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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작가: 배시아
출연진의 모든 행동과 말은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컴퓨터 앞에 앉아 실시간으로 촬영 화면을 보고 있던 장윤태는 편집할 수도 없는 회차가 될까 봐 불안해했다. 차라리 배경윤과 사도현을 보낸 뒤에 다시 촬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사도현과 배경윤은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면서 산을 올랐다. 배경윤은 청순한 이미지와 다르게 힘이 세고 활발했다. 그 옆에서 따라 걷는 사도현은 오만하지만 허당인 매력을 선보였다. 두 사람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흘렀고 지켜보던 장윤태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이 느낌대로만 가면 이번에는 시청률이 오를 거야! 이대로 유지해.”

장윤태는 잔뜩 흥분한 채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예능 감독을 맡은 지 오래되었고 대박 난 예능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장면과 어떤 분위기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전에 윤설이 촬영한 여러 회차는 에피소드를 전부 말아먹어서 시청률이 하락했다. 하지만 사도현과 배경윤의 출연은 이 예능을 실시간 검색어로 올려줄 것이다.

산을 오를수록 안개가 자욱해서 톱스타들은 선뜻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산에 이상한 기운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오후에 버섯을 딴다고 해요. 여기서 조금만 기다렸다가 올라갈까요?”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 리더 민지가 천천히 멈춰서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아요. 나쁜 기운뿐만 아니라 독뱀도 있다고 들었어요. 잠시 쉬다가 올라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윤설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윤설의 매니저 이혜정과 매니저 보조 박지영은 대기 장소에 남아있었기에 분량을 스스로 따낼 수밖에 없었다.

“힐링 예능을 찍는 거지, 이곳에서 살아남는 예능을 찍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산에 독뱀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어요? 그리고 오후에 올라가서 버섯을 따겠다는 말도 웃기네요. 그때 가면 버섯이 아니라 떨어진 나뭇잎조차 없을 거예요.”

배경윤은 피식 웃고는 그물버섯을 따서 가방에 넣었다. 배경윤은 지금까지 버섯을 제일 많이 딴 사람이었다. 배경윤의 가방에는 산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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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윤은 윤설의 말에 소름이 돋아서 윤설의 손을 떼어내고는 말했다.“윤설 씨가 이 산의 지형을 모를 리 없죠. 저녁에 마을 밖에 있는 호텔에서 편하게 쉬고 마을 사람한테 업혀서 마을을 나갔다고 들어오니 알 수밖에 없었겠네요.”그러자 윤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배경윤 씨, 장난이 심하네요. 저는 매일 저녁 칠순이랑 놀아주다가 방에 들어가서 자거든요.”“우리 솔직해져요. 배우로서 좋은 곳에서 대본을 검토할 수도 있는 거죠. 윤설 씨가 마을에서 자지 않는 걸 알아도 시청자들은 분명 이해해 줄 거예요!”배경윤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지만 제작진은 나서서 말리는 대신,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세 대의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 제작진은 매일 지각하는 윤설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몇 시간 동안 대기하고 있었고 일부 스태프는 마을 사람과 함께 윤설을 호텔에서 데리고 와야 했다. 아무도 윤설한테 뭐라고 하지 못했고 꾹 참기만 했다.그런데 특별 게스트로 투입된 배경윤이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얘기할 줄 아무도 몰랐다. 제작진은 속이 시원해졌다. “배경윤 씨, 카메라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요?”윤설이 이를 악문 채 배경윤한테 경고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태프가 배경윤을 보면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배경윤 씨, 괜찮으니까 편하게 얘기 나누세요. 감독님이 전부 편집할 거예요.”배경윤은 피식 웃더니 윤설을 향해 말했다.“어차피 편집될 텐데,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요? 저랑 같이 가겠다고 했죠? 조금 더 빨리 가서 단둘이 얘기해요.”배경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러 연예인은 뒤처져서 보이지 않았고 사도현은 몇십 미터 떨어져서 두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무, 무슨 얘기를 하려고요?”윤설은 잔뜩 긴장한 채 앞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버섯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려고요.”배경윤은 윤설을 붙잡고 미친 듯이 달렸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스태프도 배경윤을 따라잡지 못했다.“빨리 가요. 앞에 예쁜 버섯이 많으니까 우리 둘이 다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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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설은 그 틈을 타서 뒤로 일부러 넘어졌고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윤설, 괜찮아?”따라오던 사도현이 재빨리 윤설 곁으로 달려갔다. 윤설은 언덕에서 굴러떨어지다가 바위에 머리가 부딪쳐서 피가 흘렀고 발목을 접질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도현 씨, 너무 아파요... 다리가 끊어진 건 아니겠죠?”“괜찮을 거야. 발목을 접질린 것 외에는 괜찮은 것 같아.”사도현은 윤설의 발목을 살펴보더니 외투를 벗어 짧은 나뭇가지를 다리에 묶어주었고 윤설을 등에 업었다. 배경윤은 윤설한테 따져 묻고 싶었을 뿐, 뒤로 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에 담긴 장면을 보면 배경윤이 일부러 윤설을 밀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괜, 괜찮은 거야?”배경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저리 비켜!”사도현은 배경윤을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오늘 일은 정말 실망이야. 네가 이럴 줄은 몰랐어.”“내가 그런 거 아니야...”배경윤이 설명하려는데 사도현이 윤설을 업고 멀리 가버렸다. 배경윤은 한숨을 내쉬었고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산을 오르면서 사도현은 윤설을 본체만체했고 배경윤한테 신경을 쏟아부었다.‘어쩌면 사도현의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던 윤설 대신, 내가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사도현의 행동을 보니 나조차도 내가 너무 우스워. 내가 어떻게 윤설을 대체할 수 있겠어. 사도현은 날 그저 윤설과 밀당하는 도구로 썼던 거야. 도구로 이용당하는 주제에 사도현의 마음을 얻었다고 확신하다니... 나 같은 바보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사도현뿐만 아니라 여러 연예인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친 윤설을 등에 업고 가는 사도현을 보면 윤설을 포기한 것 같지 않았다. 게스트들은 윤설이 회사에서 버린 카드가 되었다는 것은 소문일 뿐이고 여전히 지지해 주는 연예인은 윤설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배경윤을 칭찬하던 게스트들이 윤설 편에 서서 입을 모아 배경윤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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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이혼, 후 집착   제1305화

    사도현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윤설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미안해요. 저도 그 일이 도현 씨에게 큰 상처가 될 줄 몰랐어요. 저는 그저...”“하, 그럴 줄 몰랐다고?”사도현은 황당한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더니 말을 이었다.“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아껴준 여자가 드라마 여주인공 역을 맡고 싶어서 나의 아버지랑 침대에서 굴렀는데... 그게 나한테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게 말이 돼?”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깊게 숨겨두었던 상처가 다시 수면 위에 드러났다. 그 일 뒤로 사도현은 남녀 관계는 애초에 불순한 것이라고 여겼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도현은 순정이라는 단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우습다고 여겼다.“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살펴준 첫 번째 여자였어. 갓난아기보다 더 조심스럽게 널 돌보면서 네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랐어. 너를 위해서 난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고 해안시에서 윤설한테 끌려다니는 멍청이라고 불렸어도 신경 쓰지 않았어. 널 사랑해서 한 짓들을 후회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이런 내 마음을 네가 제일 잘 알 거라고 믿었는데, 내 마음에 감동해서 너도 날 더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아버지랑 침대에서 뒹굴었을 때 무슨 생각 했어? 이래도 널 꺾은 사람이 나인 것 같아?”사도현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았고 배신당했을 때부터 생겨난 증오의 불씨가 마음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사도현이 윤설의 턱을 붙잡고 차갑게 노려보았다.“사람은 역시 겉만 봐서는 몰라.”“그, 그게 아니에요! 도현 씨, 내 말 좀 들어봐요.”윤설은 후회의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먹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드라마 배역을 위해 일부러 도현 씨 아버지한테 접근한 건 맞아요. 내가 인기를 얻고 유명해져야만 당신 곁에 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씨 가문처럼 거대한 규모의 가업을 이어오는 가문에서 일개 무명 연예인을 며느리로 받아줄 리 없잖아요. 그래서 가문에 도움이 될 정도로 유명해지면 당신의 여자로

  • 선 이혼, 후 집착   제1306화

    사도현은 누군가에게 협박당하는 걸 제일 싫어했다. 윤설이 배경윤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으로 협박하자 어이가 없었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아직도 내가 만만해 보여? 우리가 친구로 지낼지 말지는 내가 정하는 건데, 왜 네가 주도권을 쥔 것처럼 말하는 거지?”“제가 도현 씨를 협박할 리 없잖아요.”윤설이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저는 그저 도현 씨랑 친구로 지내고 싶었는데 협박이라고 하니까 어쩐지 마음이 좀 아프네요. 그렇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안 볼 사이는 아니잖아요. 평생 저를 미워하는 마음만으로 살아갈 건가요?”사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친구로 지내자는 말에 사심이 담겨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반박하지 못했다.“그래, 친구로 지내자. 하지만 방금 한 약속을 지켜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영영 날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약속 지킬게요.”윤설은 애써 미소를 짓더니 사도현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친구로서 저를 안아줄 수 있어요?”“선 넘지 마.”사도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윤설이 손을 피했다.“친구끼리 포옹하는 게 뭐가 어때서요. 저는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가 겨우 살아난 사람인데, 이런 저를 위로해 줄 수는 있잖아요.”윤설이 울먹이면서 말했다.“예전에 말을 타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제가 말한테 차인 거 기억나요? 도현 씨는 그날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저를 보러 병원까지 왔었죠. 그러고는 앞으로 위험한 장면을 찍을 때 대역을 쓰라고 했었죠. 그때는 많이 걱정해 주었으면서 오늘 죽을 뻔한 저를 한 번 안아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과거는 과거일 뿐이야.”“하지만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자고 약속했잖아요. 친구끼리 안아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사도현은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 윤설을 안아주었다. 만약 안아주지 않으면 윤설은 다른 부탁을 해서라도 사도현과 닿으려고 할 것이다.“이번만 안아줄게.”두 사람은 예전처럼 끌어안았다. 사도현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윤설을 떼어놓으려고 했지

  • 선 이혼, 후 집착   제1307화

    윤설이 덤덤하게 한 말은 배경윤을 향한 명백한 도발이었다. 배경윤은 윤설과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알 수 없는 불쾌함이 느껴졌다. “눈치 없이 들어와서 죄송해요. 하던 것 마저 하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배경윤이 입술을 깨문 채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거기 서.”사도현이 윤설을 뿌리치고는 배경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하마터면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할 말 없어?”사도현은 배경윤의 편이었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가 없었다. 배경윤 편만 들면 배경윤이 앞으로 더한 짓도 할 수 있다고 여겼고 윤설이 질투한다면 배경윤한테 복수할 수 있었기에 일부러 더 차갑게 말했던 것이다.하지만 사도현의 마음을 알 리 없었던 배경윤은 사도현이 윤설 편을 드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배경윤이 아니었다. 배경윤은 윤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내가 윤설 씨를 밀어버린 게 아니라는 건 윤설 씨가 제일 잘 알겠죠. 하지만 상황상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고요. 내가 뭘 하면 될까요? 자필 사과문 아니면 입원비 전액 배상? 말 좀 해봐요.”배경윤은 윤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뒤로 넘어졌는지 알고 있었기에 직설적으로 물었다.“괜, 괜찮아요... 배경윤 씨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 도현 씨랑 얘기하면서 기분이 풀렸어요. 배경윤 씨한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고요. 오늘 일을 없던 일로 하는 건 도현 씨를 위해서예요.”윤설은 말하면서 사도현을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사실 배경윤 씨한테 고마워해야 할 판이에요. 저랑 도현 씨는 오해 때문에 멀어졌는데 이번 일로 도현 씨의 진심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다쳤을 때 잔뜩 긴장한 채 달려오는 도현 씨를 보면서 지난 오해들이 풀렸고 예전처럼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남으려고요. 저는 도현 씨랑 서로를 제일 잘 알고 아껴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도현 씨, 제 말이 맞죠?”사도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어.”“하! 예전처럼 서로 응원하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08화

    윤설은 사도현을 힐끗 쳐다보면서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된다면 너무 좋지만 도현 씨 입장도 들어봐야죠.”“들어볼 것도 없어요! 해안시에서 사도현이 윤설 씨를 따르는 충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몇 년 동안 한 우물만 판 사람이 윤설 씨 말고 다른 여자를 쳐다볼 리 없죠. 두손 두발 다 들고 찬성할 거예요.”배경윤은 사도현을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사도현은 입술을 깨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배경윤을 덤덤하게 쳐다보았다.“내 말이 틀렸어? 사도현, 우리 윤설 배우님께서 결혼까지 생각했다는데 할 말 없어? 좋으면서 일부러 참고 있는 거야?”배경윤은 사도현에게 질문하면서도 눈을 마주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실 배경윤은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속상했다. 하지만 일부러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노력하는 척했고 억지 부렸다.“내가 할 말을 네가 마저 다 하면 되잖아. 오지랖 넓은 것이 이럴 때 도움 되네.”사도현은 배경윤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배경윤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너를 첫사랑과 이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그런데 날 좀 이상한 사람 취급하네? 내가 오지랖이 넓어도 네가 좋아할 말만 했거든! 은혜도 모르는 놈이 입만 살았네.”“네가 오지랖이 넓은 걸 알고 있었구나. 몰라서 선 넘는 줄 알았지.”사도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배경윤을 노려보면서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세상에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제일 잘하는 여자는 배경윤일 것이다. 다른 여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유혹하는 데도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직접 나섰다.‘배경윤, 볼수록 대단한 여자야. 나랑 윤설을 이어주려고 노력했으니 너한테 절이라도 할까?’“말을 돌려 하면서 날 비난하는 것 같으니까 이만 빠져줄게. 어차피 곧 결혼하게 될 두 사람 앞에서 내가 실언했어. 이러다가 이혼하면 나한테 불똥 튈까 봐 겁나기도 해. 걱정해 줘도 뭐라 하고 축하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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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5화

    박서영은 그녀를 믿지 못하겠는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정말 기꺼이 두 눈을 내놓을 생각이 있으신가요?”그녀는 세상에 이렇게 바보 같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분명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제가 성진한테 빚진 걸 갚는 거예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어요.”차설아가 말했다.“저를 못 믿겠다면 제가 무사하다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 없어요. 다만 그때 가서 일이 커지면 알아서 처리하세요.”거짓말할 마음도 없는 차설아는 진심으로 이 일이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항상 성진의 헌신 덕분에 남의 인생을 도둑질한 것처럼 느꼈고, 가끔 즐거울 때도 불안한 마음에 죄책감을 느꼈다.이 기간에 성진에게 연락하지 않았지만, 밤이 깊어질 때마다 그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이 남자가 어떤 어둠 속에 처해있을지, 어떤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를 상상했다. 어쩌면 원수의 손에 잡혔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가능성이 마치 비수처럼 심장에 꽂혀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고통스럽기만 했다.차설아는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빚을 한 번에 갚고 싶어 했고, 그렇게 되면 그나마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럼 어떤 방법으로 무사하다고 전할 건데요?”박서영은 차설아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여전히 경계하는 어조로 물었다.“SNS에 올리면 되죠.”차설아가 웃으면서 말했다.“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위험에 처했을 때 SNS를 올릴 마음이 있겠어요? 제가 SNS를 올려버리면 적어도 제가 안전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SNS만 올리게요?”박서영은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SNS면 충분해요.”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차성철도, 배경윤도, 선우 시원도 각자 바빴기 때문에 그녀를 신경쓸 새도 없었다.이럴 때 SNS를 올리면 최소한 무사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좋아요. SNS 올리는 것만은 허락해 줄게요.”박서영이 여러 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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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성도윤 씨랑 데이트하고, 선우가문의 도련님과 애정 어린 농담을 주고받고, 배씨 가문 도련님과 술 마시는 시간은 있으면서 저희 도련님을 찾을 시간은 없었나 보죠? 저희 도련님을 잊어버릴 정도로 바빴나 봐요.”서영이 흥분한 나머지 차설아의 목을 직접 움켜잡으면서 말했다.“그거 알아요? 당신이 성도윤 씨랑 얽히고설켜 있을 때, 저희 도련님은 좌절감에 스스로 인생을 끝내려고 했어요. 손목에 상처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아무리 칼날을 숨겨봤자 어떻게든 찾더라고요. 그렇게 강하던 사람이 이제는 약해빠져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요. 알아요?”차설아는 저항하지도 않고 박서영이 자기 목을 조르는 대로 놔두었다. 애처롭게 바라보던 그녀의 두 눈에는 핏줄이 보이기 시작했다.“흥. 절대로 당신이 쉽게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박서영은 그제야 차설아를 놓아주며 차갑게 말했다.“당신한테 죗값을 치르게 하려고 이 저택으로 데려온 거예요.”“켁! 켁! 켁!”차설아는 잠깐의 질식 때문에 기침하면서 숨을 헐떡이며 박서영에게 물었다.“제가 어떻게 죗값을 치르기를 원해요?”“아주 간단해요. 저희 도련님의 시력을 돌려주면 돼요.”박서영은 앞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동안 저는 도련님을 위해 거부반응이 없고 잘 맞는 한 쌍의 눈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지만, 아쉽게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설아 씨의 건강 검진 데이터를 우연히 얻게 되었는데 아주 특별한 두 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마침 저희 도련님한테 빚진 것도 있으니까, 설아 씨의 눈을 저희 도련님의 눈과 바꾸는 거 어렵지 않겠죠?”차설아는 박서영의 최종목적을 듣고 침묵하고 말았다.“제 눈이 정말 성진한테 맞나요?”그때 성도윤이 실명했을 때도 눈을 물색하고 다녔는데 오직 혈연관계가 있는 성진의 눈만 거부반응이 없었다.그때는 성도윤이 빨리 낫기를 바라면서 성진을 신경 쓰지도 못했다.하지만 마음의 빚 때문에 계속 숨이 안 쉬어졌다.만약 자기 눈으로 성진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마음의 위로 때문이라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3화

    차설아는 다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커다란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온통 흰색 인테리어인 낯선 이곳은 영안실에 온 기분이었다.“드디어 깨셨군요, 약효가 너무 강해서 무려 사흘 동안 혼수상태였어요. 이러다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요...”창가에서 한 여자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에게는 생과 사가 그저 자거나 깨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경계 태세로 창가를 바라보던 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당신이었어요?”그날 밤 병원에서, 몰래 차설아의 병실로 들어간 그녀였다.“저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네요. 영광이에요.”박서영은 창가에 앉아 꽃다발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녀의 옆에 놓인 꽃병에는 이제 막 정원에서 따온 해바라기가 꽂혀있었다.박서영은 황금빛으로 만개한 해바라기 줄기를 비스듬히 잘라 하나씩 예쁘게 꽃병에 꽂아 넣었다.“저희 주인님께서는 설아 씨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라면서 정원에 해바라기를 심으라고 했어요. 이제는 만개했는데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마치 다른 사람한테 보이지 않는 주인님의 마음처럼 말이에요.”이때 박서영은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꽃가지를 단단히 잘라버렸다.“주인님이라 하면 성진을 말씀하시는 거예요?”차설아는 사고가 날카로운 사람이라 바로 상대방을 추측해 냈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일편단심이면서 실명한 사람은 성진뿐이었다.“도련님을 아직 기억하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도련님 정성이 헛되지 않았네요.”박서영은 차설아가 성진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 그나마 그녀를 향한 증오가 줄어드는 듯했다.“정말 성진이에요?”차설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려 했지만, 온몸이 무기력해 마치 마비된 것처럼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박서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저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마취제 때문에 잠깐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었을 뿐이니까요.”차설아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리 일어나고 싶어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2화

    진찬영은 배경윤에게 핸드폰을 건네면서 이 둘의 말다툼을 중단시켰다.“고마워요. 찬영 오빠는 역시 최고예요.”배경윤은 배시시 웃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차설아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정말 제가 좋다면 이제는 찬영 오빠라고 부르지 마요...”진찬영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찬영 씨라고 불러요.”“아, 그게...”배경윤은 진찬영의 갑작스러운 감정변화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심지어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찬영 오빠는 팬분들이 불러주는 호칭인데 저희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 이제부터는 찬영 씨라고 부르는 거 어때요?”“알았어요. 찬영 씨...”호칭을 바꿔 부른 배경윤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왜 이렇게 부끄럽지?’역시 호칭은 알게모르게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지 설명할 수 있었다.찬영 오빠라고 부를 때에는 팬이 연예인에 대한 애정으로 별로 부끄럽지 않았는데 찬영 씨라고 부르니 확 부끄러워지는 느낌이었다.옆에 있던 사도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지금 저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거예요?”지금 사도현이 비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느낄수 있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 보기 싫으면 나가든가.”배경윤의 말을 비수처럼 심장에 박혔고, 사도현의 체면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흥! 누가 설아에 대해 나쁜 말을 하라고 했어?’배경윤은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무응답 상태였다. 반복해서 네다섯 번을 걸었지만,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무슨 일이지?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지? 뭔가 잘못됐어.”비경윤은 불안한 예감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지금쯤 병원에 있어야 하는 설아는 원래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언제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걸까? 분명 무슨 일이 있어!’배경윤이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일어나려 한다.“제발 가만히 있어!”사도현이 다시 그녀를 침대에 눕히면서 말했다.“설아가 어린애야? 실력도 좋은데 무슨 일이 있겠어.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1화

    “두세 시간 뒤에요.”진찬영이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모든 독소를 제거하려면 세 시간 후에 전신 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물을 마시면 안 돼요.”“아직 시간이 많네요...”배경윤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제 핸드폰은 어디 있어요? 설아에게 안부를 전해야 하거든요.”사도현이 배경윤을 다시 침대에 눕히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금이 어떤 때인데, 너나 잘 챙겨. 설아를 챙기는 사람은 많고도 많아.”“누군데? 설마 너의 그 쓰레기 같은 친구 성도윤은 아니지?”배경윤이 무례하게 반박했다.“난 그 자식이 방해할까 봐 걱정돼서 설아랑 계속 연락하려고 하는 거야.”사도현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도윤이 형이 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그래?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그 두 사람은 딱봐도 재능과 미모를 갖춘 천생연분인데, 그냥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잖아. 우리 도윤이 형을 바람둥이라고 단정 짓지는 말지?”“그 사람이 바람둥이 아니면 누가 바람둥이인데!”배경윤은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사도현과 따지려고 했다.“혼인 중에 바람을 피우고,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고, 겨우 설아 마음을 되돌리더니 또 다른 재벌 딸과 약혼하고. 이게 바람둥이가 아니면 뭔데?”“설아도 너의 오빠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잖아. 요즘에는 선우 가문 도련님과도 뜨겁게 보내더니. 그리고 도윤이 형은 왜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실명하고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 설아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거야?”“그건 그냥 사고일 뿐인데 설아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원망할 거면 하느님을 원망해. 누가 그런 악행을 많이 저지르라고 했어. 하느님도 노해서 가만두지 않은 거지.”“배경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나한테 막말은 해도 도윤이 형한테는 그러면 안 되지.”“내가 뭘 어쨌다고? 너도 방금 우리 설아한테 뭐라고 했잖아!”두 사람은 마치 싸움닭처럼 감정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이것은 두 사람이 계속 다투게 되는 주제라

  • 선 이혼, 후 집착   제1430화

    진찬영은 사도현이 지금까지 만난 가장 자아도취적이고 오만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경윤 씨한테 물어봤어요? 당신과 저 사이에 도대체 누가 외부인인지.”사도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진찬영의 품에서 배경윤을 뺏어오려고 했다.이때 이미 힘이 풀린 배경윤이 입술이 약간 창백해져서 말했다.“싸우지 않으면 안 돼요? 계속 싸웠다간 제가 죽을지도 몰라요. 빨리... 저 좀 병원에 데려다줘요!”배경윤은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근처 병원의 환자 침대에 누워있었다.병상 앞에는 사도현과 진찬영이 앉아있었고, 분위기는 쓰러지기 전과 같았다.하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죽은 목숨이 아니었다.“경윤아, 깼어? 목말라? 물 따라줄까?”배경윤이 눈을 뜨자, 진찬영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이틀 동안 혼수상태였는데, 목마르냐고 묻는 시간에 이미 다 마셨겠어요.”사도현이 이 말을 할 때, 진찬영은 이미 따뜻한 물을 배경윤한테 건넸다.배경윤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오른손에 아무런 감각도 없어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내... 내 손...”그녀는 침을 삼키면서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손을 절단해야 하는 건가? 이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걸까?’“걱정 안 해도 돼요. 괜찮아요. 독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마비된 느낌이 들 거예요.”진찬영은 부드럽게 그녀의 마음을 안심시켰다.“아... 깜짝 놀랐잖아요.”배경윤은 절단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도현은 배경윤에게 직접 물을 먹여주면서 대뜸 말했다.“24시간 이내에 독을 깨끗이 배출하지 못하면 신경이 마비되어 절단해야 할수도 있어.”“푸!”배경윤은 물을 다 마시기도 전에 뿜어내고 말았다.“뭐라고?”긴장한 채로 사도현을 쳐다보던 배경윤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만약 손을 정말 절단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아직도 이해 못 했어? 독이 말끔히 없어지기 전까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9화

    야맹주를 확인한 배경윤은 신속히 잠수했다.“천천히 가!”사도현은 그녀가 걱정되어 조심하라고 말했다.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산호바다였지만 단면이 너무 높아 일부 산호는 쉽게 만졌다가 위험할 정도로 날카로웠다.하지만 이때,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 배경윤은 마치 큰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하면서 야맹주 위에 덮여 있던 산호초를 맨손으로 제거했다.그녀는 차설아가 평안 무사할수 있도록 이 야맹주를 선물하고 싶었다.“아!”배경윤이 야맹주에 손을 대려는 순간, 갑자기 산호초 틈새에서 은색 원형 물체가 튀어나와 그녀의 손등을 덥석 물었다.“바다뱀이야!”바다뱀이 배경윤을 물고 옆을 쓱 스쳐 자나가자 머릿속이 하얘진 사도현은 급히 잠수하여 그녀의 손을 잡았다.“봐봐...야맹주!”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배경윤은 그저 벌레에게 물렸다고 생각하면서 순진하게 사도현에게 야맹주를 자랑했다.“입 다물어!”사도현은 눈앞의 이 덜렁거리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그녀는 과연 이런 바다뱀이 독성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진찬영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긴 팔로 배경윤의 허리를 감싸고, 긴 다리를 쭉 뻗어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갔다.진찬영과 하늘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차례로 수면으로 떠올라 잠수 마스크를 벗었다.“여기 도와주세요! 보트를 준비해 주세요. 병원으로 가야겠어요!”사도현의 잘생긴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고, 잠긴 목소리로 육지에 있는 안전요원에게 외쳤다.“무슨 일이에요?”진찬영이 신속히 배경윤 곁으로 다가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벌레에게 물렸을 뿐이에요...”배경윤은 뱀에게 물린 손등을 들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보였고, 오히려 사도현이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일반적으로 뱀에게 물리면 독이 체내에 바로 퍼지지 않아 아직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그녀는 다시 야맹주를 들어 올리며,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다들 이것 좀 보세요, 제가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8화

    진찬영은 이런 중요한 기회를 사도현을 놓칠 수가 없었다.“저는 저의 파트너로 하늘 씨를 선택하고 싶어요.”진찬영이 사도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안전요원에게 이렇게 말하자 사도현과 배경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자식 뭐하는 거야. 포기라도 하는 거야?”사도현은 믿기지 않는지 진찬영을 째려보면서 말했다.“어떻게 하늘 씨를 선택할 수 있어요? 어쩌다 정면으로 승부를 겨룰 기회가 생겼는데 왜 포기하는 거예요?”진찬영이 사도현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잠깐 경윤 씨를 도현 씨한테 맡길게요. 꼭 잘 지켜주셔야 해요.”사도현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잠수복을 입고 하늘과 함께 바다로 뛰어드는 진찬영을 쳐다보았다.“왜 저래?”제대로 한판 붙어볼 줄 알았는데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자기뿐이라 갑자기 김이 새는 느낌에 불쾌하기만 했다.“갑시다. 파트너님.”사도현은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멍한 표정의 배경윤한테 터벅터벅 걸어갔다.“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랑 짝이 된 거야.”배경윤은 싫증난 표정을 하고있었다.진찬영과 손잡고 바다 경치를 즐길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도현한테 자기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아까 등산할 때까지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이 타이밍에 진찬영이 뒤로 물러설 줄 몰랐다.“난 다이빙 챔피언까지 땄던 사람이야. 기다려 봐. 오늘 야맹주를 꼭 찾아줄게.”사도현의 오늘 주요 목적은 야맹주를 찾는 것이었다.비록 전설일 뿐이었지만 만약 정말 찾아서 배경윤한테 준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고 로맨틱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은 하나둘씩 바다에 뛰어들었다.하트섬은 물고기 떼, 가지각색의 산호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수질이 좋았다. 더 깊이 내려가면 잭피시가 보이기도 했다.배경윤은 산소 호흡기를 꽉 깨물고 천천히 밑으로 향했다.파트너인 사도현은 그녀에게 무슨 사고라도 일어날까 봐 옆에 꼭 붙어있었다.진찬영은 몇 미터 밖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중이염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7화

    이들은 어제저녁 약속한 대로 섬 근처에 있는 청정지역에서 스토클링하기로 했다.이때 감독 최빈이 말했다.“이 섬은 모양이 하트로 되어있어 하트섬이라고 불리는데 물이 맑아 산호초와 열대 물고기를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들 오늘 운이 좋으면 하트섬 특유의 야맹주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밤이면 빛이 나는 그런 야맹주요.”“정말 야맹주가 있는 거예요?”배경윤이 이번 스노클링이 점점 더 기대되었다.사실 그녀는 일찍 하트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섬 중앙에는 고가의 진주가 들어있는 천연 조개가 많다고 했다. 최빈이 언급한 야맹주는 그저 전설일 뿐이었다.전설 속에서는 야맹주를 찾은 사람이 평생 행복할 거라고 했다.신난 배경윤은 야맹주를 찾아서 차설아한테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호객행위인지 몰랐다.“당연히 있죠. 수년 전에 섬에서 살던 분들이 발견했대요. 찾을 확률은 낮지만, 없는건 아니에요.”최빈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그럼 뭘 기다려요. 저희 얼른 가요...”조급해 난 배경윤이 이때 대담하게 제의했다.“저희 스노클링하지 말고 아예 다이빙하는 거 어때요? 6미터 가까이 되는 그런 다이빙을 하면 야맹주를 찾을 수 있는 확율이 더욱 높지 않을까요?”“좋아요.”사도현이 손을 들면서 말했다.“스노클링을 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다이빙해야 얻고 싶은 걸 얻을 수 있죠.”“저도 좋아요. 저는 폐활량이 좋아서 물속에서 산소통이 없어도 몇 분씩이나 있을 수 있다고요.”하늘도 찬성의 의미도 손을 들었다.올림픽 금메달 수영선수로서 물을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았다.오직 진찬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영 씨는 스노클링하실 거예요? 아니면 다이빙하실 거예요?”최빈이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진찬영에게 물었다.“저는 경윤 씨랑 같은 걸 할게요.”진찬영의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은 전에 중이염 수술을 받은 적 있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너무 깊게는 내려가지 못했다. 5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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