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2화

작가: 배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보석상자 안에는 핑크색 피치 펜던트가 조명 아래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을 내뿜었다.

“여러분께서 보시는 이 펜던트는 완전한 로즈 쿼츠를 잘라서 만들어 낸 작품으로, 로맨틱한 이름을 갖고 있어요. 이름하여 바로‘차공주', 일반적인 로즈 쿼츠의 펜던트가 아닙니다. 유럽의 한 나라 국왕께서 수양딸을 위해 전문으로 제작한 귀중품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는 왕실에서 나온 보물이자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펜던트입니다. 현재 가치는 40억 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설명에 빛이 나는 펜던트는 고귀함이 한층 더해졌고 무대아래 사람들의 감탄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이 또한 로즈 쿼츠 펜던트의 진귀한 정도를 반영해 줬다.

자선행사장의 여인들은 소이서를 향해 부러운 눈빛을 쏟아냈다.

“자기야. 준비한 서프라이즈 맘에 들어?”

육장훈은 소이서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환심을 사듯 물었다. 소이서는 허영심이 제대로

채워졌던지 입꼬리가 귀여 걸렸고 너무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앞자리의 배경수는 눈썹을 찡그리고 로즈쿼츠 펜던트를 유심히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로즈 쿼츠 자체는 광택도 그렇고 보통인데, 왕실의 껍데기를 씌웠을 뿐인데 40억이라

불리네요.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바보로 보이나 봐요? ”

“로즈쿼츠는 좋은지 몰라도, 왕실 출품 일지는...”

차설아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사회자가 진행을 이어갔다.

“자, 이렇게 오늘 경매에 올려질 모든 기증품의 소개를 마쳤습니다. 현재까지 기부된 귀중품 중에 제일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육장훈 씨께서 소이서 양의 이름으로 기증한 로즈쿼츠 펜던트입니다. 그럼, 지금 소이서 씨를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소이서는 뜨거운 환호 속에서 도도한 자태로 무대에 올라갔다.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가식적인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의 박수갈채에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기분 좋네요. 자선행사로 이 자리에 함께하니 너무 기쁘고 설렙니다. 우리의 사랑 널리, 또 멀리 이어져 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43화

    그 말은 단번에 소이서를 폭발시켰다.“이런 미친. 질투에 눈이 멀어서 이성을 잃었어? 내 남자친구가 몇십억을 들여 준비한 걸 어떻게 가품이라고 막 내뱉어?! 어디서 감히 헛소리야. 아갈머리 찢어버릴라!”소이서는 명문가 낭자의 품위를 팽개친 채 차설아를 향해 발길질했고 차설아는 얼굴색 하나 변함없이 가볍게 몸을 옆으로 젖혔다. 그 바람에 소이서는 헛발질이 됐고 자기 힘에 넘어졌다. 우스꽝스러운 장면에 사람들은 웃음이 터졌다.성도윤은 여전히 무표정이었고 어두운 그의 기운에 번개가 칠 듯한 분노가 섞여 보였다.‘차설아, 당신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거야?!’체통 없이 몸매를 다 드러낸 모습도 불만스러운데 이젠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사촌 여동생과 물어뜯는 모습까지 보여주다니. 내일 기사 일 면에 헤드라인이 어떻게 잡힐지 걱정부터 앞섰다.사회자가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잠재우려고 애를 써보았다.“설아 님, 농담으로 분위기 띄우시려는 건가요? 아니면 펜던트가 가품이라는 증거라도 있으신 건지?”“물론 증거가 있습니다.”차설아는 레이저 펜 하나를 집어 들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중을 향해 설명했다.“진짜‘차공주’는 엄청 세심하게 다듬어진 아이예요. 펜던트는 총 13번에 걸쳐 커팅됬고 마침 13개 획으로 그어져‘차공주’라는 글자가 찍혀있죠. 국왕께서 그런 방식으로 수양딸에 대한 사랑을 담은 것입니다. 레이저로 비춰보면 ‘차공주’세 글자가 밖으로 투영될 거예요. 하면 이 펜던트가 진품인지 가품인지는 레이저를 쏴 보면 알겠죠?”구경난 사람들은 흥미롭게 얘기를 들었고, 그중 누군가는‘차공주’에 그런 전언이 있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차설아는 망설임 없이 보석 상자의 펜던트에 레이저를 비췄다. 물론 투영되어 나온 글자는 없었다.“에이 뭐야. 결국엔 가짜잖아!”“쯧쯧, 자선 한다면서 가짜를 들이밀어? 늘 허영심이 문제지. 선을 넘네, 넘어!”갑작스러운 반전에 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소이서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소이서는 자신이 쪽팔렸단 생각에 이를 갈며 육장훈에게

  • 선 이혼, 후 집착   제44화

    “이건 저와 남편의 결혼반지입니다. 비록 가격이 엄청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반지입니다. 이자리를 빌려 기부하고 싶네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더 많은 나눔이 될 수 있게, 여러분, 많이 호가 해주세요.”그녀의 말과 행동에 현장은 웅성웅성했다. 결혼반지라니, 그것도 이렇게 흔쾌히 결혼반지를 꺼내 들다니!어떤 이는 그녀가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사랑을 나눌 줄 안다고 칭찬했고, 어떤 이는 차설아와 성도윤의 결혼이 소문대로 진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을 했다.관중석 맨 앞자리에 앉은 성도윤은 음산하고도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고 잘생긴 얼굴엔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반면 배경수는 기쁜 나머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즐거워하며 성도윤의 가슴에 비수로 꽂힐 말들을 뱉어냈다.“어이구. 우리 여신 누님께서, 예전엔 참 결혼반지를 귀하게 여기고 뭘 하던 꼭 끼고 빼지 않았었는데, 저리 쉽게 기부하는 걸 보니 바깥양반에 이만저만 실망 한 게 아니네요. 이 결혼생활을 내려놓으려고 마음 먹었나 보네요. 정말 축하할 일이죠!”말을 마친 배경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 설아를 향해 환호 대신 휘파람을 불었다.“여신 누님,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이 배경수가 배가의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누님의 반지를 끝까지 경매낙찰 할 테니, 같이 해요 그 나눔!”배경수의 화끈한 고백은 현장을 다시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고백도 고백이지만, 평소 단정하고 단아한 성씨 집안 둘째 사모님과 바람둥이로 소문난 배씨 집안 여섯째 도련님, 전혀 교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사연 있어 보이는 대화에 모두 진심으로 놀랐다. 무대 위, 차설아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배경수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오늘 배경수가 제대로 자신의 체면을 세워줬으니 차설아는 아주 고마웠다.사회자는 차설아에게 한 번 더 확인하며 물었다.“성가 댁 사모님, 다이아반지는 보통 의미하는 바가 큰 데, 정말 기부하시겠나요?”차설아는 황금알만 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쳐다보며

  • 선 이혼, 후 집착   제45화

    20여 일 후면 이혼할 사람이고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기에 차설아는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칠 수도 있었다. 오늘 밤에 그가 불행하게 운명을 다한다면 그녀는 유산 상속으로 크게 재산 분할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차설아가 그런 독한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다시 자선 행사장으로 돌아갔다.냉혈한 그 나쁜 남자가 그녀 뱃속 쌍둥이의 아빠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냥 죽게 내버려뒀다가 아이들이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평생 그녀 마음의 짊이 될 게 뻔했다.경매장 분위기는 이미 과열되어 있었다.“70억 원!”“80억 원!”“90억 원!”자선 경매장의 각계 유명 인사들은 흥분된 모습으로 활발히 호가에 참여하였다.오늘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그녀가 빼놓은 결혼반지였다.차설아가 자리에 앉았을 땐 이미 누군가 95억 원을 호가했다.!“이건 좀 오버다. 말이 안 되는데.”차설아의 기억이 맞는다면 반지 가격대는 오십억 정도였다. 역시 돈 많은 사람은 씀씀이가 헤픈 바보 같았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려고 옆에 마실 것을 든다는 게 마침 성도윤의 손을 터치했고 그 남자의 손은 차가웠다. 마치 차가운 미남이 거리를 두는 것처럼. 성도윤은 차설아를 쳐다보더니 눈빛 차갑게 말을 했다.“오늘 밤 당신 정말 제대로 주목받았어. 나의 와이프가 이렇게 대범한 사람인지 몰랐었네. 4년을 끼고 있는 반지를 기부한답시고 그렇게 쉽게 빼?”차설아는 여유롭게 한 모금 물을 마시더니 웃으며 말했다.“도윤 씨 그렇게 비꼬아 얘기할 거 없어. 난 다만 저기서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야.”성도윤의 눈길은 더 차가워졌고 눈동자에는 억누를 수 없는 화가 타오르는 게 차설아의눈에도 보였다. 밖이었으니 망정이지, 집이였으면 못 참고 터졌을 것이다.“도윤 씨, 여태까지의 정을 생각해서 얘기하는데. 꼭 들어. 이따가 저기 올라가지 마. 누군가의 타깃이 될 수 있어.”차설아는 목소리를 낮추어 성도윤에게 주의를 주었다. 방금 장내를 한 바퀴 돌아 보았지만, 수

  • 선 이혼, 후 집착   제46화

    둘은 그렇게 같이 걸어 올라갔다.번쩍이는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그들은 너무 어울리게 멋있고 이뻤다.사회자가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면서 성도윤과 그녀의 일들을 물었고 무대 아래의 사람들도 덩달아 소란스럽게 궁금해했다.하지만 차설아는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의 눈길은 현장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스캔하며 그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모두가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혐의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특정하지 못했다.‘혹시 아까 들은 건 그냥 장난친 소리였나?’ 생각에 잠긴 그녀에게 문득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자, 도우미께서 성 대표님이 200억 원에 낙찰한 오늘의 주인공 반지를 이분들에게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모델같이 키가 훤칠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의전 도우미는 반지가 든 경매함을 성도윤에게 전달했다.“자, 성도윤 씨 다시 한번 다이아몬드 반지를 부인의 오른손에 끼워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우리 모두가 두 분의 한결같이 아름다운 사랑의 증인이 되겠습니다.”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는데, 왠지 모르게 결혼식 사회자가 돼 있는 듯했고 성도윤과 차설아, 두 사람의 웨딩마치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현장의 분위기도 점점 고조가 돼가고 사람들이 성도윤과 차설아의 결혼식에 참석한 듯했다.그 폭발적으로 열렬한 현장은 사 년 전 그들의 결혼식을 방불케 했다.성도윤의 얼굴은 세상 다 잃은 사람처럼 무표정이었다. 굳이 200억을 들여 본시 자기들의 결혼반지를 다시 샀으니 얼간이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쓸어 담지도 못하니 대세 분위기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오늘 이 자리에서 저와 제 아내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이 반지의 제일 의미 있는 귀속이 제 아내의 네 번째 손가락이라고 생각합니다.”말을 마친 성도윤은 젠틀하게 반지를 들어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다시 끼워주려고 했다.“호호!”차설아는 그런 멘트를 하는 성도윤이 어색하기 그지없었고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며 경직된 채 서서는 손을 내밀 생각

  • 선 이혼, 후 집착   제47화

    성도윤은 깨어나 보니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보고 놀라면서 말했다.“드디어 깨어났네요. 하루 종일 기절해 있었어요.”“온종일?!”‘빌어먹을!’피 공포증은 점점 심해만 갔다. 늘 이렇게 중요할 때 발작하곤 한다.기절하기 전, 마지막 기억이 차설아가 총에 맞는 화면이어서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그는 단번에 간호사의 팔을 꽉 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차설아는 괜찮아요?”간호사는 성도윤의 급격한 반응에 깜짝 놀라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혹시, 아내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제 같이 병원에 이송해 왔는데 다친 데만 치료받고 싸매고 돌아갔어요.”“싸매고 바로?”이 말을 들은 성도윤은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차설아는 총에 맞지 않은 모양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네, 싸매고 배 도련님과 함께 가셨어요.”간호사가 덧붙여 말을 해줬다.“배경수 그 자식이랑?!”성도윤은 그 말에 바로 퇴원 절차를 밟았다.“딩동! 딩동!”차설아는 라면을 갓 준비해 놓고 먹으려는 데 누군가가 찾아와서 기분이 언짢은 표정이었다.‘배경수, 아! 짜증나. 어제 금방 쫓아냈는데 또 바로 오네. 혼자 있기 이렇게 힘든 일인가?’그녀는 본인이 다친 데가 그저 작은 상처라고 생각했고 혼자 조용히 쉬고 싶었다.문을 열자, 성도윤이 눈앞에 서 있는 게 보였고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놀라웠고 차설아는 이유 없이 긴장해졌다.“왜? 당신이 여기에 왜?”‘피 현기증이 생각보다 심한 것 같던데.’성도윤은 대답은 하지 않고 되레 그녀에게 혼자냐고 물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방 구석구석을 스캔하는데 그 모습은 바람피운 아내의 현장 잡으러 온 남편을 방불케 했다.“그건 당신하고 상관없지 않아?”“왜 상관없어. 부부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이웃끼리 서로 관심해 주는 게 우리 민족의 미덕이니까.”성도윤은 대꾸하면서 몸은 벌써 당당하게 방안에 들어갔다.“...”차설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전에는 왜 이 사람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48화

    “성도윤, 말로 하자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안아서 뭐 하자는 건데! 우리가 이런 사이가 아니잖아. 나 좀 내려놔!”차설아는 성도윤의 품 안에서 발버둥 쳤다.그녀도 솜씨가 만만치 않아 그들 사회에서는 그래도 지위가 있는 신분인데 매번 성도윤에게만은 고양이처럼 목덜미를 잡혀 사는 건지? 정말이지 체면이 서지 않는 노릇이다.“움직이지 마, 당신 환자야.”성도윤은 이미 욕실 앞에 도착했다.품 안의 여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그의 보호욕을 자극했다.“...”그냥 팔을 살짝 다쳤을 뿐, 허리가 다친 것도 아니고, 다리도 멀쩡한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도움을 준다고 이 난리를 치니 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 성도윤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욕실로 들어가서 나갈 생각을 않고 시중들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으니 차설아는 당황스러웠다.“성도윤, 당신 설마 진짜 나 목욕시켜 주려는 건 아니지? 경고하는데 적당히 해. 딴짓하면 죽어!”성도윤은 차도남답게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그녀를 욕조에 살짝 앉히고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앙증맞은 턱을 올리며 말했다. “딴짓 하겠다면? 욕조가 이렇게 좋고 넓은데 둘이 들어가기 딱 좋은 싸이즈인데?”“안 돼!”차설아는 목덜미까지 빨개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자기가 사랑했던 넘사벽 도도한 그 남자가 이렇게 대놓고 끼 부리는 모습이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역시나 시크한 건 다 컨셉이었다. 겉보기에 얼마만큼 진중하면, 안으로 그만큼 응큼하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었다.“도윤 씨, 함부로 하지 마. 나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어!”“신고해. 경찰이 부부 동반 목욕까지 관여할까나?”성도윤은 말하면서 팔을 걷어붙여 이미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고 셔츠의 단추도 두 개나 풀어헤치더니 몸을 숙여 얼굴을 그녀 가까이 대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어차피 이혼할 사인데, 우리 특별하게 작별 인사로 부부 동반 목욕 어때? 의미 있게?”너무 대놓고 하는 유혹! 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속으로 외쳤다.‘경

  • 선 이혼, 후 집착   제49화

    “무슨 일이야?”성도윤은 진무열의 전화를 끊고는 바로 욕실로 달려가서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 안에서 차설아의 허둥대는 소리가 들렸다.“아니, 나 괜찮아! 들어오지 마! 제발 들어오지 마!”그리고 바로 안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났다. 전혀 괜찮지가 않은 소리였다.성도윤은 잠시 머뭇하더니 결국 문을 밀고 들어갔다.“야! 누가 들어오래! 나가! 당장... 나가!”욕실의 차설아는 이미 욕조에서 일어나 있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못 한 채 뛰어 들어온 성도윤을 보고 급하게 목욕 타월을 하나 집어 몸을 가렸다. 그런데 아무리 그녀가 빠르게 가렸어도 성도윤에게 다 보이고 말았다.“...”성도윤은 큰 체구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서는 입술이 말랐는지 관능적으로 목젖을 젖혔다.마른 차설아의 몸은 늘 옷에 가려져 있어서 이렇게 은근히 좋은 몸매인 줄 몰랐다. 지나간 사 년 동안 이렇게 어여쁜 보석 같은 여인을 두고 뭘 했기에 이제야 그걸 안단 말인가!성도윤은 한참 지나서야 마음의 진정을 찾았고 몸뚱아리의 충동을 가라앉혔다.그제야 욕조 위쪽에 옷을 올려둔 선반이 떨어진 게 눈에 들어왔다. 차설아의 옷가지들이떨어져 욕조에 빠져 젖어 있었다. 차설아가 두른 목욕 수건도 축축하니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도와줄까?”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고 차설아는 축축한 수건을 두르고 그렇게 남자 앞에 굳어 서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연못에 떠오른 연꽃처럼 사랑스럽고 유혹적이었다.“그래 보여?”얼굴부터 발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이 상황이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이 사람은 뭘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오나? 친하지도 않으면서? 옷도 입고 있지 않는데 달려 들어오면, 그게 괜찮을 일인가?’그녀가 타월로 몸을 가렸으니 망정이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어떻게 도와줄까?”성도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향해 두어 걸음 걸어갔다.“잠시만. 오지 마! 그게 지금 나한테는 제일 큰 도움이야!”차설아는 욕

  • 선 이혼, 후 집착   제50화

    성도윤과 차설아가 모두 옷을 갈아입었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졌다.차설아는 침대에 기대고 있었고 성도윤은 파란 가운을 입고 나른하게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런 성도윤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저기... 그저 찰과상을 입었을 뿐인데, 진짜 이렇게 지켜준다고 진 치고 있을 건가? 당신은 당신 집에 가서 잠을 자.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좀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성도윤은 신문을 덮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자리에서 침대 위의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정색해서 말했다.“당신은 나를 구하기 위해 상처를 입었고, 나는 당신이 다 나을 때까지 돌봐 줄 책임이 있는 사람이지. 혹시, 혼자서는 잠을 못 자니까 재워 달라고 앙탈 부리는 건가?”“아니!”차설아는 두 팔로 대문자 X자를 취하고는 남자를 등지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더는 의미 없는 말다툼하기 싫었다.‘됐다. 됐어. 지키고 싶으면 지키라고 해. 어차피 소파에서 저러고 있으면 힘든 건 본인이니까. 난 내 잠이나 잘란다!’시간은 1분 1초 지나갔고 은은한 스탠드 조명에, 집안은 고요하고 평화로웠고 가끔 성도윤이 잡지를 뒤집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게 요즘 잠을 설치던 차설아는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처음 느끼는 든든함에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성도윤도 눈이 피곤한 듯 잡지를 내려놓고 눈을 감더니 눈 주위 혈을 눌렀다. 조각 같은 이목구비는 부드러운 조명이 더해서 완벽했다.등지고 누운 그녀는 작은 토끼처럼 웅크린 자세로 잠들어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성도윤은 마음이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흠, 스치는 바람에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이 어찌 나를 보호할 용기가 났지?’성도윤이 이렇게 옆에서 지키려는 이유는 그녀가 한밤중에 깨어나 목마를 때, 돌봐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되는 것도 있고, 또 그를 해치려는 그 세력이 그녀에게 보복하러 올까 봐 걱정해서였다.그 세력이 거듭 그를 죽이려고 달려드니, 그 역시도 한 치의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성도윤은 심호

최신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1화

    검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서씨 가문 서은아였다. 서은아는 그동안 차설아를 감시하고 있었다. 차설아가 식당에 밥 먹으러 간 사이에 차성철이 있는 병실을 책임지는 간호사에게 돈을 쥐여주었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수술을 마친 뒤, 침대에 누워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차성철은 살짝 다쳐도 부서질 것처럼 나약해 보였다. 서은아는 병실 침대 앞에 서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작은 물건을 차성철 베개 옆에 올려놓고는 산소마스크를 벗겼다.“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안해. 당신이 식물인간이 되면 당신 여동생도 기가 죽어서 나대지 못할 거라고 믿었어. 그런데 박성훈이 와서 당신을 살렸지 뭐야? 성도윤이 박성훈한테 부탁한 거라면서? 정말 어이가 없더라. 보나 마나 차설아가 성도윤한테 부탁한 거겠지. 뻔뻔스러운 년이...”서은아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날 탓하지 마. 탓하려면 그 못난 여동생을 탓해. 차설아는 내가 성도윤과 약혼한 사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성도윤한테 달라붙으면서 날 괴롭혔어. 동생이 저지른 잘못은 오빠인 당신이 책임져야지. 안 그래?”서은아는 말을 마친 뒤, 감시 카메라를 피해 조용히 병원을 나섰다. 식당에 앉아 있던 차설아는 바람이 포장한 음식을 보면서도 어쩐지 불안해서 먹고 싶지 않았다.“설아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탕수육이야. 다른 식당에서 하는 건 눅눅해서 맛없지만 이 식당에서 하는 건 바삭하잖아. 바람 씨가 널 위해서 사 온 건데, 한 입이라도 먹어 봐.”배경윤은 불안해하는 차설아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바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이 식당에 줄을 서려고 아침 일찍 깨어났어. 하지만 스파크가 좋아하는 거라면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사러 가야지.”바람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피식 웃었다. 그동안 차설아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쯧쯧. 바람 씨한테 설아를 맡겼다가는 뚱보가 되겠어. 한 달 안에 10킬로 찐다는 것에 내 머리카락을 걸겠어.”“스파크는 살이 쪄도 예뻐서 괜찮아. 지금처럼 귀여울 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0화

    배경윤은 박성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박성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도윤이 데려온 의사라는 말에 성도윤처럼 나쁜 사람인 줄 알고 경계했다.“경윤아, 그러지 마. 박 선생님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오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준 분이야. 오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차씨 가문의 은인이 될 분이거든.”차설아는 다시 일어나더니 박성훈한테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박 선생님, 죄송해요. 경윤이는 늘 저를 아껴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라 이런 일에서는 예민하게 굴거든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병원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죠. 만나본 보호자 중에서 제일 정상적인 반응이거든요. 저는 이해해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저 말고 성 대표님께 고맙다고 해야죠. 저는 수술할 생각이 없었는데 성 대표님이 간절하게 부탁했고 제가 좋아하는 바다낚시까지 같이 해주셔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바다낚시 내기에서도 졌으니 성 대표님 말대로 수술해야 했어요.”“성도윤이 어렵게 모신 분인 건 알고 있었어요. 나중에 오빠가 깨어나면 인사하려고요.”“잘 생각했어요.”박성훈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말을 이었다.“생각이 많으면 마음이 힘들 거예요. 사실 생각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일은 없으니 마음 편안하게 먹고 환자분이 깨어나길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박성훈은 사무실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오후 4시라서 박성훈이 말한 시간까지는 아직도 4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배경윤은 차설아가 또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밥부터 먹자.”“괜찮아. 난 배고프지 않아.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오빠가 일어나야 내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아.”차설아는 병실 밖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차성철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이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오빠도 네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9화

    배경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그 나쁜 놈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말해.”차설아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그래도 도움받았잖아.”“아...”배경윤은 주먹을 꽉 쥔 채 머뭇거렸다. 차설아한테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고는 목적, 증언, 사건 발생 시간으로 보았을 때 성도윤이 배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성도윤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 없었다. 만약 이 말을 꺼냈다가 차설아와 성도윤이 싸우게 된다면 손해 보는 건 차설아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설아야, 그저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성도윤을 너무 믿지 마. 성도윤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진심을 드러내지 말고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지?”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했다.“나도 알아. 지금까지 성도윤을 용서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오빠 얼굴에 남은 흉터를 볼 때마다 성도윤이 떠올라서 화가 솟구쳐 오르거든... 성도윤이랑 잘 해볼 생각이 아니라 그저 좋은 의사를 데려와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차설아는 수술실을 바라보면서 말했고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눈에 핏줄이 가득 서렸지만 차성철이 나올 때까지 쉴 수 없었다. 성도윤에 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차설아의 마음이 아팠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았고 애매모호한 선을 넘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마주치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더 이상 그 사람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알지만 항상 경계해야 해. 그 사람이 얼마나...”“알겠어. 곧 수술이 끝날 테니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오빠가 무사히 나오기를 바라면서 기다리자.”차설아는 배경윤의 말을 끊었다.“그래. 같이 기다려보자.”배경윤은 슬픔이 가득 서려 있는 차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8화

    사도현은 턱을 쳐들더니 거만하게 말했다.“내가 바로 배경윤 남자 친구예요.”사도현의 말에 같이 식사하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회사 대표가 당당하게 공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뭐?”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 사도현이 미친 짓을 저지를 줄 예상 못했는지 사도현을 향해 부르짖었다.“사도현, 너 정말 미친 거야?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헤어진 지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남자 친구라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찬영 오빠 앞에서 공개하다니...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구나. 내 미래의 남자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람한테 알려주려고 작정한 거야!’“내 말이 틀렸어? 우리 사귀는 사이 맞잖아.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온 첫 번째 날에 어떻게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잤겠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사도현이 피식 웃더니 부르짖는 배경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배경윤의 시선을 느끼면서 이제야 자신의 것을 되찾은 것 같았다.“그, 그건...”배경윤은 말문이 막혔다. 설명하면 할수록 말려드는 것 같아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진찬영이 입술을 깨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두 사람이 한방에 들어가는 것이 사귄다는 증거라면, 사도현 씨는 배경윤 씨가 아니라 윤설 씨의 남자 친구인 것 같은데요? 윤설 씨 곁을 떠난 적이 없잖아요. 도대체 두 분 중에서 누구의 남자 친구인지 헷갈리네요. 아니면 두 분을 속여서 양다리를 걸친 게 아닐까 싶어요.”진찬영의 말을 들은 배경윤은 반격할 수 있는 틈을 찾았다. 그러고는 도덕적인 면에서 사도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맞아요! 같은 방을 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날에 남은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랬어요. 우리 두 사람 모두 외양간에서 자기 싫었거든요. 그날 밤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윤설 씨랑 사도현 씨 사이는 각별했어요. 정성을 다해서 보살핀 여자랑 사귀는 것 같은데 왜 나를 언급하고 난리야! 난 너처럼 미친놈이랑 사귈 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7화

    그 말을 들은 장윤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윤태가 다급히 뜯어말렸다.“집에 갈 정도로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죠! 그런 설정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찬영이도 커플 설정을 원하지 않을 테니 강요할 수 없었거든요. 다들 장난치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장윤태는 게스트들이 말하는 커플 중 한 쌍이 진찬영과 배경윤임을 확신했다. 옆에 앉아 있던 사도현은 굳은 표정으로 진찬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장 감독님,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배경윤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개인적인 일로 해안시에 다시 돌아가야 해요. 프로그램 촬영하는 동안 정말 재밌었어요. 게다가 찬영 오빠랑 커플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하면 더 행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해요.”“잘생긴 남자라면 다 좋아하나 보지?”말을 마친 사도현은 혼자서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장윤태는 배경윤을 설득하지 못하자 재빨리 다른 제안을 했다.“급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곧 연애 예능 촬영이 있는데 그때 시간이 되면 우리 찬영이랑 같이 게스트로 출연하지 않을래요?”“좋아요!”배경윤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진찬영과 함께 촬영할 수 있다면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무조건 출연할 것이다. 진찬영과 떨어지려니 아쉬웠지만 돌아가서 차설아의 곁을 지켜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작별 인사를 했다.“배경윤 씨랑 같이 출연한다면 저도 좋아요.”진찬영은 배경윤을 향해 말했다. 애초에 진찬영은 배경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이 마을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배경윤이 있는 곳에 꼭 따라갈 것이다.“그럼 두 사람이 사인한 계약서 말고 다른 계약서를 준비할 테니 이제 만나서 얘기해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 프로그램 계약서대로 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장윤태는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너무 기쁜 나머지 술을 마시면서 껄껄 웃었다.“안 돼요.”사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배경윤은 너무 바빠서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할 시간이 없을 거예요.”배경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6화

    사도현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누가 진찬영을 밀어주든지 상관없이 배경윤에게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재벌가 아가씨의 마음을 얻으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윤설 씨가 사도현 씨한테 빌붙어서 드라마 여주인공 역만 맡는 것처럼요?”진찬영이 말을 이었다.“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사도현 씨랑 같은 줄 알고 섣불리 판단할 수밖에 없겠죠. 더 이상 의미 없는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진찬영이 가마뚜껑을 열어보자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추어탕 안에 청양고추를 넣으니 배경윤이 좋아하는 매콤한 추어탕이 완성되었다. 사도현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 진찬영이 추어탕을 옮겨 담고는 주방을 나섰다. 사도현은 불을 피우면서 흘러나오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두 남자의 대결은 사도현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여러분, 오늘 메뉴는 추어탕이에요! 어서 드셔보세요!”진찬영은 환하게 웃으면서 쉬고 있던 게스트들을 불렀다. 배경윤은 터벅터벅 걸어 나와서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진찬영이 해준 밥을 먹어서 기쁘긴 했지만 웃을 힘조차 없었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진찬영은 직접 국을 떠주면서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고 다시 생각해요. 배경윤 씨를 위해 만든 건데, 한 입도 먹지 않으면 좀 속상할 것 같거든요.”“아, 죄송해요. 생각할 게 많아서 신경 쓰지 못했어요.”배경윤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추어탕을 먹기 시작했다.“먹어봤던 추어탕 중에서 제일 맛있어요!”“당연히 그렇겠죠. 추어탕에 진찬영 씨의 사랑이 가득 들어갔으니 맛없을 리가 없잖아요. 우리 같은 구경꾼들은 배경윤 씨가 부러워 죽겠다니까요!”“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분이 누군가를 위해서 직접 미꾸라지를 손질했다니깐요. 보통 정성이 아니에요! 그 여자 덕분에 저희도 이렇게 맛있는 추어탕을 먹어보네요.”추어탕을 맛보던 게스트들이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진찬영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들으면서 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5화

    윤설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나는 그렇다고 한 적 없어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 더 알려줄 것도 없고요. 정말 궁금하다면 의심 가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보세요.”배경윤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미 배후가 밝혀진 마당에 더 캐묻는 건 멍청한 사람이나 할 짓이었다. “그리고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새겨들어요. 도현 씨랑 성도윤은 생사를 함께 겪은 형제이니 도현 씨를 멀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도현 씨는 성도윤 편을 들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차성철이 수술했다는 것을 성도윤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게다가 성형외과 의사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윤설은 배경윤의 반응을 지켜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성도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성도윤이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연관된 일이긴 하지만 그게 결국 성도윤의 일이 되는 거지. 난 사실만 말했으니 아무 잘못도 없어. 배경윤, 이제는 도현 씨 곁에서 떨어져!’“난 성도윤이 그런 일을 벌일 줄 알았어요! 천하의 나쁜 놈 같으니라고...”윤설의 말을 들은 배경윤은 모든 것이 성도윤과 연관된 일이라고 확신했고 사도현이 성도윤을 도와주었다고 여겼다. ‘계속 여기에 남아있어서는 안 돼. 얼른 해안시로 돌아가서 설아한테 알려줘야지. 그놈 때문에 또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어! 설아야, 조금만 기다려줘!’주방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은 두 남자의 대결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진찬영은 앞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올린 채 두부를 썰었다. 집중하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있어서 여자든 남자든 진찬영에게 반하고 말 것이다.하지만 부뚜막 앞에 앉아 불을 피우고 있는 사도현은 진찬영을 노려보기에 바빴다. 사도현은 장작을 진찬영의 팔이라고 생각하면서 두 토막으로 끊이고 불 속에 집어넣더니 차갑게 말했다.“우리 둘밖에 없으니 솔직하게 말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예요? 돈 때문이라면 원하는 만큼 줄 테니 말해봐요. 얼마면 되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4화

    배경윤은 윤설이 단둘이 얘기하자는 말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하지만 이 일은 차설아 친오빠의 목숨과 연관된 일이었기에 윤설의 의도를 알면서도 함정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내 방으로 가서 단둘이 얘기해요.”배경윤은 앞장서서 사도현과 지냈던 방으로 들어갔다. 박지영은 윤설을 방까지 부축한 뒤, 재빨리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윤설은 울퉁불퉁한 방바닥, 구멍이 난 천장과 낡아서 당장이라도 망가질 것 같은 침대를 보면서 말문이 막혔다.윤설은 미묘한 감정이 들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현 씨랑 이런 방에서 같이 지낸 거예요?”“네. 침대도 푹신하고 공기가 좋아서 잘 잤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배경윤은 윤설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말을 먼저 꺼낼 줄 몰랐다. 사도현은 배경윤과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윤설 곁을 지켰다.‘이런 것까지 질투하는 건가?’“쓰레기 소각장 같은 곳에서 도현 씨가 지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도현 씨는 결벽증 때문에 이런 곳에서 자지 못했을 거라고요.”“쓰레기 소각장이라고요?”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방이 아니면 외양간에서 소랑 같이 자야 하거든요. 이 정도면 꽤 좋은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윤설 씨가 결벽증인 것 같아요.”“도현 씨가 배경윤 씨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맞네요. 배경윤 씨를 위해서 이런 누추한 방에서 자고 더러운 진흙으로 들어가 배경윤 씨를 안아 들다니... 내가 배경윤 씨를 얕잡아 봤네요.”윤설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배경윤은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입을 열었다.“본론만 얘기하세요. 배후가 누구기에 성형외과 의사한테 전화하게 된 거죠?”“말해도 배경윤 씨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걸요?”윤설은 차갑게 웃더니 거만한 눈빛을 하고서 배경윤을 훑어보았다. 배경윤이 목을 치려고 하는 배후는 손을 뻗을 수도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었다.“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하더라도 알 건 알아야겠어요. 더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배후가 누구인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3화

    게스트들은 사도현의 표정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불을 피우러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러 가는 것 같은데요?”옆에서 듣고 있던 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네가 불을 피운다고?”그러고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너처럼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은 장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불을 피우다니, 네가 듣기에도 웃기지 않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주방에서 나오는 게 도움이 되겠어.”배경윤은 불을 피우고 진찬영이 요리할 때 옆에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데 사도현이 갑자기 끼어들어서 몹시 당황했다.‘사도현은 왜 자꾸 끼어들려고 하는 거야! 찬영 오빠랑 같이 경운기를 타려고 할 때, 찬영 오빠랑 미꾸라지를 잡을 때, 찬영 오빠랑 같이 요리하려고 할 때 계속 방해만 하잖아. 명색이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놈이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거야?’“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불 피우는 건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아니면 여자가 옆에 있어야 요리할 수 있다는 건가? 세상에 그런 바보가 있을 리가 없잖아.”사도현은 팔짱을 낀 채 진찬영을 쳐다보면서 배경윤한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사도현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사도현은 일부러 진찬영을 저격했다.“너 자꾸 함부로 말할 거야?”배경윤은 화가 나서 사도현을 노려보았다. 팬으로서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여우 같은 놈, 여자가 없으면 요리를 못하는 놈이라고 욕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괜찮아요.”진찬영이 피식 웃더니 배경윤의 팔목을 잡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배경윤 씨가 옆에서 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혼자 하겠다고 설치다가 일을 망치던데요?”진찬영은 사도현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도현 씨께서 불을 잘 피울 수 있다고 하셨으니 믿어야죠. 다들 쉬고 계세요. 다 되면 알려드릴게요.”진찬영과 사도현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각자 할 일을 했다. 마당에 앉아 있던 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