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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야말로 허울 좋은 말이었다.

남들이 음탕한 생활을 즐기려고 애인을 만들 때 그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 때문에 자신의 생리적 욕구를 채우지 못하여 마지못해 애인을 만나다니!

이유만 바꾸면 아주 당연한 일이 되는 듯싶었다.

인간은 동물도 아닌데 생리적 욕구가 웬 말인가?

남자들은 불륜을 저지르면 다 이렇게 뻔뻔스러워지는 걸까? 모든 책임을 배우자한테 뒤집어씌운단 말인가?

“네 엄마가 잘살아만 있다면 나 절대 딴 여자 안 만났을 거야. 우리가 어떻게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세웠는데, 그런 감정은 아무나 대체할 수 없다고.”

하현주가 사고를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상수는 서둘러 이혼하겠다고 다그쳤었다. 유현진이 만약 이 일을 몰랐다면 지금 그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유현진과 강한서의 결혼이 유씨 집안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유상수는 비로소 이혼 생각을 접고 하현주를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딸아이를 견제했다.

유현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 여잔 이름이 뭐예요?”

유상수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해? 네가 싫으면 앞으로 안 만나면 되잖아.”

유상수는 이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전에 보내라고 한 물건은 다 보냈어?”

유현진은 입술을 앙다물며 대답했다.

“네.”

“한서랑 함께 나온 거야?”

“아니요, 친구랑 왔어요.”

유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결혼한 여자가 종일 노는 것에만 정신 팔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한서 마음을 잘 사로잡을지나 연구하란 말이야. 결혼한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애가 없어. 강씨 가문에서 퍽이나 널 예뻐하겠다.”

그의 말을 들은 유현진은 헛구역질이 났다. 글자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의 본질을 일깨워 주는데 그녀와 강한서는 애초에 평등한 사이가 아니었다. 남편의 비위를 잘 맞추어 유씨 가문을 지켜주는 것만이 그녀의 유일한 임무였다.

이토록 의도성이 강한 결혼인데 강한서가 어찌 그녀를 존중해줄 수 있겠는가?

유상수가 계속 말을 이어가려 할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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