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은 마치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차설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윤곽이 뚜렷한 볼에 대고 비볐다.차설아의 손바닥이 그의 두 볼에 난 수염에 닿자, 그녀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렀다. 차설우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성도윤이 말했다.“약속해 줘. 앞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은아야.”“...”차설아는 또 한 번 멍해졌고 굳은 표정으로 성도윤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은 분명히 회복되지 않았고 또 한 번 차설아를 서은아로 여겼다.“내가 강에 빠졌을 때 너무 춥고 피도 많이 흘렸고 깊은 어둠 속에서 난 몇 번이고 견딜 수 없었어. 다행히 네가 나와 함께 있었고 넌 나에게 인공 호흡을 해주었던 기억이 나. 우리는 덩굴같이 꼭 껴안고 있었지. 생사를 함께한다는 그런 느낌을 기억해. 난 이미 눈먼 장님이니 너한테 평생 기대고 싶어. 날 뿌리치려고 하지 마.”성도윤은 껌딱지처럼 차설아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손등에 입을 맞추며 뜨거운 사랑을 속삭였다.성도윤의 이런 다정한 모습은 낯설지 않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였다...이보다 더 상처받을 수는 없었다.차설아는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고 그녀는 자신의 손을 떼고 울먹이며 말했다.“잘못 알고 있어. 난 서은아가 아니야.”“서은아가 아니라고?”부드러운 표정이던 성도윤은 갑자기 차가운 얼굴로 차설아의 손목을 힘껏 잡고 물었다.“그럼 넌 누구야? 왜 몰래 내 병실에 왔어?”“내가 누구라고?”차설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입가로 흘러 들어가자 더욱 씁쓸해졌다.“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야?”“넌 도대체 누구야?”성도윤의 차가운 시선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는 바로 차설아의 손을 꺾으면서 소리쳤다.“더 이상 함부로 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으악!손에서 오는 고통보다 마음속의 고통이 더 아팠고 차설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차설아의 실력으로 손쉽게 반항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전혀 반항할 의사가 없었
서은아는 성도윤의 옆에 다가가서 한 손으로 그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와 자연스럽게 손깍지를 했다. 보아서는 마치 결혼한 지 수십 년이 되는 노부부 같았다.“왜 미리 말도 없이 들어온 거예요? 제 남자 친구가 놀랐잖아요!”서은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며 건방지게 말했다.사실 이런 오만함은 원래 차설아한테만 있었다. 그녀와 성도윤의 사랑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에서부터 온 거였다.그러나 이제 차설아는 그런 자신감도 없었다. 성도윤과 서은아의 다정한 모습을 본 그녀는 마치 오지 말아야 할 곳을 온 훼방꾼이 된 것처럼 어색했다.하지만 차설아는 절대 지려고 하지 않는 승리욕은 타고났다.비록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고 눈물도 뚝뚝 떨어졌지만 차설아의 표정은 득의양양했고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아가씨가 그렇게 말씀하면 서운하죠. 저와 성도윤의 관계라면 미리 약속을 잡을 필요가 없다고 믿어요.”“뭐라고!”서은아는 화가 나서 이를 갈며 분통을 터뜨렸다.“간호사인 주제에 자기 신분을 분명히 알아야지요. 여기는 그쪽이 할 일이 없으니 꺼지세요.”“할 일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가씨가 결정할 게 아니라 성도연이 결정할 일이죠.”차설아는 시선을 성도윤의 몸에 돌렸다. 그러자 차갑던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성도윤, 난 네가 아직 나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아. 일부러 내 목소리를 못 알아듣는 척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 난 정말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네가 화를 내도 다 이해해. 하지만 내가 이곳으로 온 건 널 돕기 위해서야. 그러니... 날 내쫓지 마.”“...”성도윤은 입술을 오므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런 당혹하는 표정은 일부러 화난 척하는 것 같지 않았다.서은아의 안색은 점점 나빠졌고 성도윤의 손을 놓고 힘껏 차설아를 밀쳐내면서 소리쳤다.“이제 그만해. 도윤 씨는 방금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더 이상 자극하지 마. 도윤 씨가 죽어야만 속이 후련한 거야?”차
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순순히 연고를 가지러 갔다.그녀는 성도윤이 정말로 그녀를 잊었는지 아니면 잊은 척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차설아의 목적은 그를 치료해 주고 그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상관없었다.“성도윤 씨, 똑바로 누우세요. 약을 발라 드릴게요.”차설아는 끈적끈적한 연고를 천천히 손바닥에 쥐어짜며 서은아와 다정하게 대하고 있는 성도윤에게 요구했다.차설아는 남자를 처음 돌보는 게 아니었기에 꽤 익숙한 편이었다.차설아는 먼저 성도윤의 옷 단추를 풀고 그의 몸에 감긴 붕대를 뗀 다음 연고를 손바닥에 예열하여 천천히 그의 상처에 발라주었다.“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성도윤은 거절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대자로 누웠다. 그러자 늘씬하고 완벽한 몸매가 드러났다.차설아가 성도윤의 옷 단추를 풀려고 하자 서은아는 즉시 다가가서 막았다.“옷은 제가 풀게요. 이렇게 친밀해 보이는 행동은 하지 마세요.”차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마음대로 하세요.”그래서 서은아는 성도윤의 옷 단추를 풀었다.차설아는 그의 가슴 위에 난 뒤엉킨 상처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성도윤이 차설아를 그렇게 싫어했던 건 원인이 있었다. 이 상처들은 전부 차설아 때문에 생긴 상처였기에 정말 그녀의 가죽을 벗긴다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좀... 참으세요. 이 연고가 자극적이어서 조금 아플 수 있어요.”차설아는 울먹이며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검지로 연고를 갈아서 그의 갈라진 상처에 조금씩 발랐다.으악!성도윤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며 끙끙거렸다.“뭐 하는 거예요. 왜 이렇게 어리바리한 거죠? 제 남자 친구가 아프다잖아요!”서은아는 차설아를 확 밀어버리고 도도하게 말했다.“할 줄 모르면 하지 마세요. 이 기회를 틈타 제 남자 친구를 유혹할 생각 마세요. 다른 사람은 모두 면봉으로 연고를 발랐는데 당신은 왜 손으로 직접 하려는 거죠?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다 알
“도윤 씨, 왜 그러는 거야. 도윤 씨, 날 놀라게 하지 말라고... 말 좀 해봐!”서은아도 그제야 성도윤이 뭔가 수상쩍다는 걸 알아차렸다. 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창백해졌고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심박수가 너무 빨라요. 의사, 당장 의사를 불러요!”차설우는 심장 박동기에 나타난 심장 박동이 심한 기복이 있고 매우 불안정한 걸 발견했다. 마치 이 남자의 생명처럼 기복이 심했고 매우 불안정했다.주치의가 달려와 성도윤에게 바로 구급치료를 하기 시작했다.“두 분께서 먼저 나가주세요. 환자의 심박수와 혈압은 극도로 불안정해요. 지금 당장 구급치료가 필요해요.”차설아와 서은아도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병실을 떠났다.“이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도대체 도윤 씨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직도 도윤 씨를 더 해치고 싶어?”서은아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차설아를 때리면서 눈물을 흘렸다.“너만 안 나타났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야. 의사도 도윤 씨는 이미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했고 며칠만 있으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어. 하지만 네가 나타나자마자 심박수가 이상해지고 생명이 위독해져 버렸어. 넌 정말 도윤 씨의 액운 그 자체야. 제발 좀 먼 곳으로 꺼져 줄래?”“저...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차설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성도윤의 병실을 바라보며 눈에는 깊은 서운함과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점점 하늘과의 거래가 조금씩 통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한 번이면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두 번, 세 번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할 수 없었다.‘서은아의 말이 맞았어. 난 어쩌면 정말로 성도연의 액운일 수도 있어. 그와 가까이에 있기만 하면 그는 위험에 처하니까 말이야.’“내가 아까 말했지. 도윤 씨의 상처는 면봉으로 연고를 발라야 한다고! 넌 왜 굳이 손가락으로 발랐던 거야. 도윤 씨는 지금 바람을 맞아도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몸이 허약해. 분명히 네 손가락에 묻은 세균 때문에 도윤 씨
그녀는 성도윤이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지 몰랐다.‘그래서... 그래서 정말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날 원망해서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고?’“맞아요. 개두술이죠. 설아 씨가 깨어나는 즉시 제가 말했잖아요. 수술 때문에 그는 일부 기억을 잃게 되었죠. 만약 강제로 그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면 뇌에 부담이 가중할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그래서 갑자기 위험에 빠졌던 것 같아요.”“...”차설아는 멍하니 서 있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진의 몇 마디가 그녀의 의심을 사실로 만들었다.성도윤은 정말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몇십 년 전 막장 드라마처럼 다른 사람은 다 기억하는데 유독 그녀만 기억나지 않았다.“그래. 바로 그 원인이지. 내가 진작에 성도윤 씨를 자극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일이 이렇게 되니 만족해? 남을 해칠 줄밖에 모르는 년!”서은아는 마침 그럴듯한 이유를 찾았고 더욱 당당하게 차설아에게 호통쳤다.하지만 성진이 서은아를 노려보자,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 내가 너무 당돌했어.”차설아는 허리 굽혀 사과의 인사를 했다. 항상 강인하던 그녀는 쉽게 남에게 사과하지 않았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사과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는 그녀가 줄곧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서은아였다. 차설아가 지금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서은아에게 사과해도 소용없죠. 목숨이 위태로운 건 어차피 서은아가 아니에요...”성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복잡한 시선으로 말했다.“정말 자책할 거면 다시는 도윤 형님에게 접근하지 마세요. 설아 씨가 도윤 형님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형님도 위험에 처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지금 형님 마음속에는 서은아밖에 없고 그녀와 매우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어요. 그들 둘이 있으면 매우 행복할 것이에요.”“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난 도윤 씨를 떠나지 않을 거야.”차설아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뭐라고요?”
“설아 씨가 저와 도윤 씨를 도와준다고요?”서은아는 먼저 깜짝 놀랐고 마치 무슨 허튼소리를 들은 것처럼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차설아 씨, 제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여요? 그런 거짓말을 믿을 줄 알아요?”차설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제가 서은아 씨에게 왜 그런 거짓말을 해야죠?”“뭐... 무슨 뜻이죠?”“제 말은 만약에 제가 정말로 서은아 씨와 도윤 씨를 위해서 다툰다면 서은아 씨는 어쩌면 저와 다툴 자격도 없죠. 그러니 전 이 일로 서은아 씨와 심술을 부릴 필요도 없다는 말이죠.”“이런!”서은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화가 나기는 났지만 차설아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서은아는 반박할 수 없었다.성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면 차갑게 물었다.“성도윤이 나아진다는 게 어느 정도 나아지는 걸 말하죠?”“이건 말하기 좀 곤란해.”차설아는 시선을 돌려 성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지금 서로 떠보는 중이었다. 차설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적어도 그가 남에게 피해를 볼 일은 없을 정도여야 해.”서은아는 한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차설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비록 저와 차설아 씨는 적이지만 도윤 씨를 정말 낫게 하고 싶은 거라면 전 차설아 씨와 화해하겠어요.”차설아는 서은아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지만 잡을 생각은 없었고 차갑게 말했다.“화해는 됐고 서은아 씨가 좀 감정 기복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한테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요.”서은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으나 억지로 참았다.“좋아요. 도윤 씨가 나아질 수만 있다면 전 뭐든 할 수 있어요.”두 여자가 마침내 짧은 평화를 되찾았고 병실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주치의가 밖으로 나와 느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성도윤 씨는 지금 별문제가 없어요. 그를 더 많이 쉬게 하고 기분 좋게 해주세요. 미리 말하는 데 자극해서는 절대 안 돼요.”“의사 선생님, 고마
성진은 긴 손가락으로 서은아의 턱을 꽉 잡고 들어 올리면서 음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이제 와서 사랑할 줄 아는 척해? 그 당시 개두술을 해서 성도윤이 차설아에 대한 기억을 삭제하려고 주장했던 사람이 너였고 차설아가 성도윤을 구했던 기억을 이식하려고 했던 사람도 너였지. 그때는 왜 성도윤이 나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난...”“너도나도 다 알다시피 개두술은 거짓에 불과했지. 성도윤이 차설아에 관한 기억을 지우는 것과 너를 그의 기억 속에 이식하는 게 바로 최종 목표였지. 넌 지금 이미 성도윤이 가장 믿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넌 아직 뭐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굳이 차설아까지 끌어들이려는 거야?”“미안해. 잘못 했어. 난...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어.서은아는 겁에 질려 조심스럽게 사과했다.한때 서은아도 오만방자한 명문의 아가씨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성도윤 외에는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성진 앞에서 그녀는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한편으로 그의 손에는 너무 많은 약점이 잡혀 있었기에 그가 혹시 보복할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성진이라는 남자는 너무 음흉하고 미쳤기 때문이었다.그는 개두술, 기억 이식 이런 모진 수법도 생각해 냈다. 이런 미친 사람을 건드리면 아마 바로 재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서은아는 조심스럽게 해명했다.“그 당시 상황은 너도 보았잖아.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차설아는 결코 죽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거야. 차설아가 그렇게 똑똑한데 들키면 너와 나는 모두 끝장날 거야. 그래서 내 생각에는... 차설아와 화해하는 척해서 그녀가 스스로 물러나기를 기다렸던 거야.”“어찌 됐든 성도윤은 나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조금이라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지 못할 거야. 차설아가 마음이 많이 상해서 도윤 씨의 곁을 떠나면 우리에게는 더 좋지 않아?”이 말을 듣자 성진은 찡그렸던 미간은 조금 풀어졌다. 그는 서은아를 놓아주었고 변태처럼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넌 내가 생각했
이날 차설아는 갓 달인 한약을 들고 성도윤 병실 문을 열었다.병실 안에서는 성도윤과 서은아가 껌딱지처럼 다정하게 안고 있었다.“은아야, 내가 고민해 봤는데 이제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면 우리 결혼하자!”성도윤은 긴 팔로 서은아의 어깨를 살짝 감싸고 턱을 그녀의 머리에 얹은 채 잘생긴 얼굴로 동경하는 표정을 지었다.“우리 결혼식이 따이띠에서 열렸으면 좋겠어. 그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푸른 해안선과 가장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있지. 네가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니 그곳에서 우리가 결혼하면 가장 좋을 거야.”서은아는 행복한 표정 대신 의아함이 가득했다.“퇴원하고 바로 결혼 한다고? 너무... 서두른 건 아닐까?”게다가 서은아는 바다를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서은아는 바다를 가장 싫어했다. 햇볕도 쬐고 지루한 데다가 만약 태풍 날씨가 닥치면 너무 귀찮다고 생각했다.“전혀 서두르는 게 아니야.”성도윤은 엄숙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난 널 너무 사랑해서 지금이라도 당장 너랑 결혼하고 싶어. 1분 1초도 기다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너도 날 사랑하고 있잖아. 우린 함께 강도 뛰어들어서 생사를 함께 한 사이인데. 결혼을 안 한다는 건 말도 안 돼.”“네 말도 맞는 것 같아.”서은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옆에 서 있는 차설아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원래대로라면 서은아는 지금 이미 차설아를 완전히 이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런 승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서은아는 성도윤이 갑자기 기억을 회복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다.“어찌 됐든 넌 내 여자니까 도망갈 생각 마!”성도윤은 패기 넘치게 말하고는 서은아의 턱을 치켜들고 키스했다.성도윤은 병실 전체의 공기마저 끓어오를 정도로 매우 다정하면서도 뜨겁게 키스했다.“...”차설아는 원래 자신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랑 뜨겁게 키스하는 장면을 보자 저도 모르게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