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누가 쓰러졌어요!”사람들 속에서 황급한 고함소리가 들렸다.사도현은 이미 차에 탄 상태였고, 자신과 무관한 여자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생각이 불순한 남자들도 있는 것이니, 사도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다 비켜!”사도현은 빽빽이 들어찬 인파를 헤치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구경꾼들은 딱 봐도 부잣집 도련님인 사도현의 모습을 보고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다.하지만, 사도현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의식을 잃은 윤설을 독점하려는 건방진 인간도 있었다.“그 손 놔!”사도현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윤설의 몸에 손대고 있는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에게 명령했다.“네가 뭔데 참견이야? 이 여자는 내가 먼저 발견했어! 빼앗아 갈 생각하지 마!”칼자국 남자는 윤설의 팔을 잡아당기며 당당하게 그녀를 업고 떠나려 했다.구경꾼들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만류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러워하는 눈치였다.이건 확실히 이 지역의 ‘특색’으로, 흔히들 ‘시체 줍기’라고 한다.이곳에서 거리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모든 여자들은, 술에 취했든, 배가 고파서 기절했든, 아니면 아파서 쓰러졌든, 모두 생수처럼 공공자원으로 여겨져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라는 규칙이 있었다.윤설 같은 절세미인은 보기 드문 보물이라, 그녀를 주운 사람은 당연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 여자 놓으라고!”사도현은 큰 체구로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차가운 기운이 극도에 달해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물론, 칼자국 남자도 현지에서 꽤 유명했다. 일반인들은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니, 당연히 사도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이야?”“이 여자는 내 사람이야!”사도현은 또박또박 말한 후, 찢은 계약서를 꺼내 냉소를 지었다.“방금 블랙한테서 받아온 신체 매매 계약서야. 굳이 이 여자를 데려가겠다면 네가 블랙을 찾아가든가!”“블랙... 형님?”칼자국 남자는 갑자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당황한
“뭐? 뭘 들었는데?”“저는 도현 씨의 사람이라고. 이건 저를 받아드렸다는 뜻이죠, 맞죠?”“오해하지 마. 방금 돌발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고마워요!”윤설은 웃으면서도 눈시울을 붉히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네요. 저승길에서 외로운 혼령이 아닐 거예요.”“그게 무슨 말이야? 죽다니?”사도현은 윤설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임종 전의 유언을 남기는 것 같았다.“제가 작은 부탁을 해도 될까요?”윤설은 사도현의 팔을 붙잡고 불쌍하게 말했다.사도현은 여자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말해봐.”“제가 죽으면 유골을 작은 상자에 담아 이장의 오래된 우물에 묻어주세요. 장례식도 필요 없고, 그저 기일에 아무나 보내서 제사를 지내면 돼요.”여기까지 말한 윤설은 이미 호흡이 약해졌다.사도현은 생각할수록 이상해서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대체 뭔 일이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아니에요. 그저… 콜록!”윤설은 갑자기 피를 토하더니 의식을 잃었다.사도현은 당황하여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차에 태우고 계속 말했다.“조금만 버텨, 당장 병원으로 데려다줄 테니, 조금만!”차는 사람들이 붐비는 길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어쩌면 이 순간부터 두 사람의 운명은 함께 묶였는지도 모른다.그 늙은 어르신의 말씀대로 윤설은 사도현의 운명이자 재난일 지도 모른다.성도윤은 성가 저택으로 돌아왔고, 이미 늦은 밤이었다.여전히 차설아에 대한 소식을 얻지 못했다.‘이 여자 진짜 지구에서 사라진 거 아니야?’강진우는 위로하며 말했다.“도윤아, 조급해하지 마. 이미 사람들을 더 보내서 전국에서 찾고 있어… 다른 나라의 정보 부서와도 연락해서 설아 씨 행적을 찾고 있으니까, 곧 소식이 있을 거야.”성도윤은 의욕을 잃고 덤덤히 말했다.“찾지 마. 그냥 내버려 둬!”“도윤아, 그게 무슨 말이야? 포기하겠다는 소리야?”“우리 사이는 이미 너무 많이 멀어졌어. 찾더라도 서로 상처만 줄 거
성도윤은 이 지도의 지형구조와 선로의 방향이 성가의 북성 노군산에 있는 선조의 무덤 입구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성가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었고,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대대로 장군 대신으로 세력이 뛰어났다. 가문은 북성 일대에서 활동했고, 조상들도 북성에서 가장 풍수가 좋고 외부인의 접근이 가장 어려운 노군산에 묻혔다.증조할아버지 때 온 가족은 해안 시로 와 지금의 성과를 이룩했다.몇 년 동안 성가는 주요 제삿날을 제외하고는 북성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이상하네. 성씨 가문의 지형도가 왜 차설아의 포대기에 있지?”‘혹시 두 가문 사이에 어떤 인연이라도 있었나? 할아버지한테 기회를 봐서 여쭤야겠어.’성도윤은 조심스럽게 이불과 비단을 작은 상자에 넣었다.그는 갑자기 또 무슨 생각이 나서 차설아의 노트를 꺼내 사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사도현은 응급실 문밖의 벤치에 앉아 윤설을 기다리고 있었다.사도현은 자신이 아마 미쳤다고 생각되었다.종래로 남 일에 나서지 않고 독선적으로 행동하던 자신이 열정적으로 나서서 밥도 못 먹은 채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있으니 말이다!“형,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사도현은 성도윤의 전화를 받았지만, 주의력은 여전히 끊임없이 반짝이는 응급실의 빨간 불에 있었다.빨간 불이 멈추면 응급처치가 끝났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사도현은 윤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녀에 대한 강한 끌림으로 인해, 그녀가 이렇게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내가 전에 차에서 너한테 노트를 보여줬잖아. 나 도와주겠다고 했던 말 기억나?”전화기 너머에서 성도윤이 느릿느릿 물었다.“콜록, 기억 안 난다고 해도 돼?”성도윤의 말투를 들은 사도현은 분명 좋은 일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이건 성도윤이 함정을 파놓고 사도현에게 ‘네가 약속했으니, 뛰어들어!’라고 말하는 격이었다.“긴장할 필요 없어. 돈을 버는 일이니까, 너한테 손해 가지 않아.”“고마워, 형. 하지만 난 돈이 부족하지 않아. 이렇게 좋은 일
“3개월 안에 그 내용을 영화로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상영하고, 돈을 퍼부어서 올해 최고의 영화로 만들어.”성도윤은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사씨 가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윈스 엔터테인먼트’를 갖고 있었고, 소속 연예인은 모두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수에 출연한 세계적인 스타들이었다. 이 일을 사도현에게 맡긴다면 성도윤은 충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나도 그때 보고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사도현은 눈을 반짝이더니 급히 말했다.“그 팬 픽션은 주인공의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갈등과 충돌이 심해서 상품으로 만들기 딱이야. 하지만… 내용이 좀 막장이라 아이돌 드라마로 만들기 더 적합해. 영화로 만들고,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로 만들기에는 난이도가 좀 높아.”“난이도가 낮은 일이었으면 내가 왜 널 찾았겠어?”성도윤의 태도는 강경했고 군령을 내리는 듯 말했다.“3개월 후에, 난 이 영화가 세계적으로 퍼지는 것을 봐야겠어.”사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형,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영화로 만든다고 해도, 줄거리와 결말이 없잖아. 배우는 또 어떻게 구해? 저작권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 안 해봤어?”“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지.”성도윤은 더욱 강력한 말투로 차갑게 명령했다.“3개월 후에 나한테 결과를 보여줘.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넌 끝이야.”“휴, 형, 제발! 내 말 좀 들어봐…”“뚜뚜뚜…”성도윤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사도현은 제자리에서 울분을 토했다.영화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이지만, 이런 막장 로맨스물을 세계적인 영화로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이때, 계속 깜빡이던 응급실의 빨간 불이 멈췄다.수술실에서 나오는 의사의 안색이 꽤 좋았다.“어떻게 됐어요? 선생님.”사도현은 얼른 다가가서 물었다.“환자분 명이 길어요. DDVP를 반 병 마시고도 살았으니. 아주 기적이에요.”의사는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약 먹고 자살한
3개월 후, 동남아시아의 어느 개인 섬.차설아는 하얀 해먹에 누워 차가운 수박을 여유롭게 먹으며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출산 예정일이 두 달 남짓하여 배가 이미 크게 불렀다.해안을 떠난 후, 차설아는 줄곧 이 섬에 머물면서, 매일 바닷바람을 쐬고, 먹고 마시고, 원격으로 천신 그룹과 법률사무소의 일을 보며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보냈다.역시, 인터넷에서 말했듯이 남자를 가까이하면 불행해진다는 말이 맞았다!성도윤의 세계에서 완전히 물러난 후부터, 차설아는 잘 먹고 잘 자며, 행복하게 지내서 몸도 마음도 좋아져 살까지 올랐다.이 개인 섬은 수년 전, 그녀가 학술 상금과 특허 비용,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모은 돈으로 샀고, 자신이 꿈꾸던 모습으로 만들었다.원래 이 섬을 무릉도원처럼 개조하여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이곳에 휴가로 데려오려고 했다.아쉽게도 섬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안에 변고가 생겼고, 그녀는 성가로 시집갔기 때문에 한 번도 섬에 온 적이 없었다.최근 몇 년 동안 이 섬은 배경수가 자비를 털어 유지한 덕에 황폐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기지국도 건설되어 자주적으로 신호를 제공할 수 있었다.이것이 바로 차설아가 계속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행적이 전혀 잡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이 작은 섬은 작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섬에는 없는 것이 없었고, 차설아가 마음만 먹으면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살기에 충분했다.차설아는 이 섬을 ‘해바라기 섬’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녀는 섬에 해바라기 꽃을 가득 심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해바라기처럼 영원히 햇빛을 따라 강인하고, 낙천적인 삶을 살기를 바랐다.차설아와 섬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사람은, 그녀의 유모 민이 이모였다.민이 이모는 조상의 의술을 물려받아 태아의 발육에 주의를 기울이고 매일 다양한 영양가 있는 식사를 준비했다.두 사람은 아이가 태어나 이 섬에 더 많은 생명력을 가져다줄 것을 더없이 기대하고 있었다.‘다다다’
“알았어! 잔소리 그만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쉬지 않고 말했잖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빠가 아이 아빠인 줄 알겠어!”배경윤은 짜증스럽게 배경수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차설아를 안았지만 이번에는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안았다.배경윤은 손으로 차설아의 볼록한 배를 만져보고 생명의 위대함에 감개무량했다.“대박, 언니, 배가 이렇게 커졌어? 너무 신기해. 이 안에 정말 아기가 두 명 있다고?”배경수가 이미 배경윤에게 말한 것을 깨닫고, 차설아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맞아, 이란성 쌍둥이야. 이제 두 달 남았어.”차설아도 생명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섬에 있는 동안, 차설아는 느린 삶을 살며 뱃속에서 두 아이가 조금씩 자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매일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노래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마치 알아들은 듯 꼬물거리며 그녀에게 답해주어서 너무 행복했다.“이란성 쌍둥이라니!”배경윤은 눈알이 땅바닥에 떨어질 정도로 놀랐다.“언니, 역시 대단해. 한 번 하는 임신 제대로 하네! 성도윤 그 인간이랑 절대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꽤 닭살 부부였나 봐? 아니면 어떻게 한방에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해!”“음...”차설아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며 난처했다.배경윤의 노골적인 말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성가네 집안에는 이란성 쌍둥이 유전자가 없는 거로 아는데. 혹시...”배경윤은 갑자기 흥분하여 펄쩍 뛰었다.“혹시 우리 오빠 아이를 가진 거 아니야? 우리 집에는 이란성 쌍둥이 유전자가 있잖아! 나 고모 되는 거야? 너무 좋아!”차설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차설아도 오히려 배경수의 아이이기를 바랐다. 그러면 적어도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있으니 말이다.요즘 배경수는 그녀를 만나러 하루가 멀다 하고 섬에 들락거렸다. 천신 그룹의 상황을 보고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차설아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배경수는 올 때마다 차설아와 아이를 위해 선물을 잔뜩 가져오고, 재미있
“뭐?”차설아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얼른 다가갔다.배경윤은 영화관에서 찍은 듯한 영상을 보여주더니, 여러 남녀가 스크린 앞에 서서 영화를 홍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이건...”차설아는 남녀 배우의 자기소개를 보고는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져 외계인을 본 듯 충격을 받았다.“하하, 놀랍지! 영화 ‘차성커플’의 시사회야... 언니 예상이 맞아. 언니랑 성도윤의 팬 픽션을 영화로 만들었어. 내가 봤는데 엄청 재밌는 거야. 얼마나 펑펑 울었다고!”배경윤은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알겠는데, 왜 남자 주인공이... 하필 성도윤이야?”‘이 자식 소문난 워커홀릭 아니었어? 1분에 몇백억의 돈을 버는 재계 엘리트, 재벌가 도련님이 이런 막장 로맨스 영화를 찍으러 갔다고? 한가한 거야? 아니면 투자사한테 약점이라도 잡힌 거야?’“그러니까! 이 영화는 비밀리에 촬영해서 갑자기 개봉했잖아. 출연진이 발표되고, 연예계, 비즈니스계, 재벌계, 네티즌 등등 모두 깜짝 놀라서 바로 실검에 올랐어. 성도윤이 직접 출연하게 된 건 대본의 진짜 작가가 성도윤이기 때문이래. 그러니까 인터넷을 핫하게 달군 팬 픽션은 사실 본인이 쓴 것이고, 영화로 만든 건 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래.”“개소리 치고 있네.”차설아는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욕설을 퍼부었다.“누가 그 팬 픽션을 성도윤이 썼대? 그 인간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의 창작 성과를 멋대로 갈취해? 사람들도 어리석지. 빙산처럼 차가운 냉혈인간이 어떻게 그런 따뜻하고 감정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어?”“참, 언니 일단 진정하고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 아기한테 안 좋아.”배경윤은 차설아를 잡고 앉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나도 그 점이 이상하단 말이야. 냉혈하고 무자비한 인간은 절대 그렇게 감동적인 소설을 쓸 수 없어. 하지만 지금까지 원작자가 나타나서 소송을 걸지 않은 거로 보아 성도윤이 맞는 것 같단 말이지.”“게다가... 전에 인터넷에 발표된 소설은 완결되지 않았지만 이
배경윤은 마당발로서 자연히 모든 방면의 찌라시들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크린에 비친 여배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여자 좀 눈에 익지 않아? 언니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차설아는 미간을 구겼다.“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것 같네.”“기억력하고는. 바로 성도윤이 술집에서 데리고 나간 그 어린 여자애잖아. 언니랑 엄청 닮은!”“아, 맞다!”차설아는 겨우 생각났고, 마음이 좀 복잡했다.성도윤은 죄책감 때문에 임채원에게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상대를 바꿀 줄은 몰랐다.‘남자는 역시 똑같아!’“성도윤 진짜 무슨 속셈이야? 왜 이렇게 희생을 해가면서 이 여자를 꼬시는 거야?”배경윤은 차설아를 보고 또 휴대폰 속의 여자를 보며, 너무 닮은 모습에 연신 감탄했다.“혹시, 언니에 대한 미련 때문에, 언니를 닮은 여자를 대역으로 삼은 건 아닐까?”“말도 안 되는 소리!”차설아는 흔들림 없이 차갑게 말했다.“나한테 미련이 남은 게 아니라, 원한이 남은 거지. 나 때문에 그 사람 아이가 죽고, 사랑하는 여자는 자궁까지 적출 했잖아. 날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베푼 거야.”“그럼 언니가 그 사람 아이를 가진 건 알아? 만약 알게 된다면 두 사람 혹시...”“그만해!”차설아는 배경윤의 말을 끊고 귀찮은 듯 말했다.“나를 진짜 언니로 생각한다면, 내 앞에서 그 사람 거론하지 마. 이 두 아이는 다른 사람이랑 상관없는 내 자식이야. 자꾸 헛소리하면 나도 어떻게 나올지 몰라.”“미안해, 언니. 내 생각이 짧았어. 언니 마음 충분히 이해해. 앞으로 다시는 그 인간 말하지 않을게. 다시 말하면 내 입을 찢어버려!”배경윤은 얼른 손을 들어 맹세했다.배경윤은 영화를 보고 ‘차성커플’의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남편은 없고 자식만 있는 여자가 더 행복할지도 모르니, 배경윤은 당연히 차설아를 지지했다.차설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있던 배경수에게 말했다.“서재로 가자. 우리 따로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