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서에게서 온 문자였다.송가람은 갑자기 놀랐다.무슨 검사 결과?십여 분이 지나서야 송민준은 강한서를 데리고 자리로 돌아왔다.송민준은 안색이 안 좋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투덜대기 시작했다.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이 놈 주량은 왜 늘지 않냐고!"말하면서 휴대폰을 들더니 방금 전의 문자를 보자 멈칫했다. 그러고는 바로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끊자 송가람이 말했다. "오빠, 우리가 한서 오빠를 데려다 주면 되지, 이 밤에 귀찮게 다른 사람은 왜 불러?""우리가 왜 데려다 줘?"송민준은 술을 한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여기 이혼남이고, 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아가씨야. 야밤에 같이 있다가는 네 이미지만 안 좋아져."송가람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꼰대야 꼰대!"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하가 도착했다.민경하는 송민준과 송가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강한서를 데리고 갔다. 물론 가기 전에 결제를 하고 나갔다.송민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강한서는 멍청한데 사람 보는 눈은 있어."민경하만 놓고 봐도 박해서보다는 훨씬 눈치가 빨랐다. 강한서는 저런 직원을 어디서 구한 거야?"한서 오빠가 어디가 멍청해?"송가람은 송민준을 흘끔거리면서 말했다. "오빠는 아빠가 한서 오빠를 자꾸 칭찬하니까 질투하는 거야."송민준......집에 돌아와서 송가람은 씻고 나와서는 침대에 앉아 머리를 닦다가 돌연 송민준의 휴대폰에서 본 문자가 떠올랐다.그는 바로 수건을 다리에 걸쳐놓고 휴대폰을 들고 박해서에게 문자를 했다."해서야, 자?"박해서는 방금 전에 집에 돌아와서 문자를 보자마자 바로 답장했다. "아직. 가람아, 무슨 일이야?"박해서와 송가람은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가람 아가씨라고 부르지만, 사적으로 대화할 때에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이건 송가람이 요구한 것이었다. 송가람은 박해서와 대화할 때 아가씨라는 호칭이 거북했다.박해서는 송가람이 어렸을 때 학폭에 시달리는 것을 목도했고
밥을 푸고 있는데, 차미주의 전화가 울렸다.차미주는 테이블 앞에 앉아서야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런데 보는 순간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강한서 이 나쁜 놈 벌써 새로운 여자 생긴 거야?"유현진은 멈칫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차미주는 휴대폰을 유현진의 눈앞에 갖다 대고 말했다. "네가 직접 봐봐. 이 미친 놈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여자랑 안고 난리야."유현진은 속으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되뇌었지만, 그래도 못참고 흘끔 쳐다봤다.차미주는 한성우가 올린 인스타그램을 봤던 것이다.한성우는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렸는데, 사진 속에서 한 여자가 강한서를 부축하고 있었다. 장소는 스탠드바 같아 보였다.강한서는 눈가가 시뻘겋게 되었고, 눈빛이 흐릿했다.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여자는 맑은 정신으로 미간을 찌푸리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얼마 전에 만났던 송가람이었다.한성우는 이 사진에 '한 쌍의 어울리는 남녀'라는 텍스트를 덧붙였다.유현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젓가락질하면서 말했다. "얼른 먹어. 다 식어."차미주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너 화가 안 나?"유현진은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 "내가 왜 화가 나? 이미 그 사람이랑 이혼했고, 그 사람이 누구랑 있든 나랑 상관 없잖아."유현진의 말을 듣자 차미주는 자신이 오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폰을 옆에 놓고 젓가락을 들면서 물었다."그 K라는 사람은 믿어도 되는 거야?""들리는 소문도 있고, 믿어도 될 거야."유현진이 지금 막 반찬을 입에 넣는데,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K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유현진은 예전에 유상수를 모셨던 기사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세월이 흘러 면모는 많이 변했지만, 턱 아래 점은 잊을 수가 없었다.유현진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뭘 알아낸 거예요?""이 사람 알아요?"유현진이 답했다. "네, 예전에 회사 기사였어요."K는 더 이상 문자가 없었다.유현진이 물음을 몇 개 더 보
어떻게 아닐 수가 있지?송민준은 검사 결과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휴대폰을 들더니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선영아, 지난 번에 맡긴 거 결과 나왔어?"전화 저편에서 여자 목소리가 전해왔다. "방금 회의가 끝났어요. 지금 바로 가서 물어볼게요. 아마 나왔을 거예요."상대방은 잠깐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민준 오빠 혹시 밖에 사생아가 있어요?"송민준은 눈썹을 찌푸렸다. "헛소리 말고 얼른 가서 확인해봐. 결과 나왔으면 바로 나한테 보내.""알았어요."전화를 끊고 십여 분이 지나자 상대방은 검사결과를 보내왔다.송민준은 그 결과를 보자 미간을 더 심하게 찌푸렸다.똑같은 샘플로 병원 두 곳에 의뢰했는데, 결과가 달랐다.송민준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선영아, 이 결과 정확해?""당연하죠. 우리는 전문적인 감정 기구라 이걸로 먹고 사는데, 결과가 잘못되면 다들 그만둬야 돼요."이 샘플은 송민준이 직접 가져다준 것이고, 아는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었기에 잘못될 확률이 낮았다.그럼......박해서가 가져온 것은?병원의 실수인가? 아니면 가운데서 누군가가 방해를 놓은 건가?송민준은 지금 이 순간 애당초 두 곳에 의뢰한 자신의 현명한 처사에 박수라도 쳐야 하는 거 아닌가?송민준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선영아, 너 샘플을 다른 병원에 보내서 다시 한 번 검사해줘.""왜요? 저를 못 믿는 거예요?"송민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 일은 엄청 중요한 일이야. 일말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돼.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말고, 네가 직접 가져다 줘. 결과가 나오면 바로 나한테 보내고."상대방도 송민준의 목소리를 듣자 바로 진중한 태도로 답했다."알겠어요. 제가 다른 병원에 맡길게요.""하루면 결과가 나와?"......"민준 오빠, 이거 드라마가 아니에요. 가져다 주면 바로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니라고요. 다시 정제를 하고 염색체를 배양해야 해서, 빨라도 이삼 일은 걸
"시스템은 틀릴 리가 없어요. 여기에 나타난 정보에 의하면 유현진 씨 앞으로 군산구에 별장 한 채, 한라국제에 130평 되는 주택 하나가 있어요. 해당 규정에 의하면 유현진 씨는 한주 시에서 더 이상 부당산을 구매할 수 없어요."현장 직원이 말했다.유현진???군산구는 한주에서 유명한 별장 지역이다. 유현진과 강한서가 살았던 아름드리 펜션이 바로 군산구에 있었다. 별장이라고 하면 설마 아름드리 펜션?강한서 미친 거 아냐?그리고 한라국제에 130평 되는 주택은 또 뭐야?왜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지?유현진은 무거워진 목소리로 문의했다. "혹시 방금 전에 말씀하신 별장과 주택이 언제 제 명의로 바뀐 건지 알 수 있을까요?"현장 직원이 일련의 조작을 하더니 유현진에게 말했다."군사구의 별장은 재작년 3월에 변경했고, 한라국제 주택은 작년 9월에 변경했어요."이 말에 유현진에게 집을 팔려고 계약까지 체결한 집주인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부동산 구매 자격도 없으면서 지금까지 뭐한 거예요?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요."유현진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낮은 소리로 해명했다. "제 명의 하에 부동산이 있는 줄 몰랐어요.""자신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모른다는 말을 지금 믿으라는 거예요? 저 놀리는 거예요?"집주인은 문서를 채 가더니 냉랭한 어투로 중개인을 비난했다. "돈을 그렇게 많이 받고 대체 뭘 한 거야?"중개인은 나이가 한참 어려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는 얼른 집주인에게 사과를 거듭했다.집주인은 인정사정 없이 연거푸 욕하더니 문서를 챙겨서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유현진은 욕을 한가득 얻어먹은 중개인을 보면서 너무 미안했다. 그는 중개인에게 계속해서 사과를 했다.유현진은 자신의 명의 하에 부동산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니면 중개인을 여러 차례 끌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중개인은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괜찮다고만 했다.돈까지 준비해온 유현진을 보면 몰랐던 게 분명했다. 중개인은 오히려 유현진을 부러워했다. "언니
부동산 두 곳이 자신의 명의로 변경된 시간을 알고 나서부터 유현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변경된 시점은 이혼 전이었고, 두 사람 사이에 이혼 얘기도 없을 때였다.이 사실을 알고나서 유현진은 뭔가 형용 못할 마음이었다.집이라는 건 명품 가방이나 옷처럼 겉치레인 것과는 달리 사람에게 안전감을 주는 존재였다.예전에 블로그에서 봤던 글귀들이 떠올랐다.[결혼한 지 5년이 됐고, 아이 둘까지 낳아 키웠는데, 남편은 여전히 저희 집을 공동 명의로 바꾸지 않으려고 해요. 저 이혼해야 할까요?][예비 남편은 자신이 집 계약금을 냈으니, 저더러 인테리어 비용을 내고, 결혼하고 나서 함께 대출을 갚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집을 두 사람의 공동 명의로 하자고 했죠. 그런데 그런 저를 보고 예비 남편은 여자가 그렇게 물질적이면 안 된대요. 이 결혼 해야 하나요?][대출을 3년이나 갚았는데, 집이 시어머니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저 어떻게 해야 해요?]......유사한 블로그들을 수없이 봤다.당시 유현진도 강한서더러 자신의 명의를 등기에 추가하라고 하려고 했다.심지어 그 일 때문에 혼인법도 뒤져봤다.혼인법에 의하면 혼전에 집을 누가 샀으면 그 집은 그 사람의 소유였다. 물론 배우자가 자신의 이름을 추가하기를 원하면 별도의 규정이 있긴 했다.당시 그걸 확인하고 나서 유현진은 자신이 집 구매하는 데 일전 한 푼 돕지 않고서 이름을 추가해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염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그만뒀다.유현진은 강한서가 오래 전에 부동산 두 개를 자신의 명의로 바꾼 건 상상도 못했다.자신과 강한서가 어떻게 됐든, 이 두 개의 부동산만 갖고 있으면 여생은 돈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강한서가 진짜로 자신의 미래를 걱정했다면 어떻게 신민정이 자신에게 약을 쓰는 걸 허용했단 말인가?아이를 가지지 않을 거면 왜 자신과 논의도 없이 그런 방식을 취했는가?한편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면서, 또 한편으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해주고, 유현진은 강
"그건 당신 집이지 내 집이 아니잖아. 등기소가 닷시까지 운영하니까 아직 한 시간이 있어. 지금 와도 시간이 돼. 얼른 와."유현진은 심지어 자신이 언제 명의를 바꿨는지도 따지지 않고, 서둘러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강한서는 주먹을 꽉 쥐더니 냉랭한 어투로 답했다. "시간 없어!"유현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언제 시간 돼? 나 지금 집 사는 거 엄청 급해.""그럼 급하든가...웁..."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성우는 급히 와서 손으로 강한서의 입을 막았다."형수님, 저예요. 저 지금 한서랑 밖에 있어요. 요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한서가 저와 함께 현장 답사를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요즘은 시간이 안 될 거예요."강한서는 한성우를 노려보면서 손으로 한성우의 손을 치우려고 애썼다.말이 끝나고 나서 한성우는 전화를 한 손으로 막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유현진이 앞으로 다시 네 와이프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 입 함부로 놀리지마."강한서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성우를 쏘아봤지만 하던 동작을 멈췄다.유현진은 미간을 좁혔다."한 시간이면 되는데 어떻게 해서도 시간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힘들어요. 그리고 형수님의 명의 하에 집이 두 개나 있는데, 아무거나 골라서 살아요. 어차피 형수님 건데, 왜 다시 이 자식한테 돌려줘요. 형수님의 젊은 시절이 그만한 값어치도 안 하겠어요."이치가 있는 말인데, 이 말을 만약 차미주가 했더라면 유현진은 이해했을 것이다. 차미주는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니까. 그런데 한성우는 강한서의 절친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위해 말한다고?유현진은 계속해서 고집했다. "전 그이에게 아무 것도 빚지기 싫어요? 언제 시간 되는지 대신 물어봐줘요.""형수님, 그건 정말 모르겠어요. 그럼 이렇게 해요. 형수님이 지금 지낼 곳이 마땅치 않다면, 제가 한라국제에 집 한 채가 있는데, 이미 인테리어를 마친 상태에요. 우선 거기 살아요. 임대료는 안 받을 테니까, 한서가 최근 바쁜 일정이 끝나
강한서는 눈썹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나쁜 남자의 수작을 떳떳하게도 말하는군."한성우는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내가 왜 나쁜 남자야. 이거 다 내 미래 아내를 위해 노하우를 비축하는 거라고. 다양한 유형의 여자를 만나 봐야 여자가 어떤 생물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지. 그래야 그들이 어떻게 하면 기뻐하는 지도 알 수 있잖아. 이건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는 유효한 수단이야. 넌 경험이 없는 게 문제야. 예전에 널 따라다니는 여자애들이 그렇게도 많았는데, 그중 몇 명이라도 사귀었으면 오늘날 현진 씨에 대해 이렇게 속수무책이지 않을 거 아냐."강한서는 한성우의 관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넌 경험이 그렇게 풍부하면서도 끝까지 간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이 말은 비수마냥 한성우의 마음에 꽂혔다.한성우도 연애할 때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것도 거기까지지 더 발전할 수가 없었다.물론 한성우도 똑같지만, 그가 사귀었던 여자들도 대부분 물질적인 데 관심이 많았다.유현진도 물질적이다. 강한서의 돈을 쓸 때는 절대 사정 봐주기란 없었다. 하지만 강한서를 진심으로 잘해줬다.도시락을 가져다 주는 일 하나만 보더라도, 당시 한성우는 강한서가 매일 인스타에 올리는 다양한 도시락 사진들을 보면서 입으로는 별로 부럽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쓰라렸다.지금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귀한 것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귀한 시대이다.한성우와 강한서는 모두 늘 밖에서 사람을 만나다보니 음식점의 요리가 질린 지가 오래된 터라 그들에게 있어 도시락은 엄청 소중한 것이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군가가 자신이 잘 챙겨먹고 있는지를 걱정하고 있는 마음이 소중했다.하지만 한성우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들은 대부분 요리할 줄 몰랐다. 설령 안다 하더라도 절대 요리를 하지 않을 거라면서, 일단 한 번만 요리를 하면, 나중에 결혼한 후 주방에서 맴돌다가 아줌마로 늙어간다고 했다.한성우는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의아했다. 요리 한 번 한다고 미래가 결
당시 반급 친구들은 하나같이 집안이 빵빵했으며 한성우의 부모님은 물산으로 가업을 일으켜 한주시의 절반 이상의 호텔에 해산물을 공급했다. 하여 호텔을 운영하는 집안 아이들은 한성우가 물고기 장수의 아들이라고 놀려댔었다.일부러 패거리를 만들어 한성우를 따돌리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었다.바로 강한서와 주강운이다.두 사람은 바지 하나도 돌려 입을 수 있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한성우가 두 사람과 친하게 된 계기도 학교 폭력 때문이다. 한성우는 재벌가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았다.그저 잘난 부모덕에 잘난 척하는 그들이 하찮아 보였다.그러던 어느 날, 운동장에서 옆 반의 일진이 일부러 강한서를 다치게 했고, 주강운은 바로 그 일진에게 덤볐다.일진은 키도 크고 덩치도 컸다. 당시 주강운은 키도 작았고 하얀 피부에 바싹 마른 몸이라 전혀 일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강운은 벽돌로 일진의 머리를 가격했고 상대는 그 자리에서 피를 흘렸으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강한서는 아픈 것을 뒤로하고 다급히 주강운이 들었던 벽돌을 빼앗아 빨리 튀라고 했다.하지만 결국, 아무도 튀지 못했다.두 사람은 모두 자기가 한 짓이라고 우겼으며 두 사람의 독기를 직접 목격한 아이들은 두려움에 아무도 진실을 얘기하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경고 처분을 받게 되었다.그 뒤로 한성우는 재벌가의 자녀에 대해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재벌가의 자녀라고 모두 쓰레기인 것이 아니라 강한서와 주강운처럼 의리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하여 한성우는 먼저 다가가 매일 껌딱지처럼 두 사람의 뒤를 따르며 친해지려고 애썼다. 한성우는 작은 동네에서 살다 보니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놀았다. 처음에 강한서는 한성우에게 아주 차갑게 대했다.하지만 고작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차가우면 얼마나 차가울까? 점차 세 사람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그렇지만 한성우는 늘 강한서와 주강운이 더 친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두 사람이 틀어지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애야? 내가 자리 마련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