아 씨가 임신 안 됐다고 하자마자 바로 나를 쫓아내려고 하네? 아침에 그 애타게 부탁하던 모습 성도윤은 어디 갔지? 이제 다시 나를 모셔 오기 힘들 텐데.”박성훈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팔불출에는 정말 약이 없군.’“그럼 형은 그냥 여기 있어요. 내 능력으로 한 달 안에 아린이가 반드시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성도윤이 조금 유치하게 말했다. 아무리 도도하고 성숙한 남자라도 사랑 앞에서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차설아가 남자의 팔을 잡고 말렸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9화

    “잘됐네요. 마침 딱 배고팠는데!”차설아는 피곤하고 정신이 흐릿했지만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성도윤을 반겼다.성도윤이 사 온 케이크는 차설아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게 주인은 분점을 열 계획도 없고 배달도 하지 않으며 매일 일정 수량만 판매했다.그래서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고 운이 좋아야만 살 수 있었다.가게 주인의 기분도 들쑥날쑥해서 기분이 좋을 때는 많이 팔지만 기분이 나쁘면 그날은 일찍 가게 문을 닫기 일쑤였다.단순히 줄을 서서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 것도 있지만 케이크를 사기 위해 기다린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도 들어 있었다.차설아는 숟가락으로 케이크 한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 부드럽고 차가운 질감에 그녀는 감동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맛없어?”차설아의 표정을 보고 성도윤이 이마를 찌푸리며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요. 너무 맛있어서... 이제 다시 이런 케이크를 못 먹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요.”“바보, 그런 말을 왜 해? 앞으로 당신이 원하면 매일 사다 줄게.”성도윤이 차설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약속했다.“좋아요, 그럼 매일 먹고 싶어요. 당신이 매일 사다줘요...”차설아는 입술에 크림을 묻힌 채 남자에게 물었다.“그런데 매일 줄 서서 사 오느라 면 당신이 힘들지 않을까요?”“걱정 붙들어 매, 당신이 질리지만 않는다면 매일 가서 사 올 수 있어. 정 안 되면 내가 그 가게 주인을 찾아서 배워서 매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줄게...”성도윤은 차설아의 입가를 닦아주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어, 뭐가요?”차설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녀는 그의 관찰력이 이렇게 예리할 줄 몰랐다.“분명히 뭔가 있어.”성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는 돌아오자마자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만 참으면서 기다렸다.그러다 차설아가 케이크를 먹으며 그런 말을 하자 분명히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 확신했다.“역시 당신 눈을 피할 수는 없네요. 사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8화

    박성훈은 비관적인 차설아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몇 달 전만 해도 그녀는 자신감 넘치고 자유롭고 시원시원한 여자였다.그런데 지금은 눈을 잃고 독에 중독되어 마치 시들어버린 꽃처럼 처량해 보였다.“설아 씨, 제가 살아있는 허준 선생처럼 신통한 의사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최선을 다해 당신을 치료할 것이고 당신의 눈도 적합한 이식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는 법입니다.”그는 진중한 목소리로 차설아를 위로했다.물론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해독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의학 역사 속에서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과거에도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자신도 연구를 거듭하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마워요, 박 선생님. 그 말 한마디가 저한테 용기를 주네요.”차설아는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박성훈이 있는 방향을 향해 말했다.“해독을 할 수 있든 없든, 그리고 제 눈이 다시 보이든 아니든,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 사실을 도윤 씨한테는 절대 알리지 말아 주세요. 도윤 씨가 지금 너무 지쳐 있어요. 더 이상 그이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걱정 마세요. 저는 그런 말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박성훈은 차설아의 성도윤을 향한 깊은 감정에 감탄했다.이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사랑하는 남자를 먼저 걱정하는 차설아를 보면서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제 아이도 지킬 수 없겠죠?”차설아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박성훈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맞아요. 아이는 지킬 수 없습니다.”그가 힘겹게 이어 말했다.“설아 씨가 현재 중금속 중독 상태고 해독을 위해 강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이 약들은 태아의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요. 제 의견으로는 아직 초기일 때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그럴 줄 알았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7화

    박성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고 할 수도 없고...’하지만 그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혈액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차설아의 여러 혈액 수치에서 이상이 발견되었고 그녀의 지금 상태로 본 결과, 박성훈은 차설아가 중금속 중독에 걸렸다고 판단했다.중금속 중독은 쉽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신체의 각 기관을 쇠약하게 만들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증상이었다.초기에는 극심한 피로와 졸음을 유발하며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후기로 갈수록 신경과 장기가 손상되며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게 되고 이러한 증상은 그야말로 생지옥과도 같았으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의 고통이었다.박성훈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우선 잔인한 진실을 감추기로 결정했다.“어쨌든 걱정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치료해 드릴 겁니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투여된 독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었고 그러려면 독을 투여한 사람이 어떤 중금속 원소를 사용했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지금부터 최근 식사 내용을 정확히 말해 주세요. 혹시 식사 외에도 평소 드시지 않던 걸 섭취한 적 있나요?”박성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저 중독된 거죠?”차설아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레 되물었다.“어떤 독에 중독됐는지 알 수 있어요?”“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초기 판단으로는 중금속 중독일 가능성이 큽니다.”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숨김없이 사실을 털어놓았다.이런 경우, 환자와 의사가 완전히 솔직하게 소통해야만 치료에 도움이 되기에 아무리 잔인한 현실일지라도 그녀가 사실을 알아야 했다.“중금속 중독...”차설아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이 서서히 차가워지며 절망감이 엄습했다.그녀는 예전에 비슷한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한 명문대 여학생이 룸메이트의 질투로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6화

    “무슨 일인데요?”박성훈이 갑자기 진지해지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뭘 알아내든 상관없어요. 도윤 씨한테는 좋은 얘기만 해주세요. 안 좋은 결과는 절대 말하지 마시고요.”차설아가 간결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얘기했다.그녀는 방금 전에 애써 성도윤을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 이유가,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거짓말을 유지하려면 박성훈의 협조가 필요했다.“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런 부탁을 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녀를 보며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그런 상태에서 차설아는 여전히 성도윤을 걱정하며 그가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두 사람 서로를 진짜로 사랑하나 보네...’“걱정 말아요. 내가 분위기 못 읽고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떤 걸 얘기할지 잘 알고 있어요.”박성훈이 차설아를 안심시키듯 말했다.“그리고 설아 씨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가 신의 손을 가진 명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술은 좀 하는 편이니까 저희 말대로만 따르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쩌면 단순히 임신 초기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정말 그런 거였으면 좋겠네요.”차설아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검사 결과가 결코 좋을 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녀를 해칠 작정이었고 가볍게 봐줄 리가 없었다.만약 배경윤이 조금만 늦게 알아차렸더라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지금 당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분명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검사 결과를 살피던 그의 표정은 한층 무거워졌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검사 결과는 너무 처참했다.“어때요, 박 선생님?”차설아는 몽롱한 상태에서 거의 잠들 뻔했지만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는 줄곧 침묵하고 있는 박성훈에게 물었다.“뭐라고 말해야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5화

    성도윤은 자책감에 사로잡혀 당장이라도 할복이라도 할 기세였고 박성훈은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 일부러 괜찮을 거라고 말한 것이었다.하지만 사실, 차설아의 심장 박동은 이상했고 거의 보름 동안 지속된 무기력함과 과도한 졸음까지 고려했을 때, 그녀의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 원인은 단순히 임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박성훈은 어렴풋이 감이 왔다.하지만 지금 당장 혈액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괜히 성도윤에게 불안감을 주면 그가 차설아에 대한 과보호 수준을 고려할 때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정상이면 다행이야.”성도윤은 박성훈의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마치 온 세상의 짐이 내려간 듯 안도했다.“들었지, 당신 괜찮대. 그냥 임신해서 피곤한 것뿐이래. 내가 괜히 겁먹고 난리 친 거야. 미안해. 내가 이런 경험이 없다 보니까 괜히 걱정했네.”성도윤은 기뻐하며 차설아를 꼭 끌어안았다.그리고 그녀의 배를 손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야, 꼬맹이.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피곤해하는지 봤지? 만약 엄마를 더 힘들게 하면, 네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빠가 먼저 너 혼쭐낼 거야!”차설아는 그의 유치한 농담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만 해요. 진짜 왜 이렇게 점잖지 못해요?”“하아, 두 사람 오늘 너무 닭살 커플인 거 아니야?”옆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박성훈이 질색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면 거의 ‘고문 수준’의 애정 행각이었다.그때, 차설아가 성도윤을 바라보며 갑자기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도윤 씨, 나 갑자기 케이크가 먹고 싶어졌어요. 지금 가서 사 올 수 있어요?”“지금?”성도윤은 순간 당황했다.그는 케이크를 사 오는 게 싫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혈액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결과를 확인한 후에 움직이고 싶었다.“네. 지금 당장이요. 지금 먹고 싶다고요.”차설아가 일부러 짓궂게 물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4화

    박성훈은 처음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었지만 곧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잠깐만!”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성도윤을 바라보더니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왼쪽 아래로 2~3cm 정도 더 옮겨 봐.”성도윤도 덩달아 긴장해졌다.그는 박성훈의 지시대로 청진기를 차설아의 심장 왼쪽 아래 3cm 지점으로 옮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뭔가 이상한 점 있나요?”“...”박성훈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굳힌 채 조용히 청진기에 집중했다.한참 후에야 그는 청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지금은 확실하게 들리는 건 없어. 혈액 검사 결과까지 봐야 정확하게 알 거야.”차설아는 처음부터 차분하게 검사를 받으며 잘 협조하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리고 박성훈을 향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검사는 여기까지만 할까요? 박 선생님도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살펴보셔서 피곤할 테고 저도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 그런지 좀 지치네요. 나머지는 내일 하는 게 어때요?”사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괜히 성도윤이나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현이를 통해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냈다.그 사람의 정체만 밝혀지면 직접 해결할 생각이었다.“온 지 얼마 안 돼서 피곤하지는 않은데요? 게다가 그냥 검사 결과만 보면 되는 거라 괜찮아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택에 온 지 이제 겨우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동안 한 거라곤 심장 소리 한 번 들은 게 전부인데 대체 뭐가 그렇게 피곤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제가 피곤해서 그래요. 그리고 오늘 꼭 검사를 다 마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차설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고 명확한 거절의 의미였다.더 이상 검사에 협조할 생각이 없는 듯한 그녀를 보면서 박성훈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그리고 잠시 고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3화

    박성훈은 말을 마치고 청진기를 꺼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차설아의 옷 안으로 넣으려 했다.“잠깐!”성도윤이 그 장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박성훈의 손을 붙잡고 제지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청진하고 있지 그럼 내가 뭐 하는 걸로 보여?”박성훈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해요.”성도윤이 단호하게 청진기를 낚아채더니, 정색하며 말했다.“내 아내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이런 건 내가 직접 할 테니까, 형은 듣기만 해요.”박성훈이 말없이 그를 보고 있자 성도윤이 되물었다.“왜, 문제 있어요?”“문제라기보단... 좀 오버 아니야?”“어디가 오버에요? 형이 직접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누가 알아? 검사하는 동안 실수로 엉뚱한 곳이라도 건드릴지.’보통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선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하아... 역시 소설에서만 보던 ‘집착광공’이 실존하는구나.”박성훈이 이마를 짚으며 감탄했다.자신이 가끔 보던 ‘재벌 남주’ 소설들이 그냥 창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현실이 오히려 소설보다 더 과장되어 있었다.“헛소리 말고 어디에 대야 하는지만 알려 줘요.”성도윤이 청진기를 들고 박성훈을 노려보았다.“음... 왼쪽 쇄골 중앙선과 다섯 번째 갈비뼈 사이 경계에 대면 돼.”성도윤의 태도가 워낙 단호해서 박성훈은 그냥 순순히 위치를 알려 주었다.“잠시만요.”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진기를 차설아의 잠옷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러더니 여기저기 더듬으며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쯧쯧.”박성훈은 청진기를 끼고 있었기에 성도윤이 어떻게 검사하고 있는지 소리로 다 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었고 결국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어휴, 성도윤이니까 참는 거지.’그가 속으로 체념하는 사이, 성도윤이 한참 동안 위치를 못 찾자 결국 한마디 내뱉었다.“이 정도도 못 견디면 나중에 내진 검사할 때는 난리 나겠네?”“뭐요?”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2화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촉각과 후각이 무척 예민했다.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공간이 달라졌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예전엔 책 냄새가 가득하던 방이 이제는 소독약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조명도 더 밝고 뜨거워진 느낌이었다.이제 차설아는 자신의 모든 걸 성도윤에게 맡긴 상태였다.그가 정말로 해부라도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당신 상상력 정말 대단한데? 우리 애도 나중에 소설가 체질이었으면 좋겠다.”성도윤은 차설아의 넘치는 상상력에 웃음이 터졌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이끌었다.“차설아 씨, 지금 혈액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하거든요.”간호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네, 하세요. 어차피 지금 나는 도마 위 생선이라 목숨은 이미 여러분들 손에 있으니까요.”차설아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며 팔을 내밀었다.곧이어, 조용한 방 안에 사각사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늘이 그녀의 정맥을 찔렀다.“살살 좀 해 주세요.”성도윤은 차설아의 살짝 찡그린 얼굴과 연달아 뽑혀 나오는 혈액을 보며 속이 상해 간호사에게 신신당부했다.그때, 앞쪽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성 대표님의 아내 사랑이 참 넘치시네요. 난 조용히 보조만 하려고 온 건데 이렇게까지 과한 애정 행각을 볼 줄은 몰랐어요. 좀 자제하세요.”그 말투를 보아하니 성도윤이 말했던 ‘대단한 의사’가 틀림없었다.차설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순간 놀란 듯 말했다.“이 목소리... 어쩐지 익숙한데요?”“당연하지. 우리랑 꽤 인연이 깊은 사람이거든.”성도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마... 이분...”차설아는 머릿속에서 기억을 더듬었다.그리고 순간적으로 깨닫고 외쳤다.“박 선생님?”“하하하. 나를 이렇게 빨리 기억해 주다니, 영광인데요? 이걸로 승부는 끝났네요.”“도윤아, 나중에 밥 한 끼 사.”박성훈은 호탕하게 웃으며 차설아가 자신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 무척이나 자랑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