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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이 사모님,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진 사모님이 그녀에게 눈치를 줬다. 유현진이 아무리 못나도 어쨌거나 신미정의 며느리이기에 평소 몇 마디 놀려대는 건 괜찮지만 지나치게 헐뜯는 건 다소 부적절했다.

다만 이 사모님은 진 사모님이 믿지 못하는 줄로 착각했다.

“함부로 한 말 아니에요. 내 조카가 그해 교통관리센터에서 일했는데 마침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얘기한 거예요. 차가 훼손이 워낙 심하여 두 사람 다 살아남지 못했을 텐데 구조할 때 보니 저 아이 엄마만 심하게 다치고 저 아이는 찰과상만 입었다니까요.”

“애가 팔자가 너무 세요. 여자가 팔자가 세면 남편과 자식이 일찍 죽는다던데...”

“이 사모님!”

신미정의 표정이 언짢아지자 진 사모님이 탁자 밑에서 발로 그녀를 걷어찼다.

이 사모님은 그제야 자신이 무심결에 신미정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걸 알아챘다.

신미정이 바로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었는데 그런 그녀 앞에서 남편과 아이가 빨리 죽는다는 둥 입을 나불거리고 있으니 누가 봐도 그녀를 겨냥한 말이었다.

이 사모님은 당황해하며 횡설수설 변명했다.

“강 사모님, 그러니까... 그 뜻이 아니라...”

신미정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무슨 뜻인데요?”

이 사모님은 손이 벌벌 떨리고 말까지 더듬었다.

이때 백 사모님이 웃으며 말했다.

“미정 씨 화내지 마세요. 이 사모님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예요. 이분이 어떤 사람인지 미정 씨도 잘 알잖아요.”

신미정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계속 단순한 것도 이 회장님의 복인 것 같아요.”

이 사모님은 야유에 찬 그녀의 말을 바로 알아채고는 표정이 굳어버렸지만 감히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신미정은 오늘 백 사모님만 초대했고 남은 두 명은 그저 들러리일 뿐인데 다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 사모님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신미정이 당장에서 버럭 화내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유현진은 복도 모퉁이에 서서 사모님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한가하게 체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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