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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작가: 배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8-27 18:30:00
소영금은 코웃음을 친 뒤,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며 비아냥거렸다.

“내 아들은 쟤 만지기도 싫어해. 임신은 무슨! 애도 못 낳는 주제에 우리 집안의 좋은 건 다 빨아 먹으면서 참 염치도 없지.”

소영금의 말에 심기가 상한 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반박하려던 순간 배경윤이 다가와 소영금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하하하, 아줌마는 잘 낳아서 자식 하나는 억울하게 죽고 하나는 제멋대로 살고 있나 봐요? 내가 아줌마라면 자식들이 왜 이 모양인지 반성했을 거예요. 당신이 내뱉은 그 독한 말은 전부 자식한테 돌아갈 거예요.”

이혼 계획이 없었을 때 배경윤은 차설아의 처지를 생각해 그녀가 난처해질까봐 소영금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혼하게 될 마당에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쉴 틈 없는 공격에 얼굴마저 새하얗게 질린 소영금은 배경윤을 가리켰다.

“너. 너, 너...”

그 모습을 본 임채원은 시어머니께 잘 보일 신이 주신 기회라며 기뻐하더니 옆으로 다가가 연약한 척 입을 열었다.

“배경윤 씨,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그렇지 어떻게 윗사람한테 억지 부르며 무례하게 대할 수가 있죠?”

‘억지를 부린다고?’

그녀의 말에 화가 난 배경윤은 헛웃음이 나왔고, 손을 써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말을 아끼자는 원칙을 갖고 있었던 그녀는 팔을 뻗어 임채원의 뺨을 내리쳤다.

“짝!”

경쾌하고 우렁찬 소리에 소영금과 임채원은 정신이 멍해졌다.

연약해 보이는 차설아와 달리 친구인 배경윤은 무서울 게 하나 없는 불같은 성격이었고 차마 건드릴 수 없었던 소영금은 차설아를 바라보며 건방지게 말했다.

“재수 없는 것, 너는 어쩜 이딴 친구를 사귀었니.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차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얼굴이 너무 두꺼워서 제 친구가 손을 다쳤을 것 같은데 사과하려면 그쪽이 해야죠.”

“너!”

차설아가 가만히 있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소영금은 미래의 며느리를 대신해 화풀이하려고 팔을 걷어 올렸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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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이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다름이 아닌 속으로 ‘나쁜 아빠'라고 욕하고 있던 성도윤이었다.‘음, 지금 보니까 전처럼 나빠... 보이는 건 아닌 것 같기도?'“왜 대답이 없어?”성도윤은 원이를 위아래 훑어보았다. 그리고 제 딴에는 예민한 통찰력으로 분석하며 말했다.“아, 알겠다. 말을 못 하는구나?”원이는 어처구니가 없어 무시해버렸다.‘보아하니 이 아빠는 머리가 확실히 이상한 것 같네. 수술이 필요한 상태야. 누가 봐도 난 지금 다섯 살 어린이인데 어떻게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할 수가 있는 거지?!'“말을 못 하는 거면 더 혼자 돌아다녀서는 안 되지.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성도윤은 원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조금 강압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거기 위험하니까 이리와.”원이는 성도윤을 빤히 보았다. 그러더니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땅에 떨어진 꽃을 주웠다.“아휴, 불쌍하네. 말을 할 줄 못할 뿐 아니라 자폐증 증상까지 있나 보네... 안타깝네. 귀엽게 생겼는데.”성도윤은 긴 한숨을 내쉬며 동정 어린 시선으로 원이를 보았다.그는 평소에 찬 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차가운 사람이었으나 가끔 마음 약해질 때도 있었다. 특히 어린 아이나 털이 복슬복슬한 동물을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다가가게 되었다.그렇게 생각하던 성도윤은 갑자기 자신의 신세도 불쌍하게 느껴졌다. 차설아는 이미 자식이 둘이나 있었는데 곧 서른을 바라보는 자신에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혹시 내가 무서운 거니?”성도윤은 원래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혼자 정원에 남아 있는 것이 걱정되어 인내심 있게 계속 원이와 소통을 시도했다.“아저씨랑 같이 가자. 아저씨가 네 부모님 찾아줄게.”원이는 바닥에 떨어진 꽃을 한 송이씩 주운 후 다시 하나의 꽃다발로 묶었다. 아이의 이마엔 어느새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힘들었는지 호흡도 조금 거칠어졌다.성도윤이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는 모습에 원이는 조금 전보다 누그러진 표정으로 보며 물었다.“정말로 기억을 잃으신

  • 선 이혼, 후 집착   제1400화

    원이는 매번 차설아를 보러 올 때 항상 이 커다란 정원을 지나치게 된다.아이는 커다란 정원에 핀 예쁜 꽃들을 보며 전부터 생각했었다. 하나를 꺾어 차설아에게 선물하리라고.차설아가 예쁜 꽃이나 풍경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원이는 매번 예쁜 것을 볼 때마다 차설아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던가.꽃을 받은 차설아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정원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었고 종류도 다양했다.커다란 장미는 붉게 피어있었고 진한 향기를 내는 커다란 작약꽃도 있어 보기만 해도 아름다움에 넋 놓게 되었다.원이는 여러 품종의 꽃을 하나씩 꺾어 예쁜 꽃다발을 만들었다. 종류가 다양했던지라 아이가 만든 꽃다발은 알록달록했고 전부 차설아에게 줄 것이었다.아직 작았던 아이는 정원에 핀 꽃들에 몸이 쏙 가려지게 되었고 멀리서 보면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꽃다발을 만들다 보니 아이는 어느새 다가온 사람이 싸우는 듯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여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고 누군가 통화하며 싸우는 것 같았다.“난 몰라요. 어쨌든 이 수술 절대 못 하게 막아야 해요. 어떤 방법을 쓰든 상관없으니까 어떻게든 박성훈이 병원으로 오는 걸 막아요!”“사람 하나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비행기 사고나 교통사고로 위장하면 되잖아요!”“그 사람이 바다낚시를 좋아한다면서요. 그럼 바다에 빠지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어쨌든 자꾸 쓸데없는 일로 나한테 연락하지 말아요. 난 과정 따윈 필요 없고 결과만 바라는 거니까.”우연히 듣고 있던 원이는 꽃다발 만들던 작은 손이 멈추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했기 때문이다.꼭 뭔가 나쁜 짓을 꾸미는 것 같았다.정원에 와서 통화를 한 사람은 서은아였다. 그녀는 정원에 있는 원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계속 전화기 너머의 상대와 말다툼을 벌였다.“성도윤이 지금 병원에 누워 있어요. 그런 사람이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어요... 어쨌든 성도

  • 선 이혼, 후 집착   제1399화

    간호사는 차설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없었어요. 혹시 착각하신 게 아닐까요?”차설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착각이었으면 좋겠네요.”그날 저녁, 민이 이모가 원이와 달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왔다.“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몸은 좀 괜찮아요?”원이는 마음이 아주 따듯한 남자아이였다. 병실로 들어오자마자 차설아의 손을 잡더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귀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물었다.“응, 엄마 많이 괜찮아졌어. 며칠만 더 있으면 엄마는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차설아도 원이의 볼을 만졌다.보드랍고 통통한 아이의 볼살을 만지니 아프던 것도 전부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 어떤 약보다 더 효과가 강력했다.달이는 양 갈래 머리를 하고 있었고 분홍색 멜빵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와 차설아에게 토마토를 건넸다.“엄마, 이건 달이가 어린이집에서 심은 토마토에요. 하나만 익어서 엄마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이거 먹고 얼른 나아야 해요.”“하나만 익었는데 엄마 주려고 가져온 거야? 우리 달이는 안 먹었어?”차설아는 달이가 들고 있는 토마토를 보았다. 달이는 토마토를 세상에서 아주 귀한 물건이라도 된 것처럼 들고 있었다. 너무도 행복했다.“달이는 안 먹어도 돼요. 맛있는 건 엄마한테 드릴 거예요. 이 토마토는 달이가 매일 물도 주고 쑥쑥 자라는 거 지켜본 거예요. 마법 토마토니까 분명 엄마를 지켜줄 수 있을 거예요!”달이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달이가 이 토마토를 얼마나 정성을 들여 키웠는지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 아이는 분명 이 토마토에 마법처럼 신기한 힘이 깃들어 어떤 병이던 다 낫게 해주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차설아는 당연히 그런 아이의 마음을 짓밟을 생각이 없었기에 토마토를 받아들고 입안에 쏙 넣었다.“음, 이 토마토 아주 달구나. 엄마가 먹어본 토마토 중에 세상에서 제일 달아. 게다가 먹고 나니까 몸도 가뿐해지고 아픈 곳이 없는 것 같네... 세상에, 설마 우리 달리 마법사였어? 그래서 마법 토마토를 심을 수

  • 선 이혼, 후 집착   제1398화

    “맞아. 곧 서른이라니. 나랑 설아는 영원한 낭랑 18세라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소녀야. 이제 알겠어?”배경윤도 전투태세를 보였다. 차설아와 함께 나이 공격하는 차성철을 공격할 생각이었다.차성철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바로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했다.“그래, 그래. 내가 잘 못 했네. 너희들은 아직도 어린 소녀였지. 그래, 영원히 낭랑 18세야. 적어도 내 눈엔 너희 둘은 18세... 아니지, 18세도 생각해보니 너무 많네. 세 살이랑 다섯 살이 어울리네.”배경윤은 눈을 깜빡이며 헤실 웃었다.“누가 세 살이고, 누가 다섯 살인데?”차설아와 차성철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차성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걸 물어봐야 아나? 뻔히 보이잖아.”“하, 말하고 나니 나도 좀 걱정되네. 촬영하면서 누가 널 괴롭히면 어떡해?”“날 괴롭힌다고?”배경윤은 주먹을 움켜쥐었다.“내가 그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 게 오히려 다행이지.”“그럼 됐어. 어쨌든 내가 전에 가르쳐준 호신술 잊지 않았지? 틈만 나면 연습해둬. 적어도 네 한 몸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까.”차설아는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그녀의 모습은 꼭 아이를 학교에 처음 혼자 보내고 불안해하는 엄마의 모습 같았다.“걱정하지 마. 난 그냥 촬영하러 가는 것뿐이야. 전쟁 나가는 것도 아닌데 괜찮을 거야.”배경윤과 차설아는 대화를 조금 더 나누었다. 결국 배경윤은 아쉬움이 가득 남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가 짐을 정리했다.병실에 남은 건 차설아와 차성철이었다.차성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무겁게 말했다.“동생아,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오늘 이렇게 온 건 나도 너한테 작별인사하려고 온 거야.”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소 긴장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오빠는 어디 가는데?”“지난번에 말했다시피 장재혁이 행방불명된 상태라서 내가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거든.”차성철은 계속 장재혁의 소식을 알아보고 있었다. 비록 장재혁이 이미 바다에 던져졌을 확률이 높았지만 죽었다고 해도 그는 시체

  • 선 이혼, 후 집착   제1397화

    사도현의 갑작스러운 출연으로 배경윤은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출연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다.진찬영은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고 다가가 귓가에 대고 작게 말했다.“도망치고 싶어요? 원한다면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그러고는 싶은데 여기서 제가 도망치면 감독님이 절 가만두지 않으실 것 같네요. 게다가...”배경윤은 소녀처럼 수줍어하면서 말을 이었다.“전 찬영 오빠랑 같이 긴 시간을 보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그럼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출연자들이 많았고 식탁에 젓가락 한 쌍 더 올려놓는 것일 뿐이잖아요.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하하하, 찬영 오빠가 이렇게 쿨한 사람인 줄 몰랐네요.”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게 되었고 즐거운 분위기가 옆에 있던 출연자에게도 전해졌다.사도현은 두 사람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당연히 두 사람의 모습을 전부 눈에 담고 있었다. 심드렁했던 표정이 어느새 차갑게 굳어져 있었고 조금 어두운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큼큼, 두 사람. 벌써 서로 귓속말하는 사이가 된 거예요?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남은 건 촬영하면서 하는 건 어때요. 일단 계약서에 사인부터 하자고요.”장윤태는 이미 진찬영과 배경윤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원래부터 촬영하면서 두 사람을 엮어줄 생각이었다.그러나 그가 엮어주기도 전에 두 사람의 분위기는 아주 다정했기에 장윤태는 너무도 기뻤다. 다만 아쉽게도... 갑자기 나타난 사도현 때문에 마지막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배경윤과 진찬영은 출연 동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촬영은 사흘 뒤부터 시작한다고 했다.촬영장으로 떠나기 전 배경윤은 차설아와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설아, 나 아마도 한동안은 너랑 만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그동안 꼭 밥 잘 챙겨 먹고 나 돌아올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야 해!”그녀는 차설아의 손을 꼭 잡았다.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혔고 여전히 손을 놓기 아쉬

  • 선 이혼, 후 집착   제1396화

    “하하하, 역시 금메달리스트 승부욕 답네요! 아주 직설적이었어요!”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나 장윤태는 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런 분위기였다.사도현처럼 신과 같은 존재가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재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와 라이벌로 겨우 쳐줄 수 있는 사람은 톱배우 진창영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정말이지 그냥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했다.게다가 사도현이 출연한다면 많은 재밌는 일화도 쉽게 공개할 수 없게 된다. 모든 건 사도현의 동의를 받아야 방영할 수 있는 것이다... 촬영 시작하기도 전에 그는 벌써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자칫하면 네티즌들의 악플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결국 자본에 굴한 거냐고 하면서 말이다.‘하... 벌써 머리가 아프네.'사도현은 웃는 둥 마는 둥 한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배경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그럼 저도 먼저 설레는 상대를 찜해도 되는 거죠?”“와, 세상에! 그럼 사도현 님은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하신 거예요? 우와, 정말 너무 기대돼요!”소수민은 눈치 있게 분위기를 아주 잘 띄우고 있었다.현재 인기가 많은 배우로서 그녀의 상황 대처 능력은 아주 뛰어났다. 자신이 그 유명한 사도현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바로 파악하고 사도현 친구가 되어보기로 루트를 바꾸었다.“전 확신이 없는 일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에요. 확신이 있기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정한 거고 어떻게든 그 사람을 제 여자친구로 만들고 말 거예요.”사도현은 이 말을 하면서도 오로지 배경윤만 빤히 보고 있었다.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바보들이 아니었다. 사도현이 말한 그 사람이 배경윤이라는 것을 다들 눈치채고 있었다.“하하, 사도현 씨 안목이 아주 좋으시네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여성 출연자 중 사도현 씨랑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은 배경윤 씨죠. 두 사람 집안도 해안시에서 8대 가문에 손꼽히는 가문이잖아요. 나이도 비슷하니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기도 하겠죠.

  • 선 이혼, 후 집착   제1395화

    장윤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긴장한 듯 손을 접었다 폈다 반복하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감독님, 무슨 일이에요?”배경윤도 따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사람들도 분위기를 읽어내고 궁금한 얼굴로 장윤태를 보았다.“우리 프로그램에 변동이 생길 것 같네요. 원래 계획은 남자 세 명 여자 네 명으로 촬영하려고 했는데 지금 갑자기 합류하게 된 출연자가 있어서 남자 넷, 여자 넷으로 가야 할 것 같네요.”장윤태는 주먹을 쥐며 책상을 내리쳤다. 표정이 아주 심각했다.“어머, 그럼 잘된 일이잖아요. 남자 넷, 여자 넷이면 모두가 짝이 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럼 더 재밌을 것 같은데요?”소수민은 눈을 깜빡이며 기대하는 얼굴로 말했다.“맞아요. 남자 넷, 여자 넷이면 쪽수도 맞아서 누구 한 명 외로워지는 사람은 없잖아요.”다른 출연자들도 맞장구를 쳤다.“그렇긴 하지만 이번에 긴급 투입되는 출연자가 조금 특별한 분이라서요. 그 사람이 오기만 하면 정상적으로 촬영을 할 수 없을까 봐 조금 걱정이네요.”장윤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대체 누가 투입되기에 촬영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하늘이 다소 건방진 어투로 말했다.“제가 그동안 만나본 사람들이 꽤나 돼요. 대통령이든 세계에 손꼽을만한 재벌이든 전부 만나 대화를 나눠봤죠. 그런데 긴급 투입되는 사람이 누구기에 감독님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거죠? 말해 보세요. 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겠어요!”장윤태를 보고 있던 배경윤은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긴급 투입되는 출연자가 그들의 촬영을 방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건... 제가 말하기 어렵네요. 곧 도착한다고 하니 다들 알게 될 거예요.”장윤태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운명의 심판을 기다리듯 얼굴엔 절망이 가득했다.“자자, 도착하셨다고 하니 다들 기쁘게 환영해주자고요!”별빛 엔터의 홍보팀 팀장이 흥분하며 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그

  • 선 이혼, 후 집착   제1394화

    소식이 퍼지자 인터넷은 며칠 동안 떠들썩했고 팬들을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나와 현장 사진을 찍으러 갈 준비를 했다. 소식이 뜨자마자 바로 달려나갈 수 있게.오늘은 원래 진찬영과 배경윤의 계약식이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별빛 엔터테인먼트도 준비 태세를 보였다. 그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소속사 임원진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배경윤과 진찬영이 별빛 엔터의 문턱을 넘는 순간 여기저기서 종이 폭죽을 터트리며 환호했다. 마치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부부를 축하해주는 것처럼 두 사람을 반겼다.“찬영아, 경윤 씨. 이렇게 두 사람이 우리 회사로 온 걸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자자, 거두절미하고 우리 얼른 회의실로 가서 계약서에 사인하죠!”장윤태 감독은 한시라도 더 빨리 계약하고 싶었기에 두 사람을 바로 회의실로 안내했다.회의실엔 두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전부 이번 연애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출연자들이었다.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전부 외모가 빼어나다는 것이다. 길가면 무조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정도로 말이다. “세상에, 진창영 배우님! 정말 잘생기셨어요. 티브이에서도 그렇고 실물도 정말 똑같이 잘생기셨어요!”인기 배우 소수민이 일어나며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다른 두 여자 중 한 명은 명문대를 다니는 4학년 장유빈이었고, 남은 한 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이나였다.두 사람은 열정적인 소수민과 달리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두 눈에 진찬영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저기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거든요? 벌써 그렇게 티를 내시면 어떡해요. 명한 씨, 저희 둘은 들러리가 확정이겠네요!”스포티하게 입은 남자가 단정한 기품이 흘러넘치는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운동복 차림의 남자는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수영 선수 하늘이었고 단정한 모습의 남자는 유명한 보험계리사 백호연이었다.“늘이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들러리가 확정이라

  • 선 이혼, 후 집착   제1393화

    배경윤은 반짝이는 두 눈을 하고서 진찬영을 바라보았다.“찬영 오빠!”그러고는 진찬영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길 맞은편에 서 있는 진찬영은 누구보다도 더 멋있어 보였다. 길을 건너던 배경윤은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와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조심해요!”진찬영은 잔뜩 긴장한 채 달려갔고 배경윤을 와락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를 간신히 피했고 같이 바닥에 넘어졌다. 누가 보아도 애틋한 커플인 것 같았다. 시간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배경윤은 진찬영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전류가 온몸을 뚫고 흐르는 듯한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배경윤과 진찬영은 한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머쓱하게 웃었다.“찬영 오빠, 정말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오빠까지 다칠 뻔했어요.”배경윤은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횡설수설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좋아하는 연예인 앞에서 배경윤은 수줍은 소녀가 된 것 같았다.“내가 길을 건넜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전부 제 탓이에요.”진찬영이 부드럽게 말했다. 하늘색 셔츠에 카키색 청바지를 입은 진찬영은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타고난 매력이었다.길을 걷고 있어도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여자도 진찬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길 건너에서 걸어오는 배경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결국 사과해야 할 사람은 진찬영이었다.“곧 커플로 촬영할 사이인데 편하게 말 놓아도 돼요. 제가 오빠보다 어리잖아요.”진찬영이 진지하게 사과하자 배경윤은 마음이 불편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아, 그러네요. 나의 여자 친구, 앞으로 잘 부탁해요.”진찬영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면서 배경윤을 애틋하게 쳐다보았다. 진찬영의 행동 하나가 배경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흠! 얼른 회사로 가요. 장 감독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요.”말을 마친 배경윤은 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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