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72화

작가: 조십일
한성우의 말을 들은 강한서는 바로 한현진을 잡고 일어섰다.

“가자. 그냥 우리가 하면 돼. 저 자식이랑 놀지 말자.”

“야야야, 그래서 지금 의논하잖아.”

한성우가 이를 악물었다.

“그래, 3:7로 해. 쪼잔한 놈.”

한열의 상업 가치는 3이 가져다줄 수익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한성우는 잘 알고 있었다.

협의를 달성한 양측은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바이브 엔터 건물 위층에는 비워진 공간이 있었다. 자투리 재료의 가공은 한성우의 주얼리 공장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날 아침, 가게에 도착한 계 매니저는 창고에서 하나둘 차로 옮겨지는 옥석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계 매니저는 얼른 옥석을 나르고 있는 사람을 잡고 물었다.

“뭐 하시는 거예요? 누구 마음대로 이걸 옮기는 거예요?”

얼굴이 땀으로 흥건한 남자가 입을 열기 전, 뒤에서 한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옮기라고 했어요.”

계 매니저는 한현진을 보자마자 얼른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이 자투리는 매달 회수하러 오는 사람이 있어요. 저희가 직접 옮길 필요 없어요.”

“아, 깜박 잊고 얘기를 못 했네요. 원래 회수하러 오던 공장에 이젠 더 이상 저희 가게에서는 자투리를 팔지 않겠다고 얘기해주세요.”

덤덤한 한현진의 목소리는 계 매니저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안 판다고요?”

계 매니저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설마 들킨 거야?’

계 매니저는 한현진의 눈치를 살폈다. 한현진은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순간 한현진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계 매니저는 웃으며 물었다.

“대표님, 이건 버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공장에라도 팔면 어느 정도는 돈을 벌 수 있어요. 이것도 수익이잖아요.”

“저 버린다고 안 했어요.”

한현진이 웃으며 굉장히 기쁘다는 듯 계 매니저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다.

“가격을 더 높게 쳐주는 공장을 찾았어요. 원래 사가던 공장보다 400만 원을 더 준다고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73화

    한현진은 당연히 일부러 그러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옥석 자투리의 가격은 알아봤었다. 스트레인지에서 사용하는 옥석의 품질은 거의 상급이었고 자투리를 회수하는 가격도 계 매니저가 파는 가격보다 최소 400만 원에서 600만 원은 더 받을 수 있었다. 한현진은 자연스레 계 매니저를 의심했고 일부러 자투리 옥석을 회수하는 공장에 사람을 보내 사실을 알아보도록 했다. 하지만 공장 관계자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그는 품질에 따라 값을 다르게 주는 공장은 없다며 물건을 보기 전까지는 심지어 최종 가격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질문에도 그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했다. 주얼리 샵의 매니저인 계 매니저가 한성에서 400억이 넘는 별장에서 살며 아이들을 귀족학교로 보내는 것은 물론 두 집 살림까지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와 그의 아내는 재벌가도 아니었고 심지어 그의 아내는 전업주부이기도 했다. 물증을 찾을 수 없고 협업하는 사람의 입을 열게 할 수도 없었으니 한현진은 스스로 회수 루트를 찾아 자투리를 직접 가공해 판매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계 매니저는... 매달 1,200만 원이 넘는 이자와 600만 원이 넘는 학비를 지출해야 했으니,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과 한성우의 회사는 “현미 주얼리”로 명명했다. 한성우가 “현미 주얼리”로 상호를 등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현진은 당장 달려가 이름을 바꿔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한성우는 회사 이름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 “어차피 파트너쉽 회사잖아요. 형수님과 미주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도 알 수 있고 좋잖아요.”한현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게 정상적인 주얼리 가게 이름이에요?”“사람들이 제품 품질을 보고 주문하지 가게 이름 보고 주문하겠어요? 게다가 우리 이름이 어때서요? 그렇지, 도둑아?”한성우가 고개를 돌려 차미주를 보며 물었다. 차미주도 그 이름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진이나 나나 이름이 얼마나 예쁜데, 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74화

    “설마 1억?”한현진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강한서의 손을 놓으며 열 손가락을 쭉 내밀었다. “1억 6,000만.”강한서가 피식 웃더니 한현진의 손가락 몇 개를 눌렀다. “손가락을 너무 많이 폈어.”한현진이 강한서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나 대단하지!”강한서에게 1억 6,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닌 돈이었다. 하지만 그만한 돈을 벌어들였다는 건 한현진에게는 이토록 기쁜 일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강한서가 한현진의 말을 받아주었다. “대단해. 안 그러면 어떻게 날 손에 넣었겠어?”한현진이 바보 같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진작 이렇게 예쁘게 말할 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아? 진작 이랬으면 일 년 사이에 아이를 열 명쯤은 낳아줬을 거야.”“...”‘취했나 보네. 이런 헛소리도 다 하고.’하지만 강한서는 계속 한현진을 놀리고 싶어졌다. “한 달에 한 명 낳을 거야? 일 년에 두 달은 쉬려고?”한현진이 그의 귓가로 다가가 속삭였다. “두 달은 너랑 잠자리만 하려고.”“...”‘괜찮아. 이런 거엔 이미 충분히 적응했어.’강한서는 한현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혹했다. “쉬는 두 달 말고, 오늘 밤에 바로 해.”한현진이 본가로 들어간 뒤로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생활을 이어왔다. 송병천은 매일 밤 9시만 되면 꼭 한현진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전화했었다. 두 사람은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려고 해도 첩보 영화처럼 움직였다. 몇 마디 대화도 주고받을 새 없이 둘 중 한 명에게 꼭 일이 생겨 급히 자리를 떠나야 했다. 오늘은 어쩌다 겨우 생긴 천금 같은 기회였다. 강한서는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한현진의 코끝에 머리를 비비며 속삭였다. “오늘 집에 가지 마. 응?”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음에. 너 오늘 술 마셨잖아.”강한서가 어리둥절해졌다. “그게 네가 집에 안 가는 거랑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75화

    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이 멈칫했다. 술을 마신 한현진의 머리를 평소보다 훨씬 늦게 반응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마도... 강운 씨가 아프지 않았을까? 그날 내가 도착했을 때 강운 씨 혈색도 안 좋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었거든. 물을 마시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괜찮아졌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그때 왜 그런 얘기 안 했어?”한현진이 코웃음 쳤다. “네가 날 배신했는데, 내가 너랑 무슨 할 말이 있어. 네가 일부러 유승아를 끌어들였을 수도 있잖아.”“...”강한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난 거의 인사불성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유승아를 들여보내? 왜 주강운이 유승아를 내 방으로 들여보낸 거라고는 안 하는 거야?”“강운 씨가?”미간을 찌푸린 한현진이 강한서의 이마를 꾹 누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강운 씨는 좋은 사람이네. 네가 취한 틈을 타 너에게 서비스까지 제공해 주다니. 친구를 허 사귀진 않았어.”강한서는 어이없어 할 말을 잃었다. ‘머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해.’강한서는 한현진을 꽉 안고 휴대폰을 들어 송민준에게 전화했다. “아저씨에게 전해줘요. 현진이 오늘 집에 안 들어간다고.”송민준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지금 누굴 방패막이로 쓰는 거죠?”“형님.”“꺼져!”강한서는 한현진을 데리고 클라우드 아파트로 돌아왔다. 한현진을 재운 후 그는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 민경하에게 전화해 한성우 생일 밤의 CCTV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마침 근처에서 친구와 모임에 갔던 민경하는 강한서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들이 그를 놀리며 말했다. “연봉이 높은 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 24시간 대기조야?”민경하는 굳이 해명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마저 놀아. 계산은 내가 할게.”물론 강한서는 무작정 직원의 노동을 착취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퇴근한 후엔 급한 일이 아니면 직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76화

    유현아는 지정욱의 뉴미디어 회사에서 문서 편집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슈를 일으킬 수 있는 글을 잘 썼고 지정욱은 바로 유현아의 그 능력을 이용해 새로 온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고 있었다. 얼마 전 숏폼에서 인기를 끌었던 술에 취한 남성이 여자에게 수작 부리다 거절당한 영상은 “밥 안 먹는 베베”라는 인플루언서를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그 인플루언서가 바로 지정욱의 회사에서 새롭게 양성하고 있는 신인이었다. 재능도 머리도 없는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던 “밥 안 먹는 베베”는 보는 사람의 입맛을 뚝 떨어뜨리는 먹방을 선보였다. 그러니 지정욱은 유현아를 “밥 안 먹는 베베”의 마케팅에 참여시켜 그 동영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유현아는 SNS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떤 것이 화젯거리가 되는지를 파악하는 그녀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런 재능도 없으니, 당연히 논쟁이 제일 많이 일어날 수 있는 화제에 노출해야 했다. 예를 들어 빈부격차라거나, 남혐이나 여혐 같은 주제나 그런 것들이었다. 인기를 끌었던 그 동영상은 바로 전형적인 남혐이나 여혐을 조장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은 술에 취한 남자를 여성이 여러 번 거절했음에도 여전히 들이대는 굉장히 변태적인 이미지로 묘사했다. 현실에는 영상과 같은 일을 겪은 여성들이 있었기에 동영상이 업로드되자마자 대중들의 수많은 관심을 받았다. 동영상이 인기를 끌자 그 계정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또 비슷한 시리즈의 영상을 업로드해 한 달 만에 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계정이 되었다. 유현아는 자신이 이 계정을 살리기만 하면 지정욱도 생각을 바꿔 동영상으로부터 온 수입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로 여겼다. 하지만 지정욱은 몰인정한 사람이었다. 그는 유현아가 받아야 할 수익을 배당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창피를 주기도 했다. 심지어 유현아와의 연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밥 안 먹는 베베”라는 신인 인플루언서와 뜨거운 관계를 가졌다. 그 여자가 유현아를 비웃을 때면 지정욱은 도와주기는커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77화

    남자는 온 힘을 다해 따귀를 내려쳤다. 뺨을 맞은 유현아는 눈앞이 노래졌다. 남자의 손이 또 한 번 올라가자 자포자기한 유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두 번째 따귀는 유현아의 볼에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폭행하시는 모습은 제가 이미 다 촬영했습니다. 또 때리시면 이 동영상을 바로 경찰에 제출할 겁니다. 증거가 확실하니 최소 며칠 들어가 계시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남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쓸데없이 남 일에 끼어들지 마! 저 X이 내 돈을 갚지 않잖아.”민경하가 두말하지 않고 신고하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남자가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유현아를 향해 경고를 날렸다. “너 두고 봐!”그러더니 지갑 속의 돈을 전부 꺼내 지갑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민경하가 지갑을 주워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더니 유현아에게 건넸다. “유현아 씨,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유현아가 입꼬리를 올려 냉소 지었다. “왜요. 이미 우물에 빠진 사람, 돌까지 던지라고 하던가요?”민경하가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현아 씨에게 물어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한쪽 볼이 부어오른 유현아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 “뭘요?”민경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 대표님 생일 파티에서, 어떻게 저희 대표님 방에 들어가신 거예요?”멈칫하던 유현아가 민경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건 왜요?”“누가 들여보낸 건지, 대답만 하시면 됩니다.”유현아가 피식 소리내 웃었다. “알고 싶어요? 제 빚 다 갚아주면 알려줄게요.”민경하는 아무 말도 없었다. 유현아도 더 이상 그와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유현아에게 민경하는 그저 유상수의 비서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낱 비서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비서는 물이나 따르고 심부름이나 하는 존재였다. 그러니 민경하가 아무 말이 없자 유현아는 뒤돌아가려 했다. 빚쟁이들이 그녀가 숨은 곳을 알아냈으니 얼른 이사해야 했다. 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78화

    “그러니까...”유현아가 잠시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먼저 제가 있을 집 구해주고 지정욱을 벗어나게 해주면 나머지를 알려줄게요.”민경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에게 주신 정보가 너무 적은데요. 유현아 씨가 한 말이 거짓말인지도 알 수 없고요.”유현아가 말했다. “그날 일은 너무 이상했던지라 제가 그 쪽지를 사진 찍어뒀었어요.”그러더니 그녀는 휴대폰에서 사진을 찾아 민경하에게 건넸다. 사진 속 쪽지에는 “0713”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고 쪽지 옆에는 호텔 방 키가 놓여있었다. 사진을 찍은 날짜도 한성우에게 사고가 났던 그날이었다. 유현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민경하가 휴대폰으로 그 사진을 찍으려 하자 유현아가 얼른 휴대폰을 가져갔다. “제가 부탁한 일을 다 처리해 주면 그때 보내드릴게요.”민경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이 유현아 씨를 해치면 어쩌시려고 바로 가셨어요?”“떠보려고 하지 마세요.”유현아가 냉정하게 말했다. “이 쪽지를 누가 준 건지 알아내는 건, 민 실장님이 어떻게 하시냐에 달렸어요.”유현아를 쳐다보던 민경하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좋아요, 도와드리죠. 하지만 제가 오늘 유현아 씨를 찾아온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시면 안 됩니다. 유현아 씨에게 쪽지를 건넨 사람에게도요. 만약 제가 찾아온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그 책임은 유현아 씨가 알아서 지셔야 할 겁니다.”민경하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유현아 씨를 통해서만 그 일에 관해 조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그 말에 유현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드리죠.”월세방을 나선 민경하가 곧바로 강한서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대표님. 대표님 추측이 맞으셨어요. 누군가 유현아 씨를 대표님 방으로 보낸 게 맞았어요. 하지만 지정욱에게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는 이상 키를 준 사람이 누군지 말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단 유현아 씨 요구에 알겠다고 대답했어요.”강한서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79화

    신분이 폭로된 순간, 유현아는 바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입양된 ‘고아’였든, 아니면 17이든 유현아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해 인기를 얻은 수법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중을 더 분노하게 한 것은 유현아는 유치원 사건으로 이득을 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유치원 사건의 내막을 누구보다 제일 잘 아는 사람이면서 SNS를 통해 방귀 낀 놈이 성내는 식으로 사건의 진위를 뒤집으려 했다. 그러니 지정욱이 유현아의 신분을 폭로하자 곧바로 그녀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사진, 주소를 비롯한 모든 신상정보가 탈탈 털려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유현아와 지정욱이 계약을 해지한 당일 오후, 유현아의 휴대폰은 테러 맞은 듯 울려댔다. 심지어 거리에서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고, 길거리에서 그녀를 향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하룻밤 사이, 유현아는 여기저기 매를 맞는 동네북이 되었다. 유현아는 감히 집 밖을 나갈 수도 없었고 심지어 배달시키기도 무서웠다. 행여나 배달원이 자신을 알아보고 지금 살고 있는 집주소를 공개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민경하가 유현아에게 새 휴대폰과 음식을 가져다주었을 때 유현아의 상태는 그 전보다 훨씬 더 나빠져 있었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주눅이 들어있었다. 몇 번이나 문을 두드리고 유현아에게 신분을 확인받고 나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요즘엔 일단 이 번호로 저와 연락하면 됩니다. 잠시 여론이 가라앉길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예요.”뱃가죽이 등에 붙을 듯 배가 고팠던 유현아는 민경하가 하는 말엔 대꾸도 하지 않고 음식이 담긴 주머니를 가로채 빵 하나를 뜯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허겁지겁 먹는 유현아의 모습을 보며 민경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유현아는 마음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처지는 조금 잔인한 것 같기도 했다. 빵에 목이 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유현아를 보며 민경하는 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따서 건넸다. 유현아가 반병 넘게 물을 들이부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580화

    번쩍 정신이 든 유현아가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뭐 하는 거야? 이거 놔!”얼음장처럼 차가운 민경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계신 집이 누가 구해준 건지 잊으신 모양이군요. 유현아 씨 입에서 제가 원하는 정보를 들을 수 없다면 저 역시 유현아 씨에게 예의를 다할 필요가 없겠죠.”민경하는 말하며 문을 열더니 그대로 유현아를 밖으로 내던졌다. 그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유현아는 잠시 멍해졌다. “누가 나에게 쪽지를 준 건지 알고 싶지 않아요?”민경하가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유현아 씨가 아니더라도 조사해 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죠.”그러더니 민경하는 유현아의 캐리어까지 밖으로 던졌다. 누가 봐도 진심인 민경하의 모습에 유현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 사람은 나도 찾지 못했어요. 그쪽은 그게 누군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찾아요?”“그건 제 사정입니다.”시간을 확인한 민경하가 말했다. “아직 문단속할 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얼른 가시죠. 아니면 경비원 부를 겁니다.”유현아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2억, 2억만 주면 누군지 알려줄게요.”민경하가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기 모르는 여자가 저희 집에 쳐들어...”십 분 후, 유현아는 욕설을 지껄이며 경비원에게 쫓겨났다. 물론 민경하도 진짜로 포기한 건 아니었다. 그는 유현아 같은 유형의 인간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인간들의 입을 열려면 너무 다급해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의 가치를 알게 되면, 끝도 없이 그것을 빌미로 상응한 대가를 치르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유현아에게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줄 수는 없었다. 돈이 없는 데다 모든 네티즌들의 미움을 받고 있으니 얼마 못가 결국 먼저 민경하를 찾아올 것이다. 그때야말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갈 곳 없는 유현아가 백현석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발신 번호를 확인한 백현석이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9화

    신하리는 말하며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저 정신병 있는 거 다들 아시죠?”그 말에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얼마 전, 신하리가 한 드라마 촬영 중 현장에서 갑자기 귀신에 쓰인 사람처럼 아무런 안정장비도 하지 않은 채 6미터가 넘는 곳에서 뛰어내려 뼈가 부러진 사건이 있었다. 다들 신하리에게 왜 뛰어내렸냐고 묻자 그녀는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그러나 당시 상황을 증명해 줄 동영상은 없었고 그 사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듣고 지나보냈었지만 지금 신하리의 입으로 직접 그녀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말하니 그때의 사건을 떠올린 사람들은 순산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이건 분명한 경고였다. 마치 난 심신이 미약한 사람이라 너에게 정말 염산을 뿌려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으니 내 말을 장난으로 가볍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신하리의 등장으로 [아기 고양이]의 라이브 방송의 인기는 더 뜨거워졌다. 댓글에도 다양한 의견이 더 많아졌다. [사랑에 눈이 먼 연예인 1위! 보상은 산에서 산나물 캐기 18년!][신하리 미친 거 아녜요? 이렇게 대놓고 협박이라니.][면전에 협박하는데 아직도 신고하지 않는다고? 증거가 없는 거야, 아님 애초부터 한열을 모함하고 있었던 거야?][성추행을 한 사람도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당한 사람은 대체 뭐가 무서워서 신고하지 않는 거야.][지난번에 스스로 신고한 인간은 아직도 감옥에서 사회봉사 중이예요.][만약 지금 당장 신고한다면 전 아기 고구마 말을 믿을 거예요. 계속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리는 건 오히려 한열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작당 모의에 더 가까워 보여요.][지금 루머를 퍼뜨리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됐어요. 스크린샷 몇 장이면 바로 스토리를 짤 수 있으니까요.]여론이 점차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멀어지자 [아기 고구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8화

    신하리의 라이브 방송 연결 요청에 [아기 고구마]가 잠시 멍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옆을 바라보던 그녀가 곧 시선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 미세한 행동을 포착하지 못했지만 한현진에겐 들키고 말았다. [아기 고구마]는 혼자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 듯 했다. 그녀의 옆에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궁금증 해소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진실 규명을 바라는 팬들이 미친 듯이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겁쟁이! 네가 그러고도 무슨 남자야! 사건이 터지면 뒤로 물러나 여자친구가 나서서 모든 걸 감당하게 하다니. 네 팬이었다는 게 너무 후회돼!][끼리끼리는 과학이라잖아요. 한열이 이런 쓰레기라면 신하리도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지 않겠어요? 연결해요.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죠.][언니! 얼른 입도 벙긋 못하게 증거를 뿌려버려요. 저런 인간은 아이돌을 할 자격이 없어요.][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난 영원히 한열을 믿을 거야!][덕질에 도덕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나보네.]...[아기 고구마]는 사람들의 부추김에 신하리와 라이브 방송을 연결했다.신하리의 모습이 라이브 방송 화면에 나타나자 카메라는 신하리의 얼굴을 향해 바짝 다가갔다. 후드 차림에 화장도 하지 않은 신하리가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그쪽 대신 경찰에 신고했어요. 얼른 오세요.”카메라가 홱 회전하며 한주 용하구의 경찰서 대문을 비췄다. 그에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순간 멍해졌다. ‘신하리, 미친 거야? 어제 저녁에도 한열 대신 해명해주더니.’[아기 고구마]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 전 신고한다고 안 했어요.”신하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한열이 그쪽을 성추행했다면서 신고를 안 해요? 성모 마리아세요? 방송으로 울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보다 신고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어요? 경찰은 그쪽을 도와줄 수 있는데도 싫다고요?”네티즌들도 신하리의 말을 따라 댓글을 남겼다. [맞아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7화

    알겠다고 대답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기 전 호기심을 못 이겨 물었다. “오빠, 문채영 씨와는 어떻게 됐어요?”멈칫한 송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서 그 자식 혹시 네 옆에 있어?”한현진이 움찔하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가로젓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한현진이 대답했다. “아뇨. 샤워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걔한테 내 말 똑바로 전해. 다음에 또 이렇게 입을 가볍게 놀렸다간 내가 그 입을 꿰매 버릴 거라고.”강한서: ...그 말에 한현진이 어색하게 하하, 웃어버렸다. “사실 강한서는 별말 안 했어요...”송민준은 더는 아무 말 없이 일찍 쉬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송민준의 얼굴이 공개된 후, 한열의 바람 스캔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람들도 점차 한현진이 한열의 사촌누나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열의 성추문은 여전히 일파만파 퍼져나갔다.한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기 고구마]였다. 이 계정은 피드를 올릴 때마다 다음 업로드 시간을 예고하며 다음엔 마치 증거를 공개할 것처럼 사람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에 [아기 고구마] 계정의 팔로워는 점차 늘어갔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매번 터무니없는 사실들만 업로드 했고 그 피드의 내용으로는 한열이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정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하룻밤 사이, 한열의 팔로우는 십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열의 회사 측에서는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을 공개하며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쳤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열의 회사에서 소장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구마]도 페이스북에 점심 열두시부터 라이브 방송으로 빼박 증거를 공개해 한열과 직접 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6화

    말을 아끼던 윤명훈이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계약 해지 때문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회사에서는 쿨하게 한열을 보내줄 마음이 없거든요.”그가 한현진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현진도 알 수 있었다. 윤명훈은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한열이 아직 취해 있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윤명훈은 한현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제가 잠시 후 해명글을 올릴게요. 명훈 씨는 신하리 씨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쓸데없는 기사들 처리해 달라고 연락하세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해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해명하기 어려워질 거예요.”한열의 바람 스캔들을 터트린 건 그저 페이크에 불과했다. 성추문으로 한열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다.만약 한현진이 한열의 회사 대표였다면, 자신의 두 손으로 탑급의 자리까지 올린 아이를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계약을 해지 한다고 해도 한열의 빛을 어느 정도는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열은 신하리라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의 인맥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까지 끝장을 볼 이유는 없었다. 연예계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었다.그러니 이번 일은 오히려 누군가 한열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꾸미고 있는 일 같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세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다만 송민준의 눈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저희 오빠와 사촌 동생이 그렇게까지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신하리]사진 속에서 한현진은 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의 왼쪽엔 송민준이, 그리고 오른쪽엔 한열이었다. 막내 동생인 한승은 아예 잘라버린 후 사진을 업로드 했다.비록 송민준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하관만 보아도 한열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5화

    [두 여배우 모두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 대체 얼마나 보는 눈이 없어야 한열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한열도 미남상이긴 하잖아.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세 사람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한현진이 한열과 신하리가 사귀는 걸 몰랐을까요? 이건 뻔히 알면서도 만난 거잖아요.][살려줘! 나 한현진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전에 햇살 유치원 사건 때문에 엄청 호감이었는데. 봄의 연인의 중전마마 역도 완전 잘 소화했었다고. 대체 바람은 왜 핀 거야. 연예계에 사고 안 치는 연예인이 있긴 한 거야?] [두 여신을 동시에 만나다니. 한열, 능력도 좋아. 지까짓게 뭔데...] [한열은 신하리에게 빌붙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예요. 지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준비 중이예요. 회사에서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요. 신하리가 아니었으면 한열 주제에 어떻게 유명 감독에게 캐스팅 될 수 있었겠어요. 정말 어떻게든 여자 덕 좀 보겠다고 애쓰네.]아래의 댓글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들을 욕하는 악플이었다. 한열과 신하리의 공개 연애에 대해 두 사람의 팬들은 자신의 배우가 아깝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한 후부터 양측의 팬들은 줄곧 다툼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커플 팬계정인 [이열치열]은 팬들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곳이 되어버려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열은 열애 인정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렸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터라 잠깐의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사그라들었다. 공개 연애 후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한열의 인기는 요즘 다시 천천히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회사 측에서 밀어주던 신인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열의 뒤를 이어받아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회사 측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한열이 바람 폈다는 기사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4화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예능부 기자 채용 문턱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나봐?”진윤: ...‘우리 여신님 사석에서는 이렇게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어?’휴대폰 너머에서 한참을 듣고 있던 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 사진 너와 한열 아니야?”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나랑 오빠야.”“하지만 이 사진들은 정말 한열과 비슷해 보여. 게다가 네 오빠가 운전한 거 한열 차 아니야?”한현진은 그날 송민준이 운전한 차를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한열의 차를 운전하고 온 거라면 파파라치가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페이스북을 다운로드 받고 인기 검색어를 확인한 한현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예 부문의 인기 검색어의 TOP 5는 전부 한열의 바람에 관한 이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꽃뱀, 이열 커플 사이에 끼어들다], [이열 커플, 결별 위기 스크린 밖에서도 삼각관계], [한열 살아있네], [찐사랑을 못 숨겨] 등이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검색어들이 가득 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자 수백 개의 DM과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신하리와 한열 두 사람의 팬들의 남긴 수많은 욕이거나 일반 네티즌의 호기심에 가득한 댓글일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 얼마나 필터 없이 악랄한 글로 난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한현진은 아예 댓글을 확인하지도 않고 뉴스피드로 들어갔다. 한열과 한현진의 기사는 두 시간에 터졌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각 마케팅 계정에서는 이미 타임 라인까지 정리한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관련 피드를 대충 훑었다. 마케팅 계정의 분석에 의하면 한열과 신하리는 [살의] 촬영 이전에 이미 사귀기 시작했고 송민영이 하차된 후 한열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신하리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으며 영화 홍보 현장에서의 친밀한 스킨십 사진이 폭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 계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3화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2화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