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열은 바로 현장을 잡았다. 매끈한 엉덩이를 드러내며 살금살금 방을 나가고 있는 한승을 붙잡고 가족들을 부르곤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그러자 한승은 바로 눈물을 흘렸다. 형이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며, 행여나 형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밤마다 몰래 그의 침대에 누워 그와 함께 잔 것이라면서 말이다.특히 한승의 눈물에 약했던 가족들은 한승을 혼내기는커녕 온밤을 달래주었다. 그날 이후 한열은 자신의 동생 한승이 더는 토끼처럼 약하지도, 귀여워 보이지도 않았다. 한승의 본색 또한 한열 혼자만이 알고 있었다.한승은 전혀 한열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형이 안 데려가 주면 말할 거야!”한열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신하리 씨랑 친하지 않아. 네가 촬영장으로 따라간다고 해도 신하리 씨가 너랑 사진 안 찍어줄 수도 있어.”그러자 한승이 말했다.“형은 그냥 날 데려가 주기만 하면 돼. 그럼 내가 알아서 신하리 누나랑 어떻게든 사진을 찍을 거야.”한열은 그 “사악한” 여자를 떠올리더니 이내 눈앞에 있는 “얄미운” 동생을 보곤 속으로 한승이 미리 사회의 쓴맛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답했다.“네가 아버지랑 어머니 앞에서 입만 조심한다면 내일 사람을 보낼게.”한승은 바로 활짝 웃었다.“형, 고마워.”그러자 한열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한승은 항상 부탁이 있을 때마다 형이라고 부르면서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였다....유현진은 차에 타자마자 하이힐을 벗고는 의자에 기대 한숨을 내쉬었다.“후~ 피곤해 죽겠네. 결혼할 때보다 더 피곤한 것 같아.”강한서는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면서 말했다.“우리가 결혼할 때는 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냥 나타나 주기만 하면 돼.”“그건 안 되지.”유현진은 그를 흘깃 보며 말했다.“축의금을 꼬박꼬박 받아야지. 결혼식에 내가 좀 피곤해도 돼. 그래야 신혼 첫날밤에 내가 양손 가득 축의금을 들고 한 장 한 장 세 볼 수 있잖아.”그러자 강한서가 피식 웃었다.“지난번에는
강한서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유현진이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한 것이었기에 강씨 가문으로 들어올 때 그녀에겐 저축된 돈도 없었다. 그리고 정인월이 챙겨준 10억과 결혼 축의금도 그녀가 살림에 보태 써야 할 돈이라는 것도 신미정은 당연히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미정은 그녀에게 땡전 한 푼 주지 않았다!강한서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행동도 있었기에 화를 내도 자신에게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남편으로서는 불합격이었다. 모든 것이 그가 짜놓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 여겼던 그는 유현진이 낯선 곳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그가 결혼식 끝나고도 계속 남아있었다면 축의금 일도 그녀는 아마 적어도 그에겐 털어놓았을 것이다.그녀는 심지어 이 모든 게 어쩌면 그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었다.강한서는 순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유현진도 침묵하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우리 두 사람, 참 바보 같다.”“...”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유현진의 말에 민경하가 웃음을 터뜨렸고 빈정대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시도했다.“사모님, 나중에 대표님이랑 재혼하실 때 장부 적는 곳에 앉아있으세요. 하객들이 주는 축의금을 직접 하나하나 받고 적으시는 거예요. 돈을 받고 나면 결혼식장으로 걸어갈 때 더 힘이 나지 않겠어요?”“...”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강한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민 실장은 운전이나 똑바로 하세요!”차는 빠르게 달려 클라우드 아파트에 도착했다.7동 902호.한성우는 가쁜 숨을 내쉬며 물었다.“어때?”그러자 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조금 아파. 그리고 뭔가 조금 불편해. 좀 더 힘을 내봐. 더 정확하게 느껴보게.”“조금 더 힘을 내라고? 너 허리 괜찮겠어?”“아놔, 묻지 말고 그냥 힘을 쓰라고 하면 써!”한성우는 입을 꾹 다물고 손에 힘을 더 주었다.“어! 어, 그래그래. 거기 맞아. 꾹꾹 눌러줘.
유현진은 하이힐을 신지 않겠다고 했다. 강한서는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곤 그녀에게 하이힐을 들고 있으라면서 유현진을 업고 집까지 왔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유현진은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손목에 건 팔찌를 보여주었다.“이거 말이야. 정말로 20억 정도 할까?”그러자 강한서가 말했다.“아마 20억은 넘을 거야. 여기 팔찌에 박혀있는 보석만 해도 20억에 경매가로 나왔었거든. 이 팔찌를 만약 20억에 판다고 하면 강운이 고모님이 반대하실 거야.”유현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이 팔찌를 아주머니가 강운 씨 고모님한테서 산 거야?”강한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경매장에 나도 있었거든. 강운이 고모가 그 보석을 낙찰받으시는 걸 성우도 봤어. 하지만 성우는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행여나 가짜일까 봐 경매가를 넣지 않았거든. 그래서 나중에 결국 강운이 고모가 낙찰받으셨어. 그리고 경매장을 떠나셨지.”흔치 않은 자줏빛을 내는 보석일 뿐만 아니라 마치 가짜인 것처럼 아주 투명하고 깨끗하여 한성우는 의심을 하게 되었고 경매를 포기했다.아마 줄곧 보석이 눈에 아른거렸던 탓인지 한성우는 계속 주강운에게 보석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해외에 있었던 주강운은 그 보석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 후로 반년이 지나서야 주강운이 단톡방에 그 보석으로 팔찌를 만들었다고, 완성된 팔찌는 송씨 가문에서 사 갔다고 했다.그리고 그 팔찌가 바로 서해금이 유현진에게 준 것이 분명했다.강한서는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너 설마 팔아버리려고?”유현진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돈에 환장하는 사람인 줄 알아?”강한서는 차마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었다. 유현진은 돈에 환장할 뿐만 아니라 남편을 돈을 받고 빌려줄 수 있다면 분명 그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빌려주었을 것이다!유현진은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서해금을 만난 횟수가 몇 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해금은 번마다 이 팔찌를 꼭 끼고 있는 것을 보아 이 팔찌
“...”침묵하던 유현진은 강한서의 머리를 잡더니 자신에게서 떼어내고 큼큼 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말했다.“얘 취했어.”강한서는 바로 반박했다.“난 안 취했어.”한성우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내가 보기에도 안 취했네.”“...”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제야 뒤에 돌하르방처럼 우뚝 서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고 갑자기 밀어내는 유현진의 행동도 이해가 되었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너희 둘은 대체 이 야밤에 잠도 안 자고 거기서 뭐 하는 거야?”‘좋은 시간 방해가 되게!'그러자 차미주가 말했다.“난 두 사람을 도와서 현진이 선물 정리해 주려고 했지.”한성우도 입을 열었다.“네 형님이 될 사람이 여기서 반 시간 넘게 뭔가를 옮기니까 혹시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나왔지. 내일까지 정리 못 할 것 같아서 도와주러 나왔더니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냐!”“오늘 정리 못 하면 내일 하고, 내일도 못 하면 모레 하면 되는 일이야. 어차피 급한 일도 아닌데 뭐 하러 나온 거냐?”한성우가 바로 반박했다.“그건 네 생각이고. 정리를 다 못하면 형수님께서 두 발 편히 뻗고 잘 수 있겠어? 잠도 자지 않고 널 깨워서라도 돈을 세어 볼 거야.”“...”강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확실히 한성우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하간에 돈에 환장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유현진은 바로 두 사람을 열정적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강한서에겐 삐친 듯한 얼굴을 보여주었다.집 안으로 들어가고 조명을 켜자 네 사람은 놀라게 되었다.한성우가 예상했던 것은 새 발의 피였다. 집안 가득, 거실 가득 차지한 선물에 발 디딜 틈도 없었다.차미주도 놀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참 지나서야 두 글자를 내뱉었다.“대박!”유현진과 강한서도 이렇게 많은 선물을 처음 받아보았다. 하지만 한성우는 받아본 적이 있었다. 여하간에 인맥 부자였으니 말이다.그래서 그는 아주 침착하게 집안을 살펴보곤 유현진에게 말했다.“형수님,
송민준은 입술을 말아 물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그는 송가람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죽을 뜯어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일어나서 이것 좀 먹어.”원래 송가람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흐느끼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송민준의 목소리에 감정이 더 북받쳐 흐느끼는 소리가 더 커졌다.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 올리며 말했다.“나 상관하지 마.”송민준은 침대 끝에 앉아 그녀가 뒤집어쓴 이불을 끌어당겼다.“아버지께서 널 보살피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고집 그만 부리고 얼른 일어나서 먹어.”송가람의 눈가가 빨갛게 되었다.“아빠가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오빠는 날 걱정도 안 해줄 거지? 친동생이 생겼다고 더는 내가 필요 없어진 거지? 그래서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거야?”송민준은 대답하지 않고 했던 말을 반복했다.“얼른 먹어. 식으면 맛이 없어.”송가람은 더욱더 속상했다. 그래서 송민준이 들고 있던 죽그릇을 '탁' 쳐냈다.“내가 싫으면 그냥 가. 여기서 걱정하는 척 연기하지 말고!”송민준은 바닥에 쏟아진 죽을 보더니 뜻밖의 말을 꺼냈다.“네가 이도휘를 찾으러 갈 때, 정말로 그 사람이 현진이 메이크업 담당인 거 몰랐어?”송가람은 순간 흠칫 놀라게 되었다.“오빠,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송민준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가람아, 오늘 연회에 온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같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고용할 확률이 몇이나 될 것 같아?”송가람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덜덜 떨려오더니 무의식적으로 변명하려 했다.송민준은 그녀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우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야.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넌 티가 너무 나거든.”송가람은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오빠, 나 진짜 고의가 아니었어. 나도 어젯밤에 알게 된 거야.”“그래?”송민준은 아주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어젯밤에 알았다면서 그럼 현진이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
그 순간 송가람의 표정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유현진이 말했다.“오빠, 선물 장부는 어디에 있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던데, 혹시 잊은 거 아니에요?”그러자 송민준이 말했다.“아, 장부? 그거 나한테 있어. 그건 왜?”“나중에 답례의 선물을 보내야 하잖아요. 오빠, 지금 어딨어요? 내가 가지러 갈게요.”송민준은 피식 웃었다.“넌 그냥 선물이나 열어봐. 이런 건 네가 할 필요 없어. 장부는 내가 가지고 있으면 돼.”유현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마음속은 이미 송민준의 말에 요동을 치고 있었지만, 꾹 참고 말했다.“오빠, 물건이 너무 많아요. 그래도 답례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뭘 굳이 답례의 선물을 보내? 아버지가 그동안 내신 축의금이 얼마인데. 네가 받은 것보다 훨씬 더 많아. 그러니까 넌 그냥 마음 편히 선물이나 뜯어봐. 괜한 곳에 신경 쓰지 말고. 게다가 네가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이런 일은 나랑 아버지한테 맡기면 되는 거야.”유현진은 순간 송민준이 자신만의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지, 키다리 오빠였다.그녀는 소곤소곤 얘기했다.“그럼 일단 받고만 있을게. 나중에 새언니가 생기면 내가 절반 나눠줄게.”그녀의 말에 송민준은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마음대로 해.”전화를 끊은 뒤, 유현진과 세 사람은 우두커니 서서 눈만 깜박였다.“오빠가 그러는데, 전부 내 것이니까 답례 같은 건 신경 쓰지 말래.”한성우는 바로 질투했다.“오빠한테 다시 전화해서 잃어버린 남동생 없나 물어봐 줘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송민준 남동생인 것 같거든요.”강한서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송씨 가문에서 너 같은 사람이 나오면, 그건 돌연변이 아니냐?”한성우의 입가가 씰룩거리더니 바로 욕을 뱉었다.“개자식이, 넌 언젠가 그 주둥아리로 망하게 될 거야!”그들은 한참 투덕거리다가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림뿐만 아니라 다기, 액세서리 등등 종류는 아주 다양했다. 비록 거실을 가득 채우긴 했지만 넷이 열심히 한 시간
차미주가 말했다.“이건 타히티 흑진주 세트잖아?”그러자 한성우도 입을 열었다.“이것 봐. 이건 에메랄드 귀걸이 세트야.”“이것도 좀 봐. 블루 사파이어 팔찌 세트야.”“대박, 이건 옥으로 만든 관음보살님이야.”...한성우와 차미주는 마치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듯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마지막까지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말했다.“아아아, 질투나. 우리 현진이가 고생하는 건 싫지만, 또 이렇게 좋은 선물 많이 받는 건 싫어. 어쩌지? 나 너무 나쁜 사람인가 봐. 어떡해?”“나도 질투나. 친구라는 놈이 나보다 잘생기고 심지어 평생 일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어. 곧 그렇게 된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나고 질투가 나. 어쩌지? 배가 너무 아픈데?”“...”“...”유현진과 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차미주와 한성우가 지금까지 사이좋은 데엔 역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두 사람이 계속 엉엉 소리를 내며 배 아파하자 강한서는 한성우의 엉덩이를 걷어찼다.“도와줄 거야, 말 거야. 안 도와줄 거면 꺼져.”한성우는 그를 향해 중지를 날렸다.차미주와 한성우는 그렇게 한참 부러운 소리를 해대다가 인제야 진지하게 다시 도와주기 시작했다.차와 부동산, 그리고 액세서리 같은 것들은 전부 한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어른들이 선물한 것이다. 남은 손님들은 대부분 축의금이나 장인의 그림, 혹은 좋은 글을 써서 그녀에게 주었다.정리를 끝내니 시계는 벌써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유현진과 차미주는 이미 방전상태가 되어 러그에 대충 앉아 장부 기록하고 있었다. 한성우는 안 쓸 것 같아 보이는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어 전문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들에게 가격을 물어보았다.강한서는 음식 배달을 받아 들고 냉장고에서 생수 몇 병을 든 채 유현진 곁으로 찰싹 붙어 앉았다.“어때? 다 했어?”“응, 거의.”유현진은 멈칫하더니 말했다.“스트레인지 명의 이전권만 남았어.”한성우는 그녀의 말에 바로 입을 열었다.“스트레인지요? 현진 씨 새어머니가 그 가
한성우는 그녀의 발바닥을 간질여 놓곤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방금 대상 고객이 일정하다고 했잖아요. 이 말은 곧 고객이 전부 단골손님이라는 뜻이에요. 대부분 현진 씨 새어머니의 인맥들이거나 송씨 가문과 자주 왕래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사실 주얼리로 돈을 벌고 싶으면 고객 대상을 잘 선택해야 해요. 무조건 돈을 물처럼 펑펑 쓰는 사람을 주된 고객으로 정해야 하죠. 반년 가게 문을 열지 않아도 남은 반년이면 그 매출을 채울 수 있어야 해요. 아니면 조금 기준을 낮추는 거예요. 싸게 파는 거죠. 마치 현재 시중에 팔고 있는 몇만 원 하는 액세서리처럼 말이에요. 흠집이 있는 보석이나 큐빅으로 다시 세공해서 액세서리로 만들어 파는 거죠. 이런 건 보통 비싸게 팔지 않아요. 그래서 한두 개 정도 사도 돈이 확 빠져나갔다는 아픔을 느끼지 않아도 되죠. 보통 사람들도 전부 살 수 있는 정도인 거예요. 한 달에 잘 팔리면 몇십만 개도 팔 수 있고 똑같이 돈을 벌 수 있는 거죠.”“그리고 스트레인지의 상대 고객은 바로 상류층이죠. 서해금의 인맥은 전부 상류 계층의 사람들이니 일반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면 아마 급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은 것이죠. 그리고 그 가게는 이미 상류 사회에 안정된 수급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요. 현진 씨가 지금 이어받는다면 서해금의 한마디로 바로 고객들이 떨어져 나가는 거고, 가게도 한산하여 장사가 안되는 거죠. 뭔 말인지 아시죠?”유현진은 알아들었다. 서해금이 그녀에게 마음대로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가게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소리였다.유현진이 이 가게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서해금이 원치 않는다면 바로 고객을 없애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되레 돈을 가져다 바치면서 장사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겉으론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가게이니 그녀에게 넘겨주어도 송병천이 의심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서해금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송가람이 파놓은 함정을 피했더니 또 다른 함정이 있을 줄이야.“그럼 현진이가 이
신하리는 말하며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저 정신병 있는 거 다들 아시죠?”그 말에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얼마 전, 신하리가 한 드라마 촬영 중 현장에서 갑자기 귀신에 쓰인 사람처럼 아무런 안정장비도 하지 않은 채 6미터가 넘는 곳에서 뛰어내려 뼈가 부러진 사건이 있었다. 다들 신하리에게 왜 뛰어내렸냐고 묻자 그녀는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그러나 당시 상황을 증명해 줄 동영상은 없었고 그 사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듣고 지나보냈었지만 지금 신하리의 입으로 직접 그녀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말하니 그때의 사건을 떠올린 사람들은 순산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이건 분명한 경고였다. 마치 난 심신이 미약한 사람이라 너에게 정말 염산을 뿌려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으니 내 말을 장난으로 가볍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신하리의 등장으로 [아기 고양이]의 라이브 방송의 인기는 더 뜨거워졌다. 댓글에도 다양한 의견이 더 많아졌다. [사랑에 눈이 먼 연예인 1위! 보상은 산에서 산나물 캐기 18년!][신하리 미친 거 아녜요? 이렇게 대놓고 협박이라니.][면전에 협박하는데 아직도 신고하지 않는다고? 증거가 없는 거야, 아님 애초부터 한열을 모함하고 있었던 거야?][성추행을 한 사람도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당한 사람은 대체 뭐가 무서워서 신고하지 않는 거야.][지난번에 스스로 신고한 인간은 아직도 감옥에서 사회봉사 중이예요.][만약 지금 당장 신고한다면 전 아기 고구마 말을 믿을 거예요. 계속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리는 건 오히려 한열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작당 모의에 더 가까워 보여요.][지금 루머를 퍼뜨리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됐어요. 스크린샷 몇 장이면 바로 스토리를 짤 수 있으니까요.]여론이 점차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멀어지자 [아기 고구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아
신하리의 라이브 방송 연결 요청에 [아기 고구마]가 잠시 멍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옆을 바라보던 그녀가 곧 시선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 미세한 행동을 포착하지 못했지만 한현진에겐 들키고 말았다. [아기 고구마]는 혼자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 듯 했다. 그녀의 옆에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궁금증 해소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진실 규명을 바라는 팬들이 미친 듯이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겁쟁이! 네가 그러고도 무슨 남자야! 사건이 터지면 뒤로 물러나 여자친구가 나서서 모든 걸 감당하게 하다니. 네 팬이었다는 게 너무 후회돼!][끼리끼리는 과학이라잖아요. 한열이 이런 쓰레기라면 신하리도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지 않겠어요? 연결해요.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죠.][언니! 얼른 입도 벙긋 못하게 증거를 뿌려버려요. 저런 인간은 아이돌을 할 자격이 없어요.][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난 영원히 한열을 믿을 거야!][덕질에 도덕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나보네.]...[아기 고구마]는 사람들의 부추김에 신하리와 라이브 방송을 연결했다.신하리의 모습이 라이브 방송 화면에 나타나자 카메라는 신하리의 얼굴을 향해 바짝 다가갔다. 후드 차림에 화장도 하지 않은 신하리가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그쪽 대신 경찰에 신고했어요. 얼른 오세요.”카메라가 홱 회전하며 한주 용하구의 경찰서 대문을 비췄다. 그에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순간 멍해졌다. ‘신하리, 미친 거야? 어제 저녁에도 한열 대신 해명해주더니.’[아기 고구마]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 전 신고한다고 안 했어요.”신하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한열이 그쪽을 성추행했다면서 신고를 안 해요? 성모 마리아세요? 방송으로 울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보다 신고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어요? 경찰은 그쪽을 도와줄 수 있는데도 싫다고요?”네티즌들도 신하리의 말을 따라 댓글을 남겼다. [맞아요
알겠다고 대답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기 전 호기심을 못 이겨 물었다. “오빠, 문채영 씨와는 어떻게 됐어요?”멈칫한 송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서 그 자식 혹시 네 옆에 있어?”한현진이 움찔하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가로젓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한현진이 대답했다. “아뇨. 샤워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걔한테 내 말 똑바로 전해. 다음에 또 이렇게 입을 가볍게 놀렸다간 내가 그 입을 꿰매 버릴 거라고.”강한서: ...그 말에 한현진이 어색하게 하하, 웃어버렸다. “사실 강한서는 별말 안 했어요...”송민준은 더는 아무 말 없이 일찍 쉬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송민준의 얼굴이 공개된 후, 한열의 바람 스캔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람들도 점차 한현진이 한열의 사촌누나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열의 성추문은 여전히 일파만파 퍼져나갔다.한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기 고구마]였다. 이 계정은 피드를 올릴 때마다 다음 업로드 시간을 예고하며 다음엔 마치 증거를 공개할 것처럼 사람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에 [아기 고구마] 계정의 팔로워는 점차 늘어갔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매번 터무니없는 사실들만 업로드 했고 그 피드의 내용으로는 한열이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정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하룻밤 사이, 한열의 팔로우는 십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열의 회사 측에서는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을 공개하며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쳤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열의 회사에서 소장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구마]도 페이스북에 점심 열두시부터 라이브 방송으로 빼박 증거를 공개해 한열과 직접 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말을 아끼던 윤명훈이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계약 해지 때문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회사에서는 쿨하게 한열을 보내줄 마음이 없거든요.”그가 한현진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현진도 알 수 있었다. 윤명훈은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한열이 아직 취해 있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윤명훈은 한현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제가 잠시 후 해명글을 올릴게요. 명훈 씨는 신하리 씨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쓸데없는 기사들 처리해 달라고 연락하세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해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해명하기 어려워질 거예요.”한열의 바람 스캔들을 터트린 건 그저 페이크에 불과했다. 성추문으로 한열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다.만약 한현진이 한열의 회사 대표였다면, 자신의 두 손으로 탑급의 자리까지 올린 아이를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계약을 해지 한다고 해도 한열의 빛을 어느 정도는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열은 신하리라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의 인맥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까지 끝장을 볼 이유는 없었다. 연예계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었다.그러니 이번 일은 오히려 누군가 한열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꾸미고 있는 일 같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세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다만 송민준의 눈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저희 오빠와 사촌 동생이 그렇게까지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신하리]사진 속에서 한현진은 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의 왼쪽엔 송민준이, 그리고 오른쪽엔 한열이었다. 막내 동생인 한승은 아예 잘라버린 후 사진을 업로드 했다.비록 송민준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하관만 보아도 한열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
[두 여배우 모두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 대체 얼마나 보는 눈이 없어야 한열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한열도 미남상이긴 하잖아.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세 사람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한현진이 한열과 신하리가 사귀는 걸 몰랐을까요? 이건 뻔히 알면서도 만난 거잖아요.][살려줘! 나 한현진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전에 햇살 유치원 사건 때문에 엄청 호감이었는데. 봄의 연인의 중전마마 역도 완전 잘 소화했었다고. 대체 바람은 왜 핀 거야. 연예계에 사고 안 치는 연예인이 있긴 한 거야?] [두 여신을 동시에 만나다니. 한열, 능력도 좋아. 지까짓게 뭔데...] [한열은 신하리에게 빌붙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예요. 지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준비 중이예요. 회사에서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요. 신하리가 아니었으면 한열 주제에 어떻게 유명 감독에게 캐스팅 될 수 있었겠어요. 정말 어떻게든 여자 덕 좀 보겠다고 애쓰네.]아래의 댓글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들을 욕하는 악플이었다. 한열과 신하리의 공개 연애에 대해 두 사람의 팬들은 자신의 배우가 아깝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한 후부터 양측의 팬들은 줄곧 다툼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커플 팬계정인 [이열치열]은 팬들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곳이 되어버려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열은 열애 인정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렸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터라 잠깐의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사그라들었다. 공개 연애 후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한열의 인기는 요즘 다시 천천히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회사 측에서 밀어주던 신인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열의 뒤를 이어받아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회사 측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한열이 바람 폈다는 기사가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예능부 기자 채용 문턱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나봐?”진윤: ...‘우리 여신님 사석에서는 이렇게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어?’휴대폰 너머에서 한참을 듣고 있던 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 사진 너와 한열 아니야?”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나랑 오빠야.”“하지만 이 사진들은 정말 한열과 비슷해 보여. 게다가 네 오빠가 운전한 거 한열 차 아니야?”한현진은 그날 송민준이 운전한 차를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한열의 차를 운전하고 온 거라면 파파라치가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페이스북을 다운로드 받고 인기 검색어를 확인한 한현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예 부문의 인기 검색어의 TOP 5는 전부 한열의 바람에 관한 이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꽃뱀, 이열 커플 사이에 끼어들다], [이열 커플, 결별 위기 스크린 밖에서도 삼각관계], [한열 살아있네], [찐사랑을 못 숨겨] 등이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검색어들이 가득 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자 수백 개의 DM과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신하리와 한열 두 사람의 팬들의 남긴 수많은 욕이거나 일반 네티즌의 호기심에 가득한 댓글일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 얼마나 필터 없이 악랄한 글로 난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한현진은 아예 댓글을 확인하지도 않고 뉴스피드로 들어갔다. 한열과 한현진의 기사는 두 시간에 터졌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각 마케팅 계정에서는 이미 타임 라인까지 정리한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관련 피드를 대충 훑었다. 마케팅 계정의 분석에 의하면 한열과 신하리는 [살의] 촬영 이전에 이미 사귀기 시작했고 송민영이 하차된 후 한열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신하리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으며 영화 홍보 현장에서의 친밀한 스킨십 사진이 폭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 계정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