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유현진을 보며 강한서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래서... 그래서 욕실에 그렇게 오래 있은 거야? 알아서 해결하느라?”강한서는 딱히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의사가 말했었잖아. 아무리 안전한 날이라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고. 난 너와 성관계를 끊는 건 못하니까 횟수만큼이라도 줄여보려고 한 거야.”“... 혹시 딸리는 거 티 안 내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강한서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도대체 내가 언제 너한테 그런 착각을 느끼게 해준 거야?”유현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넣었다고 해서 아는 건 아니잖아.”강한서는 이를 악물더니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강한서의 난처한 모습을 본 유현진은 갑자기 그를 더욱 놀리고 싶어졌다.평소에도 강한서가 줄곧 그녀를 놀려왔기에 그녀는 이번만큼은 강한서를 놀리고 싶어졌다.이윽고 그녀는 그의 귀에다 대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강한서에게 말했다.“outercourse.”순간 강한서의 귀뿐만 아니라 목까지 빨개져 버렸다.그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이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물었다.“누가 이런걸 가르쳐 준 거야?”유현진은 잔뜩 음흉한 얼굴로 대답했다.“성인인데 이런 것 정도는 알아야지 않겠어?”그녀가 자신이 강한서를 완벽하게 놀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강한서가 갑자기 확 다가오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래요, 유 선생님?”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얼굴이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아주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할 때 더욱 유혹하는 느낌이 들었고 무릇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해버렸을 것이다.귀가 빨개진 유현진은 얼른 그를 밀어냈다.“인터넷에 찾아보면 많이 나와. 너라면 분명 금방 배울 거야.”강한서는 끈적한 눈길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인터넷엔 쓸데없는
회사 사람들이 민경하의 선택에 비웃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민경하의 선택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그는 돌아가서 자신의 선택을 번복하겠다고 결심했다.차는 곧 클라우드 아파트에 도착했고 강한서는 유현진의 손을 잡았다.“들어가서 푹 쉬고 있어.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유현진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손목이 시원해졌다.강한서가 그녀의 손목에 루비 팔찌를 끼워준 것이었다.팔찌의 디자인은 아주 소박하였고 별다른 특이한 디자인은 없었지만 세심하게 가공된 루비가 아주 반짝거렸으며 딱 봐도 유현진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었다.그녀는 팔찌를 빼내려고 했지만 강한서가 그의 손을 제지했다.“끼고 있어. 루비 팔찌가 액운을 막아주고 행운만 가져다준다고 네가 그랬었잖아. 너한테 요즘 나쁜 일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 이거라도 끼고 있으면 혹시라도 정말로 운이 좋아질 수도 있잖아.”유현진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예전에 할머니랑 사찰로 가서 염원을 빌 때 네가 다 미신이라고 하지 않았어? 갑자기 왜 미신을 믿는 건데?”강한서는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그녀의 손끝에 살짝 키스하였다.“무서워서 그래.”유현진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강한서가 아까 그녀가 뜨거운 물에 맞을 뻔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한참 지나서야 손을 빼며 말했다.“난 이만 들어가 볼게.”“응.”강한서는 대답을 하며 그녀를 대신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잘 가.”차에서 내린 유현진은 앞으로 가다가 이내 뒤를 돌아봤다.강한서는 차창을 반쯤이나 내린 채 계속 다정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순간 유현진은 안심이 되었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그녀의 그림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둘째 삼촌 집으로 가주세요.”돌아가는 길에 그는 민경하에게서 강민서가 강단해의 집에 숨어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 만약 본가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의 할
좋은 일로 찾아온 게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강단해는 베란다에서 통화 중이었고 그와 통화 중인 사람은 바로 신미정이었다. 강민서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신미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 한서가 민서를 데려가게 놔두지 마세요. 민서가 잡혀가면 끝이에요.”“알겠어요.”강단해는 거실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민서는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한서가 저렇게 애를 잡아가려고 난리인 거예요?”신미정은 당연히 자기 딸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 “제정신이 아닌 거겠죠! 팔이 밖으로 굽는게 제 아빠를 닮았나 봐요. 하나에 꽂히면 그것밖에 몰라서는!”신미정은 강한서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더니 다시 강단해에게 당부했다. “어쨌든 절대 한서가 민서를 데려가게 해서는 안 돼요. 민서는 제 생명과도 같은 아이예요. 민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용서 못 해요!”강단해는 입술을 짓이겼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민서를 데려가지는 못할 거예요.”바로 그때, 강한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강단해는 발신 번호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한서가 왔네요. 먼저 끊을게요.”신미정의 전화를 끊은 강단해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 너머로 강한서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삼촌, 민서 나오라고 해요.”강한서는 돌려 말하는 법 없이 단도직입적이었다. 강단해가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기에 옆에 있던 강민서도 강한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얼굴은 공포로 가득 휩싸여 있었다. 강단해가 태연하게 말했다. “네 작은 어머니가 민서를 많이 보고 싶어 했어. 오랜만에 왔으니까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먼저 돌아가거라.”강한서의 목소리가 더욱 낮게 깔렸다. “경찰 측에서 조사할 게 있어서 민서를 찾고 있어요. 아마 오늘 여기 있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문 여세요.”경찰이라는 말에 강민서는 덜덜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사람들은 모두 귀를 의심했다. 송민희가 다급히 물었다. “장 집사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장 집사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한서 도련님께서 사람을 불러 불도저로 대문을 부쉈어요.”강민서의 표정이 급변했다. 5분의 시간을 주겠다는 게 이런 의미였을까?그녀가 깊이 생각할 새도 없이 누군가 문을 걷어찼다. 네 명의 덩치가 산만 한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일렬로 섰다. 강한서가 그 네 사람 가운데로 걸어들어왔고 민경하가 그 뒤를 따랐다. 강한서는 무서울 만큼 차가운 얼굴로 강민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나와!”강한서가 풍기는 분위기에 강민서는 감히 그를 따라나설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단해의 뒤로 몸을 숨겼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반항했다. “싫어.”강단해가 강민서를 감싸며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한서야. 이 시간에 사람을 불러 대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건, 너무 예의 없는 행동 아니니?”강한서도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둘째 삼촌, 예의를 지키려고 먼저 전화를 드린 거였어요.”그의 말은 만약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면 전화하는 번거로움 없이 바로 문을 밀어버렸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 말뜻을 알아들을 리가 없는 강단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강단해를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던 강한서는 강민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강민서, 나와! 네가 저지른 일, 네가 책임져. 오늘은 누구도 널 감싸줄 수 없어.”강민서가 강단해의 팔을 꽉 잡으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내가 뭘 책임져. 오빠는 그저 그년 대신 복수하겠다는 거잖아! 날 죽이지 않는 이상, 절대 오빠랑 안 가!”강한서의 인내심이 바닥을 쳤다. 그가 손을 들어 제스처를 취하자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직접 강민서를 잡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도망갈 곳이 없자 강민서는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경호원들이 강민서를 따라가려고 하자 강단해가 계단을 막아섰다. 그는 차가운 얼굴을
강단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경호원들은 민경하의 말에 얼른 손을 풀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강단해를 에워싸고 있어 그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강단해는 새파래진 얼굴을 한 채 팔이 풀리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전화했다. “싸움 좀 하는 애들로 몇 명 보내! 지금 당장!”전화를 끊은 그는 강한서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오늘 아무도 이 곳에서 나갈 생각 하지 마!”강한서는 태연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둘째 삼촌, 오지랖 그만 피우시죠.”강단해가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강한서의 말투가 강단한의 말투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경호원들이 곧 위층에서 강민서를 들쳐메고 내려왔다. 한 사람은 발을, 다른 한 사람은 어깨를 들고 있었다. 강민서는 버둥대며 발악했고 손톱으로 경호원의 얼굴을 할퀴었다. 그녀는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놔! 이 개자식들아! 이거 놔!”경호원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몸부림치는 강민서를 완전히 무시하며 그녀를 억지로 아래층까지 들고 내려왔다. 아래층에 도착한 후에야 강민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소파에 엎드려 있는 강현우와 그에게 약을 발라주는 송민희를 발견했다. 강단해는 두 명의 경호원에게 제압당해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당황하고 말았다. “오빠, 오빠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오빠. 다신 안 그럴게.”강한서가 냉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강민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강민서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뜨거운 물을 뿌리지 말았어야 했다.”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사람 두꺼운 옷 입고 있었어. 다친 데도 없을 텐데. 돈이라도 떼먹으려고 신고한 거 아니야? 그까짓 돈, 우리 돈 많잖아.”강한서의 눈빛이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그녀의 가치관이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잘못했다고 말은 하지만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민경하가 말했다. “정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3년 이하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엄중하게 처벌하면 3년에서 10년 정도입니다.”잠시 말을 멈추었던 민경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애써본다면 최고 형량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현장의 모든 사람이 말을 잇지 못했다. 강단해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그런 거로 협박하려는 생각은 집어치워!“강한서는 태연하게 강단해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 “오해세요, 둘째 삼촌. 제 비서는 그저 직원에게 법률 상식을 알려줬을 뿐인데요.”그는 현장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3년 이하 아니면 10년 이하. 선택은 여러분들 몫입니다. 빨리 결정하세요.”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두 가지 전부 선택하지 않는 건 어떨까?그들은 단지 무기를 들과 왔을 뿐 정말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손에 든 무기로 위협만 주고 끝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위협을 당하는 쪽이 회사의 또 다른 대표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이런 상황에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강한서는 이미 재켓을 벗고 소매를 걷고 있었다. “같이 덤비실래요, 아니면 한 명 한 명?”현장은 여전히 말 한마디 없었다. ‘한성의 후계자를 누가 감히 건드려? 장난해?’경비팀 팀장은 강한서의 태도에 얼른 강단해를 설득했다. “대표님, 가족끼리 오해가 있으시면 얘기로 푸시고 화목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감정 상하게 싸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요.”강단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내가 너 중재자 노릇이나 하라고 부른 줄 알아? 사람이나 막아!”경비팀 팀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강단해가 그의 대표인 것은 맞았지만 강한서 역시 그의 회사 대표였다. 어느 누구도 한낱 월급쟁이가 감히 밉보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달려들지도, 길을 비키지도 않고 문 앞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밖에서 또다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발소리가 가까워졌고 뒤이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경하가 알겠다고 대답하며 생각했다. ‘대표님께서 강단해 대표님과 척지려고 하시네.’차에 오른 후 잠시 생각하던 민경하가 강한서를 설득했다. “대표님, 다음부터 이런 일은 아랫사람들 시키세요. 직접 나서실 필요 없으시잖아요.”아까 강한서가 재켓을 벗고 소매를 걷는 모습에 민경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강한서가 직접 나섰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뒷감당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한서가 민경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내가 나선대요?”민경하가 멈칫했다. “아까 분명 다 같이 덤빌 건지 하나하나 덤빌 건지 물어보셨잖아요.”강한서가 대답했다. “한 명씩 덤비면 연습 삼아 한 번 해볼 수는 있겠지만 다 같이 달려든다면—”강한서가 말을 멈추었다. “그러면 민 실장 도움을 받아야겠죠.”민경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대표님, 저는 싸울 줄 몰라요.”“싸우라고 한 얘기 아니에요.”강한서가 단추를 풀며 말했다. “맞기만 하면 돼요. 아픈 척 잘하던데요. 그 핑계로 휴가를 줄 수도 있고.”민경하: ...‘정말 좋은 대표님이시네요.’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 신미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강한서는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휴대폰을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강한서, 너 정말 미친 거야? 경찰이 민서를 연행하게 하다니. 경찰서에 어떤 사람들이 있을 줄 알고? 그게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니? 민서가 괴롭힘이라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은 안 돼?”강한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사회가 얼마나 험악한지 민서도 알아야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그저 엄마밖에 모르면서 누구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요.”비꼬는 말투가 귀에 거슬렸던 신미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배은망덕한 놈! 민서는 네 친동생이야! 어렸을 때 민서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지 기억 안 나? 여자 하나 때문에 피 섞인 가족을 배신하고 네가 제정신이야?!”강한서가 씩 웃으며 신미정을 비꼬았다. “피가 섞여서 그나마 다
유현진은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가 노크했다. “미주야, 안에 있어?”화장실 안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뚝 그치고 잠시 후 차미주가 나왔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손에는 칫솔을 들고 있었다. 입에 거품을 문 채 물었다. “화장실 급해?”“아니.”차미주를 살피던 유현진은 그녀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게 아니라, 방금 성우 씨한테서 전화가 왔어. 네가 집에 있는지 묻더라고. 오늘 무슨 일 있었어?”차미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녀는 입안의 거품을 뱉고 입을 몇 번 헹구더니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뭐래?”“별말은 없었어. 네가 집에 도착했는지 걱정이 돼서 물어보던데.”“걱정은 개뿔!”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욕을 지껄였다. “그런 개자식은 차단해 버려. 눈에 띄기만 해봐, 볼 때마다 쥐어패 버릴거야!”“너희... 무슨 일 있었어?”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깝게 지내면서 매일 집에 가서 밥도 해주고 게임도 하더니 오늘은 갑자기 왜 이를 바득바득 가는 걸까?차미주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 개자식, 조 선생님께 도시락 전해준다고 해놓고 자기가 다 먹어버렸어. 오늘 내가 조 선생님을 만나 도시락에 대해 묻지 않았더라면 일 년이 지나도 그 자식 입에 들어가는지 몰랐을 거야!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조 선생님이랑 이어지게 도와주겠다더니, 2개월이 다 되도록 이어지기는 무슨, 한성우 좋은 노릇만 했잖아!”유현진이 차미주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확실히 이번 일은 한성우가 과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일로 미주가 이렇게까지 화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차미주는 마음이 넓고 달래기 쉬운 편이었다. 게다가 한성우는 사람을 구슬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고 두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이가 좋았던 터라 유현진은 차미주가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한성우가 조준에게 주려던 도시락을 먹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화를 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떠보듯 차미주에게 물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