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모님,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진 사모님이 그녀에게 눈치를 줬다. 유현진이 아무리 못나도 어쨌거나 신미정의 며느리이기에 평소 몇 마디 놀려대는 건 괜찮지만 지나치게 헐뜯는 건 다소 부적절했다.다만 이 사모님은 진 사모님이 믿지 못하는 줄로 착각했다.“함부로 한 말 아니에요. 내 조카가 그해 교통관리센터에서 일했는데 마침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얘기한 거예요. 차가 훼손이 워낙 심하여 두 사람 다 살아남지 못했을 텐데 구조할 때 보니 저 아이 엄마만 심하게 다치고 저 아이는 찰과상만 입었다니까요.”“애가 팔자가 너무 세요. 여자가 팔자가 세면 남편과 자식이 일찍 죽는다던데...”“이 사모님!”신미정의 표정이 언짢아지자 진 사모님이 탁자 밑에서 발로 그녀를 걷어찼다.이 사모님은 그제야 자신이 무심결에 신미정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걸 알아챘다.신미정이 바로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었는데 그런 그녀 앞에서 남편과 아이가 빨리 죽는다는 둥 입을 나불거리고 있으니 누가 봐도 그녀를 겨냥한 말이었다.이 사모님은 당황해하며 횡설수설 변명했다.“강 사모님, 그러니까... 그 뜻이 아니라...”신미정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무슨 뜻인데요?”이 사모님은 손이 벌벌 떨리고 말까지 더듬었다.이때 백 사모님이 웃으며 말했다.“미정 씨 화내지 마세요. 이 사모님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예요. 이분이 어떤 사람인지 미정 씨도 잘 알잖아요.”신미정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나이가 되도록 계속 단순한 것도 이 회장님의 복인 것 같아요.”이 사모님은 야유에 찬 그녀의 말을 바로 알아채고는 표정이 굳어버렸지만 감히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신미정은 오늘 백 사모님만 초대했고 남은 두 명은 그저 들러리일 뿐인데 다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 사모님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신미정이 당장에서 버럭 화내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했다.유현진은 복도 모퉁이에 서서 사모님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한가하게 체리를 먹었다.
강한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대응할 능력도 없으면서 거길 왜 가? 큰코다쳐야 정신 차리지.”여기까지 말하니 민경하도 입을 꾹 다물었다....백 사모님은 위엄이 있는 듯싶었다. 신미정은 다른 두 사모님보다 그녀에게 더 깍듯이 대했다. 밥은 입맛에 맞는지, 수다 떨 얘기가 적절한지, 늘 백 사모님의 취향을 맞춰주었다.유현진은 당연히 그녀들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다행히 그녀들도 애초에 유현진을 의논한 것 외에는 더이상 입에 올리지 않았다.하여 유현진은 얌전히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나름대로 홀가분하게 시간을 보냈다.식사를 마친 후 사모님들은 화투를 시작했고 유현진은 그녀들에게 차와 디저트를 대접했다.그러고는 옆에 앉아 잠자코 구경했다.손님이 떠나지 않으니 그녀도 먼저 집을 나갈 수 없었다. 신미정이 무척 싫어할 테니까.유현진은 화투에 흥취가 없어 잠시 구경하더니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선셋 스타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름 동안 업데이트하지 않아서 얼핏 들어가 봤는데 댓글이 수천 개 달렸다. 그중 대부분은 신작이 언제 나오냐고 재촉하는 내용이었고 악플도 적잖게 보였다. 이 악플러들은 절대다수가 송민영만 덕질하는 팬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비밀의 연인’이 방영되면서 그녀는 송민영의 인기를 너무 많이 빼앗았다.사실 유현진은 처음에 그 작품의 더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송민영과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제작팀에서 여러 번 찾아왔고 출연료도 꽤 높았다. 마침 그때 강한서의 생일선물을 고르다가 스톤 하나가 마음에 들었는데 수중의 돈이 모자라 결국 이 작품을 받았다.이 작품으로 송민영은 국민 인지도가 상승했다. 앞선 교통사고로 조작만 하지 않았어도 인기작품을 하나만 더 받으면 톱스타 계열에 오를 게 뻔했다.다만 인기작품의 더빙을 맡은 유현진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어도 동종업계의 사람들이 아닌 이상 더빙인지 원음인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송민영의 팬들이 그녀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고 꼬박 몇
유현진은 무의식적으로 신미정한테 눈길을 돌렸다. 신미정의 표정은 매우 덤덤했다.“사모님이 물으시잖아.”유현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답했다.“잘 놀지 못해요.”이에 백씨 사모님이 웃으며 말했다.“너 같이 잘 놀지 못하는 아이가 좋아.”이렇게 유현진은 이씨 사모님의 자리를 꿰차고 세 여인과 함께 화투를 놀기 시작했다.화투를 놀던 중 백씨 사모님이 입을 열었다.“오늘 종일 민서 얼굴을 보지 못했네. 얘가 어디 간 거지? 올해 졸업하는 거 맞지?”진씨 사모님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민서가 갈 데가 어디 있겠어. 네 조카 보러 사무소로 갔겠지. 아니면 네가 형수 부부한테 말하고 두 사람 사이를 이어줘 봐. 두 애가 결혼하면 넌 미정 언니랑 사돈 사이가 되는 거야.”이에 백씨 사모님이 대꾸했다.“형수가 민서를 아주 예뻐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런데 강운이 생각을 모르겠어. 평소 점잖은 놈이라 말도 잘 통하지만 자기가 한번 결심한 건 절대 바꾸지 않는 성격이야.”“감정은 천천히 쌓이는 거지.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온 거 아니야?”진씨 사모님이 말했다.이때, 신미정이 담담하게 말했다.“민서는 아직 어려.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유현진은 화투에 집중하고 있는 듯해 보였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쓰리고!”진씨 사모님이 활짝 웃었다.“오늘 운발이 잘 따라주네.”백씨 사모님이 고개를 들고 쯧쯧거렸다.“진짜 놀 줄 모르네. 이렇게 놀면 돈을 남한테 퍼주는 거야.”돈을 따 기분이 좋은 진씨 사모님은 얼른 유현진을 쉴드했다.“우리랑 처음 노는 거잖아. 이제 몇 판 더 놀다 보면 손에 익을 거야.”유현진은 학창시절 이후로 처음 화투를 쳐봤다. 그 당시 그녀는 기숙사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파티하러 갔었다. 그날 생일이었던 친구는 어릴 때부터 화투 치는 걸 좋아해 친구들을 이끌고 밤새 화투를 놀았다. 유현진은 그때 처음으로 화투 노는 법을 배웠었다.그러나 학교에서 졸업한
진씨 사모님이 겸손하게 말했다.“세 명 다 돈을 땄어, 그중에 내가 운이 제일 좋았을 뿐이야.”“세 명이 돈을 땄으면 누가 돈을 잃었죠?”강한서가 물었다.사모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유현진한테로 향했다.“얼마를 잃은 거야?”강한서의 물음에 유현진이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9천만 원...”강한서는 액수를 듣고 흠칫 놀랐다.“눈 감고 논 거야?”유현진은 고개를 들고 그를 째려봤다. 그녀의 돈을 잃은 것을 무슨 자격으로 질책한단 말인가?이에 백씨 사모님이 말했다.“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고 비웃듯이 말했다.“경험이랑 상관없어요. 보드게임도 잘 못 하더라고요.”그는 유현진이 둔하다는 걸 에둘러 말하고 있었다. 그는 틈만 나면 유현진을 조롱하기 바빴다.강한서는 주전자를 들어 잔에 차를 가득 부은 후 담담하게 말했다.“오랜만에 손님들이 오셔서 제가 근처 맛집에 저녁을 부탁했어요. 저녁 시간이 되면 집까지 배달해줄 겁니다.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더 놀지 않으시겠어요?”진씨 사모님은 망설여졌다. 지금까지 딴 6천만 원을 다시 잃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다.그러나 백씨 사모님은 전혀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좋아, 오늘 운발도 따라주는데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아.”백씨 사모님이 이렇게 나오자 진씨 사모님도 자리를 뜨기가 난처했다.신미정은 두 눈 커다랗게 뜨며 강한서를 봤다.“너 화투 싫어하잖아.”“제가 놀겠다는 게 아니에요. 네 분이서 노세요, 전 그냥 옆에서 지켜볼게요.”‘내가 어떻게 돈을 잃게 된 건지 확인하고 싶다는 뜻인가? 역시 사람이 못됐어!’유현진이 속으로 몰래 그를 욕했다.강한서는 의자를 끌어당겨 그녀 옆에 앉은 후 우아하게 다리를 꼬았다.“사모님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줘. 돈을 따면 네 것이고 잃으면 내가 대신 내줄게.”유현진은 그의 말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곧 새로운 판이 시작되
유현진은 그의 말 대로 패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점수가 높은 패였다. 강한서가 아무 말이 없다는 건 정확한 선택을 했다는 뜻이었다.진씨 사모님은 화투패를 살피다가 패 한 장을 던졌다. 유현진은 자기 차례가 다가오자마자 또다시 비를 던지려 했다.“그 송학은 뒀다 뭐 할 거야?”강한서의 말에 유현진은 그를 힐끔 째려보고 그의 말 대로 송학으로 점수를 땄다. 그의 말을 하찮게 생각하던 유현진은 패 하나를 집어 들고 깜짝 놀랐다. 또다시 점수 딸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현진아, 네 차례야.”진씨 사모님이 다그쳤다.유현진은 망설이다가 낮은 소리로 답했다.“네.”그러나 진씨 사모님은 그녀가 던지는 패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너한테 왜 그게 있어?”이에 다른 사모님들의 눈길이 일제히 유현진이 던진 패로 향했다.“어쩐지 안 잡힌다 했어, 다 너한테 있었네.”진씨 사모님이 비꼬듯이 말했다. 그녀는 오늘 기운이 좋다는 생각으로 계속 돈을 딸 생각이었지만 모든 점수가 유현진한테 쌓였다.유현진은 단번에 네 판에 딸 돈을 따게 되었다. 출발이 순조로우니 다음 판도 패가 척척 잘 붙었다. 돈을 따기 시작하니 그녀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강한서는 그녀의 뒤에서 이따금씩 한 단어로 제시하며 그녀를 도와줬다.판이 이루어질수록 진씨와 백씨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특히 진씨 사모님은 방금 딴 돈을 도로 내놓게 되었다. 게다가 유현진은 파죽지세로 계속 이겨나갔다.“오늘은 여기까지 해.”신미정이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너무 오래 앉아있으니까 다리가 다 저리네. 이제 거실에 가서 차나 마시며 수다나 떠는 게 어때?”진씨 사모님은 한숨을 푹 내쉬고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강한서가 그녀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마지막까지 계산을 끝내야죠.”진씨 사모님은 난처했다. 그녀는 떼먹으려는 생각이 없었지만 강한서가 입 밖으로 꺼내니 창피함이 몰려왔다.신미정이 눈살을 찌푸렸다.“조금 있다가 해. 일단 차나 마시며 쉬어.”그러나
신미정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다 같이 즐겁게 놀려고 모인 자리에 왜 찬물을 끼얹은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들었다.“엄마, 진씨 사모님 남편이 승진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이렇게 큰 금액이 다른 사람한테 발견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신미정은 말문이 막혔다.“그래도 이렇게 대할 필요는 없었잖아.”“다음부턴 주의할게요.”신미정은 어이가 없어 며느리를 힐끔 쳐다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강한서도 몸을 일으키고 나가려고 했다. 유현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여기서 저녁 먹을 거야?”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유현진은 자기 물건을 챙기고 그의 뒤를 따랐다. 민경하는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이 차에 타자마자 바로 시동을 걸었다.남의 신세를 지면 맘 편히 지낼 수 없다고 방금 강한서가 뒤에서 귀띔해주지 않았다면 유현진은 더 많은 돈을 잃었을 것이다.한창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라 돈이 부족했고 그 9천만 원을 잃었다면 며칠 동안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돈을 다시 돌려받자 마음이 편안해졌고 강한서도 밉지 않았다.다른 건 몰라도 강한서는 원칙 있고 주위 사람을 보호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 말이다. 아무리 이혼할 사이라도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 게다가 강씨 가문은 한주시에서 세력이 꽤나 큰 집안이니 앞으로 오고 가다 얼굴을 볼 수도 있기 마련이다. 돈과 권세를 가진 친구를 두면 언젠간 도움이 될 수 있다.유현진은 오늘 화투로 번 돈을 세고 정확히 절반으로 나눠 강한서한테 줬다.이윽고 강한서의 핸드폰이 울렸고 계좌에 1600만 원이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여자를 봤다.그의 눈길에 유현진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감사하다는 뜻이야. 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거든.”“됐어, 안 받아.”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돈 다시 돌려줄 테니까 내일 나랑 어디 좀 가자.”유현진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그냥 받아.”이혼할 마당
유현진은 ‘칫’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구두쇠 주제에 그녀가 돈에 눈이 멀었다고 했단 말인가?이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차미주한테서 온 전화였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흐느껴 우는 차미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진아, 어디 있어? 나 좀 도와줘. 나 지금 경찰서에 있어. 이 사람들이 날 절도 혐의로 여기에 끌고 왔어...”유현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어느 경찰서야? 내가 지금 당장 갈게!”전화를 끊은 유현진은 염치 불구하고 강한서한테 부탁했다.“저기 나 좀 한암동 경찰서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친구가 지금 경찰서에 있대.”강한서는 아무 말도 없이 비서한테 경찰서로 향하라고 손짓했다.유현진은 차미주가 범죄에 연루되었을까 봐 가는 길 내내 조마조마했다.차가 경찰서 앞에 멈추자마자 그녀는 차에서 뛰어내렸다. 경찰서에 들어가 개인정보를 제출하고 나서야 취조실에 있는 차미주와 만나게 되었다.차미주는 방금까지도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 있었다. 평소 패기가 넘치는 아이였지만 친구가 별로 없었고 경찰서는 처음 와봐 잔뜩 겁을 먹었다.유현진도 잔뜩 겁을 먹었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고 경찰한테 물었다.“제 친구가 뭘 잘못했나요?”경찰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봤다.“이분이랑 무슨 사이죠?”“제 친구입니다.”유현진이 신분증을 내밀며 말했다.경찰은 그녀의 정보를 기록한 후 말했다.“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이분 집에서 신고자의 물건을 발견했고요.”유현진은 바로 반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지금 얘랑 같이 살고 있는데 단 한 번도 남의 물건을 본 적이 없어요.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같이 사는 분이세요? 얼마나 오랫동안 같이 살았죠?”“일주일 넘었어요.”이에 경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신고자의 물건도 분실된 지 일주일이 됐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거주하고 있다면 당신도 절도 혐의가 있는 겁니다. 공범일 수도 있죠.”경찰은 물증도 없이 추측만으로 그녀를 공범으로 몰고 갔다.유현진은 화를 꾹 참고 침착하
“경찰 선생님, 선생님이 말씀하신 신고자가 성은 강이고 이름은 한서죠!”경찰은 기이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보았다.“아는 사람인가 보네요?”유현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 남편이에요!”“증거 있어요?”이런 것도 증거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녀의 남편을 그녀의 남편이라고 증명해야 된단 말인가?유현진은 처음으로 경찰과의 소통에서 장애를 느낀다고 생각하였고 더는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않고 곧바로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가 통하자마자 쓰레기 같은 남자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쓰레기 같은 것이 모른 척한다!유현진은 화를 참고 차갑게 말했다.“들어와서 경찰에게 상황 설명을 해.”강한서는 마치 그녀의 이 한마디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으며 유현진은 강한서가 일부러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확신했다.사실 유현진은 차미주에게 사고가 생긴 것을 듣고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으며 조금만 진정하고 생각해 봤다면 곧바로 단번에 알아차렸을 수 있을 것이다. 경찰서의 직책은 제한이 있다. 몇억이나 되는 절도 사건을 어떻게 마음대로 경찰서에서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강한서가 들어오자 유현진이 바로 그를 잡아당겼다.“경찰 선생님, 신고자는 이 사람이에요. 제 남편이에요.”강한서는 부정하지 않았고 경찰이 강한서를 힐끔 보더니 다시 유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분이 당신의 남편인데 왜 당신과 같이 안 살죠?”유현진은 말문이 막혔으며 강한서는 구경꾼 같았다.이내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당신에게 묻잖아.”유현진은 그를 노려보더니 한참 동안 머뭇거리고서야 말문을 열었다.“최근 조금 다퉈서 집에서 나와 친구와 살고 있어요. 반지는 제가 갖고 나온 것이고 제 친구는 도적이 아니에요.”경찰이 미간을 찌푸렸다.“두 사람이 다툰 건데 엉뚱한 사람을 신고한 거예요? 장난해요?”유현진은 머리를 숙인 채 꾸중을 들었고 마음속으로 강한서를 한바탕 욕했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